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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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nish Cream Tea1.jpg

개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의 한 형태. 기본적으로 홍차+스콘+클로티드 크림+ 조합이다.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특히 데번(Devon) 주와 콘월(Cornwall) 주에서 즐겨왔다. 이 두 지역은 각자 자기 지역의 크림 티가 원조라 주장하며 긴 시간동안 분쟁을 벌여오고 있기도 하다. 싸우든 말든 오늘날 크림 티는 영국 내 타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며, 타국에서도 쉽게 접하는게 가능해졌다.

용어

일반적인 명칭은 크림 티(Cream tea)이나 다른 이름 또한 있다. 데번셔 티(Devonshire tea)와 데번 크림 티(Devon cream tea), 또는 코니시 크림 티(Cornish cream tea)라고 부른다. 이름대로 두 지역, 데번(Devon)과 콘월(Cornwall)에서 따온 이름이다. 두 지역에서는 각자의 이름을 고수 중이다.

유래와 역사

유래

크림 티의 기원은 아직 분쟁거리다. 데번과 콘월에서 각자 자기 지역이 크림 티의 발상지라며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콘월에서는 크림 티의 원조를 그들의 전통적인 음식 Splits에서 찾는다. 롤빵+잼+클로티드 크림 조합이다. 여기서 롤빵은 약한 단맛이 나는 발효빵이다. 자세한건 아래 '스콘 이전에는?'항목 참조. 다만 역사적 기록을 제시하는건 데번이다. 2004년 데번 서부에 위치한 타비스톡(Tavistock)에서, 향토사학자들이 베네딕토회 수도원의 자료를 뒤지다가 크림 티의 원형에 관한 기록을 찾아냈다.[1] 기록에 따르면 10세기에 지어진 수도원은 997년, 바이킹에 의해 약탈되고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박살난 수도원을 재건하는 일을 맡게된 사람은 데번의 백작 오르둘프(Ordulf). 오르둘프는 재건을 도운 지역 노동자들에게 포상을 내렸는데, 이때 수도사들이 노동자들에게 준 것이 바로 클로티드 크림, 그리고 딸기 프리저브(preserve, )였다. 이 조합이 당시 상당한 인기를 끌어서 그 이후에도 수도사들이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 제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타비스톡 기원설은 2010년 데번에서 원산지명칭 보호 인증(PDO)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장됐던 적이 있다. 다만 확실한 증거는 아니라서 타비스톡 박물관 관계자 로더릭 마틴(Roderick Martin)도 이를 확신하지 못했다.[2] 인터뷰에 의하면 크림 티가 타비스톡에서 유래했다는 발상은 2003년경 기업집단이 지역 음식 산업을 진행하고자 했을때 부상했다고 한다. 그는 덧붙여 그 주장이 중세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만들던 빵에 특징을 주고자 잼과 지역 생산한 크림을 곁들였다는 이야기보다 더 나을게 있냐고 되물었다. 결정적인 증거가 남아있음 문제가 없겠지만, 헨리 8세가 1539년에 내린 수도원 해산령으로 인해 타비스톡의 수도원은 흔적만이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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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비스톡에 위치한 베치 짐벌의 탑(Betsy Gimbal's Tower). 과거 타비스톡 수도원의 서쪽 관문이었던 건축물이다. 제대로 남은 흔적은 사진속 건축물을 포함한 두개의 관문, 현관, 식당 뿐이다.[3]

스콘 이전에는?

콘월이 내세운 스플릿이 왜 롤빵인지, 혹은 11세기 데번의 기록에서 왜 굳이 스콘이 아닌 '빵'이라 하는지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당시 콘월과 데번에 스콘이 없어서 그렇다. 그래서 초기 크림 티 형태에 스콘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 이견이 있긴하나 일반적으로 스콘은 스코틀랜드에서 유래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이게 19세기 전까지는 지역 음식에 불과했다. 스콘이 스코틀랜드 외 지역에 널리 알려지게 된건 당시 문학가들의 언급이나, 애프터눈 티의 탄생, 베이킹 파우더같은 화학적 팽창제의 발명 등 여러 일들이 진행된 뒤였다. 크림 티에 스콘이 추가된건 애프터눈 티 문화가 전국적으로, 모든 계층에 퍼진 시기 이후로 추정된다. 스콘을 영국 전역에서 즐기게 된 계기가 애프터눈 티의 티푸드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인데, 크림 티도 이런 애프터눈 티의 일종으로 취급되는 만큼 연관성이 있음은 자명하다.

콘월에서는 전통적으로 스콘대신 코니시 스플릿(Cornish Split)을 먹어왔다.[4] 이건 이스트로 발효시켜 만든 롤빵이다. 약간 달달하고 버터의 풍부한 맛이 나며, 둥근 모양을 가졌다. 종종 설탕을 빵 위에 하얗게 내려앉도록 뿌리곤 했다.[5] 먹는 방식은 반으로 잘라낸 롤빵에 우선 버터를 바르고, 그 위를 잼으로 덮으며, 마지막으로 진한 클로티드 크림을 한덩이 얹어낸다. 가끔 잼 대신 당밀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조합에 붙인 이름이 바로 천둥과 번개다. 먹을때 소리가 그렇게 난다나 뭐라나 이 디저트는 스플릿이 아니라 두껍게 썰어낸 빵 두쪽을 사용하기도 한다.[6] 스콘이 자리를 차지한 이후 코니시 스플릿은 점차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언제든지 집에서 갓 구워낸 스플릿을 즐기는게 가능하다.

데번에서도 이와 비슷한 번(bun)을 크림과 잼을 곁들여 먹곤했다. 코니시 스플릿과 같은 조리 과정을 거치나 크기만 좀 작다. 이름또한 유사하게 데번 스플릿(Devon split, 또는 데번셔 스플릿)이다. 물론 이 이름은 스콘대신 가벼운 흰 빵을 먹는게 콘월의 스플릿과 비슷해서 붙여졌다. 이 음식은 플로렌스 화이트(Florence White)와 엘리자베스 데이비드(Elisabeth David)의 기록에서 데번 처들리(Devon Chudleigh)라는 이름으로 언급된 바가 있다. 데번 스플릿의 다른 이름이며 쓰이는 빈도는 더 적다. 데번에도 콘월과 마찬가지로 천둥과 번개가 있는데, 두껍게 썰어낸 빵에 클로티드 크림과 데번의 꿀을 바른다.[7] 어쨌든 데번셔 스플릿은 코니시 스플릿과 마찬가지로 찾아보는게 힘들어졌다.[8]

역사

데번에서 찾은 기록이 무려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놀라운 것이긴 하나, 정작 크림 티라는 단어가 등장한건 한참 뒤였다. 20세기 초반까지 어떤 요리책에서도 크림 티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저 1913년 메이블 퀼러쿠치(Mabel Quiller-Couch)의 소설 Kitty Trenire에서 잠깐 나왔을 뿐이다. 그마저도 현대에서 '크림 티'라 생각하는 조합이 아니라 케이크와 차를 의미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의하면 1964년 필립 메이틀런드 허버드(Philip Maitland Hubbard)의 Picture of Millie에서 크림 티를 먹었다는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는 별다른 언급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다만 'Foods of England' 사이트에서는 1880년대의 여러 책이나 신문에서 '크림 티 롤' 또는 '크림 티 스콘'이라는 단어를 다수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크림 티라는 단어 용법이 현대와는 달랐던 모양이다. 여기서 크림 티는 단순히 크림넣은 차를 의미했다. 그러다가 1931년 'The Cornishman'에서 '코니시 크림 티'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롤빵, 버터, 크림, 잼이라는 초기 크림 티의 형태를 그대로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1942년 누가 기소됐다는 기사에서도 이러한 형태를 묘사한다. 다만 여기에서도 스콘이 아닌 일반 빵이라 적혀있다.[9] 스콘이 포함된 크림 티 형태가 굳어진건 상당히 늦은 시기인 듯 싶다.

남서부 지방의 크림 티 전통은 1850년대, 철도가 개통되면서 생긴 관광 열풍으로 번성했다.[10] 타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크림 티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이다. 한때 지역 문화에 불과했던 크림 티는 점차 지역 간 소통이 늘면서 유명해지고 인기를 끌게 되었으며, 이 과정을 거쳐 타지에서도 자리잡게 되었다. 이제 영국 전역, 작은 티룸부터 여러 호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크림 티를 찾아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으레 새로운 형태가 나오기 마련이다. 현대의 크림 티는 전통적인 크림 티와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핑거 샌드위치케이크같은 티푸드들이 추가되고, 차대신 샹파뉴(스파클링 와인)를 즐기기도 한다.[11] 이런 변화는 현대화된 애프터눈 티와 상당부분 일치한다. 아예 잼+클로티드 크림+스콘이라는 크림 티의 전통적인 조합이 애프터눈 티의 티푸드에 고스란히 흡수된 경우도 있다. 현대화된 크림 티와는 별개로 전통적인 형태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들의 본산인 데번과 콘월에는 제대로 된 크림 티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있다.

형태

전통적으로 크림 티를 구성하는 요소는 홍차와 푸슬하고 따끈한 스콘, 크림, 그리고 이다.[12] 가끔 버터가 끼어들 때도 있다. 영국, 특히 남서부 지역에서는 크림 티를 파는 작은 카페들이 많다. 이런 가게들은 모든 재료를 홈메이드로 만들어 제공하곤 한다.

  • 스콘은 일반적으로 별다른 속재료를 넣지 않으며, 글레이즈(glaze)도 하지 않는다. 그저 기본적인 스콘(Plain)을 먹는다. 새로운 레시피에 따라 만든 촉촉한 스콘이 아닌 퍼석한 오리지날 스콘이다. 당일 구워낸 것을 먹으며, 갓 구워낸 따뜻한 스콘을 으뜸으로 친다. 크림 티의 스콘은 따뜻한 상태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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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차는 찻주전자에 담겨 제공된다. 어떤 종류를 쓰든 상관은 없다. 물론 새로 우려낸 차여야 한다. 티백보다는 루스리프(Loose-leaf)를[13] 선호한다.[14] 일반 홍차대신 밀크티로 마시기도 한다. 가끔가다 매장에서 Tea or coffee 옵션을 두는 경우도 있다. 차를 커피로 대체하는게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통주의자들은 홍차를 고집 중.
클로티드 크림
  • 크림은 걸쭉하고 농밀한 크림을 사용한다. 휘프드 더블 크림(whipped double cream)이나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이 주로 쓰인다. 둘다 유지방 함량이 높은 진한 크림이다. 남서부 지역에서는 클로티드 크림을 애용 중. 다만 타지역에 크림 티가 널리 퍼지게 되면서 다른 크림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진한 크림이 아닌 좀 더 가벼운 크림들, 휘프드 크림이나 사워 크림 등이 그 예시다. 클로티드 크림은 낙농업이 발달한 남서부 지역의 특산물이라, 다른 지역에서 쉽게 접하는게 힘들어서 그런 점도 있다. 이에 대해 꼬장꼬장한 정통주의자들은 열심히 딴지를 걸고있다. 하단의 데번 PDO 캠페인 주도자 인터뷰에서도 이런 못마땅함이 드러난다. 카페 주인들이 데번 크림 티를 멋대로 왜곡해서는 안된다면서 PDO인증으로 다 몰아내 버리겠다는게 캠페인 진행 이유 중 하나다. 콘월식 크림 티 에티켓을 설명하는 사이트에서도 항목 중 하나로 휘프드 크림 쓰는건 잘못됐으니 그런짓은 절대로 하지말라고 적어놓고 있다.[14] 그러나 두 지역 근본주의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일반적으로는 취향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에어로졸 크림(aerosol cream)은 지역 상관없이 불호쪽으로 치우쳐진 듯. 우스갯소리로 에어로졸 크림을 스콘에 얹어먹는 행위는 의회 차원에서 금지해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12]
Strawberry jam(spoon).jpg
  • 은 일반적으로 딸기잼이 쓰인다. 다만 다른 잼을 써도 별 상관은 없다. 크림 티에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따질 뿐이다. 사용되는 잼은 과일잼으로, 달달함과 과일 특유의 상큼함을 크림 티에 추가해 준다. 딸기 외에 많이 쓰이는 잼은 커런트(씨없는 작은 건포도), 라즈베리, 살구, 구스베리같은 종류다. 작은 카페에서는 모든 재료를 홈메이드로 만드는 경우가 흔해서 잼의 종류가 변하곤 한다. 철에 따라 잼으로 만드는 과일이 바뀌어서 그렇다. 잘익은 과일들을 바로 가져다 만들며, 이렇게 나온 잼을 크림 티로 즐긴다는건 확실히 큰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지역차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잼과 크림을 바르는 순서다. 데번에서는 크림을 먼저 바르고 그 위를 잼으로 덮는다. 반면 콘월에서는 잼을 먼저 바르며 위에 크림을 듬뿍 얹는다. 버터도 추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버터-잼-크림 순서로 바른다. 두 지역은 각자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크림 티라며 올라온 사진에서 잼과 크림을 어떤 순서로 올렸는지를 보고 업로드된 지역을 추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영국 내에 두 주만 있는 것도 아니니 별 의미없는 일이긴 하나, 적어도 잼을 먼저바른 스콘 사진이라면 데번은 아니다. 데번을 방문 중인 타지인만 아니라면 말이지 크림에서도 차이점이라 여길만한게 있다. 우선 콘월에서는 클로티드 크림을 제공한다.[15] 코니시 클로티드 크림은 최소 유지방 함량이 55%에 달하는 진한 크림이다. 데번의 경우 더블 데번 크림(Double Devon cream), 데번셔 크림(Devonshire cream) 또는 데번 크림(Devon cream)을 준다. 데번셔 크림이나 데번 크림은 데번에서 생산한 클로티드 크림에 붙인 이름이다. 더블 크림은 유지방 함량이 48%인 진한 크림으로, 휘프드 크림에 비해 뻑뻑하나 클로티드 크림보다는 연하다.[16] 더블크림을 제외하면 두 지역 모두 클로티드 크림을 제공하는 셈이다.[17] 이름이 달라서 좀 헷갈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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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 먹든 구성 재료가 똑같으니 맛도 똑같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이는 상당 부분 맞는 얘기지만 약간은 다르다. 을 위에 올려 먹었을때는 달짝지근한 맛이 강조되며 '과일'의 느낌이 많이 난다. 건과일을 넣은 스콘을 크림 티로 먹지 않는 이유가 이 잼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과일 함유량이 낮은 저가 잼이라면 그런거 없다. 반면 클로티드 크림을 위에 올렸을 경우 풍부하고 진한 크림이 더 먼저 다가오며, 잼에 비해 강조되는 느낌이다. 이 방식을 고수하는 콘월에서는 클로티드 크림을 한덩어리 듬뿍 얹어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다만 다른 종류의 크림을 올려먹는다면 느낌이 많이 다르다.

과학적 접근

이상적인 크림 티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있다.[2] 2013년 셰필드 대학교의 유지니아 청(Eugenia Cheng) 박사가 최적의 크림 티를 수학적이고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그녀는 스콘, 잼, 크림의 가장 이상적인 비율을 2:1:1이라 결론내렸다. 이는 중량의 비율로써, 스콘 70g, 잼 35g, 크림 35g이다.[18] 각각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갓 구워낸 직경 60mm, 두께 28mm의 스콘과 2.3mm 두께의 잼, 그리고 4mm 두께의 클로티드 크림이다. 잼과 크림의 높낮이가 다른건 밀도의 차이 때문이다. 더불어 청 박사는 휘프드 크림보다 클로티드 크림을 쓰는 것이 더 좋다고 결론내렸다. 휘프드 크림의 경우 공기 함량이 높기 때문에 클로티드 크림에 비해 요구되는 자리가 더 넓다. 그러니까 더 몽글하니 자리를 차지한다는 말. 2:1:1 비율을 맞추기엔 적합하지 않다. 연구에서는 잼-크림 순서로 바르는 방식이 다른 방식보다 더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잼은 그 밀도가 있기 때문에, 아래쪽에 발라둔다. 크림 위에 얹을 경우 줄줄 흘러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래 깔린 끈적한 잼이 위에 얹어낸 크림을 흐르지 않게 붙잡아 두는 효과도 있다. 잼과 크림을 스콘에 바를때도 주의해야 한다. 두 재료는 먹는동안 균형을 잃지 않도록 스콘의 전체 넓이보다 좁게 발라야 하는데, 각 테두리와의 일정 간격을 유지시켜야 한다. 설명하자면 스콘과 잼의 최종 면적이 5mm정도의 차이가 있도록 유지하고, 잼과 크림의 면적또한 5mm의 차이를 둔다. 청 박사는 스콘에 층층히 쌓아두는건 모래성을 쌓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가장 아랫부분이 넓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게 만들어야 하며, 이런 방식으로 쌓아올리면 층이 무너지거나 흘러내리지 않는다고 한다.[19] 모든 요소를 다 합쳤을때 두께는 약 2.8cm정도로, 입에 쉽게 들어갈만한 높이다.

다만 위 연구 결과에서 고려해야 하는건 이 연구 자체가 클로티드 크림을 생산 중인 기업 Rodda’s의 지원 하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20] 'Rodda’s'의 상무이사 니콜라스 로다(Nicholas Rodda)가 이 연구에 대해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는 완벽한 크림 티를 위해서는 적합한 양의 재료들을 써야하며, 이를 적절하게 위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 공식의 목적은 당신이 어떤 지역에 있던 간에 항상 가장 완벽한 크림 티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덧붙였다. 그런데 이 기업이 콘월의 향토기업인데다, 콘월의 방식이 스콘을 먹는 최선의 방식이라는게 연구 결과 중 하나라 좀 의심쩍은 면이 있다. 물론 휘프드 크림보다 클로티드 크림이 더 낫다는 결론은 차치하고 말이다.

먹는 방법

크림 티의 기본적인 형태는 보통 다음과 같다. 홍차가 세팅되어 있는 다기 세트와 반으로 나뉜 스콘을 담을만한 크기의 접시, 잼과 크림이 든 병(혹은 일회용 캡슐), 두개의 티스푼, 버터 나이프. 티스푼은 잼과 크림을 옮겨 담을때 사용하고, 나이프는 이들을 스콘에 펴 바르는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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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선 스콘을 나이프를 이용해 수평으로 반 자른다. 잘린 스콘은 두쪽 모두 접시에 둔다. 그 뒤 나이프는 날을 안쪽으로 향하게 하여 접시 한 쪽에 살며시 내려둔다.
  2. 각각의 티스푼을 이용해 잼과 크림을 자신의 접시 한쪽에 옮겨 담는다. 이때 담아내는 양은 스콘 반쪽에 충분히 바를만한 양이어야 한다.
  3. 나이프로 한입 크기 정도로만 크림과 잼을 발라낸다. 그 부분을 베어문 뒤, 나머지 스콘은 입에 든 음식을 온전히 씹어 삼킬때까지 접시에 올려둔다.
  4. 3번의 방식을 반복하며 먹는다. 차의 경우 한입 먹을 때마다 조금씩 마신다. 한쪽 면을 다 먹었다면 다른 쪽 면을 위해 2번의 과정으로 되돌아간다. 스콘 양쪽에 크림과 잼을 양껏 발라놓고 겹쳐서 샌드위치처럼 먹는건 예의에 어긋난다. 더불어 이건 당연한 말이지만, 음식물을 입 안에 담은 채로 타인과 얘기를 나누어선 안된다.
  5. 위의 과정을 거치면서 크림 티를 즐긴다.

이는 크림 티를 먹을때 고려해야 할 예절이나,[21] 그대로 지켜지지는 않는다. 애초에 영국인들부터 스콘 양쪽에 잼과 크림을 잔뜩 발라놓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위에 금지사항이라고 써둔 샌드위치를 만들어 크게 한입 베어물기도 한다. 국내의 예시를 굳이 들지 않아도 알겠지만, 예절을 깐깐하게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건 그냥 느슨하게 간다. 아예 신경쓸 필요도 없이 매장에서 이미 다 세팅을 해놓고 내주는 곳도 많다. 다만 늘 그렇듯 식사예절이라는게 알아두면 좋은 것이니 한번쯤은 읽고 넘어가는게 낫다. 집에서야 입에 묻혀가며 먹어도 상관없지만, 외부에서(특히 호텔에서) 타인과 크림 티를 즐기면서 그런식으로 먹는건 본인도 민망하고 예의도 아니다. 그러니 그런걸 신경쓰지 않는 사람과 먹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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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크림 티 구성품 중 버터가 있다면 스콘에 가장 먼저 발라둔다. 버터-잼-크림 순서로, 콘월에서 먹는 방식이기도 하다. 병째로 담긴 잼이나 크림이 아니라 일회용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일일이 접시에 덜어낼 필요가 없으니 편하다. 스콘의 경우, 잘라낼 때 나이프를 쓰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나이프를 쓰지 않고 자르는 방법은 손으로 스콘을 한입 크기로 조각내어, 그 조각마다 잼과 크림을 바르고 먹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만 나이프로 스콘을 잘라내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며 널리 쓰이고 있다.

기나긴 분쟁

앞서 잼과 크림을 바르는 순서에 지역차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데번과 콘월은 이 주제를 가지고 수십년간 치열하게 분쟁 중이다. 탕수육 부먹 찍먹 논란은 갖다 대지도 못한다 이미 기자들에 의해 수십번 우려낸 티백처럼 몇번이나 기사화가 됐다. 데번과 콘월은 각자 자신들의 방식이 옳으며, 상대의 방식은 사도라 주장하고 있다. 이 사소한 문제가 왜 이리 커졌냐면 문제의 근본이 크림 티 원조 논란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두 지역에서는 서로의 방식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를 넘어 깔보거나 비꼬는 일이 빈번하며, 질척한 진흙탕 싸움으로 변한지 오래다. 그들이 주장하는 자기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 또는 상대의 방식이 별로인 이유를 몇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잼-크림 순서로 바르는 콘월
  • 콘월인들은 크림을 위에 올리는건 자부심의 표현이라며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 예를 들자면 Rodda's의 벨란다 쉽(Belinda Shipp)이 이에 대해 "코니시 크림 티는 크림을 맨 위에 올린 채 제공하는데, 이는 이 음식에서 더할 나위 없는 자랑거리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2]
  • 데번의 방식보다 바르기가 쉽다. 크림 위에 끈적한 잼을 발라내는건 어려운 일이다.
  • 한입 베어 물었을때 맨 위에 올려진 찐득한 잼이 튀는 것보다는 차라리 크림이 묻는게 더 낫다.
  • 데번의 방식은 올려낸 잼이 흘러내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콘월 방식은 잼을 크림 아래 납작하게 깔아두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다.
  • 크림을 맨 위에 올리면 스콘 위에 더 많이 얹어낼 수 있다.[22]
  • 그러므로 콘월의 방식이 옳으며, 사도인 데번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크림-잼 순서로 바르는 데번
  • 온기를 가진 스콘에 녹진하게 녹아난 크림을 즐길 수 있다.
  • 잼-크림 순서로 바르지 않는건 잼 위에 버터를 바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클로티드 크림처럼 진한 크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데번식으로 층층히 쌓인 스콘을 베어 물었을때, 그 사람의 이는 우선 달짝지근한 잼을 가르고, 아주 짧은 시간 후 클로티드 크림을, 마지막으로 스콘에 다다르게 된다. 안정적인 한입이다.
  • 맨 위에 얹어진 크림이 코에 묻는 일이 없다. 데번 방식에서의 잼은 그 밀도때문에 그럴 일이 적다.
  • 크림 티가 유래한 시기는 잼이 고가였던 시기임으로, 잼을 위에 살짝 발라내는 방식이 생기게 된 것이다.
  • 크림을 아래 바른다면 위에 얹는 것보다 더 많이 바를 수 있다.[23]
  • 그러므로 데번의 방식이 옳으며, 사도인 콘월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자기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들이 그렇게 싸우는 것 치곤 약하지 않나 싶었을 것이다. 이 문제 자체가 엄연한 취향의 영역인데도 감정싸움으로 번져서 그렇다. 지역단위 취좆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나 몇십년째 이어지고 있다니 그러려니 할 수 밖에(...). 더욱 암담한건 이게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는 것. 사실 데번과 콘월은 크림 티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충돌 중이다. 뭘 먼저 바르는지도 이렇게 싸우는데 다른 부분은 오죽하랴 싶다. 만일 구글에 데번과 콘월을 쳐본다면, 온갖 부분에서 서로를 비교하는 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왜 자기 지역이 상대 지역보다 더 나은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글이라던가. 결국 이 문제는 이웃간 경쟁의식이 지나치면 어느정도까지 가는가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사례다.

두 지역에서는 치고받고 싸우고 있으나 타지에서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런던 리츠호텔(Ritz)의 부총지배인 데이비드 콜라스(David Collas)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답한 바가 있다. 그는 런던의 리츠에서는 '스콘을 준비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잼-크림 순서를 장려하고는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요청은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런던 하이게이트(Highgate)에서 하이 티 카페를 운영중인 조지나 워싱턴(Georgina Worthington)은 가게에서 제공하는 크림은 데번이 그 공급처지만, 무엇을 먼저 바를 것인지는 온전히 개인의 취향에 달린 문제로 여긴다고 말했다.[24] 먹는 방식이 극명하게 나뉘는 콘월과 데번의 카페와는 영 다르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이런 성향차가 바로 눈에 띄는데, 콘월사람과 데번사람이 박터지게 싸우고 있다면 타지인들은 가끔씩 거들거나 그냥 관전하고 있다. 팝콘 사실 이들에겐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저 각자 맛있게 먹으면 그만일텐데.

한편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총리가 이 논쟁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2015년 4월 보수당 입후보자 피터 히튼 존스(Peter Heaton Jones)와 데번 북부 반스터플(Barnstaple)의 카페를 방문하다 생겨난 일이다. 당시 그는 그가 몸담던 보수당을 다수당으로 만들기 위해 데번 내 몇몇 자리를 반드시 획득해야하는 처지였다. 그런데 카페의 직원과 손님을 만나 잡담을 하다가 무모한 일을 저질렀다. 유권자에게 어필 좀 해보려다가 망한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우선 데번이 콘월과 크림 티를 먹는 방식이 다르지 않냐고 운을 뗀 뒤, 자기가 왠지 틀릴 것 같다면서 머뭇대다가, 데번의 방식이 잼을 먼저 바르고 크림을 바르는 거냐고 추측했다. 그리고 침묵과 살짝 정색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는 뒤늦게 깨닫고 틀릴줄 알았다면서 어쨌든 두 방식의 맛이 같지 않느냐며 덧붙였다.[25] 웃음으로 넘겼으나 순간적인 정적이 컸다 그는 데번에서의 캠페인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는데, 이 지역에서 몇십년간 이어진 분쟁에 대해 설령 그게 병림픽이라 해도 잘 몰랐다는 점은 의아한 일이다. 어떤 기사에서는 이게 빵 한덩이의 가격을 모르는 것과 동급의 말실수라며 까댔다.[20] 어쨌거나 당시 동행했던 기겁했을게 분명한 피터 존스 후보자는 같은 해 5월 치뤄진 선거에서 당선됐다.[26] 보수당도 제1당으로서 자리를 굳혔다.

참고로 캐머런 총리는 이번 일 말고도 음식에 관한 구설수가 있다. 핫도그를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다던가. 이또한 2015년 4월 6일, 총선을 한달 앞둔 상태였다. 핫도그영국이나 미국의 정치인들이 샌드위치와 함께 선거철만 되면 먹어대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27] 캐머런 총리가 전형적인 상류층 인사라 이 사단이 난 모양이다. 2014년 노동당 대표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가 음식을 우스꽝스럽게 먹는 장면이 논란이 된 것과 정반대다. 핫도그 먹을 줄도 모르는 총리라며 트위터에서 조리돌림 어지간히 조롱당했던지, 이후 캐머런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사이좋게 핫도그를 먹는 모습이 찍힌 사진에서는 손으로 들어 먹고 있다.[28]

관련 문서

각주

  1. http://www.bbc.co.uk/devon/news_features/2004/tavistock_cream_tea.shtml
  2. 2.0 2.1 2.2 http://www.independent.co.uk/life-style/food-and-drink/features/the-cream-of-all-teas-get-your-scones-jam-and-cream-just-right--with-the-help-of-mathematics-8717920.html
  3. 영위백 18:12, 26 January 2015‎
  4. http://www.missfoodwise.com/2013/04/cornish-splits-some-very-exciting-news.html
  5. http://www.foodsofengland.co.uk/splits.htm
  6. http://www.roddas.co.uk/recipes/recipe/thunder-and-lightning/
  7. http://www.nytimes.com/1982/09/05/travel/britain-s-best-at-teatime.html
  8. http://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10/aug/22/nigel-slater-cream-tea-recipes
  9. http://www.foodsofengland.co.uk/creamtea.htm
  10. http://www.creamteasociety.co.uk/history-of-the-cream-tea
  11. http://www.hellomagazine.com/cuisine/201208038870/west-country-cream-tea-origins/
  12. 12.0 12.1 http://www.theguardian.com/lifeandstyle/wordofmouth/2014/jun/12/how-to-eat-cream-tea-scones-jam
  13. 잎차 그대로의 상태. 루스리프 티는 분쇄하지 않은 찻잎으로 우려낸 차를 말한다. 티백에는 일반적으로 찻잎을 잘게 분쇄한 것을 넣는다.
  14. 14.0 14.1 http://www.creamteasociety.co.uk/cream-tea-etiquette
  15. http://www.food.com/recipe/traditional-english-tea-time-scones-with-jam-and-cream-230515
  16. http://www.thekitchn.com/whats-the-difference-clotted-c-87144
  17. http://whatscookingamerica.net/Q-A/CremeFraiche2.htm
  18. http://www.telegraph.co.uk/news/newstopics/howaboutthat/10082592/Mathematician-solves-the-great-scone-debate.html
  19. https://uk.lifestyle.yahoo.com/perfect-cream-tea-jam-first-cream-first-scone-debate-085450779.html
  20. 20.0 20.1 http://www.telegraph.co.uk/foodanddrink/11527843/Whats-the-right-way-to-eat-a-cream-tea.html
  21. http://www.livestrong.com/article/468031-how-to-eat-a-scone/
  22. http://www.alanwardconsulting.com/blog/2014/04/01/theres-only-one-way-to-put-jam-and-cream-on-a-scone/
  23. http://www.devonheavenhampers.co.uk/blogs/news/16504740-devon-vs-cornwall-cream-teas
  24. http://www.standard.co.uk/news/jam-or-cream-first-the-great-scone-debate-6720627.html
  25.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3034034/Cameron-ignites-scone-wars-Devon-visit-telling-locals-jam-cream-top.html
  26. http://www.peterheatonjones.org.uk/about-peter
  27.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040801071709045001
  28. http://www.telegraph.co.uk/news/general-election-2015/11527686/Politicians-and-the-greatest-food-faux-pas-of-all-tim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