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

그들은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다. 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대변되어야만 한다.
칼 마르크스, 루이 나폴레옹의 브뤼메르 18일[1]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본디 서구에서 동양 문화를 묘사하거나 모방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었다. 하지만 1978년 에드워드 사이드가 《오리엔탈리즘》이란 제목의 저서를 출판하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어떤 의미인지는 후술.

이 문서에서는 사이드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다루어진 개념으로서의 오리엔탈리즘을 중심으로 서술하되, 《오리엔탈리즘》도 중요하게 언급한다. 이는 이 문서에서 다루는 오리엔탈리즘의 서술이 《오리엔탈리즘》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뭐라고? 어쩔 수 없이 책으로서의 오리엔탈리즘과 개념으로서의 오리엔탈리즘이 모두 자주 언급될 텐데, 책은 《오리엔탈리즘》으로, 개념은 오리엔탈리즘으로 표기한다.

정의[편집 | 원본 편집]

사이드에 따르면 오리엔탈리즘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 중 하나는 오리엔탈리즘의 본래 의미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동양(the Orient)에 관해 가르치거나, 글을 쓰거나,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리엔탈리스트(Orientalist)이고, 그들이 하는 것이 오리엔탈리즘이다".[2] 쉽게말해 동양학, 동양 연구라고 보면 된다. 전술하였듯이, 사이드 이전에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하면 이런 걸 말하는 거였다.

두 번째 의미는 사고방식으로서의 오리엔탈리즘이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the Orient)"과 (거의 항상) "서양(the Occident)"의 존재론적, 인식론적 구분에 기반한 사고방식이다."[3] 다시말하자면 일종의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는 서양동양이라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역사적이고 구체적으로 정의된(historically and materially defined)" 의미의 오리엔탈리즘이 있는데, 이는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고, 위압하기 위한 서양의 방식"[4]이다. 참고로 책 《오리엔탈리즘》에서는 이 세 번째 의미로서의 오리엔탈리즘에 초점을 맞춘다.

오해[편집 | 원본 편집]

종종 《오리엔탈리즘》의 내용을 "동양에 나쁜짓 한 서양 나빠요 ㅠㅠ"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들이 반박이랍시고 가져오는 것은 대개 식민지 근대화론이나[5] 양비론, 서구 우월주의 따위에 불과하다.

오리엔탈리즘과 담론 개념[편집 | 원본 편집]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푸코의 '담론(discourse)'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쉽게 말하자면, 좋게 말하든 나쁘게 말하든 내용에 관계없이, 어떤 것에 관해 말하거나, 말하지 않는 것 자체가 사회의 권력구조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사이드는 비코(Vico)를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우리는 비코의 위대한 관찰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 관찰은 인간이 자기 자신의 역사를 만든다는 것,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만든 것이라는 것이다."[6]

사시(Silvestre de Sachy)와 르낭(Ernest Renan)과 같은 19세기 초의 오리엔탈리스트들은 자기 나름의 관점, 조금 나쁘게 말하자면 '편향된' 관점으로 동양을 연구하고 서양에 소개했다. 그런데 그들의 연구 결과가 세대를 거쳐 권위를 획득해버린 것이다. 결국 서양인들이 배운 동양, 그리고 그에 의해 그들이 인지하는 동양은 어디까지나 서양 자신에 의해 왜곡되어버린 동양인 것이다.

이 점은 이 문서 첫머리의 인용구인 마르크스의 문장에서도 알 수 있다. "그들[오리엔트]은 스스로를 대변하지 못한다. 그들은 누군가[서양]에 의해 대변되어야만 한다". 오리엔탈리스트들의 의도가 '오리엔트'를 도우려는 것인 경우에서조차 그들은 오리엔트를 대신 대표해주려고 했고, 여기에는 '오리엔트'의 후진성, 무능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각국의 오리엔탈리즘[편집 | 원본 편집]

오리엔탈리즘은 서구 내에서도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이는 지정학적 이유로 각국이 접했던 '동양'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에서 오리엔탈리즘의 주요 세 부류를 분석했는데, 이는 각각 영국, 프랑스, 미국의 오리엔탈리즘이다.[7] 물론 이는 책의 여백이 부족하여 세 가지만 분석한 것이지, 이것이 전부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독일의 오리엔탈리즘이나, 심지어는 일본오리엔탈리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판[편집 | 원본 편집]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에서 오리엔탈리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미셸 푸코의 '담론' 개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을 차용했는데,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비판이 존재한다.

요컨대 사이드의 종합은 방법론적인 문제를 포함한다.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 지식인에 대한 정의, 지배-저항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공식과 푸코의 담론, 지식, 권력 이론은 양립하기 어렵다. 이 둘의 종합은 이론적으로실패했고, 사이드는『오리엔탈리즘』에서 의도했던 것과 일치하지 않는 결과를 산출해 냈다.
— 강미라, "E.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에 남겨진 푸코의 유산", 『철학과 문화』 제25집 (2012)

영향[편집 | 원본 편집]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개념의 재해석, 곧 《오리엔탈리즘》은 전 세계적으로 굉장한 논쟁거리가 됐다. 비록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 기반한 경우도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탈식민지주의 연구를 비롯한 각종 지역학, 역사와 사회의 이해 등 많은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준 것만은 확실하다.

한편 《오리엔탈리즘》을 역설적으로 수용한 '오리엔트'의 연구자들에 의해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이라는 경향도 생겨났다(...). 마치 오리엔탈리즘에서 서양과 동양만 뒤바꾸어 놓은 양, "'유럽'을 실체화하고 본질주의적으로 규정하게 되어, 오리엔탈리즘 비판이 본래 갖고 있던 전술 그 자체가 역방향으로 흘러 목적화되고 마는 사태를 뜻한다."[8]

관련 항목[편집 | 원본 편집]

각주

  1.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서 오리엔탈리즘 속표지와 p.14에 인용된 문구이다. 독일어 원문은 "Sie können sich nicht vertreten, sie müssen vertreten werden".
  2. 원문: "Anyone who teaches, writes about, or researches the Orient [...] is an Orientalist, and what he or she does is Orientalism." 출처: Edward W. Said, 1978. Orientalism. New York: Random House. p.2
  3. 원문: "Orientalism is a style of thought based upon an ontological and epistemological distinction made between "the Orient" and (most of the time) "the Occident"." Ibid.
  4. 원문: "Orientalism as a Western style for dominating, restructuring, and having authority over the Orient" 출처: Ibid. cf. "위압"이란 표현은 에드워드 W. 사이드. 2005. 오리엔탈리즘.박홍규 옮김, 서울: 교보문고. p.18.을 참고한 것이다.
  5. 식민지 근대화론에도 설득력 있는 주장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제국주의의 정당화로 오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신중하게 접근할 리가 없다(...). 그럴 사람들이었으면 애초에 오해를 안 했을 테니. 그들이 말하는 식근론은 '동양은 미개했었거든욧?', '지금 동양이 잘 사는 게 누구 덕분인데욧! ㅂㄷㅂㄷ'에 불과하다.
  6. 원문: "We must take seriously Vico's great observation that men make their own history, that what they can know is what they have made [...]". Ibid., pp. 4-5
  7. 사이드에 따르면, 영국은 인도중동을 중심으로 '동양'을 인식했던 반면, 프랑스는 아프리카를 통해 '동양'을 접했다. 한편 유럽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극동', 즉 한국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8. 우스키 아키라. 2010. "에드워드 W. 사이드, 『오리엔탈리즘』", 『내셔널리즘론의 명저 50』서울:일조각. pp.236-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