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

식인(食人, 영어: Cannibalism)은 사람이 사람의 고기, 즉 인육을 어떠한 이유에서건 섭취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는 섭취자의 종교에 따른 이유일 수도 있고,[1] 극한상황 하에서 생존을 위한 것일 수도 있으며, 순전히 쾌락과 범죄욕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전세계를 막론하고 문명화가 된 곳에선 식인을 금지하고 있는데, 민간에서의 인식도 단순한 살인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고 끔찍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식인의 영문 표기인 카니발리즘의 어원, 카니발은 본래 원시 부족의 풍습을 일컫는 평범한 단어지만, 원시 부족들의 풍습이 다 영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단어 자체가 식인을 의미하게끔 뜻이 바뀌었다.

이러한 식인 풍습을 지닌 이들을 식인종이라 부른다. 문명화가 된 사회에서 지속적인 식인행위를 벌였던 것으로 유명한 인물을 꼽자면 소니 빈이 있다. 다만 이 경우 존재 자체가 확실하지 않아 전설에 가깝다.

역사 속의 식인[편집 | 원본 편집]

앞서 언급한 대로, 식인의 원인은 대체로 기근이나 장기화 된 전쟁 등으로 인한 식량 부족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세계적으로 발견되는 식인에 관한 기록이 대다수가 이런 이유로 식인했다는 내용인데, 조선팔도에 아귀도가 펼쳐진 경신대기근을 비롯한 조선왕조실록 내 식인 기록들은 모두 기근과 연관되어 있고, 일본의 유명한 식인 사례인 덴메이 대기근(에도 시대) 또한 기근이 원인이었다.

허나 인권 평등 사상을 비롯한, 인권에 대한 도덕적 관념이 발달하기 이전의 사회에선 '사람' 또한 케바케로 계급제도에 입각한 가축 정도로 보는 시각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으며, 이 경우엔 딱히 먹을 것이 궁핍하지 않았음에도 식인을 행하였다. 다만 처음부터 믿음만으로 식인을 했었을 것이라 보지는 않고, 처음엔 단지 궁핍해서 단백질 섭취를 목적으로 인육을 먹었다가, 그게 점차 전통 문화로 바뀌었거나 암암리에 악습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즈텍 제국의 사례인데, 정복자로서 들어온 스페인인의 기록이라서 지금도 진위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 하필이면 식인 문화가 종교와 얽혀 있어서 아주 대놓고 공개적인 식인 풍습을 축제처럼 개최했던 건 몰론, 그 제물 조달을 위해 인간 사냥까지 같이 행해졌기 때문이다.

약간 다른 예로, 군 지휘관이 포로를 살해한 뒤 군의관 입회하에 인육으로 요리해서 먹은 치치시마 식인사건(태평양 전쟁 말기)은, 처음엔 오가사와라 제도에 있는 치치시마까지 군량 공급이 잘 되지 않아 식량부족으로 식인을 했을 것이라 추측하였으나, 뒤에 전범 재판에서 드러난 진짜 원인은 「(적군 포로를 섭식함으로) 군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함」이었다.[2] (나무위키:치치지마 식인 사건도 참조.) 이는 폴리네시아 뉴기니 섬 인근의 원시 부족이 적이었던 전사의 육신을 먹음으로써 "마나"를 취한다는 사상과도 유사하다.

근현대 사회에서의 식인[편집 | 원본 편집]

현대 사회에서 식인은 살인을 뛰어넘는 절대적 금기이지만, 당장 뭐라도 먹지 않으면 죽을 게 뻔한 극한 상황에선 21세기고 뭐고, 대놓고 자행되는 식인 사례가 숱하게 보고된다. 여기에 대해선 단순히 끔찍한 범죄라기보단 생존을 위한 대책으로 보고, 정상 참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 1884년 미뇨넷 호의 식인 사건은 탈수증으로 인해 죽어가던 선원을 죽여서, 그 피로 나머지 선원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살점으로 허기를 때운 사건이다. 이후 생존자들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 선장이 자수를 하고 재판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선장과 다른 선원 1명은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사형이 집행되기 전 옥살이 6개월차에 석방되었다.
  • 1936년 아동식인을 비롯한 온갖 끔찍한 범행으로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광인 알버트 피시에 대해 사형이 집행되었다. 그는 전기의자에 앉는 순간 스스로 자기 몸에 전극을 붙이며 생애 마지막으로 느낄 강렬한 감각에 대해서 무지하게 기대했다고 한다.
  • 1990년대 전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집단 지존파에서 식인행위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인간(非人間)의 식인[편집 | 원본 편집]

일반적으로 '식인'이라고 하면 사람이 사람을 먹는 것을 가리켜서 매우 불길한 어휘 취급을 하지만, 가해자(?)를 사람으로 놓지 않은 시점의 식인은 일반적인 식인과는 달리 단순한 사건사고 혹은 자연현상(?) 정도로 이미지가 바뀐다.

예로 육식동물이 식인하는 경우가 대표적[3]으로, 중세 한국에서 양대 재앙으로 꼽히던 호환마마에서 '호환'이 호랑이의 식인을 가리킨다.

대중문화에서 식인을 소재로 쓰는 것 또한 인간의 식인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는 반면, 비인간 및 초자연존재(Supernatural)의 식인은 그리 어렵지 않게 다룬다. 특히 코즈믹 호러다크 판타지처럼, 인류를 피지배계층으로 놓기 쉬운 장르에서는 매우 흔하게 쓰이는 소재이다. 예로 오니(鬼), 뱀파이어, 좀비/구울과 같은 귀신(鬼神) 계통의 비인간이라던가, 때로는 외계인이 자행하는 식인행위도, 동물의 식인보다는 훨씬 가볍게 다룬다. 그럼에도 이런 방식의 식인에 대해서 사람들이 거부감을 덜 갖는 건, 대략 육식의 딜레마와 유사한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각주

  1. 실제로 민족 단위의 식인 풍습이 있었던 두 곳인 아즈텍폴리네시아는 종교적 믿음 때문에 식인 풍습이 유지되었다.
  2. 이 사실에 경악한 재판부는 주범자 타치바나 요시오에게 교수형을 선고하였다. 또한 해당 사건의 생존자였다가 미국 대통령이 된 조지 부시는 매우 오랫동안 일본에게 깊은 증오심을 갖게 되었다.
  3. 허나 초식동물인 코끼리가 사람을 잡아먹은 사례도 보고된 바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