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러드 밴 오먼 콰인

윌러드 밴 오먼 콰인(Willard Van Orman Quine, 1908년 - 2000년)은 20세기 미국철학자이며, 언어철학, 형이상학, 인식론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약자 표기는 W.V.O. 콰인.

생애[편집 | 원본 편집]

콰인은 1908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났다. 오벌린 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한 후 하버드 대학에서 화이트헤드의 지도 하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전에는 직접 오스트리아를 방문하여 논리 실증주의자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이후 1978년까지 하버드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도널드 데이빗슨, 데이빗 루이스, 솔 크립키대니얼 데닛 등 많은 명망있는 철학자들을 직간접적으로 지도했고, 2000년에 사망했다.

주요 업적[편집 | 원본 편집]

언어철학[편집 | 원본 편집]

  • 1951년에 발표한 《경험론의 두 독단》(Two Dogmas of Empiricism)에서 크게 다음과 같은 주장 및 그에 대한 논증을 제시함으로써 논리 실증주의에 막대한 타격을 가했다.
    • 칸트 때부터 내려온 분석명제종합명제 간의 구분은 불가능하다. '분석명제'에 대한 유력한 정의는 "순전히 말의 의미 때문에 참인 명제"인데, 이런 정의는 근본적으로 순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어의 유의미성을 따지는데 '경험적 검증가능성'을 주된 준거 중 하나로 삼는 논리 실증주의는 실패한다.
    • 곧 유의미한 명제 일체를 오직 직접 경험적인 명제들만으로 환원하려 하는 경험주의환원주의는 실패한다. 오히려 수학논리학을 막론하고 모든 진술 일체는 총체적으로 경험에 의해 반증될 수 있다.
  • 1960년 출판한 《단어와 대상》(Word and Object)에서 두 별개의 언어 간의 유일하며 객관적으로 올바른 번역 편람을 구축하는 것이 원리상 불가능하다는 '번역 불확정성 논제'를 제시한다.
    •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토끼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 외국인이 "가바가이!"라고 말했을 때, 그 "가바가이!"라는 말소리가 설령 한국어 "토끼!"와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신경 신호를 유발할지라도, "가바가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원리상 비확정적일 수밖에 없다[1]사고실험이 유명하다.

인식론[편집 | 원본 편집]

  • 과학을 비롯한 여러 지식에 해당하는 명제들을 순수하게 경험적인 명제들로 환원하는 경험주의적 환원주의가 실패하므로, 곧 지식 일체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하는 전통적 인식론이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그 대신 인식론은 '앎이 어떻게 생겨나는가?'를 따지는 과학적 심리학의 일부로 포섭되면 충분하다는 이른바 "자연화된 인식론"을 주창한다. 물론 이는 순환논리에 처할 위험성이 있지만, 콰인은 오토 노이라트를 계승하여 "뗏목 위에 탄 채로도 뗏목을 부분적으로 보수하는게 가능하다"는 유비를 통해 '자연화된 인식론'이 여전히 정당화된다는 논증을 펼친다.

과학철학[편집 | 원본 편집]

  • 콰인이 제시한 인식론적 전체론은 상기한 바처럼 어떤 명제든 모종의 경험에 의해 반증될 수 있다는 함축을 갖는다. 이는 반대로 그 어떠한 경험적 데이터가 주어진다한들, 적절한 (혹은 Ad Hoc한) 보조가설을 추가하기만 한다면 그 어떤 과학적 가설이든 여전히 논리적 정합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함의한다. 즉 경험적 데이터가 아무리 쌓인다 한들, 무엇이 참된 과학적 이론인지는 논리적으로 결정될 수 없다(혹은 "과소결정된다[underdetermined]").
    • 이는 일찌기 피에르 뒤앙이 지적하기도 했던 사항이므로, 흔히 두 사람의 이름을 함께 따서 "뒤앙-콰인 논제"라고 불린다. 그리고 뒤앙-콰인 논제는 토머스 쿤의 과학철학에 핵심적인 기틀 중 하나가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형이상학[편집 | 원본 편집]

  • 1948년 발표한 《있는 것에 관하여》(On What There Is)에서 "[math]\displaystyle{ x }[/math]는 있다" 혹은 "[math]\displaystyle{ x }[/math]존재한다"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보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고 주장한다: 이론 [math]\displaystyle{ T }[/math]가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예. 최첨단 물리학)이라고 가정하고, [math]\displaystyle{ T }[/math]의 모든 명제들을 1차 술어 논리 언어로 번역하자. 이때 "[math]\displaystyle{ x }[/math]는 존재한다"는 것은 곧 [math]\displaystyle{ x }[/math][math]\displaystyle{ T }[/math]의 각 명제들이 참이 되기 위한 변항의 값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 이를 두고 흔히 "[math]\displaystyle{ T }[/math][math]\displaystyle{ x }[/math]에 존재론적으로 개입한다(ontologically commit)"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런 입장은 흔히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란 곧 변항의 값이 되는 것이다(To be is to be the value of a variable)"라는 말로 압축적으로 표현된다.
    • 예를 들어 최선의 이론 가운데 '[math]\displaystyle{ \exists x (Fx \wedge Gx) }[/math]'라는 명제가 포함될 경우, 변항 [math]\displaystyle{ x }[/math]에 할당된 것이 없으면 해당 명제는 참이 될 수 없으므로, 곧 [math]\displaystyle{ x }[/math]의 값은 존재한다.
    • 위와 같은 방법론에 입각하여 콰인은 오직 물리적 대상들, 그리고 집합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전통적인 '보편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유명론적 입장을 취했다.

저서[편집 | 원본 편집]

  • 경험론의 두 독단 (Two Dogmas of Empiricism)
  • 단어와 대상 (Word and Object)

각주

  1. e.g. "가바가이!"가 가리키는 것은 토끼인가? 해당 시점의 그 토끼의 시간 단면인가? 토끼의 이데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