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헤를레

1 개요[편집]

새하얀 빛깔과 아니스의 향미를 가진 쿠키. 몰드 쿠키의 일종이라 섬세한 문양을 가졌다. 스프링헤를레는 알프스 북쪽 독일어권 지역에서 오랫동안 먹어온 과자다. 초기에는 기독교 축일 때에만 만들어 졌으며 과자에 새겨지는 무늬들도 종교적 색채가 강했다. 그러나 몰드의 무늬는 점차 한정된 주제에서 벗어났고, 이제는 일상적인 풍경이나 각종 동·식물 문양이 찍힌 스프링헤를레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스프링헤를레는 보통 성탄절을 기념해 만들어 지지만, 생일이나 결혼 등 다른 기념일에도 등장하곤 한다. 과자 문양도 기념일에 맞춰 바뀌는 편.

스프링헤를레는 기본적으로 하얀색이다. 색을 넣으려면 따로 재료를 추가하거나 색칠을 해주어야 한다. 또한 반죽에 무늬를 찍어낸 뒤 하룻동안 충분히 건조시키는 게 필수다. 건조 과정을 통해 쿠키 표면의 무늬를 굳히기 때문이다. 이후 오븐에 들어간 반죽은 거의 두배로 부풀어 오르는데, 그나마 제 크기를 유지하고 있는 부분이 쿠키 밑부분에 조그맣게 남아있게 된다. 이 부분은 '발(Fuß)'이라 불린다. 스프링헤를레는 이처럼 조리 중 크게 팽창하기 때문에 만들기 쉬운 과자가 아니다. 팽창제를 너무 많이 넣었거나 반죽을 충분히 건조시키지 않았을 경우, 기껏 새긴 무늬가 참담하게 망가지는 참사를 맞이할 수도 있다.

2 어원과 역사[편집]

2.1 어원[편집]

스프링헤를레(Springerle)라는 이름은 대체로 '튀어오르다(Aufspringen)'라는 고대 독일어 방언에서 기인했다고 여겨진다. 이 단어가 어원이 된 이유는 두 가지로 좁혀지는데, 그 중 하나는 스프링헤를레용 몰드에 새겨진 무늬때문이라는 설이다. 한 때 폴짝 튀어오르는 말(과 그런 말을 탄 기수) 무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그게 이름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쿠키를 굽는 과정에서 반죽이 말그대로 '튀어오르듯' 부풀어서 그런 이름이 생겼다는 설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확실히 그런 이름이 생길만 하다. 다만 사진 속 스프링헤를레가 유별난 것이지, 보통은 저 정도로 부풀지는 않는다.

스프링헤를레의 측면. 발(Fuß)이 선명하게 보인다.

2.2 역사[편집]

이 과자는 적어도 14-15세기에 생겨났을 것이라 추정된다.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일단 현존하는 스프링헤를레용 몰드 중 가장 오래된 게 14세기의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스위스 국립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1] 이 과자가 유래한 곳은 알프스 북부 독일어권 지역. 명확하게 슈바벤(Schwaben)을 기원지라 칭하기도 한다. 슈바벤은 독일 남부 지방을 지칭하는 역사적 지명이다. 넓게 보면 스위스·오스트리아·프랑스 일부 지역을 포괄하는데, 좁게 보면 현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와 남동부 바이에른주에 걸쳐있던 곳이다.[2] 지역 특성도 있고 워낙 오랜 시간이 흘렀다보니 현대에는 독일 남부, 스위스 독일어권, 오스트리아, 프랑스 알자스 지방 모두에서 스프링헤를레를 만드는 풍습이 전해져 오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스프링헤를레나 레브쿠헨처럼 어떤 모양을 새긴 ·과자(Bildergebäck)를 먹어온 역사가 길다. 여기에는 게르만족의 명절이었던 줄페스트(Julfest)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1] 줄페스트는 게르만족이 매 동지 때마다 갖던 관습이다. 그들은 이 날에 혹독한 추위를 피하고 봄이 빨리 오기를 기원하면서 신께 제사를 올렸다. 제사 때는 동물을 제물로 바쳤는데, 바칠 동물을 구하지 못한 가난한 이들은 꿩대신 닭의 심정으로 동물을 새긴 빵이나 과자를 사용하곤 했다. 이 풍습은 게르만족에게 기독교가 전파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고, 줄페스트가 오늘날 크리스마스로 계승된 것처럼 크리스마스 쿠키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몰드 쿠키처럼 아니스를 넣은 빵·과자(Anisgebäck)도 수백 년 전부터 만들어져 왔다. 아니스는 향신료로도 쓰였지만 동시에 약초로도 쓰이는 식물이었다. 이렇다보니 수도원에서 아니스를 재배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이를 첨가한 음식은 자연스레 기독교의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가령 성체(성찬식의 빵)로 나온다거나. 이런 기독교와의 연관성은 아니스가 몰드 쿠키와 결합되는 결과를 낳았다.[3] 수도원에서는 특별한 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과자에 몰드로 그림을 새기곤 했는데, 여기에는 문맹들에게 종교적 가르침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1] 이런 식으로 만들던 과자가 스프링헤를레로 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스프링헤를레의 무늬는 15세기까지만 해도 대개 기독교의 인물·일화·축일에 관한 상징 등 종교적인 주제들로 채워졌다.

16세기, 신대륙 식민지에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세워지면서 유럽설탕 가격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설탕값은 여전히 비싸서, 이러한 가격 변화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던 건 기껏해야 귀족들 정도였다. 어쨌든 가격이 내려가긴 했으니 과자류의 인기는 높아져 갔고, 그와 함께 마냥 종교적이던 스프링헤를레 문양에도 변화가 생겼다. 16세기 말 스프링헤를레 몰드에는 종종 자화상 및 왕족의 초상이 새겨졌다. 도시나 가문의 문장또한 인기있는 주제였다.[3]

로코코시대의 나무 몰드. 결혼식 풍경과 각기 다른 인물들이 새겨져 있다.

본바탕이란 게 있다보니 17세기에 들어서도 과자 무늬는 여전히 종교적인 요소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이 시기 이후 다른 것들을 주제로 삼는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이내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다. 결혼식 풍경, 귀부인, 기사, 꽃, 동물, 사랑에 관한 상징물 등을 새긴 스프링헤를레가 속속 등장했다. 바로크시대, 그리고 로코코시대라는 시대적 특성도 스프링헤를레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워낙 장식적인 요소가 강조되던 때라 과자들도 그에 맞춰 변화했는데, 섬세함이 특징인 몰드 쿠키가 주목받고 관련 기술들이 엄청나게 발전하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3] 이 당시 몰드는 사진에서 보이듯 현란하고 복잡했으며 곡선이 많았다. 한편 과거 기독교의 축일에나 볼 수 있었던 스프링헤를레는 이제 다른 기념일에도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매년 찾아오는 각종 명절이나 결혼식 같은 날에도 이 과자를 만들어 먹게 된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시된 날은 줄페스트를 계승한 크리스마스였다. 이와 관련된 여러 상징물들도 스프링헤를레 무늬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19세기, 소박함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비더마이어시대가 찾아왔다. 여기에 산업혁명으로 인한 설탕의 완전한 대중화가 맞물려 일반 서민들도 과자류를 마음껏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따라서 몰드 수요량이 증가했고, 저렴한 몰드가 주류를 차지했다. 이 당시 몰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시대적 특성이 반영되어 이전에 비해 단순하게 생겼다. 더불어 그 주제도 추가되었는데 농장이나 노동자, 목동이 양떼를 모는 모습같은 보다 소박하고 일상적인 요소들이 새겨지곤 했다.[3]

19세기 중반은 기차선박, 자동차를 새긴 몰드가 인기를 끌게 된 시기다. 그리고 그와 함께, 몰드 쿠키들이 대중의 관심에서 잠시 멀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이 당시 몇몇 과자들이 공산품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눈이 죄다 거기에 쏠려버린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기존의 수공예품은 도태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결국 스프링헤를레같은 과자들이 차차 잊혀지는 결과를 낳았다. 몰드 쿠키가 다시끔 조명받게 된 때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몰드가 생산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였다.[3]

오늘날 스프링헤를레는 부활절·성탄절 등의 기독교 축일, 약혼·결혼, 생일같은 기념일날 만들어진다. 그 중에서도 성탄절 연휴에 가장 활발히 만들어지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쿠키의 일종으로 취급된다.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연하장이나 크리스마스 카드 주듯 스프링헤를레를 선물하는 풍습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이 과자는 약혼의 징표로도 쓰인다.[1]

3 이모저모[편집]

스프링헤를레용 몰드는 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이 있을 정도로 활발히 유통된다. 전통적으로 몰드의 재료는 나무(특히 배나무), , 점토, 금속이었다. 상술된 것처럼 19세기부터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몰드도 만들어지고 있다. 몰드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사각형이나 원형 등으로 만들어진 밋밋한 틀이고, 다른 하나는 무늬를 조각한 밀대다. 후자는 얇게 펼친 반죽 위로 힘주어 굴려서 모양을 새기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한차례 꾹꾹 굴렸다면 이후 새겨진 모양대로 칼을 이용해 잘라낸다.

기본적인 재료는 밀가루(박력분 또는 중력분), 달걀, 설탕, 향신료, 팽창제다. 향신료는 아니스(농축액/기름/씨)만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바닐라(주로 추출액)까지 넣는 게 전통적인 레시피다. 레시피가 다양화되면서 이걸 레몬 제스트/기름, 장미수 등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또한 일반 설탕을 슈가 파우더같은 다른 설탕으로 바꾸거나 버터·우유같은 재료를 추가할 때도 있다.[4]

위에 언급된 '팽창제'는 본래 녹각염[5] 등으로 불리는 탄산암모늄이 맡아왔다. 탄산암모늄은 다루기가 까다롭고 날것 그대로의 상태로는 몸에 해로울 수 있어서 조리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아예 베이킹 파우더같은 다른 물질을 사용하는 레시피가 많아졌다.[6] 다만 탄산암모늄이 완전히 대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쓰이는 이유가 있다. 탄산암모늄 특유의 팽창 정도가 여타 팽창제보다 적어서 반죽에 찍어낸 무늬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더불어 이 물질은 베이킹 파우더가 만들지 못하는 특유의 가볍고 보들보들한 느낌을 쿠키에 부여하는 특징이 있다.

4 관련 문서[편집]

5 각주

  1. 1.0 1.1 1.2 1.3 Springerle
  2. 현재 '슈바벤'을 지명으로 쓰는 곳이 없지는 않다. 바이에른 주 남서쪽에 슈바벤현이 존재한다.
  3. 3.0 3.1 3.2 3.3 3.4 History of Springerle Molds:Early Sightings of Springerle, Jennifer McGavin
  4. Sweetooth Design Company - Springerle
  5. 녹각염 혹은 녹각정(Horn salt, hartshorn). 본래 숫사슴의 뿔에서 얻을 수 있는 탄산암모늄을 뜻했다. 오늘날에는 탄산암모늄이 아닌 탄산수소암모늄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6. German food guide - Springer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