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너티브 록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은 1980년대 영미권에서 등장한 록 음악의 하나의 조류이다. 인디 문화의 부흥에서 유래되었으며 기존의 주류 음악의 형식을 타파하고 대안(Alternative)으로서의 록 음악을 추구했다. 초기에는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지만, 차츰 인지도를 넓혀가다가 1990년대 그런지브릿팝이 크게 성공하며 주류 음악에 편입되었다. 편의상 록 음악의 장르 중 하나로 구분되지만 사실 음악의 장르라기보다는 비슷한 방향성이나 태도를 공유하는 록 음악가들을 포괄적으로 묶은 것에 가깝다.

역사[편집 | 원본 편집]

얼터너티브 록은 1970년대 후반 펑크 록의 폭발적 성장 이후 탄생했다. 1978년 정점에 달한 펑크 록은 이후 포스트 펑크, 하드코어 펑크, 뉴 웨이브 등 다양한 하위 장르로 분화되었다. 이들은 1980년대 점차 상업화되어가는 주류 음악에 반발하며 지하 클럽 등지에서 소규모 공연을 하고 대학가 라디오를 중심으로 점차 세력을 넓혀 나갔다. 이들 중 일부는 펑크 록을 기반으로 더욱 격렬한 연주를 하거나, 반대로 부드럽고 멜로디 중심의 곡을 썼다. 또 일부는 포크를 기반으로 펑크 록 사운드를 결합하거나 현대 음악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고스 문화에 영향을 받은 고딕 록이 탄생하고 초기 일렉트로니카에 영향받은 신스팝매드체스터 등이 탄생했다. 이들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평론가와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으며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1980년대 중반이 되며 이들은 서서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일랜드U2가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미국R.E.M.허스커 두가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했다. 영국에서는 뉴 오더더 스미스가 인디 밴드의 범주를 뛰어넘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큐어, 스톤 로지스 등의 밴드들도 속속 등장했다. 이들이 조금씩 음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미디어에서는 이들을 분류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들의 음악은 각각 전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거대 자본 없이 인디 음악으로 시작했고, 판매 전략, 음악의 가사, 곡의 구조에 있어서 기존 주류 음악의 형식을 거부했다. 이들은 주류 음악의 대안으로서의 음악으로 받아들여졌고, "Alternative"라는 이름으로 분류되게 되었다. 1988년 9월 10일 빌보드 차트에 새롭게 "얼터너티브" 차트가 신설되었고, 이때부터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되었다.

1980년대 후반이 되자 거대 음반사들이 하나둘씩 얼터너티브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당시 록 음악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글램 메탈이 점점 시들해져가고 있었기에 음반 시장에서는 이를 대체할 신선한 음악을 찾고 있었다. 이로 인해 여러 인디 밴드들이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실패했지만, 몇몇 밴드는 히트곡을 배출하며 얼터너티브 록의 가능성을 보여주였다. 특히 1987년 R.E.M.이 《The One I Love》로 빌보드 Hot 100 차트에서 9위까지 오른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그리고 1991년 너바나가 등장했다. 신예 그런지 밴드였던 너바나는 2집 앨범 《Nevermind》의 《Smells Like Teen Spirit》을 히트시키며 가히 사회 현상이라 불릴 만한 놀라운 인기를 끌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 일대 그런지 붐이 일며 록 음악의 주류가 하루 아침에 뒤바뀌게 된다.

동 시기 영국에서도 록 음악의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 당시 영국에서는 이미 스미스, 스톤 로지스 등이 대중적 인기를 얻은 뒤였기에 이러한 새로운 흐름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영국은 미국의 그런지 열풍에 발맞춰 브릿팝이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를 발굴했다. 1960~1970년대 영국 록의 전통을 얼터너티브 록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브릿팝은 큰 인기를 끌었다. 블러, 스웨이드, 펄프 등의 거물 밴드들이 잇따라 등장했고 오아시스가 "제2의 비틀즈"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런지브릿팝은 이후 1990년대 중후반 쇠퇴할 때까지 큰 인기를 누리며 얼터너티브 록을 주류 음악계에 정착시켰다.

1990년대 후반, 기존의 록 음악을 비주류로 밀어내고 얼터너티브 록이 주류 음악 시장에 완전히 정착하자 근본적인 문제가 생겼다. 얼터너티브, 즉 대안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미 '대안'으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린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얼터너티브라는 말의 의미 자체가 워낙 넓고 모호한 탓에 발생한 일이었다. 현재는 대략 1970~1980년대 메인스트림에서 유행하던 형식이 아닌 1990년대 이후의 기타 록 음악을 싸잡아서 부르는 용어 정도로 정의되었다.[1] 21세기 이후로도 얼터너티브 록은 록 시장의 주요 장르로서 지속되고 있다.

각주

  1. 물론 이것도 정확하게 정의된 것이 아니며, '얼터너티브'의 범위가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 까놓고 말해서 자기가 얼터너티브라고 하면 얼터너티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