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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key currency)는 여러 국가의 암묵적 동의 하에 국제 거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통화]]이다. 기축통화라는 표현은 1960년대 미국 예일 대학의 로베르 트리팽(Robert Triffin. 벨기에 인이지만 미국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영어식 독음인 '로버트 트리핀'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이 처음으로 사용하였다.<ref>[http://www.bokeducation.or.kr/common/popup/ecoDictionaryView.do?schInit=%EA%B0%80&seq=1408 경제용어 상세설명], [[한국은행]].</ref>
'''기축통화'''(Key Currency)는 여러 국가의 암묵적 동의 하에 국제 거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통화]]이다. 기축통화라는 표현은 1960년대 미국 예일 대학의 로베르 트리팽(Robert Triffin. 벨기에 인이지만 미국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영어식 독음인 '로버트 트리핀'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이 처음으로 사용하였다.<ref>[http://www.bokeducation.or.kr/common/popup/ecoDictionaryView.do?schInit=%EA%B0%80&seq=1408 경제용어 상세설명], 한국은행</ref>


시대에 따라 기축통화가 종종 바뀌곤 하는데, 예전에는 [[금]]·[[은]] 등의 귀금속이나 지역의 패권을 장악한 국가의 통화를 사용하였다. 이후 제국주의 시대에는 각 제국 열강의 화폐가 기축통화로 사용되었다. 대표적으로 제국주의 초창기 스페인 탈러 은화가 있겠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미국 달러]]와 [[파운드 스털링]] 따위가 기축통화 구실을 하고 있다.
기축통화란 어느어느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이리 쓰자고 정해 주는 것처럼 오해하기 쉬우나, 국제 거래에서 널리 쓰이게 된다면 기축통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기축통화가 종종 바뀌곤 하는데, 예전에는 [[금]]·[[은]] 등의 귀금속이나 지역의 패권을 장악한 국가의 통화를 사용하였다. 이후 제국주의 시대에는 각 제국 열강의 화폐가 기축통화로 사용되었다. 대표적으로 제국주의 초창기 스페인 탈러 은화가 있겠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미국 달러]]와 [[파운드 스털링]] 따위가 기축통화 구실을 하고 있다.


기축통화란 어느어느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이리 쓰자고 정해 주는 것처럼 오해하기 쉬우나, 국제 거래에서 널리 쓰이게 된다면 기축통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오타쿠의 기축통화는 [[일본 엔]]이 되는 것이다. 대략적인 기준은
미국 달러는 조금 예외적인 방법으로 기축통화가 되었는데, 2차 대전 이후 연합국이 모인 금융회의에서 브레튼우즈 체제가 성립하면서 미국이 [[금본위제]]로 달러의 가치를 고정시켜 놓고, 달러에 다른 화폐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식으로 이뤄졌기 때문. 물론 60~70년대를 지나면서 달러 위기와 닉슨 쇼크로 인해 금본위제와 고정환율제도가 깨져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되었지만<ref>[https://news.joins.com/article/22042017 기축통화(key currency)], 중앙일보, 2017.10.24.</ref>, 기축통화를 선점한 달러가 지위를 뺏기는 일이 벌어지진 않았다. [[유로화]]나 [[중국 위안|위안화]]가 그 아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
# 발행국의 금 보유량이 압도적으로 많아야 하고(그래야 그 돈의 가치를 보장할 수 있으니까)<ref>위의 예시를 들어 설명하자면, 엔화가 오타쿠들의 기축통화인 이유는 일본 작품에서 파생된 상품이 업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인 셈.</ref>
 
# 해당국이 크고 아름다운 '''무역 적자를 봐야''' 하며(돈이 나라 밖에서도 쓰이려면 '''일단 그 돈이 나라 밖으로 나가야''' 하니까. 게다가 기축통화가 될 정도로 널리 쓰이려면, 빠져나가는 금액도 장난 아니게 커야 할 것임은 대강 짐작할 수 있을 터)<ref>중국의 외화 보유량에 비해 위안화가 국제적으로 잘 안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주의 국가라 자본시장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위안화가 유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본시장을 개방하면 기축통화를 노려보기 이전에 중국의 경제가 와장창이 날 가능성이 크지만.</ref>
자기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면 좋겠다고 일반인들은 많이들 생각하겠지만, 해당국의 경제 당국에게는 상당히 골치가 아픈 문제가 된다. 나라 밖에서도 해당국의 통화를 쓸 있다는 건 일단 그 통화가 국외로 빠져나가야 한다는 얘기이니 무역수지가 항상 적자가 되어 서류상으로 보기 껄끄럽고, 기축통화가 될 정도라면 유출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보통 국가면 인플레이션을 각오해야 할 정도인데 심지어 그걸 통제도 못 하게 되니 부담도 그런 부담이 없다. 그렇다고 국내의 경기 부양책으로 정부가 화폐를 뿌려대자니 기축통화로서의 신뢰도가 급하락한다. 굳이 말하자면, 기축통화가 좋은 게 아니라 기축통화 지위를 차지할 만큼 경제가 좋다고 봐야 것이다.
# 해당국의 신용도와 물가가 안정되어야 한다. 발달한 금융 시장을 갖추어야 하는 건 더 말 할 것도 없다.
그러다보니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갖고 있는 게 미국 정부에게는 딜레마이기도 하며, 대놓고 미국 우선주의를 떠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를 비웃기 위한 떡밥으로 쓰이기도 한다. 트럼프는 미국이 국제 시장에서 결코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그게 가능한지는 둘째치고) 기축통화가 되려면 적자를 피할 없고, 그렇다고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포기하자니 '''그건 그것대로 손해'''인지라(이 난제를 위에 나온 트리팽의 이름을 따 '트리핀 딜레마'라고 한다)…오죽하면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이런 '또라이짓'이 세계 각국을 공연히 뒤흔들려는 의도된 행동 아니냐고까지 정도이다. <del>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서 무섭다</del>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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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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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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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3일 (일) 15:21 기준 최신판

기축통화(Key Currency)는 여러 국가의 암묵적 동의 하에 국제 거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통화이다. 기축통화라는 표현은 1960년대 미국 예일 대학의 로베르 트리팽(Robert Triffin. 벨기에 인이지만 미국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영어식 독음인 '로버트 트리핀'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이 처음으로 사용하였다.[1]

기축통화란 어느어느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이리 쓰자고 정해 주는 것처럼 오해하기 쉬우나, 국제 거래에서 널리 쓰이게 된다면 기축통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기축통화가 종종 바뀌곤 하는데, 예전에는 · 등의 귀금속이나 지역의 패권을 장악한 국가의 통화를 사용하였다. 이후 제국주의 시대에는 각 제국 열강의 화폐가 기축통화로 사용되었다. 대표적으로 제국주의 초창기 스페인 탈러 은화가 있겠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미국 달러파운드 스털링 따위가 기축통화 구실을 하고 있다.

미국 달러는 조금 예외적인 방법으로 기축통화가 되었는데, 2차 대전 이후 연합국이 모인 금융회의에서 브레튼우즈 체제가 성립하면서 미국이 금본위제로 달러의 가치를 고정시켜 놓고, 달러에 다른 화폐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식으로 이뤄졌기 때문. 물론 60~70년대를 지나면서 달러 위기와 닉슨 쇼크로 인해 금본위제와 고정환율제도가 깨져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되었지만[2], 기축통화를 선점한 달러가 그 지위를 뺏기는 일이 벌어지진 않았다. 유로화위안화가 그 아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

자기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면 좋겠다고 일반인들은 많이들 생각하겠지만, 해당국의 경제 당국에게는 상당히 골치가 아픈 문제가 된다. 나라 밖에서도 해당국의 통화를 쓸 수 있다는 건 일단 그 통화가 국외로 빠져나가야 한다는 얘기이니 무역수지가 항상 적자가 되어 서류상으로 보기 껄끄럽고, 기축통화가 될 정도라면 유출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보통 국가면 인플레이션을 각오해야 할 정도인데 심지어 그걸 통제도 못 하게 되니 부담도 그런 부담이 없다. 그렇다고 국내의 경기 부양책으로 정부가 화폐를 뿌려대자니 기축통화로서의 신뢰도가 급하락한다. 굳이 말하자면, 기축통화가 좋은 게 아니라 기축통화 지위를 차지할 만큼 경제가 좋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각주

  1. 경제용어 상세설명, 한국은행
  2. 기축통화(key currency), 중앙일보, 2017.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