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

타이틀곡, 즉 타이틀 트랙(Title Track)이란 원래는 음악 앨범 내에서 앨범의 제목과 동일한 이름의 곡을 가리키는 단어로 쓰인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내수 음반 시장의 특성 탓에 앨범을 대표하는 곡으로서의 의미를 띠었다. 이는 다른 국가의 음반 시장에서는 없는 한국 대중음악만의 고유한 개념이다.

역사[편집 | 원본 편집]

타이틀곡의 등장은 당대 한국 음반 산업의 사정과 관련이 있다. 1960년대까지는 다른 나라와 같은 식으로 표준시간 음반(SP)을 주요 매체로 한 시장이 유지되었다. 그러나 장시간 음반(LP)이 등장한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LP는 기존의 SP 음반보다 음질과 재생 시간에 있어 압도적 우위에 있었으며 생산도 더 용이했다. 기존의 SP 위주의 시장은 빠르게 LP 위주로 개편되었으나, 이에 그치지 않고 싱글이나 익스텐디드 플레이(EP) 음반이 아예 제작되지 않게 되었다. 재생 시간이 긴 LP가 있는데 SP나 EP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게 음반사들의 논리였다. 그러나 대중음악계의 사정은 달랐다. 당시 한국 음악계의 주요 전략은 싱글을 위주로 한 곡 단위의 판매였는데 이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들은 고육지책으로 LP 앨범을 발매하되 싱글로 낼 만한 곡을 "타이틀곡"으로 내걸고 타이틀곡 위주의 활동을 하는 식으로 대처했다. 이후 수십 년간 한국 음반 시장에서는 EP나 싱글 음반 없이 오로지 LP만이 생산되었고 1990년대 컴팩트 디스크(CD)가 LP를 대체하기 전까지 이러한 기형적 형태가 유지되었다. 이후 싱글과 미니 앨범이 음반 시장의 주류가 된 2010년대에서도 타이틀곡 관행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폐해[편집 | 원본 편집]

타이틀곡은 음악가의 활동을 크게 제약한다. 물론 대중에게 어필할 만한 곡에 중점을 두는 것을 해외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나 그런 곡들은 주로 '싱글 음반'으로 발매된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앨범을 잘 만들었든 '타이틀곡' 하나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가 되었다. 타이틀곡이 아닌 음반의 수록곡이 히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졌다. 앨범 내에서 타이틀곡만이 집중적으로 부각되어, 타이틀곡이 다른 수록곡에 비해 유달리 튀거나 나아가 아예 타이틀곡 외의 곡들은 수준 낮은 곡으로 음반 분량만 채우는 일도 빈번했다.[1]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음반을 내놓은 아티스트들도 있었으나, 이러한 타이틀곡 관행으로 인해 한국 대중음악 앨범의 완성도는 전반적으로 하락하게 되었다.

해외 음반에는 이러한 타이틀곡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음원 사이트는 음반의 타이틀 곡을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경우 수록곡 중 싱글로 발매된 모든 곡들을 타이틀곡으로 표기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앨범의 유명곡 중 하나를 골라 타이틀로 지정하거나, 아예 아무 곡이나 타이틀로 지정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각주

  1. 이런 일이 얼마나 많았던지 "타이틀곡뿐만이 아니라 수록곡도 좋다"라는 말이 앨범에 대한 칭찬으로 쓰이는 상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