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신론

악신론(惡神論)은 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신의 성격이 사악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사악한 신이라는 개념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특히 다신론 신앙에서 사악한 속성을 가진 신적 존재가 있는데, 이들은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이유나 사람이 살아가면서 고통을 받는 이유를 설명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거나, 경쟁집단의 숭배대상이었으나 정복당한 뒤 악신으로 추락하여 지배계층의 변화를 상징한다. 또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자연현상의 신격화이기도 한데, 천연두마마라고 부른 것이 그 예시다.

하지만 악신론에서 말하는 사악한 신은 다신론 신앙이 아니라 유일신 신앙에 가깝다. 이는 아브라함계 종교의 유일신 신앙에 대한 반박으로 탄생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일신 신앙체계에서는 유일한 절대신을 가정하는데,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유일신 종교인 아브라함계 종교들에서는 그러한 신이 선한 존재라고 가정하고 있다. 선량한 신이라는 존재는 신앙이나 포교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는데, 예를 들어 '신이 은혜롭게 우리에게 식량을 내려주었으니 감사한다.'라거나, '너의 행복은 신이 베푼 것이니 신을 숭배해야되지 않겠는가?'라는 방식이다.

그런데 실제로 신이 어떠한 성격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여러 종교의 경전에서 신의 성격에 대해 서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 여기려면 '신은 선량하고 전능한 존재인 이유는 경전에 적혀 있다. 경전이 참인 이유는 선량하고 전능한 존재인 신이 만들었기 때문이다.'라는 순환논리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여튼 아무도 신의 실제 성격을 알 수 없다면, 그 신이 사악할 수도 있을 것이고, 만약 그렇다면 신을 믿을 어떠한 이유도 없다는 것이 바로 악신론이다.

즉, 악신론은 선한 신을 믿는 사람의 기본전제를 뒤틀어버리는 방식으로 유신론을 비판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