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이론

종속이론(從屬理論, Dependency theory)은 제3세계 국가,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저발전을 규명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시작된 이론이다. 구조주의·개혁주의적 종속이론 자체는 1940년대부터 체계화되기 시작했으나 흔히 말하는 마르크스주의적 종속이론은 근대화이론이 라틴아메리카에서 한계를 드러낸 이후 등장하였다. 서구 선진국이 아닌 제3세계 국가에서 만들어진 이론이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이론이 된 첫 번째 사례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의 종속이론 연구는 주로 1980년대에 진행되었다.

역사[편집 | 원본 편집]

구조주의·개혁주의 종속이론[편집 | 원본 편집]

1940년대 유엔 라틴아메리카 경제위원회(ECLA)의 구조주의 경제학자들이 체계화한 이론이다. 이들은 라틴아메리카 저발전의 원인이 주변부-중심부 구조에 있다고 보았다. 주변부가 1차산업을 담당하고 중심부가 고부가가치 산업을 담당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주변부 국가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저발전 중인 라틴아메리카 국가도 저발전에서 벗어나려면 제조업과 같은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며 이는 라틴아메리카의 수입대체산업화 전략을 불러왔다.

라틴아메리카의 수입대체산업화는 일부[1]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경제발전에 기여했으나 협소한 내수시장으로 인해 얼마 안가 한계에 도달하였다. ECLA의 경제학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미공동시장을 주장하였으나 남미에서 공동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수입대체산업화가 끝나고 수십년 뒤인 2000년대였다(...) 또 수출대체산업화의 자금은 기존 산업인 1차산업의 수출소득에 의존하여 진행되었는데, 광물이나 식량 수출에 의존하다보니 1차 산업에 투자는 안하면서도 1차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정적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제조업 부분은 대농장에서 쏟아져나온 농업프롤레타리아트를 흡수할 만한 여력이 없었는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기계를 최신제품을 도입하는 바람에 노동력이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대량의 실업자를 양산해 시장구매력을 줄이는 악순환을 불러오게 되었다.

마르크스주의 종속이론[편집 | 원본 편집]

1970년대까지 라틴아메리카에 시도되었던 근대화이론구조주의적 종속이론이 한계를 드러내었다. 근대화이론은 경제변동은 사회변동을 가져온다는 가정하에 서구의 경제발전경로를 따라가면 서구와 같은 선진국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할 때도 근대화 이론가들이 기대한 서구적 근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구조주의자들이 주장한 수입대체산업화도 그 수명을 다했다. 그러자 ECLA 구조주의 종속이론의 대안으로 제기된 이론이 마르크스주의 종속이론이다. 마르크스주의 종속이론은 라틴아메리카의 저발전이 세계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침탈에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체제에서 이탈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마르크스주의 종속이론가 군더 프랑크(Gunder Frank)는 저발전의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쿠바와 같은 사회주의의 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군더 프랑크의 "저발전의 발전"은 제3세계의 발전이 정체되어 있다는 가정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종속적 발전"개념으로 국제적 자본, 국내 자본, 주변부 국가의 동맹을 통해 제3세계가 제한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다만 종속적 발전이론을 주장한 카르도주는 베버주의적 경향이 있으므로 마르크스주의 종속이론으로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외에는 루이 마우로 마리니의 "하위제국주의(Subimperialism)"나 세계체제론의 "반주변부(Semi-periphery)"가 소수 제3세계의 발전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상파울루 학파 종속이론[편집 | 원본 편집]

상파울루 학파는 종속이론 분파 중 하나로 베버주의적 관점과 사회학적 분석방법을 사용하는 학파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가 있다. 종속적 발전이론을 제기한 학파이기도 하다.

세계체제론[편집 | 원본 편집]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이 이론을 정립했다. 종속이론대로라면 주변부에서는 발전이 일어날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답이 이 이론이다. 주변부 국가에서의 개발과 저개발을 모두 설명하려 했다. 월러스틴은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에 반주변부라는 카테로리를 뒀다. 이 이론은 세 가지 국가군에 대한 설명 자체도 목적으로 한다. 중심부는 민주주의 정체를 가지고 있고 노동자는 높은 임금을 받으며 복지국가가 만들어져 있다. 중심부는 주로 원재료를 수입하고 제조품을 수출한다. 한편 반주변부는 권위주의 정체를 가지고 있고 노동자는 낮은 임금을 받으며 복지수준이 낮다. 수출과 수입은 원재료와 제조품을 병행한다. 그리고 주변부는 비민주적 정부를 가지고 있고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생계 수준 이하이며 복지가 제공되지 않는다. 원재료를 수출하고 제조품을 수입한다. 주변부의 부는 중심부와 반주변부로 이동한다. 반주변부의 부는 중심부로 이동한다. 따라서 반주변부는 발전 가능하다. 또 주변부가 반주변부로 승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의 종속이론[편집 | 원본 편집]

종속이론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위상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활발히 연구되는 이론이며 매년 미주의 종속이론가들이 만남을 가지기도 하는등 끊임없는 수정-발전을 이루고 있다. 현재의 종속이론은 세계체제론의 분석방법을 받아들이고[2]다른 이론들을 흡수하면서 서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학술적 영향[편집 | 원본 편집]

종속이론은 해방신학페미니즘에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 종속이론에 기반한 페미니즘은 제3세계 국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중심부-주변부의 착취구조가 여성을 저발전국가의 여성, 여성, 국내 주변부의 여성이라는 삼중의 억압구조에 놓이게 만든다고 지적하였다. 삼중억압에 놓인 여성은 여성으로서 재생산노동, 저발전국가 여성으로서 저임금노동, 국내 주변부 농촌지역의 여성으로 공동체노동을 부담해야 한다. 종속이론의 영향을 받은 페미니즘은 발전과정에서 여성이 참여하지 않아서 발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전통적인 페미니즘 발전이론을 반박하고 오히려 발전과정에 참여가 과잉되어 있다고 지적하였다.

한국에서의 연구[편집 | 원본 편집]

한국에서는 1970년대에 알음알음 들어오기 시작하여 1980년대에 적극적으로 연구되었다. 1985년 6월에는 서울대학교에서 해외의 종속이론가들을 초청하여 "한국 발전에서 종속문제"라는 학술회의를 개최하기도 하였다[3] 그러나 이 열풍은 1980년대 중후반부로 가면서 식어들어갔고 1990년대에 오면 종속이론은 사실상 연구되지 않는 이론이 되었다.

오해[편집 | 원본 편집]

종속이론은 1980년대에 주로 논의되었고, 그마저도 당시 관심사이자 주목받던 마르크스주의 (혹은 신마르크스주의) 종속이론을 중심으로 소개되었다. 또한 국내에서 종속이론을 전공한 학자들도 적어서 남미 종속이론이 전부 소개된 것이 아니므로 흔히 종속이론은 마르크스주의 종속이론만이 존재한다는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카르도주는 베버주의적 관점을 가진 상파울루 학파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주의자로 오해되어 혼란을 주기도 한다. 물론 이 같은 오해는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비주류이론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각주

  1.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멕시코.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는 수입대체산업화를 할 여력도 없었다.
  2. 엄밀히 말하면 세계체제론은 종속이론과 분리되어 있으며 종속이론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세계체제론이 세계를 분석대상으로 본 반면 종속이론은 저발전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하고 그 이유를 국제구조에서 찾으려는 것이었으므로 둘의 성격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3. 김상준. 2015. 《종속이론(상): 종속이론과 그 세계》 서강대학교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