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니슬라프 렘

스타니슬라프 렘(Stanislaw Lem)은 폴란드 태생의 SF 작가다.

생애[편집 | 원본 편집]

1921년 현재는 우크라이나의 도시인 리비우(당시 이름은 르브프)에서 출생하였다. 부친은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군의관 활동을 했었고, 유대인 혈통이었다고 한다. 렘은 어린 나이에 모국어인 폴란드어에 이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을 익혔다. 당시 가문은 매우 부유한 편이었기 때문에 렘에게는 가정교사가 붙었으며, 당시 최신 발명품이었던 라디오, 영화, 자동차 등을 비교적 자유로이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39년 독소 불가침 조약 체결 이후 실질적으로 폴란드는 나치의 먹잇감이 되었다. 이 시기 르브프에 살던 유태인들은 대부분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결국 가스실에서 최후를 맞이하곤 했으나, 렘의 일가는 신분증명서를 위조하여 기적적으로 생환, 나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전전하다가 1945년의 종전 이후 크라쿠프로 가족 전체가 이사하였다. 그러나 전쟁 이후 가정형편은 유복했던 어린 시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고 한다.

렘은 초기에 시인으로서 등단하였으나, 곧 잡지 "모험의 신세계"(Nowy Świat Przygód)"에 처녀작 "화성에서 온 남자"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SF 작가의 길에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렘에게 의사의 길을 갈 것을 권유했으나, 렘 자신이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소비에트 치하에서(정확히 말하자면 스탈린 치하에서) 점차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갔다. 한편, 이 시대는 구 공산권 SF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소비에트는 초기부터 SF에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이는 공산주의 자체가 "미래의 사상"으로 포장되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가 승리한 미래상을 그리는 이른바 "사회주의 리얼리즘 풍 낙관적 미래주의"가 당시 소비에트 SF를 대표하는 분위기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27년 영화 "아엘리타 : 화성의 공주" 개봉에서도 볼 수 있듯, 소비에트는 SF를 프로파간다의 수단으로 활용했으며, 이를 통해 "다가올 사회주의 낙원"을 그리고자 했다.

렘 역시 이러한 "낙관적 미래주의"에 연관되는 몇몇 작품을 출판하였다. 장편 소설 "우주비행사들"이나 "마젤란 성운"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내 곧 그는 이러한 "낙관주의"에 염증을 느꼈고,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다. 1956년 스탈린이 사망한 이후 불어온 해빙의 바람을 타고, 렘은 여러 가지 실험적 작품을 성공시키며 제1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렘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품은 역시 "솔라리스"라 할 수 있다. 그 자체로 생명과 의지를 지닌 "행성 생명체"와의 첫 접촉(First Contact)을 그린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그의 대표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쥘 베른 시대를 연상시키는 모험적 SF들 역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우주 비행사 피륵스" 시리즈나 "욘 박사의 모험" 시리즈가 이러한 장르의 대표작이다.

이 시기 렘은 동구권 SF 작가로서는 가히 지존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폴란드어와 러시아어로 출판했으며, 사회주의가 약속한 미래 낙원이 요원한 것임을 깨닫고 있던 당시 지식인들에게 있어서는 인식론과 인간 한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가져다 주었고, 어린이들에게는 SF 모험물을 제공하여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한편, 그의 작품 갈래에서 또 한 가지 언급해야 할 것은 강렬한 블랙유머와 풍자들이 가득찬 작품들이다. 특히 이 흐름에 있어서 대표작인 "사이버리아드"는 "우주 시대의 우화"라는 부제를 달고 출판되었는데, 작품상에 주인공 격으로 등장하는 두 창조자 "트루를"과 "클라포셔스"는 어리석음과 사려없음을 상징하는 듯한 인물들로 이들이 벌이는 실수담이 이야기 전체를 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이 갈래를 특별히 따로 언급하는 것은, 당시의 사회주의 분위기 하에서 이러한 작품은 사실상 아슬아슬하게 검열의 경계선에 걸쳐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렘은 당시 서방 SF 작가들과도 널리 교류를 나누고자 했으나, 서방에서도 폭발하고 있던 매카시즘의 영향으로 이 교류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다만 1970년 호주의 SF 잡지 "사이언스 픽션 커멘터리"와 협력하여 "SF와 미래학"이라는 책을 출판하였는데, 이 책을 통해 렘은 서구 SF의 역사를 개괄하면서 당시 서구 SF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고, 전성기때 보여준 가능성의 90%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쉽게 말하자면, "위대한 선배들의 방법론을 답습하고 있을 뿐,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도가 그의 비판에 있어서 골자라 할 수 있다.

이 비판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로 의견이 갈린다. 우선 서구 SF에 있어서 3대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클라크는 당시에도 모두 생존중이었고,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었다. 파운데이션 3부작이 1965년에 출판되었으며,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1966년, 라마와의 랑데뷰는 1973년에 출판되었다. 어떻게 보면 SF의 최전성기라고도 할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1970년에 가해진 이 비판은 그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렘이 비판하고자 한 것은 SF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하는 것이 SF의 임무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필립.K.딕에게 극찬을 보냈는데, "높은 성의 사나이"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는 화자 자신에 대한 의문을 품고 들어가는 부분에서 확실히 고전적 SF들과는 다른 지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필립.K.딕은 당시 리탈린 중독 등으로 정신이 피폐해져 있었고, 렘의 이러한 호의가 "공산주의자의 회유 시도"라고 착각한 나머지 FBI에 렘을 고발하기에 이른다.

필립.K.딕의 고발 때문인지, 아니면 서구 SF에 가해진 비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1970년 이후부터 렘은 영미권SF 작가들과 점차 소원해지기 시작한다. 한편, 그 자신 역시 자신이 제기한 비판 - 완전히 새로운 방법론을 통한 SF - 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므로, 렘은 지금까지 그의 전성기를 이끌어 왔던 작품 세계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문학계에서도 태풍같이 휘몰아치던 포스트 모더니즘의 바람이었다. 특히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시도한 메타픽션의 이미지에 매료된 렘은, 자신의 다음 작품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책들에 대한 서평을 모은 "완전한 진공"을 내게 된다.

이 "완전한 진공"에서 시도한 메타픽션적 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가상의 존재에 대한 서술"은 그의 작품 흐름 중 중요한 갈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후 그는 "허구의 진폭Imaginary Magnitude", "골렘XIV" 등에서 지속적으로 이러한 시도를 이어 나갔다.

공산주의의 현실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 명백히 보이는 시점에 와서, 렘은 사회 비판에 있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후기에 들어서 그는 작품활동보다는 에세이를 많이 써 왔는데, 주로 폴란드의 신문이나 잡지에서 정력적으로 활동하였다. 그는 이 에세이들에서 매우 다양한 소재에 대해 적절한 풍자를 섞어서 경직된 당시 동구권의 허상을 비판하였다.

이후 그는 공산권이 완전히 붕괴될 때까지 에세이를 중심으로 계속 글을 써 오다가 2006년 3월 27일 심장병으로 인해 타계하였다.

작품의 갈래[편집 | 원본 편집]

위에서 언급했듯, 렘의 작품은 시기에 따라서, 또한 대상 독자층에 따라서 여러 갈래로 나뉜다.

사회주의 미래물[편집 | 원본 편집]

렘의 초기 작품은 당시 소비에트가 프로파간다적 후원을 하던 미래지향적 SF의 흐름을 타고 있다.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서는 "화성에서 온 남자"와 "마젤란 성운"등이 있다.

모험 SF[편집 | 원본 편집]

주로 청소년 이상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모험풍 SF이다. "욘 박사 항성일지", "우주 비행사 피륵스 시리즈"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작품들 역시 초기에는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후기로 갈수록 맬서스적 한계론이나 블랙 유머가 섞여 들어가곤 한다.

풍자와 블랙유머[편집 | 원본 편집]

이는 명백히 낙관적 미래주의의 대척점에 선 작품들이다. 인간의 본질적 어리석음이나 이성, 인식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로서, 초기에는 우화적인 분위기를 섞어서 만들었으나 점차 노골화되어가는 측면이 있다. 초기의 "참깨", "로봇을 위한 우화집", "사이버리아드", 후기의 "대실패" 등이 이에 속한다.

메타픽션 SF[편집 | 원본 편집]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대상에 대한 서술을 다루고 있다. 이를 단순히 말장난이라고 치부하는 측에서부터 풍자나 SF의 완전히 새로운 방법론이라고 믿는 측에 이르기까지 독자들 사이의 이견이 분분한 갈래이기도 하다. 가상의 책들에 대한 서평을 모은 "완전한 진공"에서 시작하여 "허구의 진폭", "골렘 XIV", "21세기 도서관" 등이 이에 속한다.

서구 SF에 대한 비판[편집 | 원본 편집]

렘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은 논란이 되는 것이 서구 SF에 대한 렘의 태도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렘은 동구권 작가 중에서는 드물 정도로 서구 SF 작품들을 열렬히 탐독하였고, 서구 작가들과 의견을 교환하고자 하였다. 당시 SF의 주류는(지금도 그렇지만) 영미권 작가들이었는데, 이들 역시 렘이 동구권에서 가지는 위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만큼 초기에는 매우 우호적이었다. 실제로 1973년에는 저명한 SF 작가였던 폴 앤더슨(타임 패트롤 시리즈의 저자)의 주도 하에 렘을 SFWA(미국 SF 작가 협회)의 명예 회원으로 초대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초대가 이루어진지 1년도 지나지 않아 1970년에 렘이 호주 SF 잡지와 함께 쓴 SF 서평이 재발견되고, 그보다 더욱 큰 문제로 1975년 렘의 짧은 에세이 "SF 또는 판타지의 실패"가 독일 신문에 번역 게재된 것이 다시금 영어로 옮겨져 퍼지면서 "동구 SF 작가가 영미권 SF를 무시한다"는 인식이 널리 확대되기에 이른다. 이에 SFWA의 몇몇 작가가 격분하여 렘을 탈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옹호측과 반대측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는데, 당시 뉴웨이브의 두 거장 중 어슐러 K. 르 귄은 옹호측에서, 필립.K.딕은 반대측에서 격론을 펼쳤다. 그러나 이러한 싸움은 렘 본인이 명예 회원 자리를 거절한다고 밝힘으로써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당시 렘이 서구 SF에 대해 주된 비판을 가했던 부분은 두 가지이다.

SF가 이미 있는 장르들에서 더이상 확장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과, SF 팬덤이 정체된 상태에서 자기만족적 재생산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비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렘이 생각한 서구 SF의 황금기가 H.G.웰즈와 올라프 스태플든 등, 그야말로 SF라는 개념이 참신했던 시대였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당시 영미권의 SF 팬덤이 매우 배타적으로 형성되어 있었음도 알아야 한다. 이는 상당부분 영미권 SF 팬덤의 엘리트의식에서도 기인한다.

물론 당시가 SF의 역사에 있어서 중흥기, 혹은 제2의 황금기였다고 볼 수 있을 시기임도 사실이다. 당시 3대 거장을 비롯하여 고전 SF 작가들이나 뉴 웨이브의 작가들 모두 인정받기에 부족함 없는 작품을 내 왔다는 것을 보아, 이 비판이 일견 의미없는 트집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서구 SF의 "팬덤"은, 비판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격렬한 반발을 보였고, 렘은 이에 실망하여 이후 독자적인 메타픽션적 방법론을 찾는 한편, 서구 SF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주된 작품 목록과 대략적 내용[편집 | 원본 편집]

국내 출간 작, 그리고 국내 출간 예정작의 경우 활자를 키웠다.

  • 화성에서 온 사나이 (1946) - 최초로 잡지에 연재한 소설이다. 렘은 이 작품에 대한 재출판을 거절했는데, 이는 사회주의 낙관론에 대한 본인의 거부감에서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 변신의 병원 (Szpital Przemienienia, 1948) – 나치 점령하의 폴란드 수용소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원제는 "잃어버리지 않은 시간들을 찾아서"이며, 익히 알려진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 우주 비행사들 (Astronauci, 1951) – 청소년 독자를 위한 모험SF 소설이다. 1960년에 폴란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었다.
  • 마젤란 성운 (Obłok Magellana, 1955) - 역시 모험 SF소설. 외우주 여행을 다루고 있다.
  • 참깨 (Sezam, 1955) – 풍자에 들어간다. 거대한 은하 문명집단에 가입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이용하여 인류의 역사에서 불편한 부분들을 지워나가는 이야기들을 실은 단편집이다. 폴 앤더슨의 "타임 패트롤"과 비교의 대상이 되곤 한다.
  • 우주 여행일지 (Dzienniki gwiazdowe, 1957~1971) – 렘의 주인공들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띠히 이욘(Tichy Ijon) 박사가 등장하는 단편집이다. 흔히 "욘 박사의 항성일지", "욘 박사 시리즈"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동구권 청소년들이 즐겨 읽은 모험 SF이다. 초기에는 즐겁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였으나, 후반으로 올수록 블랙 코미디와 풍자 요소가 강해졌다.
  • 에덴 (Eden, 1959) – 첫 접촉(First Contact)을 다루는 작품이다. 모험 SF에 가깝지만 이보다는 인식론적 SF에 속한다.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들이 그 행성의 원주민들과 의사소통을 해보려고 애쓰는 이야기인데, 이후에도 렘은 이러한 테마 - 첫 접촉과 이질적 존재와의 소통을 자주 사용하였다.
  • 로봇을 위한 우화집 (Bajki robotów,1961) – 풍자에 가깝다. 로봇이 등장하는 여러 단편을 모았는데, 대개는 우화적 성격을 띠고 있는 블랙 유머의 성격을 지닌다. 이 책의 단편 중 "용을 죽인 컴퓨터 이야기"는 한글로 번역된 바가 있다.
  • 우주로부터의 귀환 (Powrót z gwiazd, 1961) - 우라시마 효과를 다룬 고전이다. 머나먼 외계 탐사를 마치고 127년 만에 지구로 귀환한 우주인들이 겪는 문화 충격과 소통 부재에 대해 다루고 있다.
  • 솔라리스 (Solaris, 1961) – 렘의 모든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가장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엄격히 말해서 렘의 어떠한 작품 갈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그가 주로 다루는 주제였던 첫 접촉과 이질적 존재와의 소통을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유사할 뿐이다.

이 작품의 테마가 매우 강렬하기 때문에 -행성과 연애하는 이야기라니- 많은 영상제작자들이 이 작품을 영상화하려고 하였다. 그중에서는 동구권 최고의 거장 중 하나인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도 포함되었는데, 렘은 타르콥스키와 여러번 대화를 나누고 영화화에 직접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그 결과물은 불만족스러웠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후 2003년, 렘이 아직 생존해 있을 때 스티븐 소더버그가 조지 클루니 주연으로 다시 영화화하였으나, 이 역시 만족스럽지는 못했다고 한다.

  • 욕조에서 발견한 회고록 (Pamiętnik znaleziony w wannie, 1961) - 블랙코미디에 속한다. 정확히는 냉전 시대의 스파이물을 비꼰 형식이다.
  • 무적호 (Niezwyciężony, 1964) - 첫 접촉을 다룬 또 다른 작품으로, 우주구조선 무적호의 선원들의 모험담을 다루고 있다.
  • 사이버리아드 (Cyberiada, 1965) - "미래 시대의 우화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렘 특유의 언어유희와 특이한 센스가 돋보이는 단편들의 모음으로, 창조자 트루를과 클라포셔스라는 두 주인공들이 벌이는 실수담들을 다루고 있다.
  • 하늘의 목소리 (Głos pana,1968) –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어느날 갑자기 우주에서 전파가 날아오고, 이에 대한 분석을 두고 지구 과학자들끼리 벌이는 설전을 다루고 있다.
  • 미래학 학회 (Kongres futurologiczny, 1971) – 욘 박사 시리즈의 하나. 이 시기부터 점차 분위기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 완전한 진공 (Doskonała próżnia, 1971) – 가상의 서적들에 대한 서평 모음집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렘의 작품에 있어서 메타픽션적 흐름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다. 이 책에 실린 서평의 대상은 순문학, SF, 확률론, 문화론, 로망스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며(물론 모두 실존하지는 않는다.) 이 책들의 내용은 정말 기괴하기 이를데 없다. 여기 몇가지 예시를 들겠다.
    • 무인도에 표류한 한 사내가 고독을 이기지 못하고 상상 속의 등장인물들을 섬에 출현시키기 시작하는데, 이들로 인해서 섬이 점차 북적거리게 되어 자신은 고독을 그리워하게 된다는 내용의 "로빈슨 이야기"
    • 화학물질 nosex가 퍼져나가 전 세계적으로 성욕 감퇴 현상이 일어나면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인류멸망을 목전에 두게 되는 SF "성폭발"
    • 나치 패망 당시 남미로 탈출해 정글에 18세기 프랑스식 궁정을 재현한 나치 친위대 장교의 궁정 로망 "친위대 소장 루이 16세"
    • "기차는 도착하지 않았다. 그는 오지 않았다...." 식으로 모든 문장을 부정문으로 만들어서 시간 순을 역행하는 소설 "결국그리하여전무후무"
  • 우주비행사 피륵스 이야기 (Opowieści o pilocie Pirxie, 1973) – 사실 이전부터 꾸준히 피륵스 이야기는 연재되고 있었고, 이 시기에 이러한 중단편을 모은 작품집이 발매되었다. 우주비행사 피륵스 시리즈는 렘의 대표적인 모험 SF 작품으로, 청소년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 허구의 진폭 (Wielkość urojona, 1973) – 역시 마찬가지로 실존하지 않는 책들에 대한 서문들을 모아 담았다. 아래 "골렘 XIV"를 참조.
  • 고초열 (Katar, 1975) – 전직 미국 우주비행사가 이탈리아에서 연쇄 살인사건에 얽혀 들어 이를 추리해 나가는 추리소설이다. SF적 성격은 희박한 편이다.
  • 골렘 XIV (1981) – "허구의 진폭"의 후속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허구의 진폭"에 단편 하나(이것 역시 허구의 작품에 대한 서문이다.)를 더했을 뿐인 작품이다. 이 책에 수록된 서문들은 아래와 같은 책들에 대한 것이다.
    • 인체를 투시해서 인류를 고찰하는 학문 "네크로비아"의 서문
    • 박테리아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는 노력 와중에 박테리아가 미래를 예견할 수 있음을 알게 된 세균학자가 집필한 "박테리아 미래학"의 서문
    • 인간 손이 전혀 닿지 않은 문학작품인 "비트 문학"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비트 문학사"의 서문
    • 미래 예측이 가능한 컴퓨터로 집필된 백과사전 "베스트란드 엑스텔로페디아"의 판촉 팸플릿
    • 인간에 의해 창조되었으나 인간의 지혜를 뛰어넘은 컴퓨터 골렘XIV가 인류를 위해 집필한 강의록의 서문
  • 대실패 (Fiasko, 1986) – 첫 접촉과 블랙 유머를 동시에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렘의 마지막 대작에 가깝다. 현대에 사망한 우주비행사가 미래에 부활하여 항성간 우주탐사에 참가해서 완전한 외계 문명을 만나게 되지만, 이들과의 의사소통은 오해에 오해를 거듭하여 거대한 실패를 불러오게 된다는 내용이다.
  • 지상에 평화 (Pokój na Ziemi, 1987) – 욘박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 수수께끼 (Zagadka, 1996) – 발표되지 않은 렘의 단편을 모았다.
  • 환상적인 렘 (Fantastyczny Lem, 2001) – 최후의 단편집. 오멜라스가 아닌 현대문학에서 내놓기로 했는데, 6개월이 지나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