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의 신

야쿠모 유카리

틈새의 신이란,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신이 숨어 있다는 식의 신에 대한 관점이다.

예를 들어 생명진화의 경우, 과학자들이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밝혀냈지만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으므로 생명의 시간에 신이 관여한 것이라든지, 빅뱅 이후 어떻게 우주가 변화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 전은 알 수 없으므로 빅뱅의 시작과 그 이전에 신이 관여했다든지 하는 식의 관점이다.

이는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인류의 무지의 영역이 축소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인류가 원시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었을 때는 온갖 자연현상이 신에 의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흔한 사례로는 그리스 신화가 있는데, 그리스 신화에서는 세상 만물의 모든 것이 신과 관련되어 있다. 땅은 가이아가, 하늘은 제우스가, 바다는 포세이돈이, 시간은 크로노스가, 농작물의 수확은 데메테르가, 관장한다고 간주되었으며, 심지어 계절의 변화는 페르세포네하데스의 계략에 빠져 석류를 먹었기 때문으로 해석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이유를 베 짜는 실력이 뛰어났던 아라크네아테나에게 대들었다가 저주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동식물의 기원에 대해서도 신과 관련짓곤 했다.

하지만 인류의 지식이 늘어나면서 점차 알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알 수 있는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밤낮이 바뀌는 것은 헬리오스가 태양마차를 끌고 달리기 때문이 아니라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이고, 계절이 바뀌는 것도 페르세포네가 저승에 가있는 동안 슬픔에 빠진 데메테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구가 약간 기울어진 채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천둥번개가 치는 것은 제우스 때문이 아니라 구름에 대량으로 축적된 음전하 때문이며, 우주는 카오스에서 태어난 가이아가 낳은 여러 신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빅뱅에 의한 것임이 알려졌다.

이렇게 점점 신의 영역이 줄어들어 결국 아직 사람들이 명확히 알지는 못하는 부분으로 축소되었다는 것이 틈새의 신 논증이다. 어떠한 현상의 원인을 신에게 두었던 것은 결국 "모른다."라는 말을 다른 표현으로 대체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신의 영역의 축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일부 유신론자들은 이러한 틈새의 신 논증을 유신론의 근거로 주장하곤 하는데, 이를테면 '아직 생명의 기원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신이 모든 생물을 창조했다는 지적설계가 옳다.'라는 식이다. 이는 흔한 무지에의 호소이며, 유신론자들로부터도 비판받고 있다.

유신론자들은 틈새의 신 논증을 신의 왜소화시켜 무지의 틈바구니에 쑤셔넣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신이 지금의 모습대로 세상을 창조하였고 유지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틈새의 신 논증이 '신이 기적을 일으켜 자신이 만든 법칙을 깨뜨리지 않는다면 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주장'이 되어버린다.

무신론자의 입장에서야 당연히 틈새의 신 논증은 무지에의 호소에 불과하므로, '나는 이것이 이렇게 된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어. 이건 마법일거야!'와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