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과 어린 시절
1994년 12월 29일, 일본 도쿄 궁내청병원에서 아키히토 일왕의 차남인 아키시노노미야 후미히토 왕자의 둘째(차녀)로 태어났다. 이름은 ‘아름다울 가(佳)’를 써서 ‘카코(佳子)’라고 지어졌다.
3살 위의 언니 마코 공주는 일왕 내외의 첫 손주여서, (비록 공주라서 왕위 계승권은 없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전국적으로 굉장한 관심과 애정을 받았다. 카코 공주가 태어났을 때는 남자아이가 아님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 카코 공주는 언니와 함께 많은 귀여움을 받았다. 후미히토 왕자와 키코 비는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자주 아키히토 일왕과 미치코 왕비를 방문했고, 일왕 내외는 손녀들의 재롱을 보며 기뻐하곤 했다. 큰아버지 나루히토 왕세자는 1993년에 결혼했으나 2001년에야 간신히 무남독녀 도시노미야 아이코 공주를 낳았기에, 그동안 마코 공주와 카코 공주는 왕실과 국민들로부터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마코 공주와 카코 공주는 아주 어려서부터 사람들로부터 주목받는 것에 익숙하여, 몰려드는 카메라 앞에서 손도 곧잘 흔들어주고 인사도 꾸벅꾸벅 잘했다. (반면 어린 시절의 아이코 공주는 사촌언니들과 달리 수줍음이 많아, 몰려드는 카메라 세례를 피하곤 했다.)
학창시절
일본 왕족들은 왕실학교인 가쿠슈인에서 공부하는 것이 전통이었기에, 카코 공주도 가쿠슈인에 입학한다. 1999년 4월 가쿠슈인 유치원에 입학하여 2001년 3월에 졸업했고, 다음달인 4월에는 가쿠슈인 초등과로 진학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2002년부터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3학년이던 2003년에는 아버지 후미히토 왕자, 어머니 키코 비, 언니 마코 공주와 함께 태국 순방을 다녀왔다. 어린 두 공주에게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6학년이던 2006년에는 남동생 히사히토 왕자가 태어났다. 일본 왕실에 왕자가 태어난 것은, 후미히토 왕자가 태어난 1965년 이래로 무려 41년 만의 일이었다.
한편 카코 공주는 피겨스케이팅에 꽤나 재미를 붙여 합숙훈련에도 참가하였고, 몇 차례 대회에도 출전했으며, 초등학교 졸업작문의 내용도 피겨스케이팅 연습에 관한 이야기였다. 가쿠슈인 여자중등과 1학년이던 2007년에 출전한 대회에서는 1위(우승)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그리 뛰어나지 않은데 공주(왕족)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아 우승했다’는 평이 대세이다. 또한 카코 공주가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아버지 후미히토 왕자와 어머니 키코 비는 반대하지 않았지만, 왕실과 궁내청의 보수적인 인물들은 ‘어디 공주가 저렇게 엉덩이며 허벅지를 다 드러내는 짧은 옷을 입고서 펄쩍펄쩍 뛰고, 다리를 번쩍번쩍 드는 동작을 하느냐’는 식으로 반대했다. 결국 더 이상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언젠가부터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두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취미로 수예를 했고, 자신이 만든 수예 작품을 전시회에 출품하기도 했다.
카코 공주의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사진 속의 카코 공주는 가쿠슈인 여자중등과 교복을 입고서 카메라를 바라보며 천진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왕실에서 공식적으로 공개한 사진은 아니었고, 가쿠슈인 중등과(남중)의 학생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이었다. 허가받지 않고 공주의 사진을 찍었다고 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카코 공주는 2010년 3월 가쿠슈인 여자중등과를 졸업했고, 다음달인 4월에 가쿠슈인 여자고등과로 진학, 2013년 3월 가쿠슈인 여자고등과를 졸업했다.
가쿠슈인대학 입학과 자퇴, 국제기독교대학 입학
가쿠슈인 여자고등과를 졸업한 카코 공주는 2013년 4월 가쿠슈인대학 문학부 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이 학과는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학과인데, 2013년부터 신설된 학과이다. 외가인 가와시마(川嶋) 가문에 교육자가 많고[1], 카코 공주도 12살 아래의 남동생 히사히토 왕자를 잘 돌보며 아이들을 좋아하여, 어머니 키코 비가 권한 진로라고 한다. 한편 가쿠슈인대학 교육학과에 대해‘카코 공주를 위하여 신설된 학과’라는 이야기가 많았고 꽤나 설득력이 있었지만, 왕실과 가쿠슈인에서는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겹친 것’이라며 부정했다.
하지만 카코 공주는 2학년 1학기까지만 다닌 후에 가쿠슈인대학을 중퇴했고, 다시 대학입시를 준비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해(2014년) 가을, 국제기독교대학 교양학부 예술과학과에 합격했다. 언니 마코 공주가 3월에 졸업한 학교로, 언니와 마찬가지로 카코 공주도 AO입시라는 전형으로 합격했다. 시험성적이 아닌 서류와 면접으로 합격 여부를 정하는 전형이고, 자매의 학창시절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았기에, 자매의 국제기독교대학 합격에 대해 ‘부정입학’이라거나 ‘특혜입학’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 쏟아졌다. (이는 남동생 히사히토 왕자도 마찬가지이다.)
성년
2014년 12월 29일, 카코 공주는 성년(만 20세)을 맞이했다. 일본 왕실의 전통에 따라 하얀 드레스와 티아라 차림으로 성년식을 치렀고, 기자회견을 했다. 카코 공주는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특히 언니 마코 공주와의 우애를 과시했고,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도화선이 짧은 면이 있어,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할 때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2]
화제가 된 ‘가쿠슈인대학 자퇴와 국제기독교대학 입학’의 이유에 대해서는 “유치원부터 줄곧 가쿠슈인에만 다녔기에 새로운 환경도 경험해보고 싶었고, 국제기독교대학의 폭넓은 교양교육(liberal arts)과 수준높은 영어교육에 매료되어서”라는 답을 내놓았다.
어려서부터 언니와 함께 부모의 공무에 자주 동행했던 카코 공주는, 성년이 되면서부터 더욱 자주 각종 공무에 참석했다. 특히 자라면서 점점 예뻐지는 외모로 화제가 되었다. 성년식 직후 참석한 필리핀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환영 만찬회에서도 카코 공주는 주목을 받았다. 다만 필리핀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할 때, 카코 공주는 내내 일본어 번역문만 보고 있었다. 그야 다른 왕족들도 거의 마찬가지였지만, 카코 공주가 곧 입학할 대학이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많은) 국제기독교대학이라는 사실이 문제였다. (반면 큰어머니 마사코 왕세자비는 일본어 번역문을 보지 않고 영어를 알아들어, 모처럼 외국어 실력을 과시했다.)
2017년 9월에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가쿠슈인대학 1학년 때도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미국에서 1달간 단기유학(홈스테이)을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더욱 길게 체류했다. 국제기독교대학의 해외교류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에서 공연문화산업을 공부하고 2018년 6월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귀국 직후 이바라키현에서 열린 국제정보올림피아드(International Olympiad in Informatics) 개회식에서는 영어로 연설했고, 개회식이 끝난 후에는 일본 선수단을 만나 격려했다.
2019년 3월 국제기독교대학을 졸업했다. 어머니 키코 비와 마찬가지로 심리학을 공부하여 논문을 썼다. 대학 졸업 후로는 처음으로 단독 해외방문 공무를 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독일 등의 유럽 국가들을 방문했다.
2021년 5월에는 전일본로아연맹(全日本ろうあ連盟)에 비상근직원으로 취업했다. 이 단체는 청각장애인을 돕고 수어(手語)를 보급하는 일을 하는 단체이다. 키코 비는 이전부터 수어에 관심이 많아 공무에서도 종종 수어로 연설하곤 했고, 마코 공주와 카코 공주도 어머니의 영향으로 수어를 배우고 수어 연설을 해왔다. 카코 공주는 어머니의 조언과 권유에 따라 ‘사회경험을 쌓기 위해’ 전일본로아연맹에 취업했고, 비상근직원으로 1주일에 2~3일 재택근무를 한다. 10월에는 언니 마코 공주가 코무로 케이(小室圭)와 결혼하면서 미국으로 이주하여, 그동안 언니가 맡고 있던 일본테니스협회 명예총재직도 카코 공주가 물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