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주의 (국제정치학)

- (토론 | 기여)님의 2015년 5월 2일 (토) 13:47 판 (문자열 찾아 바꾸기 - "신경(쓰|쓴|쓸|씀|씁|써|썼)" 문자열을 "신경 $1" 문자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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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주의는 국제정치 이론 중 하나이다. 역사가 오랜 현실주의자유주의에 비해 역사가 짧다. 80년대 후반에 처음 제기되었으니 이 이론과 나이가 비슷한 위키러도 많을 것이다(...). 참고로 사회학 이론을 차용한 이론이다.


핵심 주장

  • 이하의 정의는 웬트(1994)[1]를 번역, 재가공한 것이다.

구성주의는 국제체제의 구조를 다루는 이론으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핵심으로 한다.

  • 국가(state)가 국제 정치 이론의 주요 단위이다. [2]
  • 국가 체제의 핵심 구조는 물질적이라기보다는 간주관적(intersubjective)이다. 이 간주관적이라는 개념이 이해하기 좀 골때린다.
  • 국가 정체성과 국익의 중요한 부분들은 인간의 본성이나 국내 정치에 의해 외생적으로(exogenously) 주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런 사회구조들에 의해 구성된다(그래서 구성주의이다.).

여기서 세 번째 주장은 형식상 합리주의적인 구조주의 이론에 반대되는 것이다. 구조주의 이론은 이익이 "정말로" 외생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구성주의는 구조주의적 관념론(이상주의)라고 할 수 있다. [3]

보통은 두 번째 핵심 주장의 '간주관적'이란 말이 생소할 것이다. 영문 위키백과는 간주관성(Intersubjectivity)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간주관성은 철학,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사람들 사이의 심리적 관계를 개념화하기 위한 것이다. 간주관성은 보통 유아론적인 개인에 대비되어 사용되며, 그럼으로써 우리 안에 내재된 사회적 존재를 강조한다."[4]

다른 이론들과의 비교

위의 세 주장 중 첫 번째 것은 많은 국제정치 이론에서 공통적인 것이므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당연히 나머지 둘이 중요하다. 간단히 풀어 말하자면 이렇다. 국제사회에서 국가들은 국익에 따라 행동한다. 여기까진 기존 이론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 문제는 구성주의에서는 그 국익이란 것이 가변적이라는 것이다. 현실주의에서는 국익은 학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험난한 세상에서 '국가의 생존'이다. 자유주의에서는 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구성주의에서는 국익이라는 것이 사회규범, 규칙, 문화, 정체성과 같은 주관적이고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 변화되고 구성되기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예컨대 국제무대에서 북한이 추구하는 국익은 국부(national wealth)가 아니라 '김씨왕조의 존속'이고, 그래서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고립될 것이 자명함에도 온갖 막장짓을 벌이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현실주의적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5], 자유주의는 애초에 북한이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므로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6]. 그리고 구성주의는 이를 북한의 '정체성'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것이다. 뭐 '인민'의 정체성과는 괴리가 3만리 정도 있겠지만. 그 외에도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유럽의 통합도 구성주의가 새롭고 유용한 시각을 제공해주는 사례다.

유럽연합을 통해 보는 예시

현실주의자유주의는 국가 등 주요 행위자들을 합리적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세상사란 원래 불합리한 것이다(...). 사람들이 합리적이라면 왜 사람이 억수로 죽어나가는 전쟁을 치르고, 그래놓고는 자기네 을 침략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친 연합을 맺고, 화폐를 통합하고, 모여서 노래자랑이나 하면서 놀고 있는가? 대체 왜 유럽 연합의 구성국들은 미쳤다고 통화주권, 외교권, 국경 감시를 포기하는 것이란 말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현실주의자라면 '소련의 세력 확대에 안보 위협을 느낀 (서독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과거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연합을 결성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고[7], 자유주의자라면 '상호간의 국경을 개방하고, 경제정책을 연동시키고, 생산품과 생산요소의 역내 이동을 자유롭게 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구성주의자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끌고올 것이다. (파란색으로 강조된 국가는 유럽연합 소속 국가, 빨간색은 아시아 국가)

Continental Familiarity.jpg

이 자료를 보면 아시아인은 아시아를 2.72만큼 가깝게 느끼지만, 유럽인은 유럽을 2.91만큼 가깝게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유일한 자료는 아니지만 여백이 부족하니 더 이상의 근거자료는 생략하고, 아무튼 유럽인이 실제로 '유럽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고 하자. 우리의 구성주의자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가치관을 공유하고[8], '게임의 규칙'을 공유한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남이가'. 따라서 유럽연합에서는 예컨대 한중일 사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9] 다수결 제도가 존재하고,[10] 문도 서로 터놓고 지내고, 국제기구에 개별 국가로서가 아니라 '유럽연합'으로서 다같이 참여하는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한계

이미 일어난 일에 관한 해석에는 유리하지만, 미래 예측을 하기에는 효과적이지 못한 이론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 한 명의 마음도 알기가 어려운데 그런 사람 수천 수만 명이 모여서 이루어진 국가의 정체성을 어떻게 예측하겠는가? 그게 되면 국제정치학 안 하고 점쟁이했지. 그래서 현실주의와 자유주의를 보완하는 성격이 강한 이론이다.

대표적인 구성주의 국제정치학자

  • 알렉산더 웬트(Alexander Wendt)
  • 피터 카첸슈타인(Peter Katzenstein)

관련 항목

각주

  1. Alexander Wendt, 1994. Collective Identity Formation and the International State,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88, No. 2 (Jun., 1994), pp. 384-396
  2. 단, 구성주의에서 국제사회의 주요 단위는 개인, 특히 엘리트라는 해석도 있다. Stephen M. Walt, 1998. "International Relations: One World, Many Theories.", Foreign Policy. pp. 29-32+34-46을 참고.
  3. 이상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Constructivism is a structural theory of the international system that makes the following core claims: (1) states are the principal units of analysis for international political theory; (2) the key structures in the states system are intersubjective, rather than material; and (3) state identities and interests are in important part constructed by these social structures, rather than given exogenously to the system by human nature or domestic politics. The second claim opposes realism. The third opposes systemic theories that are rationalist in form, whether they are "as if" theories that bracket interest formation, or unit-level, "reductionist" ones (Waltz 1979) that say interests "really are" exogenous. The result is one form of structural idealism or "idea-ism".
  4. 원문: Intersubjectivity is a term used in philosophy, psychology, sociology, and anthropology to conceptualize the psychological relation between people. It is usually used in contrast to solipsistic individual experience, emphasizing our inherently social being. 출처(640341638판)
  5. 자세한 건 추가바람
  6.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자유주의는 대개 민주주의+자본주의 국가의 행위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7. 유럽연합 산하 기관은 아니지만,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여기에 해당된다
  8. 민주주의, 기독교(Christianity), 인권, 환경보호 등.
  9. 원래 주권국가들 사이의 다자외교는 만장일치가 기본이다. '주권'의 의미가 그런 것이기 때문. 당장 한중일 사이에서 중국이나 일본이 하나라도 반대하는 사안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만 생각해봐도 이는 분명해진다.
  10. 유럽연합의 각료이사회(Council of Ministers)에서는 사안에 따라 가중다수결제(qualified majority voting)을 시행하고 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