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체티

  • 이탈리아어 : Torcetto (복수형:Torcetti)
  • 피에몬테어 : Torcèt

개요[편집 | 원본 편집]

고리 모양과 설탕으로 뒤덮힌 모습이 특징인 페이스트리 또는 쿠키. 반죽은 기본적으로 밀가루, , 버터, 빵효모, 소금(+맥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반죽을 조각내고 길쭉하게 빚은 뒤, 설탕에 뒹굴뒹굴 굴리고 구부려 고리형으로 만든다. 토르체티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밝혀진 바는 없으나 기록상 최초로 등장한 건 18세기다. 본디 의 일종이었으나 19세기 이후 레시피가 여러모로 달라지면서 오늘날의 형태로 굳어지게 되었다.

토르체티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발레다오스타주에서 즐겨먹는 과자다. 주가 다른 만큼 토르체티가 생산되는 지역도, 특색도 다르다. 특히 피에몬테 주의 경우 여러 지역에서 토르체티를 만드는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지역에 따라 레시피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 형태도 다양하다.

형태와 먹는 방식[편집 | 원본 편집]

Torcetti confezionati.jpg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이 과자는 일반 쿠키와 빵 사이의 식감을 가졌다. 버터향을 은은하게 풍기며, 꽈배기처럼 설탕을 잔뜩 묻혀내기 때문에 달달한 맛을 낸다. 토르체티는 사진에서 보듯 크기가 제법 큰 편이다. 비록 시간이 흐르면서 초창기에 비해 점차 작아지는 경향이 있으나[1] 본래 몸집이 있다보니 작은 것은 지소사를 붙여 '토르체티니(Torcettini)'라 부르곤 한다. 다만 오늘날 만들어지는 토르체티는 그 크기가 제각각이라 토르체티토르체티니를 굳이 구분하려 애쓸 필요는 없어보인다.

이 과자는 고리 모양을 가졌다. 그런데 반죽 양 끝 부분을 접붙이는 방식에 따라 형태가 조금씩 달라진다. 사진처럼 끝만 붙이거나, 밖으로 조금 꺽어 붙이거나(Ω), 꺽는 게 아니라 (이나 서양 배 형태처럼) 한데 모아 붙이거나, 리본처럼 엇갈려(∝) 만든다. 작게 만들 때도 똑같은데 반죽을 굳이 얇게 만들지 않는다면 짤막한 게 부풀어 오르기까지 해서 오동통해 보인다. 드물긴 하지만 일자로 비틀거나 꽈배기처럼 비비 꼬아 만들 때도 있다.

토르체티는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먹는다. 또한 가족 기념일 등에 갖는 정찬에서 후식으로 등장한다.[1] 궁합이 맞는 음료로는 우유핫 초콜릿, 에그노그, , 커피, 와인이 있다. 곁들이는 다른 음식은 휘프드 크림같은 크림류나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이다.

역사[편집 | 원본 편집]

문헌
토르체티는 기록상 1790년에 출판된 《피에몬테의 과자》(Confetturiere Piemontese)에서[2] torchietto란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이건 특유의 휘어진 모양새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3] 이후 1854년 조반니 비알라르디(Giovanni Vialardi)가 쓴 《현대 요리와 제과법에 관한 저서》(Trattato di cucina e pasticceria moderna)가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담았다. 비알라르디는 여기에 각기 다른 반죽을 활용한 세 가지 레시피를 서술해 놓았는데 그 중 하나가 현대 레시피와 매우 유사하다. 다만 이 레시피는 건조 빵효모나 맥주 효모가 아닌 스타터를 사용한다. 비알라르디의 저서 다음으로 언급될 만한 기록이라면 산드로 돌리오(Sandro Doglio)가 저술한 《피에몬테 미식 사전》(Dizionario di gastronomia del Piemonte)이 있다. 이 책에서는 토리노 란조(Lanzo)지방을 토르체티가 기원했을 법한 장소로 언급한다.[3]

유래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으며 몇가지 설만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마을 공용 오븐으로 빵을 굽는 과정에서 토르체티가 생겨났다는 설이다. 과거에는 오븐의 온도를 손쉽게 조절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빵을 굽기 적당한 온도가 되었는지 확인해 보는 절차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자투리 반죽을 오븐 입구 가까이에 두고 보면서 오븐 내 온도를 가늠해 본다던가. 누군가가 이 반죽 조각을 길쭉하게 만든 뒤 설탕이나 꿀로 범벅해 맛있게 만들었는데, 온도 확인을 하는 김에 간식거리도 얻는 일석이조의 정신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던 게 결과적으로 토르체티가 되었다는 이야기다.[1]

그리시니. 종류에 따라 빼빼로처럼 얇은 것도 있다.

한편 그리시니 파생설도 있다. 그리시니는 피에몬테 주 토리노 지방에서 기원한 막대모양 이다. 브레드스틱(Breadstick)·막대빵이라 불리는 게 바로 그리시니다. 기본 재료는 밀가루와 물, 빵효모, 소금. 후식용 그리시니(Grissini dolci)는 버터와 설탕까지 첨가되는데 토르체티 재료와 동일하다. 만들어지는 지역, 형태, 재료가 다 유사하니 그리시니와 어떻게든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그 '어떻게 연관되었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몇몇 제빵사들이 종종 아이들을 위해 그리시니를 설탕에 굴려 구워 주곤 했다는 이야기가 있고,[1] 그리시니를 만들던 어떤 제빵사가 한 충동적인 행동이 토르체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4] 후자의 얘기 속 제빵사는 그리시니 반죽에 쓰다 남은 버터를 첨가해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른 평범한 그리시니와의 차별화를 위해 설탕에 굴린 뒤 한차례 꼬아냈는데 이게 바로 토르체티가 되었다는 것이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긴 한데, 의외로 이와 관련해 명쾌하게 결론난 예도 존재한다. 바로 피에몬테 주 알리에(Agliè)의 토르체티에 관한 이야기다. 이곳의 제빵사 파나 프란체스코(Pana Francesco)가 반죽 조각을 구부리고 설탕을 뿌린 뒤 구워내 새로운 후식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게 우연찮게 높으신 분들의 식탁에 올라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사보이아-제노바 공작의 딸인 보나 마르게리타(Bona Margherita) 공주는 1939년 7월 프란체스코를 이 음식의 발명자로 인정하면서 특허권을 수여했으며, 그와 동시에 그녀의 전속 제빵사로 임명했다.[1] 시기를 보아 이걸 토르체티의 기원이라 여기긴 어려우나 추측만 오가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사실이 전해진다는 건 유독 눈에 띄는 점이다.

변천
오늘날 토르체티는 과자로 분류되고 있으나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달달한 빵이었는데 이는 애초에 빵 반죽으로 만드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9세기 이래로 크게 변화한 레시피는 토르체티를 '페이스트리'에 걸맞게 탈바꿈시켰다. 보다 '과자'에 가깝게 변한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버터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단 토르체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1790년에 나왔는데, 새로운 음식이 생기자마자 문헌에 등장할 리는 없으니 18세기 말 이전부터 먹어왔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버터는 산업화가 진행되던 19세기 이후에나 보편화된 식품이다. 따라서 반죽의 버터 함량이 늘어난 것도, 그리고 이런 토르체티가 대중화된 것도 이 시기 이후였다.

제분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제 밀가루의 사용량이 많아졌고, 더불어 기존 빵효모의 대체제가 생긴 점도 토르체티의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화학적 팽창제(베이킹 파우더 등)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이를 넣어 부풀리는 토르체티가 등장한 것이다. 시판 토르체티의 성분을 보면 이러한 물질을 쓴 걸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빵효모를 쓰는 방식이 여전히 주류이긴 하나 그 효모의 형태도 사뭇 달라지게 되었다. 초기에는 비알라르디의 레시피에서처럼 천연 효모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활성 건조 효모나 인스턴트 효모, 또는 맥주 효모를 넣는 편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천사는 토르체티가 빵집과 과자점을 가리지 않고 생산·판매되는 배경이 되었다.[1]

조리법[편집 | 원본 편집]

재료
반죽은 밀가루(00flour),[5] 물, 빵효모, 버터, 소금(+맥아)으로 만든다. 토르체티는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베이킹 파우더를 쓰는 다른 과자류에 비해 준비 시간이 긴 편이다. 빵효모는 맥주효모로 대체 가능하며 더 나아가 그냥 맥주를 첨가하기도 한다. 더불어 레시피에 따라 반죽에 달걀 흰자, 라임·레몬·오렌지 제스트, 향신료 등이 추가된다.

토르체티의 단맛은 과자 겉면에 붙는 설탕이 전적으로 맡는다. 설탕은 어떤 종류를 사용하든 상관없다. 정제당, 원당, 과립당, 가루설탕 등 다양하니 그냥 조리법에 적혀 있는 대로 준비하면 된다. 설탕을 로 대체할 때도 종종 있다. 꿀은 설탕묻히듯 과자를 완전히 뒤덮거나 적당히 끼얹는다. 또한 때때로 이런 감미료 대신 참깨 등 다른 재료를 쓰기도 한다.

만드는 과정
재료를 섞어 반죽을 만들고 두차례의 발효 과정을 거친다. 이후 성형 과정까지 끝마친 뒤 오븐에 구우면 완성이다. 한편으로는 기름에 튀겨 만드는 방식도 존재하며, 이로 인해 토르체티를 도넛류로 분류하기도 한다.

반죽 성형 과정

발효 이후 부드러워진 반죽은 납작하게 펼치고 일정 크기로 조각을 낸다. 개별 조각은 길쭉하게 빚어낸 후 반죽 끝자락을 각각 잡고 구부려 고리형으로 만든다. 사진처럼 엇갈려 붙여도 되고 그냥 끝부분만 붙여도 된다. 그리고는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겹쳐진 부분을 살짝 눌러준다. 이후 설탕에 고리 모양의 반죽 양면을 눌러 묻힌다. 이 과정은 고리형으로 만들기 전, 반죽이 아직 길쭉할 때 미리 해도 무방하다. 여기까지 모두 마쳤다면 남은 건 굽는 일 뿐인데, 레시피에 따라 그 직전에 중간발효를 하기도 한다. 구워 완성한 토르체티는 노릇하며 부스러지기 쉬운 질감을 갖고 있다. 과자 뒷면은 설탕이 카라멜화되면서 앞면에 비해 바삭하게 변한다.

지역별 특징[편집 | 원본 편집]

피에몬테 주발레다오스타 주가 토르체티로 유명하다. 리구리아주 일부 지역에서도 이를 생산 중이긴 한데 다른 두 주에 비해 존재감이 약하다.


피에몬테 주
피에몬테 내 다양한 지역에서 토르체티를 만드는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토리노를 중심으로 한 대도시권, 란조 계곡(Valli di Lanzo) 근방, 카나베세(Canavese) 지방, 발레다오스타 주와의 경계에 위치한 알프스 산맥(Alpi Biellesi) 근처가 그 예시다. 그래서 PAT(전통 농식품을 대상으로 한 이탈리아의 품질인증제도) 인증을 취득한 제품들도 다수 존재한다.[6]

토르체티 디 란조
(Torcetti di Lanzo)

이렇다보니 지역에 따라 토르체티의 특색이 달라진다. 란조(Lanzo Torinese)와 알리에, 카나바세 서부의 토르체티는 두께가 얇은 편이다. 버터가 비교적 적게 들어가고 캐러멜화를 거친다는 점도 이 지역 토르체티의 특징이다. 타 지역에 비해 캐러멜화되는 이유는 토르체티 겉면에 조리용 붓으로 물을 칠하고 이후 설탕으로 덮기 때문이다. 특히 란조에서 이 방식을 쓴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로 인해 유독 반질반질 윤이 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알리에의 토르체티(Torcetti di Agliè)도 상술된 조리법을 따르는데 캐러멜화는 적당히 진행되는 수준이라 겉표면의 설탕 결정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1]

토르체티 알 부로
(Torcetti al Burro)

반면 좀 더 두껍고, 색이 보다 옅으며 버터 함유량이 높은 형태도 존재한다.[3] 토리노 근처 이브레아 세라(Serra Morenica di Ivrea)의 토르체티(Torcetti della Serra)나 비엘라(Biella)의 토르체티(Torcetti Biellesi)가 대표적이다. 이를 아예 '버터 토르체티(Torcetti al Burro)'라고도 부르며 이름에서 여실히 느껴지듯 버터의 풍미가 물씬 난다는 점이 매력이다. 참고로 비엘라에서는 이 토르체티 외에 turcetùn이라는, 보다 담백한 반죽을 사용해 커다란 토르체티도 만든다.

오늘날 토르체티는 상술된 지역 뿐만이 아닌 피에몬테 전역에서 즐겨먹는 전통 과자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이 지방에서는 달걀 노른자, 설탕, 와인(또는 우유)을 휘저어 만드는 자바이요네(zabajone)에[7] 토르체티를 곁들여 먹곤 한다. 토르체티와 잘 어울리는 이곳의 와인으로는 '아스티 스푸만테(Asti Spumante) DOCG'나[3] '에르바루체 디 칼루소(Erbaluce di Caluso) DOCG'가[8] 있다.


발레다오스타 주

토르체티 디 세인트 빈센트
(Torcetti di Saint Vincent)


피에몬테 주만큼 다양한 지역에서 토르체티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바로 세인트 빈센트(Saint Vincent)라는[9] 마을(코무네)이 토르체티로 매우 유명하기 때문이다. 사보이(Savoy, 사보이아(Savoia))의 마르게리타(Margherita) 왕비가 세인트 빈센트에 잠시 체류할 때 이곳의 토르체티를 즐겨 먹었다는 일화가 있다. 특히 한 제과점의 토르체티를 매우 마음에 들어해서 제과점 주인장에게 바로 기사 작위를 수여할 정도였다.[10] 당시 마르게리타 왕비의 행동, 옷차림, 먹는 음식 등은 대중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받곤 했는데 여기 토르체티도 그런 식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사례다.


리구리아 주
리구리아 주의 토르체티는 다른 두 주에 비해 별다른 존재감이 없다. 그래도 나름 PAT를 취득한 제품이 존재한다. 사보나(Savona) 배후지에 있는 보르미다 계곡(Bormida Valley) 주변과 말라레(Mallare) 마을이 토르체티 주요 생산 지역이다.[11] 이 곳 토르체티의 특징은 리큐르로 맛을 내며 굽기보단 튀겨 만든다는 점이다.

여담[편집 | 원본 편집]

  • 알리에에서는 4월에 피에몬테 주의 여러 후식과 토르체티에 관한 축제(Sagra del Torcetto e del Dolce Tipico Piemontese)를 연다.[12] 간단하게 토르체티 축제(Sagra del Torcetto)라고도 하는데 정식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토르체티 외 과자들도 맛볼 수 있다.

관련 문서[편집 | 원본 편집]

각주

  1. 1.0 1.1 1.2 1.3 1.4 1.5 1.6 Torcetti, food in italy, 피에몬테 알리에 토르체티 특징
  2. 원문에서는 간단하게 Confetturiere Piemontese라 써있다. 제대로 된 명칭은 더 길다. 출처:Academia Barilla - Il confetturiere piemontese che insegna la maniera di confettare frutti in diverse maniere, far biscottini, marzapani, canestrelli, acquavita, sorbetti e molte altre cose appartenenti a tal arte
  3. 3.0 3.1 3.2 3.3 PIEMONTE AGRI QUALITÀ - TORCETTI PASTRY
  4. We Knead To Bake #4 : Torcettini di Saint Vincent
  5. '00(=double zero)'는 이탈리아의 밀가루 분류법에서 쓰는 말이다. 밀의 제분 정도에 따라 나뉘는데 '00'는 곱게 빻아냈다는 뜻이다. 이 밀가루는 피자 도우, 파스타 등을 만들 때 자주 쓰인다.
  6. 출처
  7. 커스터드와 비슷한 크림 소스. 종종 음료로 만들기도 한다. 조리할 때 빈번하게 사용하는 와인은 마르살라 와인이지만 다른 종류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참고로 비엘라에서 토르체티와 함께 먹는 음식으로 아르수마(Arsumà)가 있는데, 이 또한 자바이요네의 일종으로 취급된다.
  8. Castello di Azeglio - Wines
  9. 이름 표기를 상빈셍으로 하는 경우도 있던데 아는 위키러가 정확한 이름으로 수정바람
  10. 출처 A Baker’s Tour – Nick Malgieri’s Favorite Baking Recipes from Around the World, NICK MALGIERI, First Edition, [HarperCollins Publishers] 2005.
  11. FOOD in ITALY - Torcetti
  12. Comune di Aglié - Culture and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