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페미니즘

Polity (토론 | 기여)님의 2016년 9월 26일 (월) 15:58 판 (기여 철회 합니다.)

'차이' 개념을 중요하게 다룬 대표적인 철학자로는 질 들뢰즈가 있다.

현대철학에서 '차이'란 '동일성'의 반대말로 쓰인다. 예컨대, 인간 개개인 중 어떤 사람들은 대체적인 공통점을 기준으로 묶여 '남성'이라는 범주로 호칭되지만, 실제로는 저마다 다른 외모, 성격, 신체적 특징, 자아 정체성 등을 가지며, 심지어는 성적 정체성과 지향, 실천 면에서도 저마다 차이점들이 있는 무수한 개별자들이다. 이렇게 어떤 대상들을 집합으로 묶어 내부적으로는 공통점을 강조하고 외부와는 차별점을 부각해서 개념화하는 것을 '동일성'이라 하며, 그와 대조적으로 동일성 속의 개개별 인자들이 제각기 개별성, 고유성을 갖는 것을 '차이'라 한다.

들뢰즈는 동일성보다 차이(Différence)를 더 근본적인 존재의 속성으로 보았다. 세계 속의 존재자들은 근본적으로는 어느 것도 다른 것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고 차이를 갖는데, 기존의 지식 체계는 그 미세한 차이들을 묵살하고 몇몇 범주들로 묶어서 동일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만 세계를 이해해왔다. 그리고 이같은 동일성의 강요는 개개별 존재자들에게 있어서 억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이의 철학', '차이의 정치'는 동일성을 해체하고 차이를 해방시키기 위한 운동을 대안으로 제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여성'이라고 했을 때, 그들을 '여성'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어서 인식하면 "여성은 이래야 한다", "여성은 원래 이렇다" 식의,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들을 무시하는 관습과 규범들 속에 개인이 억압받게 된다. 차이의 정치는, 궁극적으로는 어떤 개인 A가 '여성인 A', '한국인인 A', '직장인 A', '아무개의 딸 A'로서가 아닌, 그저 'A 그 자체인 A'로서 드러나게 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차이의 정치가, 공통의 문제 의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여성'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모여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을 부정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이전까지 잊혀지고, 배제되고, 비주류의 영역에 남겨져 있었던 정체성들이 양지로 나와 모습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을 통해, 기존에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주류의 것들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그럼으로써 이 세계가 동일성이 아닌 차이로 이루어져 있음이 의식되게 된다. 따라서 차이의 정치에서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각각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모여 각각의 운동 부문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