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북아일랜드를 상징하는 깃발로 사용되는 성 파트릭 십자가

영국을 구성하는 네 개의 홈 네이션 가운데 하나이자, 아일랜드 공화국 헌법으로는 아일랜드 섬 북동부의 여섯 개 주를 무단으로 점거 중인 반국가 단체.

이는 아일랜드 공화국 헌법이 대한민국 헌법과 마찬가지로 자국 영토를 아일랜드 섬과 그 부속 도서 전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적용 범위를 현재 자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영역으로 한정했을 뿐이다. 영국은 자국 영토의 범위를 규정하기는커녕 아예 헌법 자체가 없음을 감안하면, 이 지역은 아일랜드 공화국 헌법상 반국가 단체인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에 의해 무단 점거 중인 분쟁지역인 것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이야기이고 실질적으로는 영국을 구성하는 네 나라 가운데 하나로 간주한다(...) 나머지 세 나라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11세기부터 800년 이상 영국의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는 1916년의 부활절 봉기와 1919년부터 2년간 지속된 독립전쟁으로 1921년에 아일랜드 자유국으로 광복을 맞았다. 그러나 아일랜드 북부의 얼스터 지방(모나한, 캐번, 더니골, 다운, 앤트림, 퍼매너, 타이론, 아마, 데리 이렇게 아홉 개 주)에는, 영국이 아일랜드의 토지를 농민들에게서 압수하고 그 소유권을 넘겨준 스코틀랜드 출신 영국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종교적으로 장로교, 그것도 아주 보수적인 근본주의 장로교[1]를 신봉하며 영국 정부를 절대적으로 지지하였다. 물론 아일랜드에서 종교와 정치성향 사이에 절대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땅 소유권도 가졌고 기득권을 완전히 틀어쥐고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 보니 당연히 식민지배자 영국을 절대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 얼스터 지방은 그대로 영국 영토로 남자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는데... 문제는 모나한, 캐번, 더니골 세 개의 주는 가톨릭 신자 비율이 너무 높았던 것이다. 때문에 이 세 개 주는 아일랜드 자유국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여섯 주는 그대로 영국에 남게 되었다.

아일랜드 자유국은 1937년에 영연방을 탈퇴하였고, 저 멀리 동양에 있는 싱크로율 무지하게 높은 반도국가에서 남북에 각각 독자 정권이 세워져 분단이 고착화된 바로 다음 해인 1949년에 공식적으로 아일랜드 공화국을 선포하면서 남북 아일랜드 분단도 고착화되게 된다. 아일랜드 공화국은 헌법상으로 자국 영토는 아일랜드 섬과 그 부속 도서 전체라고 규정했으니, 북아일랜드는 졸지에 아일랜드 섬 북동부의 여섯 개 주를 무단으로 점거 중인 반국가 단체가 되어 버렸다. 만일 영국에 헌법이 있고 거기서 영토 범위를 규정했다면 모르겠는데, 영국엔 헌법 자체가 없으니... [2]

그래도 1969년까지는 그런 대로 영국군과 영국 정부의 중재 속에 가톨릭을 믿는 민중들과 장로교를 믿는 친영파 수구 기득권 지배세력이 서로의 거주지 사이에 명박산성이 따로 없는 높은 장벽을 쌓아 놓고 그럭저럭 지냈다. 물론 IRA와 영국군 사이의 무력충돌이 산발적으로 존재하긴 했지만.[3]

그런데 1969년부터 약 30년간 북아일랜드는 서유럽 최후의 화약고로 통하여 IRA와 영국군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헬게이트가 열리게 된다. 남북 아일랜드 통일을 위해 영국에 맞서 무력투쟁을 벌이던 북아일랜드의 통일 열사들이 무더기로 감옥에 잡혀 들어가거나 전사하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버밍엄 6인조'와 '길포드 4인조'는 억울하게 IRA로 몰려 고문을 당하고 감옥살이를 하기까지 했다! 이게 어디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후진국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모르겠는데 선진국 오브 선진국인 영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아무튼 이 북아일랜드 문제 때문에 영국은 국제사회에서 까이게 되었고, 그렇다고 여기서 발을 뺐다가는 장로교 믿는 기득권 세력이 모조리 학살당할 테니 그럴 수도 없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헬게이트는 1998년에 IRA와 영국 사이에 '굿 프라이데이 협정'이 체결되면서 비로소 소강상태에 도달했다. 개신교이면서도 진보적이고 이런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는 무관한 아일랜드 감리교(WCC 회원 교단임)가 나서서 중재를 한 것도 있고, 기타 국제사회에서 북아일랜드 문제 해결을 위해 양측 중재에 나서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그러나 그 합의의 내용은 IRA 과격파 입장에선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이후로도 산발적인 무력 충돌이 이따금 발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투표를 통해 영국령으로 잔류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분단을 완전히 고착화하자는 내용이었으니. 어찌되었든 현재 남북 아일랜드 통일 운동은 진행되고는 있으나 과격한 무력투쟁 노선은 대부분의 공화주의 단체들이 포기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도 북아일랜드에 가면 가톨릭과 개신교 거주지역이 높다란 담으로 분리되어 있고, 담벼락마다 각자의 정치성향을 담아낸 낙서로 도배가 되어 있는 등 보이지 않는 갈등의 골이 여전히 깊은 상황이다.

남북으로 쪼개진 나라에서 북쪽에 위치한 왕국이라는 점이 대한민국 헌법상 한반도 북부의 여섯 개 도를 무단으로 점거 중인 반국가 단체와 공통적이다. 그래도 최소한 여기에는 신격화된 세습 독재자는 없다(...) [4] 물론 특정 종교 광신도가 우글거린다는 건 공통점 맞다. [5]

각주

  1. 한국의 장로교단을 기준으로 말하면 예장합동이나 예장고신 정도.
  2. 진짜다. 영국은 성문화된 헌법이 없고 관습법으로만 헌법 비슷한 게 존재한다.
  3. 예를 들어 1957년 연초에는 IRA와 영국군 사이의 무력 충돌로 퍼걸 오핸른(Fergal O'Hanlon)을 비롯한 남북 아일랜드 통일운동가 다수가 전사하였다.
  4. 영국은 입헌군주국으로써 '세습'되는 왕이 있긴 하지만 그 왕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지사장일 뿐 아닌가...
  5. 북아일랜드 개신교는 노선 자체가 근본주의, 개혁주의를 표방하고 또 이게 자기네들 기득권과도 맞물려 있다 보니 한국의 개독교예수쟁이들 이상으로 막장적인 개독들이 북아일랜드에 우글거린다. 그런 개독들의 정신적 수장이며 남북 아일랜드 분단을 고착화시킨 최악의 원흉이 바로 이언 페이즐리(Ian Paisley)라는 개독먹사로 이 인간은 북아일랜드 개독들에게 끊임없는 친영 선동을 일삼다가 결국에는 정계에 진출하여 남북 아일랜드 통일을 훼방을 놓았고 북아일랜드 괴뢰정권의 수괴를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북아일랜드 가톨릭은 거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또 상당히 보수적인 가톨릭을 표방한다. 물론 거기는 광신도라 할 수 있는 레벨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