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 (국제정치학):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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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5일 (화) 00:30 판

틀:학술 관련 정보 현실주의(Realism)는 국제관계학, 국제정치학의 주요 이론 중 하나다. 이름은 현실주의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으며(합리적 행위자 가정), 다른 이론이라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무슨 신성로마제국도 아니고


개요

국제정치에서 국가 간의 이해 관계를 파악하는데 사용되는 이론 중 하나. 홉스적인 인간관에 기초하여 자연상태를 무정부상태(anarchy)이자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파악하는 것이 특징이다. 참고로 국제정세에 관한 현실주의적 분석을 보면 상당히 시니컬하다는 느낌이 든다.

기본 가정

현실주의의 핵심 가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국제정치의 기본 단위는 개별 국가(state)이다.
현실주의에서는 NGO, 국제기구를 국가의 꼭두각시로 간주한다. 어차피 강대국 입맛대로 돌아갈 뿐이라는 것이다.
  •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다.
  • 국제사회는 무정부 상태이다.
현실주의는 기본적으로 국제사회를 무정부 상태로 파악한다. 국가들의 관리자 따위는 없으며, 힘 쎈 놈국가가 살아남는다, 이 말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현실주의의 어떤 분파냐에 따라 이 가정들에 수정이 가해지므로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이건 그냥 맛보기라 생각하고, 자세한 건 아래의 분파 부분을 참고.

역사

기원

주로 현실주의의 기원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찾는다. 아테네스파르타, 코린트 등의 폴리스들 간 이해관계를 파악하면, 힘에 의한 선택이라는 규칙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인의 딜레마' 개념과 더불어 폴리스 간의 군비경쟁도 찾아볼 수 있다.이런 경향은 마키아벨리홉스로도 이어져내려오며, 이를 고전적 현실주의라고 부른다.

물론 고대 그리스적부터 사회과학의 분과학문인 정치학의 분과학문인 국제정치학의 이론으로 현실주의가 쓰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고대 그리스인들이 모든 것을 먼저 생각해버렸을 뿐. 나쁜 놈들. 애초에 사회학부터가 19세기 에밀 뒤르켐막스 베버에 이르러서야 정립된 신생(?) 학문이고, 국제관계학은 1918년에 시작된 것으로 간주된다.[1]

냉전기

냉전기 국제관계학의 대세는 현실주의였다.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전쟁과 동맹이 생겨나는 이유,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들 사이의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현실주의의 특징이 냉전기 미국소련 사이의 패권경쟁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탈냉전기

잘나가던 현실주의였지만, 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당시 현실주의의 주류였던 신현실주의의 주장과 달리 미소 긴장이 완화되고 화해 분위기로 돌입하면서 국제 정치 상황이 변화했고, 결국 현실주의의 적실성 또한 시험받게 되었다. 더욱이 환경 문제와 같은 비군사적 안보 이슈의 중요성 증대, 비국가 행위자들의 활동 등의 요인으로 현실주의가 중시하던 군사력의 중요성은 떨어지고 국가간의 상호의존은 심화되었다.[2]

또한 80년대 말 무렵부터 현실주의의 합리주의적 가정을 거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세계화로 인해 초국가적 사회현상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현실주의의 기본 단위이던 개별 국가가 행사하는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결국 현실주의에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분파

고전적 현실주의(Classical Realism)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로 대표되는 고전적 현실주의는 '권력의 추구'가 인간의 중요한 본성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는 국가 또한 마찬가지로, 모든 국가는 다른 국가를 지배하려는 본질적인 욕망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또한 이들에 따르면 국제관계는 제로섬 관계다. 무슨 말이냐면, 남의 손해가 내 이득이고, 내 손해가 남의 이득이라는 소리다. 그래서 국제 무대에서 중요한 건 '내가 쟤보다 세냐'이지, '내가 얼마나 세냐'가 아니다! 내가 아무리 세도 쟤가 더 강하면 말짱 꽝이니. 당연히 이런 관점에서는 공통의 이익에 기반한 협력이 가능하다고 볼 리가 없다. 물론 옛날옛적에도 동맹이나 무역과 같은 협력관계는 존재했다.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그런 거 다 가식에 불과하다는 소리다.

한편 이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주변국들은 항상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국제사회는 무정부 상태이므로 우리나라를 도울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국방비를 높여서 군사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물론 여기서 "우리나라 부국강병 끝 :D"이 아니다. 말했듯이 국제관계는 제로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국력 증강은 곧 주변국의 국력 감소와 같은 말이다. 따라서 주변국은 살아남기 위해 자기들의 군사력을 증강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따라서 우리는 국방비를 높여서 군사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이하 무한반복.

위와 같은 상황을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라고 한다. 이 시점에서 슬슬 "아니 그런데 그럼 진즉 다들 무한히 군사지출만 높이다가 1등 부자나라만 남기고 다 나가 떨어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 세계에 존재하는 국가만 200개를 훌쩍 넘어가네? 현실주의는 완전히 틀려먹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애석하게도 똑똑하고 현명했던 우리의 현실주의자들께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안해낸지 오래여서, 19세기 유럽에서도 써먹은 바가 있다. 그 유명한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이 바로 그 답이다.

서로 국력이 비슷한 국가 여러 개가 있다고 하자. 다들 이웃나라를 침략할 기회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클라우제비츠도 말했듯이, 공격은 수비보다 어렵다. 따라서 아무도 서로를 공격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한 나라가 갑자기 부강해질 수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다른 국가들이 이 갑툭튀한 국가에 대항해서 동맹을 맺기로 하는 것이다. 다구리 앞에 장사 없다 카더라. 혼자 아무리 힘을 길러봤자 그 속도는 동맹 맺는 속도만 못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아무도 함부로 다른 나라를 침략할 생각을 먹지 못한다. 그러므로 오늘도 우리의 평화는 유지된다. 이 상황이 바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 상황이다.

신현실주의(Neo-Realism)

정치학에서도 과학적인 접근법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는 "국제정치론"(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1979)에서 기존의 현실주의를 연역적인 이론으로 재해석하고자 했고, 이는 신현실주의라고 불리게 된다.

신현실주의는 구조적 현실주의(Structural Realism)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신현실주의가 국제사회의 구조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월츠에 따르면 체제란 구조와, 구조 내에서 상호작용하는 행위자들로 구성된다. 또한 정치적 구조는 세 가지 특징을 갖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지배 원리(ordering principle)로, 체제가 무정부 상태(anarchic)인지, 계층적(hierarchical)인지로 나눌 수 있다. 쉽게 말해 난장판이냐, (좋든 나쁘든) 질서가 살아 있냐는 것이다. 둘째, 행위자의 특성이다. 각 행위자가 기능상 동질적인지 이질적인지를 말하는 것이다. 국제정치로 말하자면 각 국가들이 이름만 다르지 행동은 같은 것인지(동질적), 이름도 다르고 행동도 다른 것인지(이질적)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힘의 분배 상태이다.

월츠에 따르면 국제체제는 1. 무정부 상태이고, 2. 각 국가는 동질적이다[3]. 따라서 국제체제의 성격을 결정짓는 유일한 변수는 힘의 분배 상태이다. 이 분배상태에 따라 국제체제는 크게 양극체제(bipolar system), 다극체제(multipolar system)으로 나뉜다. 전자는 미국소련냉전기가 대표적이고, 다극체제는 유럽의 상황이 대표적이다. 참고로 소련의 패망으로 냉전이 끝난 이후 현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단극적다극체제로 분석된다.

분파 내의 분파

신현실주의는 다시 크게 둘로 나뉜다. 공세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와 수세적 현실주의(Defensive Realism)이다.

이하는 월트(1998)를 기반으로 일부 내용을 추가 및 재가공한 설명이다.[4]

  • 수세적 현실주의(Defensive Realism)

각 국가가 안전의 보장(security)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월츠(Waltz), 반 에베라(Van Evera), 잭 스나이더(Jack Snyder)등이 수세적 현실주의자다. 이들에 따르면 국가는 군사적 정복 자체에는 딱히 흥미가 없고, 그냥 자국의 안전만 보장되면 만족할 것이다. 애초에 수비가 공격보다 쉽기도 하고.

  • 공세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

수세적 현실주의와는 반대로, 각 국가가 국력(power)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가가 '적당히' 만족하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수비가 쉽다한들, 대포가 성을, 총이 기사를 쓸모없게 만든 데서 알 수 있듯이, 기술의 발전은 언젠간 수비의 이점을 무력화시킬 것이고. 따라서 국가는 끊임없이 힘을 갈망하게 된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미어샤이머(Mearsheimer)가 있다.


신고전적 현실주의(Neoclassical Realism)

지난 세기에 왔던 고전적 현실주의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허무하게 끝나버린 냉전 이후 적잖이 당황했던 현실주의자들은 살아남을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신고전적 현실주의다. 이들은 신현실주의의 가정을 넘어서고자 했고, 국가만 신경 쓰는 것에서 벗어나 개인, 국내적 차원의 문제에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현실주의에 관해 이들은 '힘의 분배가 중요한 요인이긴 한데, 그게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보다는 행위자 레벨(unit-level), 즉 국내적 요인이 국제체제와 국가의 행동 사이의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그중에서도 특히 의사결정권자들[5]의 인식, 통일성 등이 중요한 변수라고 간주한다.[6] 으악 변수 그만 좀 추가해라 국제관계학도 다 죽는다!

평가

장점

세계를 굉장히 비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이 이론대로 외교를 한다면 통수맞고 망할 가능성이 적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져도 (아직은) 세상사가 약육강식에 기반해 돌아가기 때문. 이름값대로 상당히 현실적인 이론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한 교수의 말에 의하면, 외교관이 된다면 구성주의자유주의니 하는 소리는 들을 일도 생각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다들 현실주의적으로 외교를 하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7]

한계

분파마다 내용이 다르고, 따라서 한계도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적당히 지적하도록 한다.

먼저 현실주의는 각 행위자를 '합리적인' 행위자로 간주한다. 그런데 구성주의를 보면 알겠지만, 인간은 원래 비합리적이고, 세상사도 비합리적이다. 이는 주류 경제학이 갖는 한계와도 비슷한데, 결국 인간의 비합리성에 의해 이론적 예측과 실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현실주의는 상대적으로 국가의 지위를 높게 평가하고, 비국가 행위자(국제기구, NGO, 개인 등)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인 경우는 국제기구는 강대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까지 주장할 정도.[8]

그리고 실제로 국제협력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각 국가를 단순한 경쟁자들로 간주하는 현실주의는 아무래도 그닥 '현실적'이지가 못하다. 물론 현실주의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패권 안정 이론 등을 통해서 이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애초에 현실주의의 핵심은 국가를 이기적 행위자로 가정하는 데 있기 때문에 입장이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별로 밝고 희망찬 내일을 약속하는 이론이 아니다.

대표적인 학자

  •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
  • 존 미어샤이머 (John Mearsheimer)
  • 케네스 월츠 (Kenneth Waltz)

관련 항목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가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국제협력에 대해 현실주의 측에서는 패권안정이론을, 자유주의 측에서는 국제협력이론을 주장하는데, 이 둘이 묶여 레짐 이론이라고 불린다고 보면 된다.


여담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었던 네가 없는 세상(시니, 혀노 작품)은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 머릿속에서 '너'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세상을 그린다. 머리에 든 게 '나' 뿐이기 때문에 자연히 감염자들은 극도로 이기적으로 변하는데, 이 상황은 현실주의에서 전제하는 국제사회의 특성과 같다. (스포주의) 하지만 웹툰에서도 현실에서도 서로서로 돕고 사는 사회가 (제한적이나마)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함정.

각주

  1. 현 편집자의 수업 슬라이드에 있는 내용인데, 자세한 설명은 없고 그냥 '1918년에 시작'이라고만 적혀 있다(...). 내막을 아는 위키러가 수정바람.
  2. 김태운. 2005.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국제정치관: 인식의 공유와 차이." 정치•정보연구 제8권 2호 pp.190-211
  3. 모든 국가가 자력구제의 원칙에 따라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4. Stephen M. Walt, 1998. "International Relations: One World, Many Theories.", Foreign Policy. pp. 29-32+34-46
  5. 대통령, 국회의원, 외교부 장관 등등
  6. Randall Schweller, 2006. 『Unanswered Threats: Political Constraints on the Balance of Power』, Princeton University Press. 을 김국신 교수의 <동아시아학 특강 I> 수업 자료에서 재인용.
  7. 물론 다른 이론들이 살아 있고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연구되는 것은 그만큼 설명력이 있고 유용하기 때문이니 현실주의만이 옳다는 오해를 하지는 말자. 사회과학에 완벽한 이론은 없다. 아마 자연과학도 그럴 것이다
  8. Stephen M. Walt, 1998. "International Relations: One World, Many Theories.", Foreign Policy. pp. 29-32+3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