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Terrazergtoss (토론 | 기여)님의 2015년 5월 31일 (일) 11:27 판

카레는 인도에서 기원한 요리로, 인도에서 영국으로 그리고 다시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국가별로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표준어에서는 커리가 아닌 카레가 표준어이다.

역사

인도의 카레

원조인 인도에서는 사실 '카레'란 특정한 소스를 가리키는 명사가 아니다. 인도에서 '카레'라는 것은 '향신료를 넣었다'라는 정도의 뜻으로, 따라서 뭘 넣든 무조건 향신료만 넣었으면 카레가 된다. 즉 '카레라이스'라고 인도에서 정의한다면 쌀밥에 후추를 쳤거나, 겨자를 쳤거나, 고춧가루를 뿌렸거나 등 뭘 넣었든 향신료를 넣기만 하면 카레이고 밥이니까 라이스라 하여 카레라이스가 되는 식이다.

참고로 인도식 카레 요리엔 절대 소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인도는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 즉 비프 커리 같은건 인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개발된 요리이다. 다만 힌두교가 아닌 이슬람 계열 인도인이라면 비프 커리를 먹긴 한다. 대신 이 쪽은 돼지고기를 안먹을 뿐.

영국의 카레

영국의 카레는 17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동인도 회사를 세우고 인도를 지배하게 되면서 인도의 향산료들을 영국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영국인들의 입맛에 최대한 걸맞게 그 인도산 향신료들을 배합한 것이 바로 카레이다.

유럽의 식단을 보면 알겠지만, 영국식 카레는 한국이나 일본의 그것처럼 점성이 있는 끈적한 그런게 아니라 그냥 일종의 스튜, 즉 국물요리였다. 사실 이건 본고장인 인도도 비슷했는데 상술했듯 인도에서는 향신료만 넣으면 뭐든 다 카레니까 이것도 국물 요리에 향신료를 넣어서 카레수프라고 부르는 식인거고...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라서 유럽에서 카레라고 하면 국물 요리가 나온다.

일본의 카레

일본의 카레는 18세기 메이지 유신 당시 해외의 것을 배워오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일본에서 탄생한 3대 경양식(돈까스, 코로케, 카레)의 일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카레의 경우 의외로 일본 해군에게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1] 일본 해군은 메이지 유신 당시 같은 섬나라인 영국의 해군의 문화들을 많이 모방하였는데(여기에 특히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온 해군 장교들이 영국 문물 수입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그 중 영국 해군이 먹던 영국식 카레도 같이 수입되어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영국식에 모든 일본인이 다 익숙할수는 없었던고로 결국 카레를 밥과 함께 먹게 되었으며 그러다 카레를 밥과 함께 먹기 좋게 끈적하게 개량한 것이 우리가 아는 카레라이스 제품인 것이다.

이러한 일본 해군식 카레는 곧 민간으로도 널리 퍼져 일본식 카레는 곧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되었고, 이것이 이후 한반도로도 전파되어 한국에서도 일본식 카레라이스를 먹게 되었다.

일본식 카레의 특징은 갈색이라는 점인데 이는 이들이 도입한 그 영국 해군식 카레라는게 바로 비프 스튜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이 영국식 비프 스튜는 영국의 자랑거리(...)인 우스터 소스를 쓴 물건이였는데 결과물은 당연히 우스터 소스 특유의 갈색으로 나온 물건이였고 이걸 일본이 벤치마킹 했으니 당연히 일본식 카레도 갈색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식 노란 카레를 보면 매우 신기해한다. 이렇듯 일본에서는 카레 = 갈색이라는 공식이 널리 퍼져 있어, 역시 갈색인 똥과의 농담도 많다. 그 유명한 똥 먹는데 카레 얘기 하지 마라도 이런 계열의 유머.

한국의 카레

한국의 카레는 상술했듯 일본식이며, 차이점이 있다면 강황에 매우 집착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카레가 오뚜기의 카레이기 때문인데 오뚜기의 카레는 한국식으로 개량하는 과정에서 강황이 들어갔고 따라서 사실 한국식 카레의 맛의 반은 강황맛이다. 심지어 오뚜기가 백세카레라 하여 강황 비율을 더 높인 카레를 내놓으면서 화룡점정을 찍어서 한국에서는 '카레 = 강황맛'이라는 공식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자극적인 향신료인 강황이 많이 들어가서 맵다. 정작 카레 라이스를 먼저 만든 일본인과 카레를 현대식으로 만든 영국인들조차 한국식 카레를 먹기 힘들어한다. 사실 한국에서 로컬라이징 되면서 매워진 음식이 한둘이 아니긴 하지만(...).

때문에 후발주자들도 너도나도 결국 강황을 쓴 노란 카레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CJ에서 인델리라는 브랜드로 강황에 집착하지 않고 원조 인도식처럼 만든(이라고는 해도 결국은 일본식처럼 끈적한 카레 라이스 제품이지만) 카레들을 내놓았고 특히 이태원을 중심으로 원조 인도인 셰프가 있는 카레 레스토랑이 선보여지면서 점차 색다른 카레의 바리에이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게 기본 개념만 같고 완전히 다른 음식이니, 일본이나 영국, 인도로 가서 카레를 먹어보고 맛이 다르다고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건 상술했듯 한국의 카레는 로컬라이징을 거친 물건이니 당연히 원조와는 다를 수 밖에 없으므로 문화 차이로 보아 넘겨야 하는 것이 옳다. 한국의 한식도 외국에서는 정작 한국인은 모르는 로컬라이징된 모습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알아두자.[2]

물론 그렇다고 한국 카레가 또 잘못되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상술했듯 원조 인도식 카레는 뭐든 향신료만 넣으면 카레라고 불리기 때문에, 역시 향신료인 강황을 넣었으므로 한국식 카레도 카레가 맞다.

다양한 카레

  • 커리
본고장 인도식 카레를 말한다. 사실 카레가 일본, 혹은 한국식 커리를 가리키는 단어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지만(...).
  • 오뚜기 3분 카레
한국인이라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것.
  • (일본식) 카레라이스
일본인들의 소울푸드라 카더라. 샛노란 한국식 카레와 달리 대개 거무죽죽한 빛깔을 띈다. 따라서 잘못된 모양의 그릇에 담으면...
  • 스프카레
일본 삿포로에서 만들어진 카레의 일종. 우리가 보통 아는 카레와는 달리 국물이 묽으며 얼큰하다.

여담

노라조가 부른 동명의 노래가 존재한다.


각주

  1. 여담이지만 만화 원피스 애니메이션판에서 해군과 카레와 관련된 오리지널 에피소드가 하나 나오는데 이는 실제로 일본의 카레가 일본 해군이 보급한 것에서 따온 아이디어라고 한다.
  2. 예를 들어 쌈밥은 한국에서는 직접 손으로 싸먹는 식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만두처럼 싸여져 있는 채로 그냥 젓가락으로 집어먹으면 되는 요리로 소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쪽에선 식사에 맨손을 사용한다는 것에 터부가 강해서... 정작 유럽도 중세까진 잘만 손을 써댔다는게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