스페퀼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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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어 : Speculaas
* 플라망어 : Speculoos
* 프랑스어 : Spéculoos
* 영어 : Speculoos
* 독일어 : Spekulatius

설명[편집 | 원본 편집]

스페퀼로스(Speculoos)는 계피, 생강 등 여러 향신료버터, 설탕으로 맛을 낸 비스킷이다. 얇고 갈색빛이 돌며 매우 바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조리 중 한쪽 면을 쿠키 몰드에 찍어내기 때문에 일반적인 쿠키에 비해 세세하고 복잡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 비스킷은 네덜란드·벨기에에서 기원했다. 만들어진 시기는 중세 시대라 여겨진다. 유럽의 제과사들은 조각가들에게 도안을 제시하면서 제과용 나무 틀을 의뢰하곤 했는데 그게 14-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퀼로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틀에 찍어낸 무늬이니, 자연스레 이 시기에 생겨났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한편 이런 방식이 이름의 어원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 존재하며 그와 함께 다른 설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거울'을 뜻하는 라틴어 단어 Speculum에서 유래했다는 설. 쿠키 몰드에 찍어내는 조리법에서 나온 이름.
  • '향신료'를 뜻하는 라틴어 단어 Species에서 유래했다는 설.
  • '주교'를 뜻하는 라틴어 단어 Speculator에서 유래했다는 설.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세한 건 아래 '풍습' 항목을 참조.

스페퀼로스는 시간이 흐르면서 독일 남서부 라인란트(Rheinland)와 베스트팔렌(Westphalie) 지역(혹은 라인란트-팔츠(Rheinland-Pfalz)주), 그리고 플랑드르(Flandre)라 불리는 프랑스 북부에 전해졌다. 이들 지역은 벨기에나 네덜란드와의 접경지다. 나중에는 오스트리아에도 유입됐는지 거기서도 스페퀼로스를 만들어 먹는다. 이렇게 여러 국가에 퍼져있다보니 명칭도 조금씩 다르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순으로 스페퀼로스(Speculoos), 스페퀼라스(Speculaas), 슈페쿨라치우스(Spekulatius)다. 그러나 아무래도 '벨기에의 과자'란 이미지가 강한 편이라 타국에서는 벨기에식 명칭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어 명칭과 이를 따른 영문 위키백과문서명(Speculoos)이다. 다만 한국 내에서는 아직까지 정식 명칭이라 할 만한 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 표기가 스페쿨루스, 스페쿨라스, 스페큘러스 등등으로 난립하고 있다.

Lotus cookie.jpg

이름만 보면 낯설기 그지없으나 사실 알고보면 한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과자다. 이게 바로 로투스 쿠키, 커피 쿠키라 부르는 그 과자이기 때문이다. 로투스(Lotus bakeries)가 다름 아닌 벨기에 기업이라 그렇다. 한국에서 파는 로투스 제품에는 The original caramelised biscuit이나 Biscoff라고 적혀있지만 이건 업체가 해외 진출에 나서면서 붙인 이름이다. 정작 본국에서는(그리고 유럽 몇몇 국가에서는) 상품명을 Speculoos로 하여 판매하고 있다. 명칭을 바꿔서 애먼 사람들만 좀 헷갈리게 할 뿐이다.[1] '로투스 쿠키'를 먹어봤다면 알겠지만 스페퀼로스와 커피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벨기에에서는 이 쿠키를 식후 커피에 곁들여 내는 경우가 많으며, 커피전문점(Coffee bar)에서 판매하는 주전부리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2]

풍습[편집 | 원본 편집]

신터클라스(Sinterklaas)
...로 분장한 사람

벨기에와 네덜란드에는 12월 6일 성 니콜라스의 날(Saint Nicholas Day)을 기념해 스페퀼로스를 만드는 전통이 있다. 날짜를 정확히 따지자면 네덜란드는 니콜라스의 날 이브(12월 5일), 벨기에는 기념일 당일이다. 이 축일은 이름 그대로 기독교의 성인(聖人) 성 니콜라스를 기리는 날이다. 북유럽에는 성 니콜라스를 기반으로 생긴 인물인 '신터클라스(Sinterklaas)'가 존재하며 여기서 약간 변형되어 나온게 바로 '산타클로스'다. 네덜란드에는 그와 관련된 색다른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신터클라스가 매년 니콜라스의 날마다 그의 조수 '검은 피터(Zwarte Piet)'를 대동한 채, 스페인에서 배를 타고 네덜란드를 방문하러 온다는 이야기다. 신터클라스는 말을 타고 다니면서 피터와 함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 위해 집집마다 방문한다. 물론 집에 들어갈 때는 굴뚝을 애용한다. 아이들은 자기 전 선물을 위해 굴뚝 옆에 신발을 걸어두고, 종종 그 안에 신터클라스의 말을 위해 준비한 뇌물당근이나 건초를 넣어둔다. 그러니까 우리가 성탄절과 관련해 알고있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부모들이 일일 신터클라스가 된다는 점이나 이 날을 위해 신터클라스로 분장할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광고가 도는 것도 비슷하다.

어쨌든 이러한 축일에 만들어 먹는 간식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스페퀼로스다. 성 니콜라스의 날에, 사람들은 향신료의 풍미가 가득한 이 쿠키를 따뜻하고 달달한 코코아와 함께 즐긴다. 기념일 자체가 종교적인 색채를 띄다보니 비스킷에도 그런 요소가 반영되곤 했다. 전통적인 스페퀼로스 무늬는 주로 성 니콜라스의 일화에서 차용한 소재들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점차 시대가 변하면서 비스킷의 모양도 종교적인 주제에서 탈피해 좀 더 일상적인 것들을 다루게 되었다. 동물이나 사람, 농가, 나무의 형태가 그 예시다.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이런 스페퀼로스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먹기 참 애매하게 생겼다. 모자나 코부터 베어 물면 될 듯

한편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스페퀼로스(슈페쿨라치우스)를 만든다. 물론 이 비스킷이 전해진 남서쪽 지역에서의 전통이다. 비스킷은 주로 동물이나 신터클라스의 모습을 새긴 틀에 찍어내고 굽는다. 이렇게 완성한 쿠키들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다는 장식품으로도 종종 활용된다.[3] 각국에 이런 풍습이 있는 만큼 12월은 스페퀼로스 상품들이 시장에 바글바글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다. 제과점의 상품은 물론이고 일반 공산품들도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라 소비자들의 고민을 길어지게 하고 있다. 상술된 것처럼 네덜란드·벨기에와 독일은 서로 스페퀼로스를 만드는 시기가 다르지만 시판 제품들의 '대목'은 별 차이가 없다. 전자의 경우 성 니콜라스의 날 이전에 속속 등장하기 시작해 성탄절 연휴까지 계속해서 팔린다.

12월이 스페퀼로스 제품들의 성수기이긴 하나 그렇다고 다른 때의 수요량과 극도로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관련 상품들이 일년 내내 꾸준히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로투스의 제품이다. 로투스는 누텔라에 비견할 만한 스프레드까지 만들어 열심히 파는 중이다. 더불어 스페퀼로스는 다른 음식들과 엮이는 일이 빈번하다. 예를 들면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 타르트, 티라미수, 땅콩 버터, 초콜릿, 커피 등이 존재한다. 게다가 잘 부스러뜨려서 여러 요리 재료로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조리법과 형태[편집 | 원본 편집]

재료
스페퀼로스의 주재료는 밀가루와 설탕, 버터, 향신료다. 여기에 소금, 달걀, 레몬·오렌지 제스트, 베이킹 파우더 등이 추가된다. 스페퀼로스의 풍미는 거진 향신료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가끔 조리법에 따라 이걸 아예 빼버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향신료를 쓸 때는 보통 여러 종류를 섞어 사용한다. 주로 쓰이는 건 계피, 생강, 카르다몸(소두구), 정향, 후추, 육두구(Nutmeg/Mace)다. 추가적으로는 바닐라, 고수(씨앗), 올스파이스, 아니스(씨앗) 등이 등장한다.

밀가루는 다른 곡물가루 또는 견과류가루로, 설탕은 시럽이나 폐당밀, 카라멜로 대체할 수 있다. 또한 국가에 따라 스페퀼로스 재료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는 계피와 갈색 설탕으로 맛을 내는 편이다. 설탕은 무스코바도(muscovado) 설탕을 선호하는 듯하다. 한편 독일식 조리법에서는 베이커의 암모니아(Baker's Ammonia) 등으로 불리는 탄산암모늄이 팽창제 역할을 맡는다. 관련 레시피를 보다보면 베이킹 파우더가 아닌 베이커의 암모니아로 콕 집어 쓰여 있는 경우가 있다. 탄산암모늄을 쓰면 쿠키에 좀 더 바삭하고 가벼운 느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또한 팽창하는 정도가 베이킹 파우더에 비해 낮은데, 이로 인해 스페퀼로스의 무늬를 살리는데 더 용이하다. 문제는 사용하기 까다롭다는 점.


스페퀼로스는 몰드 쿠키의 일종이다. 스페퀼로스용 몰드는 본래 나무판이 대부분이었으나 현대에는 플라스틱 등 다른 재료로도 제작되고 있다. 스페퀼로스 틀은 구매하거나, 집안에서 쓰던 걸 받거나, 직접 제작하여 준비한다. 비스킷의 무늬는 틀에 무엇을 새기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정형화된 형태는 존재한다. 예를 들면 동물이나 사람, 농가, 풍차, 배, 종교적 상징 등이 있다. 상술한대로 성 니콜라스 혹은 그의 일화의 한 장면, 또는 신터클라스의 형상을 새기기도 한다.

쿠키 몰드와 찍어낸 반죽

이 과자는 몰드 쿠키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독일 남부의 비스킷 스프링헤를레(Springerle)와 연관되곤 한다. 아예 스페퀼로스와 스프링헤를레 공용 틀이 존재할 정도다. 쿠키 몰드야 비슷비슷하니 스프링헤를레용 틀을 가져다 스페퀼로스를 찍어대도 별 문제는 없다.[4] 스프링헤를레의 틀 중 무늬가 새겨진 밀대가 있는데, 납작하게 펴진 반죽 위를 밀대가 데굴데굴 구르면서 꾹꾹 모양을 새기는 방식이다. 이 좋은 걸 그냥 두고볼 리가 없으니 스페퀼로스를 만들 때 냉큼 가져다 쓰곤 한다.

풍차가 새겨진 틀과 스페퀼로스

다만 평범한 외견을 가진 스페퀼로스도 빈번하게 제작된다. 어쩌다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전용 틀을 사는 건 낭비이니 소소하게 베이킹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그냥 쿠키 커터를 쓰는 편. 스페퀼로스용 틀로 찍어내는 게 예쁘긴 하지만, 그리고 그런 세세한 형태가 스페퀼로스 정체성의 50%는 차지하는 것 같지만(...) 밋밋한 별모양, 하트모양 스페퀼로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종류
스페퀼로스는 조리법에 따라 종류가 나뉘기도 한다. 가령 독일의 '슈페쿨라치우스'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5]

  • 스파이스 슈페쿨라치우스 (Gewürzspekulatius) : 가장 일반적인 형태. 여러 향신료를 사용해 만드는 종류다.
  • 아몬드 슈페쿨라치우스 (Mandelspekulatius) : Mandel-Kichelchen로도 알려져 있다. 슬라이스한 아몬드를 반죽에 넣는 종류로, 대개 밋밋한 뒤쪽에서 아몬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 버터 슈페쿨라치우스 (Butterspekulatius) : 다른 레시피에도 버터가 들어가긴 하나 이건 그 비중을 훨씬 높여서 만든다.

여담[편집 | 원본 편집]

  • 네덜란드 풍차 쿠키(Dutch windmill cookies)라는 게 있다. 이름대로 풍차가 새겨진 쿠키인데 별건 아니고(...) 그냥 풍차 틀로 찍어낸 스페퀼로스다. 위에 있는 이미지가 딱 들어맞는 예시. '풍차 쿠키'는 영어권에서 스페퀼로스를 지칭하는 명칭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 벨기에에서 정통 스페퀼로스를 맛보고 싶다면 메종 당두아(Maison Dandoy)를 방문해보는 게 좋다. 당두아는 1829년부터 무려 6대에 걸쳐 운영 중인 유서깊은 제과점이다. 여기서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는 게 바로 스페퀼로스 등의 비스킷. 그런데 국내에는 어째 와플 맛집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관련 문서[편집 | 원본 편집]

각주

  1. 출처 : 누군가가 필리핀 로투스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카라멜'과 '비스코프' 제품이 어떻게 다른지 물어본 내용. 답변은 '똑같은 제품이다' / 로투스 벨기에 네덜란드어 홈페이지, 그리고 영어 홈페이지. 동일한 제품이지만 이름이 다르다.
  2. Discover the Belgian Speculoos Cookie
  3. 두산백과 - 슈페쿨라치우스
  4. 그렇게 사용하는 예시 : Speculaas (sometimes spelled Speculoos) Cookies, otherwise known as Dutch Windmill Cookies or Biscoff Cookies by Irvin
  5. German food guide - Spekulati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