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철학

언어철학(言語哲學, 영어: Philosophy of language)은 말 혹은 언어에 관련된 철학적 문제들을 다루는 철학의 한 분과다. 경험과학으로서 언어를 탐구하는 언어학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연구가 겹치기도 한다.

역사[편집 | 원본 편집]

언어에 관한 철학적 탐구는 오래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였다. 경전 《베다》를 엄격히 해석할 필요성이 있었던 인도에서는 기원전 시기부터 언어에 관한 철학적 사유가 깊이 발달하여 이후 힌두교의 6대 철학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한자 문화권에서도 제자백가명가는 초보적인 언어철학을 시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유럽 문화권에서도 언어(로고스)에 관한 철학적 사유는 파르메니데스의 작업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언어에 관한 철학적 논쟁이 본격화된 것은 소피스트소크라테스가 등장한 이후였으며, 이는 소크라테스의 후예인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더욱 발전되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이름과 이름이 가리키는 것의 관계를 따지는 플라톤의 『크라튈로스(Κρατύλος)』가 있다. 이후 스토아 학파는 그런 언어적 탐구를 더욱 발전시켜 전통적인 문법에 관한 많은 연구를 수행하였다. 둔스 스코투스윌리엄 오컴중세의 여러 스콜라 철학자들 또한 언어철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근대 이후에도 니체하이데거 등의 철학 체계에서 언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소쉬르구조주의 언어학은 20세기 프랑스 철학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언어철학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언어학과 본격적인 협업을 이룬 것은 프레게, 러셀, 비트겐슈타인 등으로부터 출발한 분석철학 전통이었으며, 이는 21세기 현재 언어철학의 지형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주요 문제들[편집 | 원본 편집]

현대의 언어철학에서 다루는 내용은 그 자체로 늘어날 뿐 아니라, 언어학의 발달에도 발맞추어 점점 확장되고 있다. 그렇지만 언어철학에서 비교적 전통적으로 다뤄온 여러 문제들(즉 학부 수준에서도 접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로는 다음과 같은 사례들을 들 수 있다.

의미란 무엇인가[편집 | 원본 편집]

말은 의미를 가진다고 여겨지며, 특히 문장명제를 그 의미로 갖는다고 여겨지고는 한다. 예컨대 한국어 문장 "사과는 과일이다."와 영어 문장 "An apple is a a fruit."는 의미가 같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때 의미 혹은 명제라는 게 무엇인가? 물리학적으로 의미라는 게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가? 의미는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 같은 것인가? 의미는 에서의 특정 전기 발화 패턴에 지나지 않는가? 아니면 그외의 다른 무엇인가?

의미가 문장의 진리조건(Truth Condition), 즉 그 문장이 참이 될 필요충분조건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무언가라는 점은 많은 철학자들이 동의하는 사안이다(예. 문장 "사과는 과일이다"는 사과가 과일일 경우 오직 그 경우에만 참이다). 하지만 여러 언어 현상을 볼 때 '의미'라는 개념을 진리조건과 똑같은 것으로 보는 입장은 많은 난점을 낳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의미'라는 것의 본성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형이상학과 밀접히 연관되며, 동시에 '의미'라는 것은 우리가 마음으로 '뜻하는 바'와 깊은 연관을 맺는 것으로 보이기에 심리철학과도 긴밀히 연결된 문제다.

말은 어떻게 세계와 관계를 맺는가[편집 | 원본 편집]

언어는 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한국어 구사자는 "사과"라는 말로 사과를 가리키며, "둘"이라는 말로 인 2를 가리키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가리킴'이라는게 어떻게 성립하는가? 게다가 "유니콘" 같은 단어는 가리키는 게 없는 것 같은데 그러면 이때 "유니콘"은 세계와 아무런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인가? 이런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반드시 '의미'라는 수수께끼 같은 것에 반드시 의존해야 하는가?

이런 지칭(Reference) 현상을 설명 혹은 기술하기 위한 이론적 모형을 제시하는 것이 현대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대표적인 철학적 문제 중 하나다. 특히 이 가운데서도 많은 논의거리를 낳고는 하는 어휘들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이름 혹은 고유명사: 예. "김영희", "David Lewis", "대한민국"
  • 한정기술구(Definite Description): 예. "The tallest mountain in the world", "현재 프랑스의 왕"
  • 자연종(Natural Kind) 어휘: 예. "사과", "호랑이", "물"

언어의 의미에 대한 체계적 이론?[편집 | 원본 편집]

언어에서 어떤 표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드는게 가능한가? 단순히 주먹구구로 문장의 의미를 설명하는게 아니라, 논리체계가 그러하듯 공리적으로 언어 표현들의 의미를 도출시키는 이론을 고안할 수 있는가? 20세기 전반까지 많은 언어철학자들은 자연 언어가 논리학에서 쓰는 인공어와 달리 결함이 많으므로 이런 이론을 고안하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20세기 중반 리처드 몬태규(Richard Montague)는 당대까지의 언어철학, 논리학, 집합 이론 등을 바탕으로 많은 영어 표현들에 대한 체계적 이론을 제시하는데 성공하였다.

영어 뿐만 아니라 한국어 같은 다양한 자연 언어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이론을 제시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현대까지 여전히 종종 논의되고는 하는 대표적인 언어 표현들은 다음과 같다:

  • 양상(Modal) 표현: 예. "할 수 있다", "impossible", "반드시 -하다"
  • 명제 태도 표현: 예. "-라고 믿는다", "desire that -"
  • 지표사(demonstrative): 예. "나", "너", "This", "That"

언어학 가운데서도 의미론과 매우 많은 부분에서 연구 영역이 겹치는 분야.

일상적인 대화에서 말은 어떤 뜻으로 쓰이는가?[편집 | 원본 편집]

말은 문자적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다. "저기 소금통 좀 집어줄 수 있니?"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응, 소금통 집어줄 수 있어."라고 대답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상할 것이다. 즉 언어는 그 표현들의 문자적 의미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한 쓰임새를 지닌다. 폴 그라이스(Paul Grice)는 20세기 중반 언어의 이러한 측면을 설명하기 위해 화용론(pragmatics)이라는 분야를 제창하였으며, 이는 현재 언어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여전히 문자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의사소통 등에 관련된 여러 철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당연히도 언어학 가운데서 화용론과 많은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타[편집 | 원본 편집]

대한민국 대학들의 여러 철학과에서는 학부 과정부터 '언어철학'이라는 이름으로 해당 내용을 가르치는 전공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