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롤카/작중 행적/2기 2부

2기 1부 완결로부터 1주일 후의 시점이다.

시한폭탄(2화~5화)[편집 | 원본 편집]

크롤카는 악몽에 시달리다 깨어났다. 크로미가 그의 곁을 계속 알짱거린다. 크롤카는 봉인을 하나 잃은 탓에 힘을 컨트롤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그는 크로미에게 박살나기 싫으면 꺼지라고 했지만, 크로미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1] 로췌발루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투고 있다고 한다. 크로미는 라크리모사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라크리‘모사’인가... 그 이름은 크롤카의 아내 모사가 호문쿨루스로서 받은 가명이었다. 그녀는 죽으면서 진명을 돌려받았다. 발루치는 왜 그 이름을 다시 쓴 걸까... “아저씨 예전 이야기해주라. 호문쿨루스 부인이랑 했었던 멋진 사랑 이야기. 아저씨는 죽어가고 있어. 누군가는 한 번쯤 들어줘야 하지 않겠어?” 크롤카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젠장 내가 이딴 소리를 할 줄이야...

...... 모사를 만나기 전 나는 연금술사도 아닌 일반인이었다. 그저 먹고 마시며 아무 생각 없이 인생을 낭비하는 쓰레기였지.
그러다 어느 날 모사를 만났고 그녀는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 한 마디가 내 모든 걸 바꿨지. 어이없이도 나는 그 말 한 마디에 사랑에 빠진 거였어.
이제 와 돌이키면 그저 그런 이야기일 뿐이야.
한 남자한 여자를 사랑했고 모든 걸 바쳤다. 젊었던 나는 그게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저 나의 착각이었지.
주위의 반대와 비웃음이 날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난 호문쿨루스인 그녀와의 결혼이 내 삶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니, 사랑에 빠진 젊은이는 간 데 없고 늙고 추한 몸을 가진 자만 서 있더군.
그제서야 난 깨닫게 되었다.
내 마음에 뜨거웠던 사랑은 남아있지 않고 그저 기억이 따뜻한 추억이 되어 남아 있을 뿐이란 걸. 그게 끝나버렸다는 걸.

사랑에 빠진 젊은이는 안대를 쓴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자기 자신조차도.
하지만 나이든 자는 한 발 물러서 바라보며, 그것이 언젠가 사라질 환상이란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추억에 기대면서 언젠가 사라질 감정을 가지고 애쓰는 젊은 자들을 비웃지.
사랑이란 건 모든 걸 걸고 움켜쥐려 해도, 손을 펴보면 한 줌 추억밖에 남지 않는 거니까.
시간은 내 이야기를 끝내버렸다. 마치 병이 치료되듯이.

크롤카의 말이 끝나자 크로미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죽은 부인의 의지에 매달리는 거지?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나?
다 부스러져 죽어가는 몸으로 뭘 증명하고 싶어 하는 거야?
더 이상 어리석은 짓 하지 마라, 크롤카. 우린 늙어 죽지 않아.
필멸자인 당신과 결혼한 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가?
그 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는 건 그만둬.
그녀는 죽었고, 진실은 이미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겐 이것밖에 남지 않았으니.
똥고집이네. 그러면 여자한테 인기 없다?
기억과 추억에 매달리는 것도 늙은 자의 특권이지.
.... 흐음, 근데 말야.. 혹시.. 애인은 안 만들었어?
잡지 보니까, 남자들은 부인도 만들고 애인도 만든다며.
......
앗! 얼굴 붉어졌다! 찔리는구나!! 애인 있지?!
이런 젠장..

힘을 다스리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결국에는 증오가 육신을 벗어나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언제 폭주할지 모른다. 라크와 로췌는 크롤카를 무명사로 인도하기로 했다. 무명사는 크롤카의 힘을 억제할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요양한다면, 크롤카의 힘도 안정될 것이다...

나를 건드리지 마라(5화~16화)[편집 | 원본 편집]

신기하게도 라크의 LC단검은 크롤카의 증오를 흡수했다. 크롤카는 라크로 하여금 그 단검으로 자신을 찌르게 했다. 무명사까지 가는 동안 폭주하지 않도록, 미리 증오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크롤카는 주저하는 라크를 재촉했다.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냐. 저능아 같은 놈! 그딴 걸론 아무리 찔러도 날 못 죽여. 그러니 빨리 찔러. 버러지 같은 겁쟁아! 아딤이 마련해준 살인 연습 허수아비라고 생각해! 마음껏 후벼보라고!”

단검으로 힘을 안정시킨 후, 크롤카와 로췌라크 셋은 무명사로 출발했다. 무명사는 평소보다 방비가 더욱 엄중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일행은 한 남성을 만났다. 그는 자신을 ‘제이콥 로스터’(이하 제이콥)라고 소개했는데, 크롤카 일행과 마찬가지로 무명사를 찾고 있었다.

제이콥은 이 숲에서 한 달 가까이 헤맸다고 한다. 그는 사업가였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사업 기밀을 가지고 무명사로 숨어버려, 그를 쫓아 여기까지 왔단다. 그러나 GPS를 써도 도저히 길을 찾지 못했고, 언제나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돌아왔다. 저 이야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크롤카는 잘 알고 있었다. “무명사에서 널 만나길 거부했단 이야기로군. 그렇다면 여기서 얼쩡대지 말고 돌아가. 너 때문에 우리까지 거부당하긴 싫다. 꺼져.” 크롤카의 말에 제이콥이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냅다 총을 꺼내 일행을 향해 쏘았다. 총탄에 맞은 것은 크롤카. 제이콥은 크롤카를 조롱하며 그의 안대를 벗기려 했다.

이 안대 안에는 뭐가 숨겨져 있지? 좀 보여 달라구.
Rühr mich nicht an
응? 뭐라고? 잘 안 들려. 안 들린다고 이 자식아, 크게 말해.
나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왜 그러지?.. 웃음이 멈췄군...
네 눈에도 내가.. 괴물로 보이나?...

제이콥 때문에, 간신히 억제하고 있던 증오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미안하게 됐군.. 로췌, 라크리모사... 도망쳐라..” 크롤카는 이성을 잃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의 증오는 한순간에 온몸을 집어 삼키고 한 마리 괴물로 변했다. 무명사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크롤카는 인근에 있던 제이콥의 기계군인들을 모조리 박살내고 게걸스레 먹어치웠다. 로췌가 슈터 능력으로 LC단검을 쏘아 맞추려 했으나 그 정도로는 그를 억제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으로는 역부족임을 직감하고 급히 자리를 피했다. 라크도 땅에 굴러다니던 LC단검을 주워들고 그를 상대했으나 다를 것은 없었다. 이어서 39가 나타났지만, 39 역시 크롤카에게 잡아먹혀 죽었다. 그러나 그 순간 39가 새로운 육신을 얻어 부활하면서, 무명사 인근의 LC들이 일제히 공명하며 크롤카의 증오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뒤이어 쉬타카두르가 나타나 번개를 일으켜 크롤카를 제압했고, 다시 파즈가 증오를 뜯어내고 크롤카를 끄집어내 상황을 마무리했다.

크롤카는 감금된 채, 곤히 잠에 빠졌다...

각주

  1. 일 터지면 그때 도망가면 된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크로미는 포인트무버이므로, 크롤카가 폭주하더라도 언제든지 내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