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아전쟁군표

대동아전쟁군표(大東亜戦争軍票(だいとうあせんそうぐんぴょう), Japanese Invasion Money)는 세계 2차 대전의 일부인 태평양 전쟁(1941~1945) 중 특히 남방작전(1941~1942) 시기에 일본군이 점령한 지역을 대상으로 발행한 통화(군표)을 가리킨다.

기존의 식민지 및 괴뢰국 통화(조선 엔화, 만주 위안화 등)와는 달리 전액 정부가 출자하기는 하나 엔화가 아닌 각지의 현지 통화와 동률로 태환하는 형태를 취한다. 따라서 발행 주체는 일본정부(the Japanese Government/De Japansche Regeering)로 되어있으나, 사실상 일본군이 운영하는 은행의 탈을 쓴 일본군이 대행하였다.

일단 일반적인 군표(※일본제국군이 동남아 출정 이전에 발행한 군표를 포함하여)와는 달리 기존 통화 대체의 성격이 매우 강하여 유통화의 일종으로 보기도 하나, 실질적으론 군표에 더 가까운 취급을 받는다. 당시 일본군이 대동아공영권 정책을 모토로 현지 주민들을 서방 열강(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미국)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명목을 앞세워[1] 서방 세계가 발행한 모든 정화(正貨)를 몰수하는 댓가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일본식 분류상으론 일본 국내에 적용시킨 십간(十干) 대신에 이로하 노래의 순서인 は号券(3종)부터 と号券(7종)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앞쪽의 ろ号券(2종)은 일화사변 당시에 발행된 군표에 적용시킨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い号券(1종)이 없는 이유는 불명이다.

일본령 인도네시아 길더 & 남발 루피아[편집 | 원본 편집]

일본식 분류상 は号券(하호권, 3종)인 대동아 군표는 실질적으로 2종류이며, 1942년에 발행한 인도네시아 길더, 그리고 1944년에 발행한 남발 루피아(南発(なんぱつ)ルピア))가 해당된다.

여기서 '남발'이란 남방개발금고 발행권(南方開発金庫(なんぽうかいはつきんこ)発行券(はっこうけん))의 약칭인데, 일본 제국이 남방작전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홍콩(당시 영국령)을 필두로 인도네시아(당시 네덜란드령)까지 점령하는 과정에서 너무 먼 거리 & 급속도로 불어나는 규모로 인해 본토로부터 완전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현지 내수 시장을 별도로 굴리기 위해 1942년 3월 30일 정부 출자금 1032만엔으로 도쿄에 페이퍼 컴퍼니 본사를 두고 자바 섬에 실무 기관을 설치한 남방개발금고에서 발행한 것을 가리킨다.

길더화는 네덜란드어로만 표기, 루피아화는 일본어(로마자 표기)와 마인어(옛 표기법)를 병용하여 표기하였다. 나머지 네 종류가 모두 영어로만 표기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덧붙여 1945년 5월 히틀러의 자결로 인해 나치 독일이 패전을 선언하자 다급해진 일본 제국은 앞뒤 따지지 않고 남발 루피아 발행을 대폭 늘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였으나, 그 후 4개월도 안돼 일본 제국마저 패전을 선언하면서 빛도 보지 못한채 대량 폐기된 탓에, 남발 루피아화는 그 잔존 수량이 매우 적은 편이다.

해협달러 (영국령 말레이시아)[편집 | 원본 편집]

일본식 분류상 に号券(니호권, 4종)

일본령 필리핀 페소[편집 | 원본 편집]

미국령 필리핀 페소 (1898 ~ 1946)
(긴급발행권 : 1942 ~ 1945)
필리핀 페소
(1946 ~)
필리핀 구 페소
(제1공화국)
(1899 ~ 1901)
일본령 필리핀 페소
(비도/제2공화국)
(1942/43 ~ 1945)

일본식 분류상 ほ号券(호호권, 5종). 1942년 '비도(比島, ひとう)'라 불리던 직접통치기(비도행정부) 시절의 발행분과 1943년 10월 제2공화국 출범 이후의 발행분으로 나뉜다.

일본령 버마 루피[편집 | 원본 편집]

낙엽처럼 버려진 일본 군표 (1945년)

일본식 분류상 へ号券(헤호권, 6종)

남양제도 파운드 (남태평양)[편집 | 원본 편집]

일본식 분류상 と号券(토호권, 7종)인 남양제도 파운드(南洋諸島(オセアニア)・ポンド, Oceanian pound)는 남태평양 군도에 설치된 남양청(南洋庁)에서 관리한 유통화였다. 영국식 파운드를 쓰는 관습을 그대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일본 발행 군표 중 유일하게 10진법 체계가 아니며, 유통기간도 매우 짧았다.

유통범위는 당시 미국/영국 등의 속령으로 있다가 일본군에게 점령된 , 마리아나 제도(사이판), 마셜 제도, 길버트제도(키리바시), 캐롤라인 제도(뉴필리핀/미크로네시아), 솔로몬 제도, 팔라우, 나우루, 파푸아뉴기니가 해당되었다. 다만 이들 지역의 주민들은 영국령 시절에도 근현대식 통화체계 보다는 전통 화폐와 시장 환경에 더 익숙해하였고, 작은 크기의 섬나라 특성상 부족 사회의 영향력이 무척 셌던지라[2] 이렇다 할 큰 도시 생활권도 없었기에, 대동아 군표 5종 중에서는 가장 유통량이 적었다.

같이 보기[편집 | 원본 편집]

각주

  1. 의외로 잠깐동안은 이 정책이 먹혔는데, 극히 드문 예외를 제하곤 열강국이 식민지를 상대로 펼친 정책도 만만찮게 가혹했기 때문이다.
  2. 심지어 남태평양 국가 대다수가 21세기에 들어선 현재까지도 부족 사회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