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기스

Haggis
모 팬티와 헷갈리면 곤란하다[1]

1 개요[편집]

스코틀랜드의 전통 요리. 본래는 타지역에서도 먹어왔으나 18세기 중반을 기점으로 스코틀랜드의 향토음식화 되었다. 푸딩의 일종으로[2] 의 위장 속에 잘게 저민 양의 내장과 오트밀, 양파, 향신료 등을 넣고 삶아 완성한다. 설명을 보면 감이 딱 올텐데, 그렇다. 우리네 순대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 다만 현대 서양인들이 보기엔 엽기적인 재료라 혐오식품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대외적 평가가 어떻든 스코틀랜드 내에서는 보편화된 요리다. 그래서 일반 식료품점에서도 시판 해기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의 사진도 시판 제품.

해기스는 스코틀랜드식 아침식사에 자주 올라오며 흔히 삶고 으깬 스웨드(swede, 노란 순무)와 감자를 곁들여 먹는다. 또한 매년 1월 열리는 번스 서퍼(Burns supper)에 반드시 등장하는 음식이다. 참고로 해기스에 관한 농담으로는 '와일드 해기스(Wild haggis)'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2 역사[편집]

2.1 영국에서[편집]

해기스는 보통 스코틀랜드에서 기원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사실 기원지를 확정지을 만한 근거가 없다. 일단 해기스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420년쯤에 기술된 Liber Cure Cocorum이다.[3] 이 요리책은 잉글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랭커셔주에서 작성된 것이다.[4] 원본이 그대로 전해진 건 아니고 1862년 출판된 리처드 모리스(Richard Morris)의 사본·편집본으로 살펴볼 수 있다. 아래 접힌 부분은 사본과 번역본의 해기스 레시피이다. 운문 형식이라는 게 특이점이다.

For hagese.
Þe hert of schepe, þe nere þou take,
Þo bowel no3t þou shalle forsake,
On þe turbilen made, and boyled wele,
Hacke alle togeder with gode persole,
Isop, saveray, þou schalle take þen,
And suet of schepe take in, I ken,
With powder of peper and egges gode wonne,
And sethe hit wele and serve hit þenne,
Loke hit be saltyd for gode menne.
In wyntur tyme when erbs ben gode,
Take powder of hom I wot in dede,
As saveray, mynt and tyme, fulle gode,
Isope and sauge I wot by þe rode.

For haggis.
The heart of sheep, the kidneys you take,
The bowel naught you shall forsake,
In the vortex made, and boiled well,
Hack all together with good parsley,
Hyssop, savory, you shall take then,
And suet of sheep take in, I teach,
With powder of pepper and eggs [a] good quantity,
And seethe it well and serve it then,
Look it is salted for good men.
In winter time when herbs are good,
Take powder of them I know indeed,
As savory, mint and thyme, quite good,

Hyssop and sage I know by the Rood.


위 책에서 나온 해기스의 철자는 hagese다. 현대와 다른 이유는 철자가 시대별로 계속해서 바뀌었기 때문이다. 1430년쯤에 쓰여진 요리책에서는 해기스 철자를 Hagws라고 썼다. 참고로 1430년 레시피도 원본이 그대로 전해진 건 아니다. 15세기의 요리책 두권을 묶어 소개한 서적(1964)에서 Hagws of a schepe라는 타이틀로 등장한다.[6]

짐작했겠지만 사실 개요에도 써있다 본래 해기스는 스코틀랜드에서만 먹던 음식이 아니었다. 잉글랜드에서도 오랜 시간 즐겨 먹었으며 이는 18세기 초까지 이어졌다. 여러 기록에서 이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를테면 잉글랜드의 저술가 저버스 마크햄(Gervase Markham)이 1615년에 쓴 The English Huswife에 해기스에 관한 묘사가 나온다.[3][7] 또한 결정적인 단서는 19세기의 두 요리책에 있다. 하나는 19세기 초 출판되어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A New System of Domestic Cookery, 다른 하나는 19세기 후반 출판된 Cassell's Dictionary of Cookery다.[8] 이 두권의 요리책은 잉글랜드식 해기스스코틀랜드식 해기스의 조리법을 구별하여 따로 서술한다. 우선 전자는 속재료에 베이컨 부스러기를 추가하고 향신료로 강한 풍미를 낸다. 후자는 수이트를[9] 지방질로 사용하고, 후추와 육두구로 향미를 강화시킨 오트밀을 넣는다.[4]

해기스는 차츰 스코틀랜드 향토음식으로 변화해갔다. 현대에는 영국 내에서나 대외적으로나 해기스하면 스코틀랜드를 떠올린다. 그래서 지금은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서도 해기스를 스코틀랜드 전통 음식이라 설명하고 있다.[10]

2.2 유입된 음식?[편집]

해기스의 이미지가 여러모로 독보적이라 마치 유일무이한 음식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자투리고기를 활용해 만들어 먹는 음식은 오히려 흔하다고 할 법하고, 영국만 봐도 유사한 음식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잉글랜드 남서부 콘월데번주에서 만드는 호그스 푸딩(Hog's pudding)이나 잉글랜드 북서쪽에서 근근히 만들어 먹는 학킨(Hackin, 또는 Hack Pudding)이 있다.[4] 또한 블랙 푸딩·화이트 푸딩도 여러모로 비슷하다. 애초에 영국의 푸딩이란 단어 용법을 생각해보면 해기스와 비슷한 음식이 여럿 있다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해기스가 딱히 고유의 조리법을 가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해기스란 음식 자체가 영국 내에서 자생된 게 아니라, 타지역의 요리를 받아들여 만들어진 음식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기록상 이와 같은 음식의 원형이 고대 때부터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으며 그 대표적인 예로 고대 그리스로마가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건 해기스의 원형이 로마에 의해 영국으로 유입됐고, 현지화의 과정을 거쳐 현대의 해기스가 되었다고 보는 견해다.

해기스같은 음식들의 유사점은 짐승의 자투리고기를 곡물과 섞어낸 뒤 그 혼합물을 담기에 적당한 짐승의 내장(특히 위장) 속에 넣어 둔다는 것이다. 도살한 짐승의 고기, 특히 잡고기는 쉽게 상해서 잡은 직후 먹어치워야만 했는데, 위와 같은 방식을 통해 보존시켰다. 소금으로 절이고 위장에 담아 삶아두면 2·3주정도는 상하지 않았다. 이 발상을 최초로 한 건 로마인들이라 알려져 있다. '소시지'같은 요리방식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이들이니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터였다.

이 견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해기스가 자생적으로 생겨났을 가능성은 물론 존재하나 이를 뒷받침할 관련 기록이 나온 적이 없고, 영국은 과거 로마의 영향력이 미쳤던 지역이다. 따라서 로마의 레시피가 영국으로 전해졌으며 이게 '해기스'의 근간이 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11]

2.3 해기스는 왜 해기스일까[편집]

위의 기록에서 살펴보았듯이 해기스의 철자는 계속해서 변해왔다. 그런데 근본적인 의문이 하나 있었으니, 해기스는 왜 해기스일까? 안타깝게도 아무도 모른다. 이름에 대한 여러 견해가 존재하지만 딱히 정설이랄 게 없다. 그래도 몇가지를 소개해보면 우선 프랑스 단어 유입설이 있다. 알다시피 유럽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은 상당했고, 따라서 프랑스의 단어나 관념이 영어에 고스란히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요리 쪽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 '해기스(haggis)'란 단어가 이런 과정에 따라 정착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프랑스어에서 '저민 고기'를 뜻하는 단어인 hachis가 영어에 유입되고 결과적으로 해기스라는 이름이 나왔다는 견해. 그러나 마땅한 근거가 없다.

혹은 본래 영어에서 존재하던 단어가 변형되어 haggis가 되었다는 의견이 있다. 이를테면 hag, 또는 동사 haggen에서 파생했다는 설이다. hag는 '(거칠게) 자르다', '(음식을) 잘게 썰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 Hack에 대응되는 스코트어 단어다. 그도 아니면 단어 hog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12] 여하튼 의견만 분분한 상황이니 그냥 '이런게 있다' 정도로만 보자.

3 이모저모[편집]

저며낸 양의 심장과 간, 폐를 작게 썰어낸 양파와 오트밀, 수이트와 함께 섞고 향신료와 소금으로 간을 한 뒤 양의 위장 속에 꾹꾹 채운다.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위장을 썼으나 오늘날에는 대개 소시지 케이싱을 쓴다.[10] 더불어 대부분의 해기스 레시피가 양고기를 베이스로 삼기는 하나 사실 어떤 동물의 고기를 쓰든 상관은 없다. 이전에는 송아지도 많이 썼던 모양. 스코틀랜드에서 양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양고기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 아닌가 싶다. 고기 종류 뿐만이 아니라 해기스의 속재료도 종종 바뀐다. '역사'항목에서 언급된 것처럼 지역차도 있고, 트리프(양)나[13] 소고기, 돼지 곱창을 넣을 때도 있다. 향신료는 고수 씨를 주로 사용한다. 해외에서 혐오음식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것에 비해 그리 '끔찍한' 재료들은 아니다. 속재료를 채운 케이싱은 입구를 봉하고 소시지삶듯 삶는다. 해기스는 최상단 사진 속 형태같은 둥근 것도 있고 일반 소시지처럼 길쭉한 것도 있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아무래도 후자쪽이 거부감이 덜한 편.

해기스를 먹는 가장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은 해기스+스웨드+감자 조합으로 먹는 것이다. 흔히 Haggis, Neeps and Tatties 정도로 부른다. neeptattie는 스코트어로 스웨드(노란 순무)와[14] 감자란 뜻이다. 스웨드와 감자는 삶고 으깬다. 이 요리를 설명할 때 '매시드 포테이토'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가끔 레시피에 따라 스웨드를 순무로 대체하거나 당근을 더하는 경우도 있다. 조리 중 버터우유 등을 첨가하고,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한다. 그리고는 해기스와 함께 그릇에 담는다. 그냥 먹기도 하지만 위스키 소스를 끼얹을 때도 있다.

또한 해기스는 스코틀랜드식 아침식사에 자주 등장한다. 영국식 아침식사하면 떠오르는 베이크드 빈스계란 프라이, 베이컨, 블랙 푸딩 등과 함께 먹는다. 먹는 방식은 그 밖에도 많다. 샌드위치햄버거 속재료로 삼을 때도 있고, 크로켓으로 만들 때도 있다. 해기스는 단독으로 먹기보다는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는 편이다. 반주로는 보통 스카치 위스키를 마신다. 해기스나 스카치 위스키나 둘 다 스코틀랜드 전통 음식이니 가장 평범하고 전형적인 조합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해기스는 스코틀랜드에서 워낙 보편화된 음식이라(1년 내내 먹는다) 일반 식료품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가 있다. 상품화된 해기스는 여타 고기들처럼 포장하거나, 비닐에 담아두거나, 진공포장을 하기도 하고, 또는 캔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편의점 음식처럼 간단하게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상품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홈메이드 해기스를 만들어서 팔기도 한다. 이런 해기스는 주로 식용 비닐에 담겨있는 편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해기스도 있다! 원형이 워낙 고기고기한 구성이라 바뀌는 구석이 참 많아보이지만, 생김새는 별 차이없다. 오리지날 해기스에도 들어가는 오트밀은 비중이 커지고, 렌즈콩이나 볼로티 콩, 강낭콩, 말린 완두, 보리쌀 등을 주재료로 삼는다. 버섯이나 양파·당근 등의 채소, 그리고 때때로 견과류도 추가한다. 향신료는 뭐... 딱히 제한이 없다. 각종 허브나 후추 등등. 조리법은 원형과 소소하게 달라지는 수준이다.[16]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나 수요가 많은지 식료품점에서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가령 시판 해기스 캔 중에 베지테리언 해기스 버전이 따로 존재한다.

3.1 번스 서퍼와 해기스[편집]

Robert Burns

스코틀랜드인들이 로버트 번스(Robert Burns)에게 갖는 감정은 각별하다. 번스는 스코틀랜드의 국민시인이며 그가 썼던 시들은 오늘날까지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로 시작하는 노래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노래가 바로 번스가 썼던 시와 곡에서 나왔다. 제목은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또는 '작별')'. 어떻게 보면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로버트 번스의 사후 친구들과 지인들이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가졌던 모임은 이내 스코틀랜드 전체가 즐기는 기념일이 되었다.[17] 스코틀랜드에서는 매년 1월 25일, 로버트 번스의 생일날을 번스 서퍼(Burns supper)라는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번스 서퍼는 번스 나이트(Burns Night), 혹은 로버트 번스 데이(Robert Burns Day)라고도 불린다.

해기스는 이 기념일에서 '메인 요리'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렇게 된 연유는 로버트 번스가 1786년에 해기스를 찬양하는 시 '해기스에게 고함(Address to a Haggis)'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스 서퍼 때의 해기스는 다른 평일날 먹는 해기스와는 달리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 해기스는 파티 도중 큰 접시에 담겨 파티 주최자 앞에 놓여진다. '특별한 해기스'답게 들어오는 동안 킬트(kilt, 스코틀랜드 전통의상)를 입은 연주자가 백파이프를 불어준다. 파티 주최자는(혹은 참석자 중 하나가) 해기스를 앞에 두고 '해기스에게 고함'을 읊는다. 전부 낭송했다면 사람들의 박수소리, 펑펑 터지는 축포소리와 함께 주최자가 해기스를 반으로 잘라내고, 그와 함께 식사가 시작된다. 반주는 보통 몰트 위스키나 블렌디드 위스키가 맡는다.[17]

해기스는 평일날 먹는 것과 별 차이 없는 상태로 접시에 오르기도 한다. 다만 아무래도 번스 서퍼같은 때는 나름 기념일 기분을 내는 것도 좋은 법이다. 이 날의 해기스로 널리 알려진 형태로는 Haggis, Neeps and Tatties tower가 있다. 별 건 아니고 세 가지 음식을 층층이 쌓아놓아서 이름에 '탑'이 붙었다. 힘을 줬다기에는 민망할 정도지만 그냥 흐트러진 상태로 먹는 것보다는 훨씬 깔끔하고 왠지 모르게 맛있어 보인다. 번스 서퍼에서 제공되는 모든 요리는 전통 레시피대로 만드는 게 관례지만 때때로 새로운 형태를 선보이기도 한다. 특히 호텔같은 곳에서는 해기스를 여러 방식으로 가공하여 멋들어지게 만든다.

해기스는 이 번스 서퍼 뿐만 아니라 다른 기념일에도 등장하는 음식이다. 예를 들어 12월 29일부터 5일간 펼쳐지는 신년맞이 축제, 호그마니(Hogmanay)에서도 해기스를 먹는다. 그만큼 스코틀랜드인의 일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조리법[편집]

재미로 한번 살펴보자. 계량 단위는 영국 기준이다. 설마 진짜로 만들지는 않겠지

5 혐오식품?[편집]

Lamb Haggis.jpg

슬프게도, 해기스는 '혐오식품'하면 늘 손꼽히는 요리 중 하나다. 사진발이 참 안 받는 음식이라 가끔 보는 사람을 흠칫하게 만드는 해기스 사진들이 있다. 오른쪽 사진은 나름 잘 나온 편이다. 음식 자체를 접하기 힘든 데다가 그나마 보는 사진 중 폭탄이 섞여있다 보니 괜스레 꺼리게 되는 것 같다.

이 요리에는 치명적인 두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하나는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진동한다는 점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선 향신료를 팍팍 넣어 냄새를 잡고 만드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네 순대가 대부분 비린내를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만들어 먹는 것처럼 스코틀랜드에서도 비린내를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만들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문제는 비주얼이 꽤나 혐오스럽다는 점. 색부터 그다지 식욕이 돋는 것 같지는 않은 갈색 거무튀튀한 색인데다가 포장지인 양의 위장이 모양이 퍼지면 여하튼 쉬이 예쁘게 봐줄 디자인이 아니다. 물론 요리가 맛과 영양소 정도만 잘 챙기면 됐지 비주얼이 꼭 중요한 건 아니지만, 기왕이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인데 해기스는 익숙한 사람을 제외하면 그다지 식욕을 돋우게 생겨먹지 않았다. 여하튼 이런저런 원인이 겹쳐 서양 문화권에선 단단히 혐오식품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 '해기스=혐오음식' 인식이 드러난 예시로는 2005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이 있다. 게다가 이는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Gleneagles)에서 G8 회의가 열리기 며칠 전인 7월 3일, 러시아·독일과의 정상회담 중 나왔다. (물론 짧은 휴식시간에 나온 말이다.) 당시 그는 영국 요리핀란드 요리 다음으로 맛없는 요리라고 비난하면서, 스코틀랜드 출신이었던 NATO 사무총장이 자신에게 해기스를 강권했던 일화를 풀어놓았다. 그리고는 그 이후로 NATO와 프랑스의 관계가 꼬이기 시작했다며 농담했다.[18] 그의 발언은 사사건건 프랑스와 충돌하는 영국을 트집잡기 위해 나온 것이지만, 적어도 해기스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있지 않다는 점은 잘 어필된 것 같다.

시라크 같은 막장일화는 아니지만 조지 워커 부시미국 대통령도 해기스에 관한 작은 에피소드가 있다. 위보다 조금 앞선 시기(6월 29일)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영국의 일간지 Times of London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물론 그 또한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G8 회의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스코틀랜드에 도착하기로 예정된 날은 다름 아닌 그의 생일이었는데, 긴 인터뷰 중 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스코틀랜드에 관한 짤막한 질문이 오갈 때였다. 질문자는 그에게 생일을 즐길만한 어떤 계획이 있느냐며 또한 거기에 해기스가 포함되는 지를 물었다. (위에서 언급했듯 스코틀랜드에서는 기념일에 해기스를 먹는 풍습이 있다.) 조지 W. 부시는 익살스러운 태도로 자기가 해기스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면서, 그걸 먹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다음과 같다. "보통 생일날 어머니가 '무엇을 먹고 싶니?' 하고 물어보았을 때, 나는 지금껏 '해기스요, 엄마'라고 말해본 적이 없다."[19] 부시의 인터뷰는 미국 내의 해기스에 대한 거부감이나 미국정부가 영국산 양의 부속물(로 이루어진 해기스)에 내린 수입 금지 조치를 설명할 때 종종 인용된다.[20]

한국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해기스에 관한 일화로는 '영국 음식에 대한 푸틴+부시의 대화+고통받는 블레어'가 있다. 과거 한 국제회의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영국 요리를 신나게 까자 다른 정상들도 동의하였고(...) 이에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당시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에게 SOS를 요청하자 부시는 샌드위치는 맛있었다고 했는데, 이에 푸틴이 해기스를 먹어봤냐고 묻자 단호하게 'Must!' 라며 안먹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는 슬픈 이야기다. 다만 이 일화는 출처없이 떠도는 중이라 그대로 믿지 않는 게 좋다.

아시아 사람들에겐 꼭 혐오식품까지는 아니다. 재료가 양 고기라는 점만 빼면 순대와 똑같다보니, 영국으로 유학 간 사람들 중에는 순대 즐기듯 즐기는 사람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사실 외국인들이 즐겨먹는 소시지는 원래 해기스처럼 먹다 남은 잡육으로 만드는 물건이 오리지널이고 지금처럼 살코기로 만드는 건 사도인데 지금은 정작 사도가 정식 취급을 받고 원조가 괴식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흡사 한국에서 인스턴트인 믹스 커피를 '커피'라고 부르고, 진짜 원두를 달여 마시는 건 '원두 커피'라 하여 오히려 원두를 달여먹는 쪽을 사도로 취급하는 것과 같은 이치.

6 상상의 동물[편집]

이 요리 해기스에는 재미있는 속설이 하나 있다. 보통 어린이들이 부모에게 무언가 물어보면 종종 장난스럽게 대답해주는 부모들이 있기 마련인데 해기스의 경우도 어린이들이 부모에게 해기스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종종 '응, 이건 해기스라는 동물(Wild Haggis)을 잡아서 만든거야'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가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해기스라는 야생 동물이 있다면서 낚시질을 하기도 한다. 구글 등지에서 Wild Haggis 라고 검색하보면 해기스라는 동물의 생김새라는 사진들이 주르륵 나온다만, 당연히 전부 다 가짜이다. 영어 위키백과에도 야생 해기스 문서가 있다.[1]

이것이 유명해지면서 결국은 매년 연말에 이 '동물' 해기스를 사냥하는 행사가 열리게 되었다. 물론 실제 해기스라는 동물은 없기 때문에(상술했듯, 해기스의 진짜 재료는 양의 부속물들이다) 말 그대로 사냥하는 시늉만 내며 노는 행사이며 역시 끝난 뒤에는 해기스를 나눠먹는다.

7 여담[편집]

  • 한국에서 해기스를 소개할 때는 꼭 '스코틀랜드식 순대'같은 문구를 더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도 해기스가 푸딩, 소시지의 일종이니 순대와는 먼 친척쯤 되는 셈이다. 한국인들은 익숙한 음식이 있다보니 다른 국가 사람들보다 거부감이 덜한 편. 해기스에 대한 시식평들을 보면 실제로도 나름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한다. 다만 한국인 입맛에는 조금 느끼한 모양이다.
  • 한국에서는 해기스를 맛 볼 방법이 사실상 전혀 없다. 애초에 한국 내에 영국식 레스토랑 자체가 흔하지 않은 데다가, 그나마 있는 것도 한국화한 것들만 취급하고, 또 영국식이라지만 대부분은 잉글랜드 식아니 사실은 인도식이라고 해야 하나?[21] 이라 스코틀랜드 식품인 해기스는 취급하지 않는다. 그냥 영국 갈 일 있으면 먹어보자.

8 관련 문서[편집]

9 각주

  1. 사실 팬티쪽은 Huggies, 즉 '허기스' 인데 어째 한국에서는 '하기스'로 통한다.
  2. 디저트 푸딩이 아니라 동물의 내장에 자투리고기와 곡물 등 여러 재료를 넣고 삶아 만드는 '소시지의 일종'을 말한다. 그러니까 블랙 푸딩할 때 그 푸딩. 보통 짭짤한 맛을 낸다.
  3. 3.0 3.1 Oxford English Dictionary - haggis
  4. 4.0 4.1 4.2 The foods of england project - Haggis
  5. Liber cure Cocorum - by Richard Morris / by Cindy Renfrow
  6. 출처 Two fifteenth-century cookery-books : Harleian MS. 279 (ab 1430), & Harl. MS. 4016 (ab. 1450), with extracts from Ashmole MS. 1439, Laud MS. 553, & Douce MS. 55, Austin, Thomas, [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1964
  7. 이 책은 당시 영국의 요리문화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8. 후자의 책은 빅토리아 시기를 망라하는 여러 요리법을 담고있다.
  9. 소나 양 등의 콩팥·허리부근에 존재하는 흰 고체 지방을 말한다. 영국 요리에서 많이 쓰이는데 대표적인 예시로 민스파이가 있다.
  10. 10.0 10.1 scotland.org - Scottish Food and Drink
  11. 출처 Oxford Companion to Food, Alan Davidson [Oxford University Press:Oxford] 1999 (p. 365)
  12. The food timeline - Haggis
  13. 동물 양이 아니라 소·양·사슴 등 반추동물의 위를 말한다. 정확히는 4개의 위실을 가리키며 트리프의 경우 3종류로 분류한다. 첫번째 위에서 얻는 가장 평범한 '플래인 스무스 트리프(양)', 두번째 위의 가장 높게 쳐주는 '허니콤 트리프(벌집양)', 두번째 위의 끝자락에 위치한 포켓 트리프가 있다. 각각의 트리프는 질감과 맛이 서로 다른데, 질기다는 점은 똑같아서 오랜 시간 조리해야 한다. 잉글랜드에서는 '노동자의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다만 타지방에서는 향토음식으로 생각하는 듯. 출처1 출처2
  14. 다만 진짜 순무는 아니고 그냥 비슷하게 생겨서 순무 취급을 받는 불운한 채소다. 실제로는 양배추의 일종이며 루타베가(Rutabagas), 스웨디시 턴닙(Swedish turnip)이라고도 불린다. 생김새는 둥글고(다만 순무만큼은 아니다) 위에는 보라색, 아래는 노란색이다.
  15. 반시계방향으로 설명하자면 각각 타티스콘(감자스콘), 해기스, 블랙 푸딩, 베이크드 빈스다.
  16. How to cook the perfect vegetarian haggis
  17. 17.0 17.1 scotland.org - The Ultimate Guide to Burns Night
  18. "음식이 형편없는 나라 사람은 믿을 수 없다" 2005-07-05 연합뉴스
  19. Interview of the President by the Times of London
  20. 예시1 예시2 예시3
  21. 영국 요리 문서에도 나와있듯 영국 요리는 인도 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