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표절 논란: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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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와 설정의 차이 ==
== 스토리와 설정의 차이 ==
인셉션은 주인공 일행이 범죄자이며, 표적의 정신에 특정 생각을 심는 작전이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이다. 이 과정에서 꿈 속의 꿈이라는 구조적 단계의 상호작용(하위 단계일 수록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던지, 상위 단계의 물리법칙이 하위 단계에 영향을 준다든지) 등 파프리카에는 없는 인셉션만의 핵심적인 설정들이 주요 역할을 한다. 파프리카는 정 반대로 주인공이 꿈 기계를 이용해 사람들의 정신을 치료해주는 역할이며, 꿈 기계를 악용하는 배후 세력을 쫒는 이야기이다. 파프리카의 주요 설정은 주인공이 다중인격이며 꿈을 통해 심리 치료를 한다는 점,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꿈이 현실로 침투한다는 등인데 이는 인셉션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전개과정, 등장인물들의 구성, 배경과 동기까지도 일치하는 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셉션은 주인공 일행이 범죄자이며, 표적의 정신에 특정 생각을 심는 작전이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이다. 이 과정에서 림보, 토템, 꿈 속의 꿈이라는 구조적 단계의 상호작용(하위 단계일 수록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던지, 상위 단계의 물리법칙이 하위 단계에 영향을 준다든지) 등 파프리카에는 없는 인셉션만의 핵심적인 설정들이 주요 역할을 한다. 파프리카는 정 반대로 주인공이 꿈 기계를 이용해 사람들의 정신을 치료해주는 역할이며, 꿈 기계를 악용하는 배후 세력을 쫒는 이야기이다. 파프리카의 주요 설정은 주인공이 다중인격이며 꿈을 통해 심리 치료를 한다는 점,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꿈이 현실로 침투한다는 등인데 이는 인셉션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전개과정, 등장인물들의 구성, 배경과 동기까지도 일치하는 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 꿈을 표현하는 방향성의 차이 ==
== 꿈을 표현하는 방향성의 차이 ==

2020년 12월 13일 (일) 05:17 판

개요

본 문서는 영화《인셉션(2010)》이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1993)을 원작으로 한 곤 사토시 감독의 애니메이션 《파프리카(2006)》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대해서 다룬다. (두 작품의 스포일러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

시간적 모순

표절 여부에서 중요한 것은 '실질적 유사성'과 '의거성'으로, 먼저 의거성 즉 침해자가 저작물을 참고하였음이 명확한지를 분석해본다.

우선 파프리카는 2006년에 나왔고, 놀란 감독이 정말 파프리카를 표절해 인셉션을 만들었다면 최소 2006년 이후에 인셉션의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1993년 파프리카의 원작 소설은 2009년이 되서야 영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후술하겠지만 표절 논란으로 지적된 장면들은 정작 애니메이션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그 이전에 원작 소설을 먼저 봤을 가능성은 제외한다.)

하지만 놀란 감독은 인셉션을 16살때부터 구상()했었으며, 대본만 9~10년동안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놀란은 2001년에 워너브라더스 사에게 인셉션의 제안서와 각본을 보냈다.() 기획 자체는 파프리카보다 먼저 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놀란은 대규모 영화를 제작하기에 아직 배울것이 더 많다고 판단해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 제작을 먼저 맡게 되면서 인셉션 제작이 뒤로 미뤄진 것이다. 따라서 인셉션이 파프리카를 표절해서 탄생한 작품이라는 주장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파프리카에 대해서 언급을 한 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영향을 받은 작품을 숨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일찍이 인셉션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매트릭스(1999), 다크 시티(1998), 13층(1999)를 꼽았다. 3단계 꿈의 설원 장면은 자신이 <007과 여왕 (1969)>을 좋아해서 오마주 한거라고 흔쾌히 밝혔다.()

또한 다른 작품이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인터스텔라'를 작접하는 도중에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끼칠까봐 마찬가지로 우주 SF 영화인 '그래비티'를 일부러 인터스텔라를 다 만들기 전까지 안봤을 정도이다.()

거기다, 파프리카는 2007년 미국 내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했다. 그 시기는 놀란 감독은 가뜩이나 다크나이트 제작으로 바빴던 시기이다. 그런데도 평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도 않던 그가 몇 안 되는 상영관에 굳이 찾아가서, 안그래도 이미 2001년부터 꿈을 주제로한 영화를 만들기로 기획해놓은 상태에서, 똑같이 꿈을 주제로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굳이 봐서 자신의 작품에 참고시켰다는 말이 되는데, 놀란 감독 성향을 생각해보면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뒷받침 하듯 '타인의 꿈에 들어가는 기계'라는 흔한 클리셰를 제외하고는 두 작품은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2010년 인셉션 개봉 당시 해외 유명 애니메이션 리뷰어도 인셉션은 충분히 독창적적이고, 파프리카를 베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평했다.()

인셉션이 파프리카의 실사화를 무산시켰다?

또한 파프리카는 실사화가 기획중이었으나 인셉션이 먼저 표절해서 파프리카 실사화를 무산시켰다는 루머가 돌아 놀란 감독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흔적은 나무위키의 <파프리카(애니메이션)> 문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파프리카의 실사화 소식은 2009년 8월 10일, 영화 웹사이트 Moviehole을 통해 처음 보도되었다. 2009년에 파프리카의 영어 번역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영화감독 '볼프강 페테젠'이 감독을 맡을 것이라는 것 외에 세부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인셉션은 이미 이보다 일찍인 2009년 6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페테젠이 파프리카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소식을 업데이트 한 것은 2010년 3월 25일 나눈 MTV 와의 인터뷰로 각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프로젝트가 진행중임을 밝혔다. 이 기사들 어디에도 인셉션은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파프리카의 무산 사유는 인셉션하고는 전혀 무관한 이유에서였다. 같은 MTV 뉴스에 의하면 파프리카의 업데이트 소식을 전한지 4일만인 2010년 3월 29일에 페테젠 감독이 '업라이징'이라는 SF 작품을 차기작을 먼저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파프리카는 뒤로 미뤄졌고, 이후 추가 업데이트 소식이 없으면서 자연스럽게 흐지부지 된 것 이다.

<볼프강 페테젠, 외계인 SF 영화 '업라이징'이 '파프리카'보다 먼저 나올 것 이다. (Wolfgang Petersen Says Alien Sci-Fi Film ‘Uprising’ Will Come Before ‘Paprika’) - THE PLAYLIST>()

이는 2010년 7월 인셉션이 개봉하기도 전에 이미 알아서 벌어진 일들이다. 만약 인셉션이 2010년 1월에 트레일러 등을 공개하였기 때문에 '개봉 소식'만으로도 무산시킨 것이라면 그 이전에 3월 25일자 기사에서 먼저 중단 소식이 떴어야 맞다.

애초에 3월 25일자 시점에서 영화사도 확정되지 않고 각본조차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 것을 보면 단순 기획 단계에서 무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영화계에서 흔하게 있는 일로, 당장 페테젠 감독이 파프리카를 뒤로 밀으면서 먼저 찍으려한 '업라이징' 조차도 세상에 못나오고 무산된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페테젠 감독의 다음 필모그래프는 이들과 전혀 무관한 작품으로 2016년이나 되서야 나왔다.

페테젠 본인은 무산 사유에 대해서 직접 언급한적도 없고 인셉션을 입에 담은적은 더더욱 없음에도, 이런 루머가 퍼진 이유는 영화 블로그 '슬래쉬 필름'에 올라온 2010년 3월 25일자 글()을 오독한 것이다. 블로거가 페테젠 감독 본인과 인터뷰를 한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 글은 인셉션 때문에 파프리카가 무산되었다는 글은 더더욱 아니었다. 오히려 아직 파프리카 프로젝트가 진행중일 2010년 3월 25일 당시 MTV와의 뉴스를 퍼가 인용하여 소식을 전한 블로그 글일 뿐이다.

원본 MTV 뉴스에 인셉션은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음에도 단지 그 글 말미에 블로거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갈 수 있는 기계를 다루는 인셉션과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인셉션의 예고편을 보니 놀란이 곤 사토시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을것이라 생각하긴 어렵다.' 라고 개인의 감상을 적어놓았을 뿐이다. (당시에는 인셉션 개봉 전이라, 직접 보지도 않고 트레일러만 보고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이다.) 참고로 슬래쉬 필름은 언론도 아니며 단순 블로그에 지나지 않는다.

스토리와 설정의 차이

인셉션은 주인공 일행이 범죄자이며, 표적의 정신에 특정 생각을 심는 작전이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이다. 이 과정에서 림보, 토템, 꿈 속의 꿈이라는 구조적 단계의 상호작용(하위 단계일 수록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던지, 상위 단계의 물리법칙이 하위 단계에 영향을 준다든지) 등 파프리카에는 없는 인셉션만의 핵심적인 설정들이 주요 역할을 한다. 파프리카는 정 반대로 주인공이 꿈 기계를 이용해 사람들의 정신을 치료해주는 역할이며, 꿈 기계를 악용하는 배후 세력을 쫒는 이야기이다. 파프리카의 주요 설정은 주인공이 다중인격이며 꿈을 통해 심리 치료를 한다는 점,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꿈이 현실로 침투한다는 등인데 이는 인셉션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전개과정, 등장인물들의 구성, 배경과 동기까지도 일치하는 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꿈을 표현하는 방향성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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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에선 쓰이지 않은 파프리카만의 공간왜곡 연출)

두 작품은 꿈을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파프리카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을 기반으로, 꿈을 분석하여 당사자도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을 해석하고, 트라우마의 원인을 발견하는 정신치료 과정을 그린다. 이에 따라 실제로 우리가 꾸는 초현실적인(+ 난해한, 혼란스러운, 무질서한) '꿈'을 시각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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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에선 쓰이지 않은 인셉션만의 공간왜곡 연출)

반면 인셉션은 단지 설정상 '꿈'이라는 표현만 빌린 가상현실에 가깝다. 파프리카 처럼 통제되지 않은 무의식을 탐험하는 용도가 아니라, 반대로 고도로 설계할 수 있는 미로에 가깝다. (무의식을 단련받은 표적이 만들어낸 투사체들은 표적을 지키기 위해 무장하여 추출자들을 공격하기 때문에 최대한 그들이 추출자를 찾아내기 어렵도록 복잡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서: 빌딩 한 층이든 도시 전체든 크기는 상관없지만 투영체로부터 숨을 수 있도록 충분히 복잡해야 돼
아리아드네: 미로인 거네요
아서: 그래, 미로

실사라는 장르의 차이, CG를 싫어하는 놀란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더라도 작중 설정과도 관련이 있는 부분인데 표적이 꿈을 현실이라고 믿어야하기 때문이다.(예외적으로 2단계 꿈부터 '찰스 작전'을 시행하기 전까지는.) 따라서 똑같이 같은 '꿈'을 주제로 함에도 인셉션은 초현실적인 묘사가 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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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방향성의 차이는 파프리카는 무의식의 탐험, 인셉션은 다같이 짜고 표적을 속이는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스토리의 차이에 기인한다. 구체적으로 꿈 침투를 악용하는 방식의 차이는 후술하도록 한다.

표절 근거의 반박

1. 꿈 속에 들어가는 기계를 범죄에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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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 들어가는 기계가 개발되었는데, 이것이 일부 세력에 의해 타인의 생각을 조종하는 용도로 악용된다는 점. 또한 잘못해서 꿈 속에 갇히면 현실로 못깨어난다는 점.

[차이점]

표적의 정신에 들어가는 방식의 차이: 파프리카의 DC미니는 원격 정신 침투가 가능하기에 대상에게 직접 접촉할 필요가 없다. 반면 인셉션은 대상에게 물리적으로 기기와 연결해야한다. 이는 곧 스토리의 차이로도 이어지는데 파프리카는 주인공 일행이 범인을 알 수 없기에 배후를 추적하는데 비중을 할애하지만, 반대로 범죄자 입장인 인셉션 팀은 충분한 시간동안 물리적으로 표적과 접촉하여 잠재울 방법을 모색해야했다.

누구의 꿈에 누가 들어가는지의 차이: 파프리카는 현실에서 DC미니를 이용하는 것 만으로 정신 침투가 가능하기에 범죄자가 대상의 꿈에 직접 들어가 어떤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꿈에 들어가야할 필요가 있는건 그들을 치료하기 위한 주인공들이다. 인셉션은 반대로 범죄자인 주인공팀이 꿈에 들어가 복잡한 작업을 거쳐야하며, 이마저도 사실 인셉션은 표적의 꿈에 직접 들어가는게 아니라 팀 내의 다른 사람이 꿈을 꾸고, 그 꿈 안에 표적을 불러들이면 표적이 그곳을 자신의 무의식으로 채우는 식이다.

정신 조작 방식의 차이: 파프리카는 단순히 정신분열증 환자의 꿈을 대상에게 투하하는 것으로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인셉션은 미치게 만드는게 아니라 생각을 읽는 '추출'과 생각을 심는 '인셉션'으로 나뉜다. 추출은 표적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꿈 속 인물(투사체)에게 대화를 걸어 알아낼 수 있으나 이는 기본적인 것만 가능하고, 꿈 안에 금고같은 안전한 장소가 있으면 표적의 무의식이 지키고픈 비밀을 자동으로 저장하기 때문에 거기에 들어가 훔치는 식으로 고급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꿈 속의 꿈으로 들어갈 수록 더 깊은 무의식에 접근하기 때문에 추출과 인셉션이 용이해진다. '인셉션'은 추출보다 몇배는 더 어려운 고난이도 작업으로 표적의 잠재의식 깊은 곳에 접근해 암시를 건다. (이런 인셉션의 핵심적인 설정은 파프리카에 없다.)

꿈 속에 갇힘의 차이:

파프리카에서 '꿈에 침식당하면 현실로 깨어나지 못한다'는 설정을 인셉션의 '림보'와 엮어 유사성으로 지적하는 의견도 있으나 사실 '잘못하면 꿈에 갇혀서 현실로 깨지 못한다'는 설정은 <더 셀>과 후술할 짱구는 못말려에서도 사용된적 있는 흔한 클리셰인건 물론이고 인셉션의 림보 설정은 이들과도 조금 다르다. 림보에서도 죽으면 진정제 성분이 다한 시점 이후로는 현실로 돌아올 수는 있다. 다만 림보의 무서운 점은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흘러 현실의 몇분, 몇시간이 이곳에서 몇십년일 수가 있으며 그 시간동안 림보를 현실이라고 믿게되면 자살을 시도하기란 불가능해지고, 현실에 깨어났다 해도 몇십년간 늙은 영혼이 되어 기억이나 인격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프리카 독점성 조각 사유]

실제로 타인의 꿈으로 들어가는 기계, 그걸로 마음을 조종한다는 설정은 워낙에 흔한 클리셰이기 때문에 파프리카만의 독점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가령 <Dreamscape (1984)>에서도 '꿈 공유 기술을 실험하는 정부 기관에 의해 모집된 주인공이 미국 대통령의 마음에 특정 사상을 심는 임무를 맡는 내용'이 나온 바 있다.

<더 셀 (2000)>도 꿈과 무의식을 시각화해낸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세 작품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인셉션 - 파프리카 보다 더 셀 - 파프리카 간이 꿈을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더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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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은 무의식의 해석이나 심리 치료가 목적이 아니지만, 더 셀은 파프리카와 똑같이 연구소에서 일하는 유능한 젊은 여성 꿈 치료사가 정신병 환자의 꿈에 들어가 그것을 치료한다는 설정으로, 혼란스럽고 기괴한 무의식의 잔재와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초현실주의적 영상 연출도 닮아있다. 여자가 꿈에 침식당해 깨어나질 못하자 경찰인 남주가 꿈에 들어가서 구해주고 그 과정에서 둘이 사랑을 나눈다는 점도 동일하다.

물론 더 셀과 파프리카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표절한 관계가 아니다. 2006년에 나온 애니메이션 파프리카는 1993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또한 2000년의 더 셀이 파프리카 원작 소설을 먼저 베꼈을 수도 없는 것이, 파프리카의 원작 소설은 2009년이 되어서야 영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만큼 영향을 받지 않은 두 작품이 같은 비슷한 아이디어를 배출해내는게 가능할 정도로 똑같이 꿈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면 어느정도의 유사성은 불가피하다고 해석하면 될 듯 싶다.

2. 꿈의 각 공간을 엘리베이터로 나누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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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꿈이 각 엘리베이터 층 별로 나뉘어져있는 장면. 특정 측(파프리카 17층/인셉션 지하 B층)이 남자의 트라우마가 반영된 층으로 죄책감을 가진 사람이 등장한다. 여자가 그곳에 가려하자 남자는 이를 막으며(파프리카는 긴급 정지 버튼을 누름/인셉션은 여주가 누르려던걸 막음) 가기 싫어했으나 엘리베이터는 도착하고 만다.

[차이점]

차이점을 먼저 짚고넘어가자면, 코브는 림보와 함께살던 아내에게 '현실에서 깨어나려면 죽어야한다'는 생각을 인셉션하지만, 현실에 깨어난 후로도 그 생각이 남아 아내가 자살한다. 죽은 아내를 떠나보낼 수가 없어 꿈에서라도 살려두기 위해 아내에 대한 각각의 기억을 꿈에서 층 별로 '고의적으로' 구현해낸 것 이다. 아내가 자살한 호텔방이 있는 B층이 가장 끔찍한 기억인 것은 맞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코브는 모든 층이 전부 트라우마층이라 할 수 있다.

파프리카에서는 코나카와의 엘리베이터는 무의식이 랜덤하게 만들어낸 상황들로 코브와 다르게 고의적으로 설계해놓은 것이 아니며, 트라우마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층이 타잔 등 영화속 주인공들이 되는 장면등일 뿐 실제로 자신이 직접 겪었던 '기억'들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있는것도 아니다.

코나카와의 트라우마는 고등학교때 같이 영화감독을 꿈꾸는 친구와 영화를 촬영하였으나 코나카와는 결국 자신이 없어서 도중에 포기하였고 친구는 남은 장면은 어쩔거냐며 원망했다. 이후 친구는 영화학교에 들어갔는데 병으로 죽었고 코나카와는 친구의 생전 마지막 작품을 완성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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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친구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 잊혀졌지만 그 죄책감만은 무의식에 잔재해있었고, 현재는 형사로써 별개의 살인사건의의 범인을 잡지 못해 죽은 피해자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자 살인사건 피해자 = 죽은 친구 = 죄책감을 가진 사람 이라는 동일한 의미로써 코나카와의 무의식에 다시 친구에 대한 죄책감이 떠올라 신경불안증을 유발하였고 코나카와는 그 원인을 인지하지 못해 이를 알아내고자 파프리카에게 치료를 받은 것이다.

따라서 꿈에서 나오는 해당 인물은 죽은 친구가 직접 나온게 아니라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나온다. 이것이 코브와의 차이점으로, 코브는 명백하게 트라우마의 대상이 누군지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트라우마 장면에서 나오는 것도 멜 본인이다. 코나카와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트라우마의 원인을 알아내고 치료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코브는 그 원인을 명확히 앎에도 치료가 불가능한 트라우마에 단지 미련을 못버렸을 뿐이다.

이 장면 내에서 캐릭터들의 역할도 완전히 다르다. 코나카와의 엘리베이터를 만들어낸 것은 코나카와의 무의식이고, 그걸 탐험하는 역할도 코나카와 본인이다. 치료를 위해서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던 것이다. 파프리카는 엘리베이터 승무원으로써 '코나카와의 무의식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코나카와가 17층에 가기를 반대하여 긴급 정지 버튼을 눌렀음에도 모든 층이 17층이 되면서 결국 그곳에 도달한다. 엘리베이터를 강제로 몰고간건 파프리카가 아니라 코나카와의 무의식 그 자체이다.

하지만 코브는 이미 알고있는 자신의 트라우마의 파편들을 '의도적'으로 설계해놓은 것이고, 아리아드네는 코브가 숨기려하는 비밀,기억을 억지로 파헤치려는 입장이다. B층으로 누르려 할 때 코브가 거긴 가지 말라면서 이를 저지하지만, 이후 코브가 먼저 내려 기억에 대해 설명하는 틈을 타 먼저 엘리베이터에 돌아와 B층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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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파프리카에서 코나카와의 트라우마 층에 도달하는건 코나카와 본인이지만, 인셉션에서 코브의 트라우마 층에 도달하는건 아리아드네이다. (코브는 아리아드네를 구하기 위해 뒤따라왔을 뿐)

(이 때문에 일부 표절설 글들이 주장하는, 파프리카 쪽도 '남자가 고의적으로 기억을 엘리베이터에 넣어놨다' 라든지, '남자가 반대했는데 여주가 몰고가는게 공통점이다' 라는 등의 주장은 틀린 사실이다.)

[파프리카 독점성 조각 사유]

(비록 파프리카는 그 감독 당사자가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절을 주장하는 측에서 그 아이디어를 최초로 사용한게 아니라는 점은 표절을 반박하는 주요한 근거가 된다. 이와 비슷하게 2011년,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이 아이패드 디자인을 도용했다"면서 소송을 걸었지만, 삼성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에서 아이패드와 유사한 디자인의 태블릿 PC가 등장했고 원작 소설에서도 해당 기기의 이름이 '뉴스패드'라는 점을 들어 아이패드 디자인은 애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이 근거가 얼마나 영향을 줬을지는 알 수 없지만 최종적으로 삼성이 승소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꿈의 공간을 엘리베이터로 나눈다'라는 설정을 최초로 쓴건 사실 파프리카가 아니다. 짱구는 못말려 25권, <덩달아 우는 세일즈맨> 에피소드에서 먼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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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명이서 꿈을 공유하는 기계, 아빠의 꿈 속으로 들어갔으며 각 꿈 별 상황이 엘리베이터에서 '영화 주인공이 되는 층', '진정한 행복의 층'등 으로 나누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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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기준으로는 "아빠가 안 일어나요(父ちゃんが起きない!?)" 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로 2016년에 방영되었지만 원작이 된 짱구는 못말려 25권은 일본판 기준 1999년 12월 8일(ISBN: 4-575-93661-8)에 출간되었다.

이는 2006년 애니메이션 파프리카가 나오기보다 훨씬 먼저이다. 물론 파프리카는 1993년 원작 소설이 있지만 원작 소설을 다 읽어보고 애니메이션과 비교한 글에 따르면 꿈의 공간을 엘리베이터로 나누는 장면은 물론이고 후술할 공간 깨는 장면, 호텔 중력 왜곡 장면 등은 원작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애니메이션만의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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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파프리카는 각 꿈의 상황 별로 층 이름이 존재하며, 엘리베이터 승무원에게 층을 말하면 그곳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파프리카 - 인셉션 간의 유사성보다 짱구는 못말려 - 파프리카간의 유사성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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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양보해 만약 인셉션이 파프리카에서 베껴왔다고 해도 그 이전에 파프리카 역시 짱구는 못말려를 표절했다는 논리가 된다. 따라서 파프리카가 독점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인셉션에게 빼았겼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 것 이다.

사실 '실존하는 탈것'으로 부터 아이디어를 창작하는 것은 흔하고(백 투더 퓨처 - 타임머신 자동차/찰리와 초콜릿 공장 - 하늘을 나는 엘리베이터/닥터 후 - 타임머신 경찰전화 박스 등) 코브의 경우 다양한 기억들을 저장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다른 여러 가지 상황(공간)으로 이동이 용이한 이동 수단으로는 '엘리베이터'는 흔하게 떠오를 수 있는 수단이다. 꼭 꿈이 아니더라도 '엘리베이터가 층 별로 다른 공간으로 이어진다'라는 아이디어는 이후로도 사용된 사례를 볼 수 있다. (게임 <Elavator: Source (2012)> 등)

엘리베이터라는 수단 외에 '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여러 공간으로 이어짐'을 다른 매개체로 표현하려해도 웬만해서는 기존에 이미 제시되어있다. 여러 가지 문이 있어서 각각의 문이 다른 곳으로 이어진다고 한다면 <몬스터 주식회사(2001)> 등에서 이미 먼저 쓰였고, 문이 아니라 문을 여는 열쇠가 특별해서 다른 곳으로 이어진다고 한다면 <로스트 룸(2006) / 청의 엑소시스트(2009)> 등에서 이미 먼저 쓰였다. 아이디어란 시간이 지날 수록 이미 제시된게 쌓이는지라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건 이미 불가능에 가깝고, 아무리 독자적으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도 이전에 누군가 시도한적 있을 가능성이 높다.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의 인버전 설정도 게임 <Braid (2008)>에서 먼저 사용된적 있다.)

3. 여자가 공간의 거울을 깨는 장면

Paprika.2006.JAPANESE.1080p.BluRay.H264.AAC-VXT.mp4 20201208 104154-tile.jpg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공중에서 거울을 깨뜨리는 장면

[차이점]

앞 뒤 맥락없이 깨부수는 순간만 짜집기해보이면 비슷해 보일 수는 있으나, 파프리카는 '이공간으로의 포탈', 인셉션은 '허상의 구조의 실체화'라는 것으로 사용된 발상은 전혀 다른 장면이다.

파프리카의 경우 일단 인셉션과 달리 거울도 아니다. 침식당한 꿈을 조사하던 파프리카가 우연히 공간에 금이 난 것을 발견하고 (다시말해 멀쩡하던걸 고의로 부순것도 아니고, 본인이 손 대기전에 이미 반쯤 부숴저있었다.) 그곳이 다른 곳으로 이어져있는것을 발견하고 들어가 탐사한다. 이는 꿈의 불완전함을 '공간이 무너진다'는 것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장면 전환/장소의 장치로 사용된 것이다.

반면 인셉션은 코브로 부터 루시드 드림을 통해 꿈을 조종하는걸 배우던 아리아드네가 '의도적으로' 마주보는 무한 거울을 만들어 무한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만들고, 거울을 깨부수니 그 구조물이 실제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이는 파프리카에서 쓰인적 없는 아이디어이다. 공중에 설치된 '거울'이라는 물리적인 물체가 깨지는 것이기에 '공간' 자체가 깨지는 파프리카와도 다른 연출이며, 불안정한 꿈을 탐험하는 파프리카와는 정 반대로 자신의 의도대로 꿈을 설계하는 것에 대한 연습이다.

사용된 의도도 아이디어도 다른데 단순히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거울 비스무리한걸 깨뜨린다'(심지어 파프리카는 거울도 아니었지만) 이라는 것 하나에 엄청난 독창성이나 저작권을 주장할 생각이 아니라면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

파일:Inception.2010.1080p.BluRay.x265-RARBG.mp4 20201208 110200.948.png 반대로 인셉션에서 '꿈이 불안정해짐'이라는 정확하게 같은 의도로 표현된 장면은 땅과 물건들이 공중에서 폭발해 터지는 장면으로, '공간의 깨짐'은 묘사한적 없는 전혀 다른 연출이다.

파일:Paprika.2006.JAPANESE.1080p.BluRay.H264.AAC-VXT.mp4 20201208 110415-tile.jpg 파프리카를 포함해 곤 사토시 감독은 거울이라는 요소를 내면의 성찰, 다른 자아와의 조우 라는 용도로 자주 사용한다. 정작 파프리카의 해당 장면은 거울이 사용된 장면도 아니었을 뿐더러, 인셉션의 거울 장면도 이런 의도로 사용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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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곤 사토시 감독 특유의 거울 연출을 베껴간걸로 유명한건 놀란 감독이 아니라...)

[파프리카 독점성 조각 사유]

사실 인셉션이 영감을 받은건 파프리카가 아니라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의 무한 거울이다. '거울 넘어의 세계'에 이공간이나 또다른 현실성을 부여한다는 아이디어는 장르를 불문하고 오래된 클리셰이며 여기에 더해 '거울을 깨뜨리니 거울 속 풍경으로만 존재하는 불가능한 무한한 구조를 공간에 실현한다'는 발상으로 이어진 것 이다. (인셉션은 이 외에 '킥'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폭발 시키기도 하는 등 작품 전체에서 엘리베이터를 창작의 소재로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공간을 깨부수니 다른 공간으로 이어진다는건 인셉션 이전에 다른 작품에서 우연히 겹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흔하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만큼 나올 수 있을 법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정작 인셉션이 공간 이어짐으로 사용된 것도 아니거니와, 파프리카가 쓴 '거울/유리/공간 따위가 깨지니 그게 다른 공간이랑 연결된다'라는 아이디어는 흔하게 나올 수 있는 설정이다.


가령 아래 <닥터후 - 벽난로 속의 여인>의 예시를 한번 보자.

파일:The Doctor Smashes Through The Time Window The Girl In The Fireplace Docto-tile.jpg  '남주는 여주가 위험에 처해있는걸 스크린을 통해서만 보다가, 결국 스크린을 직접 뚫고 개입해 구해준다.'라는 상황이 같고, 여기서 닥터후 역시 거울의 깨짐을 다른 공간으로의 이어짐으로 표현되었다. 닥터후는 이 한장면 안에 파프리카가 사용했던 두 가지 아이디어가 전부 들어가있다.

사실 닥터후의 방영일은 2006년 5월 6일, 파프리카 개봉일은 2006년 9월 2일(베니스 영화제 선행개봉)로 오히려 닥터후가 앞선다. 하지만 제가 기간과, 제작 완료 이후 실제로 개봉하기까지의 시간차까지 고려하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따라했다 보기 어렵다. 서로를 참고하지 않은게 명확한 두 작품이 우연히도 같은 시기에 유사한 아이디어를 사용한 것이다.

4. 특정 표식이 꿈 전반에 등장

(죄책감으로 인한 특정 사람, 특정 장면이 반복되어 나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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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코나카와의 죄책감 때문에 죽은 친구를 상징하는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쓰러지는 장면이 반복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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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코브의 죄책감 때문에 죽은 아내가 지속적으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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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자식들을 보고싶다는 그리움에 아이들이 같은 구도로 반복 등장.

(특정 숫자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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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친구를 배신했던 나이가 17살 이기 때문에 17이라는 숫자가 꿈에 등장. (엘리베이터 층, 달력 날짜가 17이 되자 코나카와의 동요하는 장면 등으로 두차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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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528491 라는 이 숫자가 반복 등장.

[차이점]

각 작품에서 남주의 트라우마가 떡밥이 되는 것은 맞지만 각 장치가 작중에서 하는 역할이 다르다.

코나카와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표식은 주인공을 방해하는 역할이 아닌 코나카와의 트라우마를 밝혀내기 위한 힌트들이다. 결국 이를 통해 코나카와는 잊고있던 죽은 친구를 떠올리는데 성공한다. 반면 코브는 트라우마의 원인을 이미 알고있고 그것이 자신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된다. 코브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강력한 투사체인 멜은 코브를 방해하며 스토리에 큰 비중을 끼치는 주요 등장인물이고, 아내와 함께 자살한 열차가 꿈에 난입하기도 한다.

파프리카의 17은 무의식의 잔재로써 등장한 것이라면 인셉션의 꿈에서 528491이 등장하는건 반대로 피셔의 무의식에 '주입하기 위해' 인셉션팀의 고의적으로 설계해놓은 것이다.

인셉션 팀이 피셔에게 존재하지도 않는 금고 비밀번호를 말하라고 협박하여 피셔는 아무런 528491를 지어내게 되어 이것이 무의식 전반에 효력을 갖게 된다. 2단계 꿈에서 여자로 변장한 임스가 이 번호를 메모에 적어주어 다시한번 상기시켜주고, 호텔 방 번호가 528, 폭탄으로 폭발시킬 아래층을 491로 설계해놓았으며 3단계에서 인셉션을 성공시키기 위한 금고 비밀번호가 528491가 된 것이다.

[파프리카 독점성 조각 사유]

이런 유사성은 꿈과 무의식을 주제로 하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꼭 꿈이라는 설정을 제외하고도 영화적으로 봤을때 특징적인 장면의 구도를 반복하는건 수미상관적 연출로써 자주 사용되는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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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꿈과 무의식을 다룬 영화 '더 셀'에서도 범인의 트라우마가 여러차례 반복 등장하며 스토리에 주요 역할을 한다.)

꼭 무의식 이론까지 갈 것도 없이 추억의 장소나 그리운 상황, 고민거리, 소중한 사람 등이 꿈에서 나타나는건 흔하게 경험하는 일이다. 따라서 똑같이 '꿈'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라면 흔하게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작중에서 하는 장치마저 똑같았다면 모를까 <차이점>에서 서술했듯 그것조차도 아니다.

5. 호텔 복도에서 공간이 왜곡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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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복도에서 공간이 왜곡되는 장면

[차이점]

이를 '공간 왜곡'이라고 퉁치지만 사실 인셉션은 '중력'이 회전하는 것으로 전혀 다르다. 파프리카는 꿈의 불안정성을 표현하는 장면이고, 인셉션은 상위 단계 꿈에서 차량이 회전했기 때문에 하위 단계의 물리 법칙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파프리카에서 '꿈의 불안정성을 표현하는 장면', 인셉션에서 '상위 단계가 하위 단계에 영향을 주는 장면'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각자의 작품에서 자주 쓴 연출이지만 이 장면만 배경이 '호텔'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엮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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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이렇게 두 장면을 짜집기하여 유사성으로 지적하는 의견도 있으나, 전자는 총 맞고 쓰러지는 장면의 슬로우 모션, 후자는 아예 무중력이 된 것으로 설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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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인셉션은 많고 많은 무중력 장면 각도 중에서 비슷한 각도 딱 하나만을 가져와서 끼워맞춘 것.)

[파프리카 독점성 조각 사유]

 오히려 인셉션에서 사용된 '호텔에서 360도 중력 회전' 연출은 파프리카에 있지 않고 그보다 훨씬 먼저인 1951년 '로얄 웨딩'이라는 뮤지컬 영화에 있다. 로얄 웨딩은 실제로 세트장을 360도로 돌려가면서 촬영했는데 인셉션도 같은 촬영 방식을 사용하였다.

굳이 인셉션의 호텔 장면이 어딘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면 파프리카가 아니라 로얄 웨딩으로 보는게 타당할 것이며, 그렇다면 '꿈 속 배경 중 한곳이 호텔인것도 파프리카를 베낀 것'이라는 주장도 자연스럽게 반박된다.

특정 장면에 한정된 아이디어의 저작권 인정 불가능

<더 셀 (2000) / 오드 너드럼 - 새벽 (1989)>
<더 셀 (2000) / 데미안 허스트 - 모든 것에 내재하는 거짓말을 받아들임으로써 얻어지는 약간의 편안함들 (1996)>

(위 <더 셀>의 두 장면은 미술 작품을 참고했음이 명확하지만 감독 본인이 직접 인터뷰 등에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감독이 언급을 했냐의 여부'가 표절이냐 아니냐를 단정짓는 지표가 될 순 없다.)

사실 놀란 감독이 파프리카를 봤다는 가정하에도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법적으로 단순 아이디어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며 구체적인 스토리가 똑같아야 표절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단순히 장면 일부를 참고한 정도로는 표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장면에서 사용된 아이디어 하나하나에 일일이 최초로 사용한 사람에게만 독점적인 저작권을 인정해야한다면 파프리카 역시 수많은 장면들을 표절한게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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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포핀스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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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 64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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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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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2006)>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라는 아이디어 역시 파프리카가 최초로 사용한게 아니다. 그럼에도 만약 인셉션에서 사용됐다면 표절설의 근거가 됐을 것이다.)

오히려 파프리카만의 독창성은 저런 특정 장면에 한정된 아이디어가 아니라 영화 전체의 몽환적인 꿈을 시각화하는 곤 사토시 감독의 연출력 그 자체이다. 특히 후반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내린 이후의 퍼레이드씬이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이런 파프리카의 고유의 영역은 인셉션이 침범하지 않은 부분이다.

표절 논란의 문제점

물론 표절, 모티브, 오마쥬는 그 경계가 매우 애매하고 주관적이다. 법적인 관점에서 보는 표절과 일반 대중들이 생각하는 표절 사이에는 괴리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퍼진 표절 논란의 문제점은 정작 두 작품을 보지도 않고 표절을 단정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마치 들어보지도 않는 노래의 표절 여부를 판단한다는 넌센스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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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지 10년도 된 영화의 표절 논란이 2020년에 뒷북으로 국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이유는 유사한 장면을 비교한 움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령 거울씬의 경우 파프리카는 다른 공간으로의 진입, 인셉션은 무한 다리의 구조의 실체화인데 직접 작품을 본 사람이 아니라면 움짤만으로는 이런 자세한 설정의 차이까지는 알 수 없다. 정작 영화를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이런 커뮤니티 글로만 작품 전체를 판단하고 특정 장면의 국한된 유사성을 작품 전체의 표절이라고 확대해석 하게 된 것 이다. (표절 판단 여부에 가장 중요한 '스토리'는 짤만으로 알 수 없으니 당연히 고려대상 조차 되지 않는다.)

사실 파프리카와 인셉션에서 사용된 모든 연출을 한대 나열해보면 유사하다고 끼워맞출 수 있는 연출보다 그렇지 않은 연출이 훨씬 더 많다. 이런 게시물들은 차집합을 전부 제외하고 교집합만 편항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두 작품을 모두 보지 않은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인셉션에서 시도된 대부분의 연출이 파프리카를 따라한 것 처럼' 교묘하게 속일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예시로 아례의 장면을 한번 보자.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남자가 갑자기 문밖으로 뛰쳐나간다. 경찰이 이를 뒤쫒아 바로 문을 열지만 남자는 온데간데 없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해보니 남자가 문을 열때 안쪽 CCTV에서는 문이 열리지만 바깥쪽 CCTV에서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각각 <로스트 룸 (2009)>과 <별에서 온 그대 (2013)> 의 한 장면이다. 전혀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간에도 특정 장면에 한정된 유사성은 발견되곤 한다. (전자는 주인공이 외계인으로 본인이 가진 초능력이고, 후자는 열쇠에 특별한 힘이 있다. 두 작품을 직접 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설정의 차이점은 위에서 짜집기된 장면 만으로는 알 수 없다.) 한두가지의 나무의 생김세가 아니라 아니라 숲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하는 이유이다.

마찬가지로 '공간 왜곡'을 주제로한 '닥터 스트레인지 (2016)'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찾으려한다면 얼마든지 끼워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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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거울처럼 금이 간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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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전진하지만 공간 왜곡으로 제자리 걸음)

또다른 문제는 표절설을 주장하는 일부 게시물들이 거짓된, 혹은 억지스러운 근거들을 인용하여 선동한다는 점이다.

1. 꿈이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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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에서 표절의 근거로써 여러차례 인용된[1] Tumblr발 GIF 이미지이다. 파프리카의 경우 실제 장면이 맞지만(46분 14초, 블루레이 기준), 인셉션의 경우 파프리카에 맞춰 유사해보이게 짜집기된 편집 장면이다. (원본은 인셉션의 블루레이 기준 43분 40초, 저렇게 순간적으로 빠르게 기억이 지나가는 장면이 아니다.)

2. 무너진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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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게시물에서 도시가 붕괴된다는게 표절설의 근거로 사용()되었으나, 이게 표절이라면 파프리카 역시 그 이전에 무너진 도시가 등장하는 영화의 표절이고, 영화까지 갈것도 없이 무너진 도시는 현실에서도 볼 수 있다. 차라리 무너진 이유라도 같다면 모를까, 파프리카에서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현실 도시에서 침식이 일어난거고 인셉션은 코브가 멜과 림보에 지내면서 설계해놓은 도시를 (림보 시간 기준) 몇십년만에 다시 찾았기 때문에 부식된 상태인 것이다.


이하는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인용된 나무위키의 <파프리카(애니메이션)> 문서에서 적혀있던 유사성이라고 지적된 주장들이다.

3. 회장방의 양탄자/사이토가 드러누운 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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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에서 사이토는 자신의 비밀 아파트의 카펫이 원래 알고있던 재질이 아니라는걸 알아내고 이것이 꿈임을 간파해낸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일종의 토템으로 쓴 것이다. 파프리카에서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이후, 오사나이가 땅 아래로 빨려들어가자 이누이가 그걸 뒤따라가는 장면이 있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용도로 쓴것도 아니고 설정이 전혀 다른데 자세한 설명없이 '양탄자에 드러누웠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상황을 유사성이라고 억지로 꾸겨넣은 것.

4. 형사에게 술 따라주는 장면/피셔 옆에서 술을 마시는 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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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도 '술을 마신다'는 지극히 평범한 상황을 억지로 엮은 것.

5. 꿈 속의 꿈을 주요하게 사용한다?

명백하게 거짓말로, 파프리카 에서는 '꿈 속의 꿈'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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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건 파프리카에서 '깨어난줄 알았는데 아직 꿈이었다'라는 장면이 있고, 인셉션에서도 사이토가 2단계 꿈에서 깨어나 1단계 꿈으로 돌아와 '깨어난줄 알았는데 아직 꿈이었다'하는 장면이 있다. 다만 파프리카의 경우 '꿈에서 깨어난 상황의 꿈을 꾸는' 것, 즉 거짓 깨어남(False awakening) 라는 위키피디아 문서도 존재할 정도의 실존하는 꿈 현상이다.

'거짓 깨어남'은 하나의 같은 꿈인데 '침대에서 일어난 상황'으로 장면만 전환된 것이고, 인셉션의 꿈 속의 꿈은 단계별 꿈을 모두 동시에 뇌에서 연산해 공존하는 형태이므로 다르다.

The.Cell.2000.1080p.BluRay.H264.AAC-RARBG.mp4 20201209 062914-tile.jpg ('깨어난줄 알았는데 아직 꿈이었다' - <더 셀 (2001)>에서도 사용된 꿈을 주제로 한 작품에선 흔한 클리셰이다.)

기타

아무래도 꿈을 주제로한 영화중에서 세계적으로 히트친 작품이다보니, 사실 인셉션에 표절 시비가 달라붙은건 비단 파프리카 뿐만은 아니다. 앞서 일찍이 인용했던 <Dreamscape (1984)>를 베꼈다는 주장부터(), 도날드 덕 만화중 하나인 <- The Dream Of A Lifetime.pdf The Dream of a Lifetime (2002)>를 표절했다는 주장도 있다. 파프리카까지 합치면 총 3개인 셈이다. 하지만 오히려 표절 논란이 많이 제시된다는건 그만큼 비슷한 설정을 사용한 작품이 여러개라는 말이 되므로 오히려 표절이 아니라는 반증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최초로 아이디어가 사용된 이후로 나온 모든 작품이 전부 표절이라는 말이 된다.

공통점이라 지적되는 부분들은 꿈을 주제로한 작품에서 자주 쓰이는 이른바 '클리셰'급 아이디어들로, 똑같이 자각몽이나 무의식과 관련된 현실에 익히 알려진 이론들에 기반을 했거나 굳이 해당 작품이 아니더라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정작 인셉션에서 가장 핵심적인 설정인 '꿈 속의 꿈'은 이들 작품에 없고 오로지 인셉션에서만 등장한다.

(아시아 경제() 에서는 표절 논란을 보도할때 "The Dream of a Lifetime" 에서도 꿈 속의 꿈이 등장한다는 허위사실이 적혀있지만, 여기서는 꿈이 아예 다른 것으로 리셋되는 것이며 꿈 속의 꿈 같은 개념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파프리카 표절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굳이 인셉션 팬들한테 가서 표절 작품이라고 취향을 후려치는 등 하도 많이 어그로를 끌어서 파프리카 트롤 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명높다.()

각주

  1.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