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일본어

< 난독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표음문자인 가나와 표의문자인 한자를 병용하여 사용한다. 가나는 정형화 된 5개 모음과 13개 자음의 조합 (및 일부 이중모음과 2개의 폐음절) 만으로 이루어져 있고, 딱 세 가지를 제외[1]하면 난독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외국어 학습자에게 있어서는 익숙해지기만 하면 그야말로 꿀같은 문자이다.

그러나 그런 특성이 되려 수많은 동음이의어를 낳아버리는 부작용을 만들었고, 때문에 한자를 반드시 써야만 작문 및 독해가 가능한[2] 올가미를 만들고 말았다. 그나마 현대에 만들어지는 신조어 등은 가타가나로 표기하고 있으니 됐지만, 문제는 옛부터 전해내려오는 표기(역사적 가나 표기법을 포함하여)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도, 내놓지 못하기도 하는 아이러니에 빠졌다는 것이다.

본 문서는 난독에 해당하는 어휘를 기본적으로 테마별로, 그 이하로는 고쥬온즈(五十音図)순으로 나열하였다. 단, 光(ライト, 라이토)처럼 외국어로 지어낸 난독이라던가 누가봐도 완벽한 DQN 네임 같은 경우, 그리고 단지 난이도가 높기만 한 어휘(掌, 타나고코로/테노히라[3]) 등은 제외한다.

읽기에 따라 뜻 자체가 달라지는 어휘[편집 | 원본 편집]

  • 注ぐ (소소구/츠구): 둘 다 '(액체 등을 흘려서 이동시키다)' 라는 의미이나, そそぐ는 강줄기 흐르듯 콸콸콸 쏟아주는 형태고, つぐ는 조용히 도쿠리에서 졸졸졸 따라주는 듯한 형태이다.
  • 殺陣 (타테/사츠진): 연극이나 영화에서의 난투극. 둘다 읽힐 수 있으나 사츠진이라고 읽으면 살인(殺人)이 되기 때문에 흔히 "타테"라고 읽는다.
  • 日向 (히나타/무코/휴가): 기본적으로 히나타(※양지라는 뜻)라고 읽는 어휘이다. 그런데 교토부 서남부에는 무코 시가 있고, 미야자키 현 동북부에는 휴가 시가 있다. 모두 똑같이 저 한자를 쓴다.
  • 京都 (미야코/교토): 절대 다수가 교토라고 읽지만, 후쿠오카 현에 있는 지명으로선 '미야코'라고 읽는다. 오사카부의 和泉를 이즈미(泉)라고 읽는 것과 동일한 구조. 덧, 京과 都 두 글자는 그 자체로도 미야코라고 읽을 수 있다.
  • 大和 (야마토/다이와): 두 표현 모두 기본표현인데, 야마토는 역사적 읽기이고 다이와는 일반적 읽기방식이다. 저 글자를 야마토라 읽게 된 것은 和(와)가 일본을 상징하게 된 이후부터이며, 특별히 일본의 고대왕국인 '야마토'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나타내면서 만들어졌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대한(大韓)'과 유사한 원리이다. 참고로 '和'라는 글자 자체도 '야마토'라 읽을 수는 있으며, 이 경우에는 일본 자체를 의미하는 '와(=倭)'와 편안함/익숙함을 뜻하는 '나고미', 버무리다는 뜻의 아에(和え)까지 아우르게 된다.
  • 八幡 (야와타/하치만): 야와타는 교토부 남쪽의 요도강 합류지역에 자리한 지역명(야와타시)이고, 하치만은 무가(武家)에서 숭상하는 신 중 하나이면서 과거 일본에서 쓰이던 인명이기도 하다.
  • 歪み (유가미/히즈미): 이 단어는 'ゆがみ'라고도, 'ひずみ'라고도 읽는다. 둘 다 '일그러지다' 혹은 '왜곡되다(뒤틀리다)'라는 뜻인데, ゆがみ는 모습이나 형태가 일그러진 것, ひずみ는 외부 영향을 받아서 뒤틀리거나 어긋남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예로 歪(ゆが)んだ顔는 (표정 등이) 일그러진 얼굴, 歪(ひず)んだ顔는 (모습 자체가) 비뚤어진 얼굴. 뭔가 이해하기 어렵다면 정상입니다.

지명/역명에 관련된 난독 어휘[편집 | 원본 편집]

홋카이도[편집 | 원본 편집]

아이누어를 일본어 한자 표기로 힘겹게 옮기는 과정에서 난독이 다수 발생했다.

  • 倶知安(くっちゃん, 쿳챤): 倶(구)+知(치)+安(안). 즉, 모르는 사람이 읽는다면 절대다수가 구치안이나 구치야스 등으로 읽히는 지명이다. 히라가나로 쓴다고 해도 '쿳챤(-n)'이 아니라 '큿쨩(-ng)'에 가깝게 읽는다.
  • 長万部(おしゃまんべ, 오샤만베): '長'를 '오사(おさ)'[4]라고 읽지 않고 '오샤(おしゃ)'라고 읽는 경우가 이 단어 외에는 없다. 애초에, 복합어인데도 훈독으로 '오사'라고 읽는 경우 자체도 거의 없다.

간토 (토호쿠, 호쿠리쿠, 도카이도)[편집 | 원본 편집]

간사이 (추부, 킨키, 츄고쿠, 시코쿠)[편집 | 원본 편집]

  • 我孫子 (아비코): 인명이기도 하고 지명이기도 하다. 앞과 뒤의 글자는 상관없으나, 孫을 왜 '비'라고 읽는지가 혼란되는 부분.
  • 私市 (키사이치): 와타시이치, 나는 시장이다 오사카부 가타노시에 자리한 지역. 이곳 이름을 따온 키사이치역게이한 전철 가타노선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 太秦 (우즈마사): 교토 시 서북부에 자리한 지역명. 秦(마사)도 그렇지만, 太(우즈) 부분이 특히나 읽기 예시로 잘 나오지 않는 난독이다. 또한 渦巻(우즈마키)의 '우즈'와도 하등의 관계가 없다.
  • 柴島 (쿠니지마): 한큐 센리선 구니지마역.
  • 十三 (쥬소): 오사카시 요도가와구 쥬소. (더불어 한큐 고베선, 다카라즈카선, 교토선이 모두 만나는 환승역) 기본적으로 숫자로서는 '쥬산'이라 읽는다. 그런데 인명 중에서 十三을 '쥬조(じゅうぞう)'라고 읽는 방식도 있어서 혼란에 부채질을 더하고 있다(...)
  • 難波 (난바, 나니와): 오사카시 미나미 지역의 중심지. 과거 저 글자는 나니와라고 읽었으나, 지금은 浪速로 표기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변했다. 때문에 難波는 정상이 되고, 浪速쪽은 난독을 이어받는 꼴이 되었다.
  • 十六島 (웃푸루이): 시마네현 이즈모시 인근에 있는, 구 히라타시에 해당한 지명이며 일본 돌김의 최대산지. 과거에는 於豆振(오츠후루이)라고 불렸다는 기록이 있지만, 무슨 연유로 바뀌었는가 혹은 왜 저런 이름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이 없다. 통상 읽기인 '쥬로쿠지마'라고 하면 말 그대로 16섬 혹은 토네가와 하류 유역에 자리한 지명을 의미하기도 한다.
  • 神戸 (코베/고도/칸베): 神戸(こうべ/코베)는 효고현 고베시, 神戸(ごうど/고도)는 기후현 안파치군 고도정, 神戸(かんべ/칸베)는 미에현 스즈카시에 있는 지명이다. 사실 神戸(かんべ/칸베)는 신사(神社)에서 잡무용으로 알바 뛰거나 봉사활동을 하던 백성계층을 가리키는 어휘로, 중세 일본어로 かむべ(카무베)라 표기하고 읽던 것이 변형된 것이다.

큐슈/류큐[편집 | 원본 편집]

인명에 관련된 난독 어휘[편집 | 원본 편집]

  • 長谷(하세) / 日下(쿠사카) / 飛鳥(아스카): 모두 와카의 첫 구절에서 뒤이어지는 단어가 앞선 글자(마쿠라코토바)에 강제 이식되어버린 형태의 인명 및 지명이다.
  • 伊右衛門 (이에몽): 伊(이)+右衛門(우에몽)이다. 그런데 중간에 발음하기 어려운 う가 탈락되어 그냥 '이에몽'이라 읽는다. 난독 어휘 중에서는 초급에 속한다. 참고로 21세기인 지금은 인명으로는 잘 안쓰고[5] 녹차 이름으로 더 알려진 편(...)
  • 五十嵐 (이가라시): '五十(이소)'라고 읽는 것도 마이너하지만, 어째선지 '五十(이소) + 嵐(아라시) = 五十嵐 (이가라시)'(...)라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성씨. '소'가 탈락된 것까진 이해하겠는데 왜 '아'가 '가'로 바뀌는지는 알 수 없다.
  • 五十六 (이소로쿠): '五十(이소)' 부분이 마이너하지만 일본 제국의 해군 장관인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밀알못 혹은 역알못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의 제법 유명인인지라 읽는 방식은 꽤 알려진 편이다.
  • 喜屋武 (컁/캰): 오키나와 특유의 성씨로 본래 류큐어 단어에 일본식 한자 喜(き)+屋(や)+武(む) = きゃん의 조합으로 붙여준 표기법이다. 원리 자체는 어려운 것이 아니나, 완성형이 워낙 임팩트가 커서 유명한 사례이다.
  • 小鳥遊 (타카나시): 홋카이도 지역의 성씨로, 매가 없어서(鷹無, =타카나시) 작은 새(小鳥)들이 자유롭게 뛰논다(遊)고 하여 붙여진 것인데, 본래 난독 1위급에 해당하던 성씨였으나 서브컬쳐계에서는 워킹!!, 아빠 말 좀 들어라! 등으로 인해 알려진 성씨이다. 하지만 사실 그 전부터 유래가 기묘한데다 희귀 성씨인지라 TV 프로그램으로 자주 다뤄져와서 알려지기는 가장 잘 알려져 있기도 했다.
  • 九十九 (츠쿠모): 츠쿠모가미에서 유래된 성씨이다. 이 항목에서는 꽤 간단하게 서술되어 있지만, 99라고 쓰는 이유에 대해선 사실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은근 역사가 있는 표기법이지만 그래도 상당히 괴랄한 표기법인 건 사실이다.
  • 一 (니노마에/하지메): 숫자 1이라 써놓고 '니노마에(=2의 앞)'라 읽는, 진짜로 존재하는 괴상한 성씨로, 정말로 숫자 2 앞에 1이 있다고 해서 붙인 것이다(...) 이쯤되면 난독보다는 DQN네임 급. 통상적으로 인명으로서 '一'은 남성 이름으로 자주 쓰이고 '시작(始め)'이라는 뜻의 '하지메'라 읽는다. (ex: 킨다이치 하지메(金田一), 사이토 하지메(斎藤一) 등)
  • 服部 (핫토리): "하라베"라고도 읽을 수 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핫토리라고 읽히는 성씨. "핫토리 한조"나 명탐정 코난의 "핫토리 헤이지" 등을 통해 알려진 성씨이다.
  • 八月朔日 (호즈미): 벼(穂)를 수확하여 쌓아올리는(積)때가 음력 8월 초하루라 하여 붙여진 것. 후술할 와타누키와 명명법이 비슷하다. 참고로 '월일'을 뺀 '八朔'는 핫사쿠라고 읽는다(...)
  • 月見里 (야마나시): 달을 가릴만한 산이 없다고(山なし) 하여 달 보기 좋은 동네라는 한문을 붙여준 것. 하필이면 도도부현 중 야마나시현(山梨県)이 있어서 더더욱 헷갈리는 난독어휘.
  • 四月一日 (와타누키): 봄이 오는 4월 초하루에 날씨가 따뜻하니 옷 속의 솜을 뺀다고 해서 붙여준 것이다. 서브컬쳐에서는 XXX홀릭을 통해 알려진 성씨다.

문화에 관련된 난독 어휘[편집 | 원본 편집]

  • 옛날식 달력(和風月名, 일본 음력)의 1월(정월) ~ 12월(섣달)을 나타내는 어휘 중,
    如月(키사라기, 2월)、弥生(야요이, 3월)、師走(시와스, 12월)
  • 黄金(오우곤/코가네): 황금. 음독으로 黄는 코우, 金은 킨이라고 읽는데 黄金은 오우곤이라 읽는다. 이것도 특이한데 金만 훈독으로 읽어서 코가네라고 읽는 방법도 있다. 밑의 데카/케이지처럼 한자는 쉽지만 읽는 법은 두 가지인 특이 케이스.
  • 案山子(카카시): 허수아비.
  • 今朝(케사): 오늘 아침. 이는 今日(きょう, 오늘)를 けふ(케후)라고 읽었던 옛 표기방식에 따른 것이다. '오늘(쿄우)'쪽 발음이 바뀐 건 단순히 발음 현실화에 따른 것이다.
  • 刑事(데카/케이지): 경찰 형사. 읽는 방법이 두 가지 있지만 뜻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음독으로 읽으면 케이지라고 읽는 게 옳은 방법이지만, 좀더 비격식적 표현으로 데카라는 말을 쓰는 편. 의외로 메이지 시대부터 쓰이던 말이라고 한다.

동식물에 관련된 난독 어휘[편집 | 원본 편집]

현재 카타가나로'만' 표기하는 외래종의 한자명칭은 제외하였다.

  • 無花果 (이치지쿠): =무화과.
  • 海豚 (이루카): =돌고래. 원래는 "이루카"라는 발음만 있었으나, 중국에서의 표기법을 받아들여서 저렇게 되었다. 江豚, 海猪라는 표기법도 있다.
  • 海老 (에비): =새우. '바다의 늙은이'이라는 뜻인데, 새우 특유의 등이 굽어있는 모습 + 긴 수염의 이미지 콜라보로 만들어진 것이다.
  • 蝸牛 (카타츠무리): =달팽이. 한국식 한자로는 '와우'라 읽는다. 와우?
  • 水鶏 (쿠이나): =뜸부기. '물닭'이라 쓰고 뜸부기라 읽는다. (실제로 뜸부기와 닭이 생물학적 친척이긴 하다.) 교토의 지명 중 '쿠이나바시(水鶏橋)'에서도 이 표기가 쓰이나, 전철역명에서는 혼란을 피하고자 가나(くいな橋)로 쓰고 있다.
  • 蒲公英 (탄포포): =민들레. 한국식 한자로는 '포공영'이라 읽는데, 한약재로 쓰인다.
  • 海苔 (노리): =먹는 .
  • 薔薇 (바라): =장미. 문자 그대로 '쇼비'라고도 읽을 수 있지만 99.8% 정도는 바라라고 읽는다. 학습되지 않은게 난독 한국에서도 장미는 한자로 저렇게 쓴다. 대륙에서 바로 수입된 단어이기 때문.
  • 河豚 (후구): =복어. 하천돼지 중국식 한자가 수입되어 일본식 어휘에 그대로 붙인 사례이다.
  • 百舌鳥 (모즈): =지빠귀. 지역명이기도 하다. 지빠귀는 다른 새 흉내를 잘 낸다고 하여 백가지 혀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붙인 것이다. 골때리는 점은 한자가 3글자인데 정작 가나가 2글자라는 것.
  • 百合 (유리): =백합. 여기서 '유'는 단음이다. 대륙에서 그대로 수입한 단어이다.

이야기거리[편집 | 원본 편집]

  • 극장판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는 사실 일본어의 난독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제목이자 키워드이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유바바가 주인공 치히로(千尋)의 이름에서 히로(尋)부분을 빼앗아 이름을 千(센)으로 바꾸는데, 때문에 본명을 기억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를 걸었다는 설정이 성립되는 것이다.

각주

  1. は와 へ를 조사로 쓸 때 わ와 え로 읽는 것, 장음시 う↔お의 변화
  2. 메이지 유신 이후 유학파 신학(新學)자들이 일본어 속 한자가 일본의 발전에 반드시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가나만으로 표기하거나 아예 로마자로만 표기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한자 갯수만 줄이는 것(신체자, 일명 '상용 한자'의 제정)으로 결말을 냈다. 문제는 그 상용 한자만으로도 표기하는데 부족해서 늘렸다는 거지만.
  3. 양쪽 모두 정식으로 한자읽기 사전에 등재된 훈독법이다(...)
  4. 두목, 정도의 의미이다.
  5. '衛門(에몽)'이라는 어휘가 뭔가 에도 시대의 무장같다는 인상이 있다. 덧, 도라에몽의 '에몽'도 저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