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K. 르 귄

어슐러 크로버 르 귄(Ursula Kroeber Le Guin)은 미국소설가다.

생애[편집 | 원본 편집]

1929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인류학자 알프레드 크로버와 작가 테오도라 크로버 사이에서 태어났다. 위로는 오빠 세 명이 있었으며, 이들 남매 모두는 당시 기준으로 매우 개방적이고 지적인 부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르 귄은 매우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특별한 재능을 보여서, 9살 무렵에 이미 판타지 이야기를 지어냈고, 11살에는 SF 단편을 써서 유명 SF 잡지인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에 투고할 정도였다.

이후 그녀는 캘리포니아에서 고등학교까지를 마친 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프랑스 및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하였고, 이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그리하여 1953년 프랑스 유학 길에서 만난 역사학자 샤를 르 귄과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 박사 학위 연구를 중단한 후 미국으로 귀국하였다.

어린시절부터 글쓰기는 계속 하고 있었으나, 그녀가 학업에 열중하던 시기에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출판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정을 꾸린 이후에는 보다 창작에 적극적으로 힘을 쏟게 되었고,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녀를 대표하는 작품 세계인 "헤인 우주 작품군(Hainian Cycle)"의 초기 작품들이 1964년에 발표되었으며, 이후 르 귄은 SF계에 불어닥친 새로운 작가군인 "뉴 웨이브 세대"의 돋보이는 선두 주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그녀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하여 오늘날 뉴웨이브 작가로 손꼽히는 것은 필립.K.딕로저 젤라즈니 등이다.

당시에도 SF의 3대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클라크는 정력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었으나, SF 팬덤이 특유의 엘리트이즘으로 인해 정체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시기에 뉴웨이브 작가군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필립.K.딕이 오늘날 사이버펑크라 이름지어지는 몰인간적이고 황폐한 미래관에서 화자 자신에 대한 의심을 품는 등의 묘사를 이용하여 심리적인 변화를 보여주었고, 로저 젤라즈니가 신화를 SF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통해 SF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해 왔다면, 르 귄은 세밀한 심리묘사를 통해 SF의 전통적인 주제의식을 확장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그녀는 온전히 SF에만 전력을 투자한 당시 SF의 거장들과 달리 환상문학(판타지)에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SF에서 르 귄의 대표작이 "헤인 우주 작품군"이라 한다면, 판타지에서는 단연 "어스시 연대기(the Earthsea Chronicles)"가 손꼽힐 것이다 르 귄은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어둠의 왼손"이 1970년에 휴고상과 네뷸러 상을 동시 수상한 것부터 시작하여, "빼앗긴 자들"이 마찬가지로 두 상을 동시 수상해 한 인물이 두 차례에 두 상을 동시에 수상한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이후에도 그녀의 수상기록은 꾸준히 이어지는데, 로커스 상, 세계 판타지 상 등을 포함해 10여차례에 걸쳐 다양한 작품들로 상을 휩쓸었다. 이후 2014년에는 전미 도서협회의 헌정 메달을 받기도 하였다.

오늘날 그녀는 90세에 가까운 노령임에도 여전히 다양한 매체에 기고를 하며 여전히 현역 작가로서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975년 오해와 비판으로 인해 벌어진 스타니슬라프 렘의 SFWA 추방 사건 때, 르 귄은 옹호파에서 강력한 주장을 펼쳤다. 또한 그녀는 2009년에는 구글의 도서 디지털화 프로젝트에 대한 협회의 지지에 반발하여 전미 작가 협회에서 탈퇴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탈퇴 이유를 밝히는 서신에서 "사기업에 불과한 구글에게 어떠한 저항도 없이 작가들의 권리를 넘겨주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작품세계[편집 | 원본 편집]

르 귄은 SF와 판타지 두 장르 모두에서 거장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녀 자신은 두 장르를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지 않으며, 두 장르 모두 비슷한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다.

르 귄의 SF 작품[편집 | 원본 편집]

대표적으로 "헤인 우주 작품군"이라 불리는 일련의 SF 소설이 여기에 속한다. 일종의 "우주 연방"이 있어서 지구 역시 이것에 가입한 머나먼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과는 구조가 달라서 그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외계의 지적 존재들과의 상호 교류, 혹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외계에서는 어떤 형식으로 일어나는가 등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헤인 우주 작품군 중에서 유명한 것은 "셈레이의 목걸이"(작품군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여겨진다.)나 "로캐넌의 세계", "유배 행성",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등이다.

헤인 우주 작품군은 또한 앤시블(Ansible)이라는 SF의 극적 장치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일종의 초광속 통신장치로서, 수만광년 떨어진 거리에서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앤시블의 개념은 "로캐넌의 세계"에서 처음 도입되었는데, 이 장치의 극적인 활용에 매력을 느낀 후기 작가들이 이를 많이 차용하였다. 다만 실질적으로 앤시블의 작동원리에 대해서는 '알수 없다'로 설명되기 때문에, 르 귄의 작품은 엄격한 하드 SF의 기준에서는 멀어지게 된다.

르 귄의 SF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차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구인과 외계인, 같은 지구인이라 하더라도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차이"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거나 갈등의 원인이 되는가, 어떻게 해소되거나 극복되는가, 혹은 어떻게 파국의 원인이 되는가를 그리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한 주제의식은 사실상 다원사회의 근본 원리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르 귄의 SF는 우화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르 귄의 판타지 작품[편집 | 원본 편집]

르 귄의 판타지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어스시 연대기" 혹은 "땅바다 이야기"라고 불리는 일련의 작품들이다. 힘을 가진 이름 (진명:True Name)과 힘을 가진 언어가 마법의 원천이 되는,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로, 4편의 장편과 수많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스시 연대기는 르 귄의 SF만큼 명백한 주제의식을 끌어내고 있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여성의 적극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특히 2부 "아투안의 무덤"과 4부 "테하누"에서 주역 여성들이 보이는 운명에 대한 적극성에서 그러한 해석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1~3부의 주인공은 실질적으로 마법사 "게드"이며, 넓게 보아서는 게드의 일생 전체를 담은 4부까지의 이야기가 주된 축을 이루고 있다.

어스시 연대기는 르 귄의 작품 치고는 드물게 영상화가 된 케이스인데,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처음으로 전권을 쥐고 만든 "게드 전기"가 바로 그 영상화의 결과물이다.

이 결과물에 대해서 르 귄은 깊은 실망을 표시했다. 왜냐하면 "게드 전기"의 주제의식은 르 귄이 의도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게드 전기"는 내용상 어스시 연대기의 제 3부 "머나먼 바닷가"와 제 4부 "테하누"의 내용을 조합한 것인데, 정작 "게드 전기"의 주제는 두 장편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극복"에 가깝다. 또한 설정상 어스시 연대기의 주인공 "게드"는 흑인이지만, "게드 전기"에서는 국적불명의 백인으로 바뀐 것도 원작 팬들에게 규탄받는 원인이다.

르 귄 자신은 자신의 작품이 영상화될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세계를 보고 고심 끝에 허락을 해 준 것인데, 그것을 이런 결과물로 만들어놓았으니 앞으로 르 귄의 작품이 영상화될 기회는 요원해 보인다.

또한 르 귄의 판타지 작품들은 꼭 어스시 연대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서부 해안 연대기라고 부르는 연작들이 존재하며, 이 연작들의 주제의식은 어스시의 것들과 맞닿아 있지만, 보다 어린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 외의 작품[편집 | 원본 편집]

르 귄은 여러 편의 동화를 쓰기도 했으며, 명백히 어떤 장르에 속한다고 보긴 힘들지만 강렬한 주제를 가진 단편들을 쓰기도 했다. 이 중 가장 언급할 만한 것으로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꼽을 수 있겠다.

이 단편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가장 극단적으로 표현한 우화에 가깝고, 독자의 도덕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이야기는 공개되어 여기에서 읽어볼 수 있다.

작품 목록[편집 | 원본 편집]

  • 어스시 연대기
    • 어스시의 마법사(A Wizard of Earthsea, 1968) - 루이스 캐럴 상 수상
    • 아투안의 무덤 (the Tombs of Atuan, 1971) - 뉴베리 메달 수상
    • 머나먼 바닷가 (the Farthest Shore, 1973) - 전미 도서 협회상 수상
    • 테하누 (Tehanu, 1990) - 네뷸라 상, 로커스 상 수상
    • 또다른 바람(the Other Wind, 2001) - 세계 판타지 상 수상.
  • 어스시 배경 단편
    • 해방의 단어(the Word of Unbinding, 1975) - "바람의 열두 방향"에 수록
    • 이름의 법칙(the Rule of Names, 1975) - "바람의 열두 방향"에 수록
    • 어스시의 이야기들(Tales from Earthsea, 2001) - 단편집, 엔디버 상 수상.
  • 헤인 우주 작품군
    • 로캐넌의 세계(Rocannon's World, 1966)
    • 유배 행성(Planet of Exile, 1966)
    • 환영 도시(City of Illusions, 1967)
    • 어둠의 왼손(the Left Hand of Darkness, 1969) - 휴고상, 네뷸러상 수상
    • 빼앗긴 자들(the Dispossessed, 1974) - 휴고상, 네뷸러상 수상
    •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the Word of World is Forest, 1976) - 휴고상 중단편 부문 수상
    •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Four Ways to Forgiveness, 1995)
    • 이야기 (the Telling, 2000) 로커스 SF부문, 엔디버 상 수상
  • 헤인 우주 단편
    • 셈레이의 목걸이(Semley's Necklace, 1964) - "바람의 열두 방향"에 수록
    • 겨울의 왕(Winter's King, 1969) - "바람의 열두 방향"에 수록
    •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Vaster than Empires and More Slow, 1971) - "바람의 열두 방향"에 수록
    • 쇼비의 이야기(the Shobies' Story, 1990) - "내해의 어부"에 수록
    • 가남에의 춤(Dancing to Ganam, 1993) - "내해의 어부"에 수록
    • 세그리의 문제(the Matter of Seggri, 1994) - "세상의 생일"에 수록,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상 수상
    • 선택하지 않은 사랑(Unchosen Love, 1994) - "세상의 생일"에 수록
    • 고독(Solitude, 1994) - "세상의 생일"에 수록
    • 산길들(Mountain Ways, 1996) - "세상의 생일"에 수록,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상 수상
    • 옛 음악과 여자 노예들(Old Music and the Slave Women) - "세상의 생일"에 수록.
  • 기타 주요 작품들
    • 아홉 생명(Nine Lives, 1968)
    • 천국의 물레(the Lathe of Heaven, 1971) - 로커스 SF부문 수상.
    • 기프트(Gifts[1], 2004) - 서부해안 연대기.
    • 보이스(Voices, 2006) - 서부해안 연대기.
    • 파워스(Powers, 2007) - 서부해안 연대기. 네뷸라 상 수상.
    • 라비니아(Lavinia, 2008) - 로커스 판타지 부문 수상. 사실상의 최신작.

일단 썼다 하면 상을 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각주

  1. 이 연대기에서는 단어의 뜻을 중의적으로 사용하여 번역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