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Chirho (토론 | 기여)님의 2018년 6월 14일 (목) 08:57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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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평양냉면조선 요리에 있는 '찬국수(랭면)' 중에서 평안도황해도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발전한 분파이다. 그 중에서 가장 풍요로운 땅인 평양에서 유난히 발전했기 때문에, 훗날 북한 정권에 의해 '평양랭면'이라는 고유명사가 만들어졌다.[1] 단, 한국어의 표준어 문법에는 두음법칙이 있기 때문에 냉면으로 바뀌어 표기되므로, 덩달아 본 항목명도 '평양냉면'으로 정해졌다.

만드는 법

평양냉면은 익반죽으로 찰기를 높인 메밀면에 동치미 국물과 차게 식힌 고기육수를 섞은 수프를 부어내 만든다. 여기에 지단이나 삶은 달걀, 그리고 동치미 무를 더하고, 고기육수를 내기 위한 고기를 편육으로 하여 고명으로 얹어 마무리한다. 육수에 쓰이는 고기는 기름기가 적은 부위의 꿩고기를 최고로 쳤고, 꿩을 구할 수 없을 때는 닭을 대신 사용하였다. 여기서 꿩 대신 닭[2]이라는 속담이 생겼다. 쇠고기를 사용한 경우도 있었으나 전통적인 면에서 주류는 아니었다.

메밀의 제철이 겨울이기 때문에 평양냉면은 주로 겨울 음식으로서 즐겼다. 동치미 국물을 활용하거나 꿩육수를 쓰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렇다고 여름에 먹는 것이 사도인 것만은 아닌데, 여름은 메밀 철이 아닌데다 동치미도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재래식 기술로는 도저히 만들 수가 없어서 비주류로 있었을 뿐이다. 현대 기술을 이용한다면 남반구 메밀에 냉장고를 활용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으므로 아무렴 좋은 일.

맛과 관련한 이야기

육수에 별다른 간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은 상당히 심심한 맛[3]이다. 동치미 국물의 비중이 커지면 신 맛이 살아나지만 그만큼 찌릿하게 날카로워지고, 고기 육수의 비중이 커지면 감칠맛은 나와도 밍밍해지는 단점을 안기 때문에, 그 어중간한데서 타협하느라 미묘한 맛이 만들어진 것. 거기에 땅냄새가 강한 메밀면의 껍데기 향까지 더해져서, 냉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흡사 흙을 마시는 듯하다고 할 정도로 싫어하게 되는 원인이다. 또한 심심한 맛으로 먹어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재래식 제법에서 기인한다.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면 요리도 진화하는 법. 일명, '옥류관식 랭면'이라 하여 북한에서도 나름 냉면육수의 발전이 있었는데, 꿩이나 닭 대신에 소고기를 주류로 사용하고, 기존 고기일색 육수에 간장으로 감칠맛을 더하고, 야채를 넣어서 맛을 보완하거나 곰국 수준으로 진하게 우린 국물을 사용하기도 하고, 취향에 맞춘 고추양념[4]을 얹어내는 식으로 일률적이던 심심한 맛에서 탈피하였다. 이는 탈북자가 대거 발생한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알려지시 시작했는데, 1950년대 피난민에 의해 정착된 레시피가 주류였던 남측의 이북냉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공깽[5]을 선사한 바가 있다.

남측(한국)에 평양냉면과 가장 비슷한 음식으로는 강원도식 물막국수가 있다. 다만 막국수는 메밀이라는 면의 재료에서는 동일하지만 동치미 국물이 주류인만큼 국물과 갖은양념을 넣는 방법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각주

  1. 남측에서는 물냉면 혹은 이북식 냉면, 처럼 딱히 통일된 명칭이 없었다. 본격적으로 '평양냉면'이 유행한 것은 남북관계가 화기애애해진 2000년대 초에 들어서야 정착된 표현.
  2. 정확히는 냉면만을 가리키는게 아니라, 겨울철에 떡국이나 장국 육수를 끓이기 위한 경우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평양에서 고기요리가 크게 발달했다는 점을 고려한다.
  3. 사투리로 '슴슴하다'라는 표현을 쓴다.
  4. 기존 냉면에도 고춧가루를 약간 뿌려먹는 방식이 있었다.
  5. 2018년 판문점 선언 직전때 특히나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