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Justify (토론 | 기여) (→해설) |
Text-Justify (토론 | 기여) (→해설) |
||
714번째 줄: | 714번째 줄: | ||
{{각주}} | {{각주}} | ||
== 해설 == | == 해설 == | ||
[[SCP-231]]에서 언급되는 주홍왕. 내용이 매우 길고 난해하기 그지없지만, 해석해 보자면 주홍왕은 근대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에 영향을 받아 활동을 시작하는 존재이며, 특히 재단같이 전근대적, 비이성적 존재를 억압하려는 시도에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글을 보면 주홍왕은 문명의 이기로 발전한 인간 생활, 인권, 민주주의같은 여러 이념과 같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을 증오하고 그것을 파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
로버트 몬톡 박사가 주홍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각에 충돌이 생기고, 주홍왕의 추종자와 유사한 사고 방식이 생기는 것을 보아 주홍왕을 이해하려면 이성적인 생각을 잃어버려야 하는 듯 하다. | 로버트 몬톡 박사가 주홍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각에 충돌이 생기고, 주홍왕의 추종자와 유사한 사고 방식이 생기는 것을 보아 주홍왕을 이해하려면 이성적인 생각을 잃어버려야 하는 듯 하다. | ||
720번째 줄: | 720번째 줄: | ||
주홍왕은 세 가지 법칙인 '피', '실체', '우짖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다. 댓글의 해석에 따르면 피는 가족 등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고통들을 의미하는 것 같고, 실체는 주홍왕이 실존한다는 믿음, 우짖음은 절망이나 슬픔의 표현인 듯하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지 않으며, 작가는 여러 해석을 허용한다고 했다. | 주홍왕은 세 가지 법칙인 '피', '실체', '우짖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다. 댓글의 해석에 따르면 피는 가족 등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고통들을 의미하는 것 같고, 실체는 주홍왕이 실존한다는 믿음, 우짖음은 절망이나 슬픔의 표현인 듯하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지 않으며, 작가는 여러 해석을 허용한다고 했다. | ||
마지막 부분의 펑의회 투표의 제안은 무엇인지 나타나 있지 않은데, O5-1의 성명에 비춰 보면 재단의 활동 방침 자체를 바꾸는 것인 듯하다. 1표 차이로 부결된 걸 보면 완전히 말이 안 되는 제안은 아닌 듯.}} | 마지막 부분의 펑의회 투표의 제안은 무엇인지 나타나 있지 않은데, O5-1의 성명에 비춰 보면 재단의 활동 방침 자체를 바꾸는 것인 듯하다. 1표 차이로 부결된 걸 보면 완전히 말이 안 되는 제안은 아닌 듯. | ||
{{각주}} | |||
[[분류:SCP 000-999|0]] | [[분류:SCP 000-999|0]] | ||
[[분류:안전 등급 SCP]] | [[분류:안전 등급 SCP]] |
2021년 4월 29일 (목) 19:30 판
목적 외 사용 금지
SCP 재단: 확보, 격리, 보호.
문서번호 : SCP-001
작성자 | 번역자 | O5 평의회 |
---|---|---|
tufto | Salamander724 | 전자결재 |
제 목 : 주홍왕 (The Scarlet King)
격리 등급 : 안전 (Safe)
발 신 처 : SCP 재단 본부
경 유 : SCP 재단 한국어 위키
특수 격리 절차
로버트 몬톡 박사의 최근 조사 결과에 의거, 현재 SCP-001을 격리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은 없다. 대상은 자가격리되고 있으며, 재단이 섣불리 그것에 개입하려 하는 것은 대상의 자가격리를 비가역적으로 훼손하거나 변형할 우려가 있다.
재단 인원들은 SCP-001과 관련한 새로운 문제들에 관해 신경쓰지 않아야 한다. 단 이미 재단에 격리되어버린 관련 변칙존재들의 관리는 예외로 한다.
설명
SCP-001은 원래 주홍왕(Scarlet King)이라고 불리던 존재다. SCP-001은 현재 여러 평행차원들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 차원으로 들어오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난 수천 년의 최대 300년 이하의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우리 차원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재단은 SCP-001의 물리적, 정신적, 개념적 특징에 관해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차원의 다수의 인간들과 사건들에 강력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고 있다.
SCP-001의 존재는 곧 타슈켄트급 "타화수분" 시나리오[1]가 현재 진행되는 중이지만 동시에 휴면 상태에 있음을 증거한다. SCP-001이 우리 시간선에 진입하게 될 경우, 정상성에 비가역적 개변이 일어날 것이다. SCP-001의 격리는 최우선 사항이다 불필요하다. SCP-001의 분류 또는 객체 등급을 바꾸려는 모든 시도는 O5 평의회에 의해 즉각 일축된다.
우주 전체적으로 인간과 비인간을 막론한 다양한 문명들이, 심지어 다른 문명과 한 번도 접촉한 적이 없는 문명도 SCP-001에 관한 예술 및 구전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전통들에서 SCP-001은 모두 거대한 크기의 붉은색 생물로, 왕의 존엄을 나타내는 황금관 또는 기타 쓰개를 착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SCP-001을 부르는 이름은 제각각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왕을 의미하는 요소와 붉은색을 의미하는 요소, 이 두 가지 요소의 조합으로 되어 있다. 붉은색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문명에서도 이 명명법을 따르며, 모두 영어로 붉은색(colour red)이라고 불리는 개념과 유사한 색상을 사용한다.
SCP-001과 관련된 변칙존재를 담당해 작업하는 인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들은 이 존재에 관해 아는 바가 없다. SCP-2317의 격리 절차에 따라, 4등급 인원들[2]에게는 SCP-2317이 사실 SCP-001이라는 정보가 전달된다. SCP-2317이 SCP-001이라는 가설은 평의회 평의원 중 몇몇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SCP-001이 다중차원적 성질을 나타내는 것에 미루어 볼 때, SCP-2317은 SCP-001의 여러 상들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고,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SCP-001이 언제 발견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1889년 "투그림 쿠데타(Snarling Coup)" 때 재단의 설립 기원에 관한 보존문서 상당수가 유실되어 사건의 완전한 재구성은 어렵다. 다만 조사 직후 [데이터 말소]. SCP-001을 우리 차원으로 불러들이려는 여러 집단들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그 중 가장 최근 사례가 "주홍왕의 아이들(Children of the Scarlet King)"로, 이 집단은 2018년 1월 GOC-SCP 합동작전에 의해 파괴되었다. 이 집단의 지도자였던 디페쉬 스피박Dipesh Spivak은 현재 재단에 구금되어 PoI-3712로 지정되어 있다.
2018년 6월 1일자 개정: 최근 SCP-001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루어져 왔다. 조사 책임자는 SCP-001, SCP-231, SCP-2317 관련 기획들의 총책인 로버트 몬톡 박사다. 몬톡 박사는 110-몬톡 절차의 고안자이기도 하다.
이 조사의 결과에 근거하여, O5 평의회의 결정에 따라 SCP-001의 등급은 안전으로 격하되었다. 전 O5-13의 요청에 따라, 본 이론에 관한 맥락과 추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해당 조사에 관한 문서 몇 개를 이하 첨부한다. 이하 첨부 문서들은 어째서 그런 등급 수정이 이루어졌는지 전후사정을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O5-13 그녀 본인이 O5-1의 허가를 받아 선별, 분류한 것이다.
제1단계: '피'
문서 1: 이하 내용은 로버트 몬톡 박사와 PoI-3172 사이의 면담 녹취록이다.
일자: 2018년 4월 1일
면담자: 로버트 몬톡 박사
피면담자: PoI-3172
면담장소: 제713기지 제2면담실
<녹취록 시작>
PoI-3172: 왜 또, 몬톡 박사? 정말 당신네들이 나한테 뭘 원하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군.
몬톡 박사: 자네도 안녕했는가, 디페쉬. 이 짓을 또 하자니 나도 미안하네그려. 솔직히 나도 이게 뻘짓이라고 생각하네만. 우리는 자네에게 답을 원한다네.
PoI-3172: 벌써 몇 주, 몇 달 째인가? 댁들이 날 여기, 무슨 면담실인지에 끌고 와서 한도 끝도 없이 질문을 해 대는 게. 댁들 아니면 댁네 종놈들이 그랬겠지.
몬톡 박사: 불편을 느꼈다면 유감일세. 고의는 아니었어. 하지만 모든 걸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네. 그래서, 경비대원들이 학대라도 하든가?
PoI-3172: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솔직히 불평을 할 처지는 아니지. 그냥 저 놈들의 눈깔이 말야. 꼭 죽은 동태 눈 같다니까.
몬톡 박사: 자네가 원한다면 자네의 보안과 관련된 인력을 재배치해줄 수도 있네. 하지만 지금 여기엔 직원들이 좀 부족한 편이고, 우리 중 최고의 직원들은 여기 없다네. 게다가 온통 서류작업에, 관리감독이 끝이 없지. 또 문제가 뭐가 있냐 하면- 뭐, 자네가 이런 걸 알 필요는 없겠지.
PoI-3172: 댁은 내 예상을 참 벗어난 사람이로군.
몬톡 박사: 재단에 대해 뭐 다른 생각이라도 했나?
PoI-3172: 아니, 바로 당신 말야.
몬톡 박사: 날 예전부터 아는가?
PoI-3172: 댁이 한 짓거리는 알지. 110-몬톡 절차 말야. 뭐… 우리 계의 사람들도 좀 시커먼 짓들을 하긴 했다만, 그 정도는-
몬톡 박사: 나는 필요한 일을 했을 뿐이라네, 미스터 스피박. 재단 연구원으로서,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말이지.
PoI-3172: 하. 그거 참 재단스럽구만. 안 그런가? 모든 짓거리가 필요한 일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지. 댁에겐 세상과, 그 세상의 사람들이, 그 생명들이 모두 총체로만 보이지. 사회와 물리학의 보편법칙으로. 그리고 모든 것이 그 법칙들을 따라 돌아가야 하고. 그 법칙에서 벗어나는 것들은 모두 격리해 버리고. 참으로 편리한 사고방식 아닌가.
몬톡 박사: 자네가 여기서 직접 일해 본다면 그딴 식으로는 말 못 할 걸.
PoI-3172: 우리 중 몇은 댁을 악마라고 부르더군.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그래 보이지는 않아.
몬톡 박사: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군.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자네 역이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르군. 특히 자네의 평판에 미루어 예상했던 것과 말이지.
PoI-3172: 다들 내가 좀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그러더군. 너무 "아리송한" 사람이라던가. 심지어 날더러 "공기"라고 하는 놈도 있다니까.
몬톡 박사: 내가 보기에 자네는 그다지 공기 같은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자네 머리가 구름 속에 있을지 몰라도, 자네는 그 사실을 미친 듯이 우쭐해 하는 것 같으니 말이야. 그래도 솔직히 여기를 거쳐간 많은 망상병 걸린 사이비종교인들하고 비교하자면 그렇게 심한 지경은 아니고. 최소한 그 점에 관해서는 자네에게 감사를 해야겠군.
PoI-3172: 방금 그 말을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노력은 해 보지. 하지만 난 이걸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댁의 절차. 110-몬톡. 그건-
몬톡 박사: 미안하지만 그 이야기는 할 수 없군. 할 이야기가 많아. 세월은 자꾸 흘러가는데 그런 헛소리나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주홍왕의 아이들의 전체적 의도가 무엇인지 말하게.
PoI-3172: 아이들은 죽었어. 이제 와서 얘기해줄 것도 없다고.
몬톡 박사: 자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서 그렇다네.
PoI-3172: 그렇다면 우리의 "의도"는 세계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군.
몬톡 박사: 그래서 그걸 어떻게 이루려고 계획했지?
PoI-3172: 당연히 주홍왕을 우리 우주로 불러오는 거지. 이미 알고 있잖아.
몬톡 박사: 그런데 어째서 그게 세계를 구한다는 건가?
PoI-3172: 이봐, 박사. 이거 정말 필요한 짓거리인가? 댁들은 이미 몇 년 전에 그분의 딸들을 잡아가서 그 중 대부분을 죽여 버렸어. 댁들은 이미 우리를 전멸시켰다고.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이미 댁들은 다 알고 있을텐데. 우리는 왕을 숭배했고, 그가 사탄이나 무슨 고대의 악신인 것처럼 꾸몄지. 조직 핵심에서는 그것을 궁극적인 신성한 행위라고 믿었고. 하지만 우린 실패했지. 댁들과 분서꾼들이 우릴 파괴하고, 완전히 진압해 버렸잖나.
몬톡 박사: 자기가 평생을 바친 과업이 파괴된 이야기를 하면서 이상할 정도로 침착하군.
PoI-3172: 달리 뭘 어쩌란 말인가? 난 이미 이 짓거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네. 어쩌면 항상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몬톡 박사: 어째서 세계 오컬트 연합을 "분서꾼들"이라고 부르는 거지? 자네들 조직과 뱀의 손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나?
PoI-3172: 그건- 그건 복잡해.
몬톡 박사: 충분히 간단한 질문인데.
PoI-3172: 하지만 답은 간단하지 않아. 그러니까… 그래, 우리는 뱀의 손과 관계가 있었었지. 우리 중 대부분이 거기를 거쳐 왔으니까. 물론 그쪽에선 우리에 관해 물어본다면 우릴 모른다고 할 거야. 그 놈들은 우리 같은 괴물들이 아니니까. 자네도 알다시피, 그 놈들은 도덕적인 선을 지키잖나. 그 놈들의 관심사는 경이를 찾는 것이고, 왕에게서는 아무 경이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곤 우리를 그냥 물리쳐 버렸지. 하지만 그 놈들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사실 우리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몬톡 박사: 그들이 자네들을 필요로 한다고? 뭣 때문에?
PoI-3172: 그 놈들이 우리를 살려준 것과 같은 이유에서지. 우리는 도서관을 공격했고, 그 놈들과 싸웠고, 계속 싸웠어. 그 놈들이야말로 우리 눈에 흙을 부대로 쏟아부었다고. 댁들이 한 것보다 더 많이. 하지만 그들은 그걸 아주 끝마치지 못했지. 그 놈들도 댁들 옥리들만큼이나 못돼먹었어. 그저 못돼먹은 방향이 다를 뿐이지. 똑같이 구분을 짓고, 똑같이 하나의 목적만 좇지. 그 놈들의 존재는 그 어떤 확실한 것에도 근거하고 있지 않아. 역사의 공허한 시간, 그뿐이지. 물론 그 놈들은 댁들과 같은 때 나타났지. 당신네 둘은 사실 스스로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서로 닮아 있어.
몬톡 박사: 무슨 소리인가. 뱀의 손은 훨씬 전부터 그 존재가 기록되어 왔어. 재단이 나타나-
PoI-3172: 아니, 아니. 논점을 잘 못 짚는군. 물론 도서관은 언제나 거기 있었지. 하지만 손은 아니야. 손은 댁들처럼 새로 생긴 거라고. 옛날에 "경이" 따위를 누가 신경 썼나? 아무도 경이를 찾지 않았어. 다들 음식, 가족, 피에 굶주렸을 뿐이지.
몬톡 박사: 그게 무슨 뜻인가?
PoI-3172: 무슨 뜻이냐면… 아, 댁들은 어차피 못 알아들을 거야. 하지만 손은 알아듣겠지. 어쩌면 분서꾼들도 알아들을지도 몰라. 자기네 나름의 방식대로. 하지만 손은 두려워했어. 그 놈들은 우리를 아주 지워버리고, 잊어버리려고 했지. 우리는 그 놈들이 되어야만 했지만 결코 되지 못한 무엇이거든.
몬톡 박사: 이봐, 디페쉬. 나는 자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봐 주려고 노력하고 있네만, 최소한 기브 앤 테이크가 되어야 할 것 아닌가. 자네는 무슨 클리셰 수수께끼 같은 소리만 늘어놓고 있는데, 나는 답을 원하는 거라고.
PoI-3172: 난 자네에게 모든 걸 말해줄 수 없어. 그럼 댁들은 그 정보를 오용할 거야. 그걸 무슨 과학적 사실처럼 다루겠지. 무언가 삼키고, 이해하고, 맥락화해야 하는 것처럼.
몬톡 박사: 그게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PoI-3172: 자네야말로 왜 이 짓을 하는 건가, 박사? 왜 이 모든 것을 다시 파헤치려 드는 거지?
몬톡 박사: 나도 자네에게 말할 수는 없네만… 아, 시발 집어쳐. 나도 이 짓거리에 신물이 나는군. 나는 20년간 SCP-001을 붙잡고 있어. 내가 그 절차를 만들고 나서 지금까지 9년간은 기획 총책을 맡고 있지. 나도 모르겠네. 난 지쳤어. 어딜 가나 주홍왕이 보이는데, 그 존재에 관해선 말이 되는 게 하나도 없단 말이지. 무슨 뿔 돋친 악마인가? 심원한 피의 신인가? 모두 약소하고 뻔해 빠진 것들이잖나. 지난 10여년간 재단은 엄청나게 바뀌었어. 우리는 관념적 악마, 악의적인 장르 거주자, 일곱 겹의 파괴자 같은 것들을 발견했지. 이 모든 것은 무슨 희생제물을 요구하는 고대신 따위보다 훨씬 끔찍한 것들이란 말일세. 하지만 그런데도 모든 것 너머에서 나는 이 불 속의 미소를 본다네. 그 공포, 그 오래된 공포, 그 잔상이 계속 보인다고. 이건 매일같이 세상을 때려부시려고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훨씬 미묘한 공포를 보는 것이란 말이지. 어쩌면 난 그냥 알고만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네. 이 모든 겹겹의 층,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들을 다 걷어치우고, 그가 정말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말이야.
PoI-3172: 자네 참 더럽게 솔직하군.
몬톡 박사: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신경쓰기를 그만뒀네. 자네를 괴롭혀온 이 일. 자네가 해야만 했다는 그것, 그리고 후회… 이제 난 누가 건드리기에는 너무 높은 사람이 되어 버렸어.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막다른 길을 너무 많이 만났다네. 그냥 내게 뭐라도 좀 말해주게, 디페쉬. 무엇이라도.
PoI-3172: 좋아. 이봐, 난 자네가 마음에 드네, 몬톡. 자네의 어느 한 구석은 분명히 냉혈한 개새끼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그따위- 허. 지금 나 따위가 뭐라고 자네를 재단한단 말인가? 좋아,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몬톡 박사: 귀 닦고 듣고 있다네.
PoI-3172: 주홍왕에 관해서는 세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네. 세 개의 법칙들이 하나로 연결되면 전체 큰 그림이 보이는 거야. 피의 법칙. 실체의 법칙. 그리고 우짖는 법칙.
몬톡 박사: 세 개의 법칙이라고? 그건 왕이 추종자들에게 내려 주시는 건가, 아니면 왕을 이용해서 도출된 건가?
PoI-3172: 양쪽 다라네. 첫 번째는 그분의 법칙이고. 두 번째는 다른 누군가의 법칙이고. 그리고 세 번째는, 뭐, 앞의 두 개를 알면 자연히 알게 된다네.
몬톡 박사: 아리송하기 그지없군.
PoI-3172: 지금으로선 이것이 내가 말해줄 수 있는 전부라네. 자네는 우선 그것을 올바르게 배울 수 있는 법부터 익혀야 해.
몬톡 박사: 정말 그게 다인가?
PoI-3172: 그게 다일세.
몇 초간 침묵.
몬톡 박사: 좋아, 디페쉬. 괜찮은 대화였네. 지금까지 대화들 중 가장 괜찮군.
<녹취록 끝>
문서 2: 이하 내용은 주홍왕의 아이들에서 이탈한 잭 허스트Jack Hearst의 회고록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허스트는 고수준의 현실조정자로, 과거의 인간들의 육신에 들어가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직접 느끼는 능력이 있었다. 이하 내용은 허스트가 "게멜레스 전투(Battle of the Ghemelleth)"라고 부른 사건을 설명한 것으로, 이 전투는 SCP-001 및 그 추종자들과 "납골함의 아이들(Children of the Urns)" 이라는 집단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허스트는 이 전투를 SCP-001측 군세의 일개 졸병의 시점에서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본 회고록은 허스트가 1976년 사망하기 직전에 작성한 것이다. 몬톡 박사가 조사 때 가장 먼저 검토한 초기 문건들 중 하나다.
화산암과 가시돋친 무쇠로 쌓은 장엄한 요새가 거대한 산 속에 지어져 있었다. 치수 하나하나, 각도 하나하나가 모두 왕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계산되어 있었다. 강철 널과 보들은 무직위적인 방향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모습을 살펴보면 사실 대칭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그야말로 우주의 질서의 완벽한 표현, 끝 없는 일곱으로 표현된 그것이었다.
기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조각과 편린이 되살아난다. 아마 우리는 노예였던 것 같다. 우리는 멀리 떨어진 땅에서 끌려왔다. 귀족이 우리를 잔인한 눈으로 깔아다 보았으나, 왕은 괘념치 아니하였다. 왕은 우리에게 상을 주었고, 우리는 그분의 지배의 도구였다. 어느 마을이 왕의 판결을 필요로 한다면, 왕은 피와 쇠로써 그들을 덮치었다. 마을 사람들은 우리를 두려워했고, 나는 그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저 야만의 군단이 불과 자유의 함성과 함께 몰려 왔을 때, 마을 사람들은 우리를 두려워했던 것만큼이나 두려워했다. 그것은 주인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무질서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들은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결국에는 대부분이 우리를 배반했다. 우리의 주인께서는 그들의 딸들을 데려갔다. 고대의 의식. 피의 의식. 심원한 의식.
우리는 흉벽 뒤에 서서, 끝까지 충성을 바쳤다. 우리의 심장은 행복으로 터질 것 같았다. 아직도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모든 것이 혼돈이었다. 붉은 연기가 자욱했다. 하지만 나는 우리 대오가 피에 굶주렸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서서, 지켜보고, 기다렸다. 고지 너머에서 부서지고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최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 때 무언가 벌어졌다. 우리 대오는 갑자기 두려움을 느꼈고, 나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었다. 하늘은 붉은색이 아니라 검은색이 되어 있었다. 나는 노예가 아니라 폭도의 무리 중 하나였다. 농민들이 우리를 올려다 보았다. 그들은 모두 기아에 허덕였다. 그들은 손을 내밀고 구걸하고, 애원하고, 기도했다. 바람이 그들의 주인이었으며, 그 주인은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만의 군단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굶주려 있었다.
그리고 장면이 다시 전환되었다. 나는 다시 주홍색 하늘 아래 대오 속에 속해 있었다. 왕의 목소리가 노했다. 왕의 군대 중 오합지졸이 된 몇은 성문을 향해 도망쳤다. 하지만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역청에 불을 붙인 불화살을 쏘았다. 하지만 야만족들은 흔들림이 없었다. 내 마음 속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불, 왕의 불 뿐이었다. 나는 칼을 뽑았다. 우리 모두 칼을 뽑았다. 우리는 모두 싸움터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때, 아까 그랬던 것처럼 장면이 다시 바뀌었다. 흉벽 같은 것은 없고, 오로지 어두운 하늘과 바람, 그리고 누더기가 된 외로운 하늘 뿐이었다. 농민들은 애걸했고, 유목민들은 웃고, 떠들고, 울었다. “바람은 더이상 노하지 않으리라!” 라고 그들이 말했다.
두 개의 장면이 삽입과 교대를 반복했다. 붉은 요새가 검은 들판에 피를 흘렸다. 여러 번 곰곰히 생각해 본 바, 이 두 장면은 사실 하나의 같은 전투이고, 그것을 두 개의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던 것이었다. 또는 그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두 개의 다른 전투의 기억들이 교차한 것이었다. 모든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내 보통 때의 여행과는 달랐다. 절반쯤 기억되는 불협화음, 두 개의 생각이 서로를 찢어버리려 덤비는 그런 것이었다. 그 검게 물든 불모지에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는 시간선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진실로 되어왔던 것, 오랜 시간에 걸쳐 진실이라고 주입되었던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한 유목민의 칼에 내가 썰리는 것이었다. 깨질 것 같은 납골함이 높이 들어올려졌고, 일곱 신부들이 성에서 끌려나와, 또는 들판에서 끌려나와 전리품으로 끌려갔다. 어디로 끌려갔나, 무슨 알 수 없는 초원의 무슨 알 수 없는 부족이었나? 나는 왕이 봉인당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몸을 뒤틀며 몸부림치는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나는 죽었다. 그리고 의식 장소에서 깨어났다. 잠시 동안 나는 다른 이들이 왕을 만들어내서 그 표상 몇 개를 과거로 보낸 것인가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일 것 같지는 않다. 그것들은 힘이 결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쳐도 그것은 완전한 거짓은 아니었다. 그 사악한 바람 속에는 내게 어떤 상고대의 의식을 떠올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그 때가 내가 아이들을 떠나고자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나는 그날 밤 아무 말도 없이 나왔다. 그들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아마 내가 굳이 붙잡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들은 자기들의 임무가 성공가도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끼고 싶지 않았다. 내가 본 것들은 피의 법칙 위에 세워진 것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것들이 절대 도래하지 않으리라 기도하는 것 뿐이다.
문서 3:이하 내용은 SCP-231이 격리된 이후 변칙 집단들이 SCP-001을 우리 차원으로 불러들이려 시도한 모든 알려진 사례들을 정리한 것이다.
일자 | 요주의 단체 | 상세 내용 | 결과 |
---|---|---|---|
01/03/09 | 주홍왕의 아이들 임시파 | 피칠갑 의식을 수행하고, 이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의 저소득층 주거지구 카크런 가든스 철거 현장에서 회수한 파편을 파괴하여 소환 시도. 주홍왕의 아이들은 해당 건물을 철거하도록 몇 년에 걸쳐 주 공무원을 조종했던 것으로 보이며, 원래의 주홍왕의 아이들이 망한 뒤 이 분파집단이 그 작업을 계속했던 것 같다. | 재단의 타격으로 소환 시도 저지됨. |
12/05/12 | 적색위병 | 여러 동물의 피, 뼈, 척수액을 섞어다 주문을 외워서 SCP-001을 불러내는 포털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뼈를 깎아 만든 SCP 재단 로고 여러 개가 의식 장소 주변의 방어적인 위치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 로고들은 좀 부정확하게 만들어졌다. | 다른 GoI들이 그 시도를 알아채지 못했으며, 성공 직전까지 갔음. 하지만 주문을 외우면서 무언가 치명적인 실수를 했는지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현장에 모여 있던 적색위병 구성원 전원이 비명횡사. 이들이 왜 의식을 수행하면서 재단의 보호를 기원한 것인지는 알 수 없음. |
02/07/14 | 세계 오컬트 연합 | 불명. | 불명이나 하여튼 성공은 아님. 해당 사건에 관한 GOC 기록은 "작전명 역사적 최전방(Operation Historical Frontier)"이라는 제목과 "상당량의 오컬트 위협존재를 불러내고 또 파괴하기 위하여 역사시대의 긴장을 악화시킨다"라는 강령을 제외한 모든 것이 소실되어 있음. 이 시도 과정에서 GOC 기관원 다수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됨. |
01/01/17 | 새 개벽의 군대 | 그레고리력 달력 몇 개를 불태우면서, 집단 구성원들은 피에 젖은 율리우스력, 이슬람력, 페르시아력 달력들을 치켜들어 SCP-001의 모형을 만드는 의식을 수행했다. | 뱀의 손이 의식을 막아냄. 현장에서 발견된 모든 증거들은 방랑자의 도서관으로 이관됨. |
17/09/17 | 뱀의 손 | 거의 불명. 상세 내용은 불명확. 하지만 방랑자의 도서관에 소장된 특정 서적 몇 권을 선택적 파괴하는 의식이 있었을 것이라 추정됨. | 소문에 따르면 내부 의견 불일치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함. 그 결과 도서관이 심한 파손을 입음. |
제2단계: '실체'
문서 4: 이하 내용은 로버트 몬톡 박사와 PoI-3172의 면담 녹취록이다.
일자: 2018년 4월 14일
면담자: 로버트 몬톡 박사
피면담자: PoI-3172
면담장소: 제713기지 제2면담실
<녹취록 시작>
PoI-3172: 여 로버트 또 왔능가.
몬톡 박사: 안녕한가, 디페쉬. 자네의 그 법칙이란 것들을 살펴봤는데, 아무래도 도저히 모르겠군.
PoI-3172: 그래도 어느만치 했다 이거지. 뭘 찾았나?
몬톡 박사: “피의 법칙”은 여러 곳에서 여러 번에 걸쳐 언급되기는 하더군. 하지만 그 법칙이 무엇인지에 관해 구체적인 정보는 하나도 못 찾았네.
PoI-3172: 그랬겠지, 욕봤네.
몬톡 박사: 쓸만한 건 딱 하나밖에 없었어. 그 게멜레스 전투인가 뭔가 하는 걸 설명한 그거. 아이들에서 이탈한 사람이 썼더군.
PoI-3172: 아아, 허스트. 그렇지. 나도 그 회고록 한번 읽어 본 적 있네. 왕이 봉인되는 순간을 정확히 목격한 유일한 목격담 아닌가. 뭐 작성자가 신뢰성이 없긴 하다만.
몬톡 박사: 어니 어떻게-
PoI-3172: 아, 그 놈이 윤색을 했어. 있는 그대로 쓰지를 않았더라고. 어쩌다 우연히 그 회고록 나부랭이의 초고 같은 것을 보게 되었거든, 그 놈 도망가기 얼마 전에. 그때 나는 좀 어렸는데, 그 놈이 자기가 본 것을 얼마나 열광적으로 주장하는지 그건 기억이 아직도 나. 뭐라더라 우리는 모두 왕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던가. 왕은 악마도 군주도 아니고, 바람 속에 드리는 목소리라고 그러더군. 내가 좀더 나이를 먹고 나서 모든 게 밝혀졌을 때, 그 놈이 보다 완전한 이해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알고는 얼마나 놀랐다고. 다만 그 놈은… 대가리가 잘 안 돌아가는 문제가 있었지.
몬톡 박사: 그럼 그가 남긴 말은 거짓이라고 판단해야 하나.
PoI-3172: 그 놈은 거짓말쟁이는 아니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냥 길을 잃은 것 뿐이이라네. 그리고 지금 박사 자네가 들을 수 있는 증언은 오로지 내 말 뿐이잖나. 그건 아마 재단에서 아주 분명히 신뢰성 없는 증거라고 하는 그런 것이지.
몬톡 박사: 자네를 의심할 이유는 따로 없네. 자네가 잃을 게 뭐가 있는가? 자네 역시 나만큼이나 진실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 않나.
PoI-3172: 사실이긴 하지. 그리고 그 지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하지. 물론 괜찮다면 말야.
몬톡 박사: 하시게. 내가 자네와 수다를 오래 떨수록, 자네가 말하면 안 되는 무언가를 실수로 말하게 될 확률도 높아지겠지.
PoI-3172: 절차 110-몬톡이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알고 있나?
수 초간 침묵.
몬톡 박사: 미안하군 디페쉬. 그것에 관해서는 자네에게 얘기해줄 수 없네.
PoI-3172: 괜찮아. 나는 내 나름 답을 이미 알고 있거든. 말해보게, 자네 혹시… 사람을 잃은 적이 있나?
몬톡 박사: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PoI-3172: 자네의 아픈 기억을 후비게 된 점 참으로 미안하네만. 나도 재단 기록보관소를 들여다본 적이 있다네. 그 시절엔 필요한 일이었어. 댁네들이 그분의 딸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확인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자네 동생-
몬톡 박사: 그쯤 하게. 이 면담은 내 사생활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닐세.
PoI-3172: 미안하군, 박사. 내 고의는 아니-
몬톡 박사: “피의 법칙”의 의미가 무엇인지나 말해 주게나.
PoI-3172: 뻔한 것 아닌가? 주홍왕이 다스리는 법이지. 법과 질서이되, 농민에게 쇠붙이를 강제함으로써, 노예로 군대를 꾸림으로써, 귀족들을 잔혹하게 사육함으로써 관철하는 법과 질서란 말씀. 그분의 시대가 왔을 때, 이 지구상에 그분의 자리가 마련되면 현실이 될 것들이지.
몬톡 박사: 그것이 주홍- SCP-001의 성질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가? 다른 법칙들은 또 뭐고?
PoI-3172: 내가 제안하는 바, 두 번째-
몬톡 박사: 이따위 장난질에 어울려 줄 시간 없다. 당장 말해라, PoI-3172. 말하지 않으면 독방형에 처하겠다.
PoI-3172: 오, 몬톡 박사. 미안하군요. 실체의 법칙을 살펴보셔야 할 겁니다. 지금은 그게 전부-
몬톡 박사: 면담 끝.
<녹취록 끝>
문서 5: 이하 내용은 1889년 투그림 쿠데타 이후 소실된 재단 보관문서들을 찾는 작업을 담당하던 요원 드 보부아르de Beauvoir가 1891년 작성한 보고서의 한 쪽이다. 드 보부아르가 1895년 살처분당한 직후 이 문서는 다른 보관문서들과 함께 소실되었다. 이 쪽은 몬톡 박사가 밝혀지지 않은 경로를 통해 발견한 것으로서, 이것 외에 다른 데이터가 발견된 바는 없다.
요약하자면, 소실된 문서들의 양은 매우 방대하고, 재단의 초기 역사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도 모두 소실 문서에 포함되어 있다. 특히, SCP-001에 관한 문서 여러 개가 사라졌다. 하지만 내가 조사해 본 결과 상당한 양의 정보를 모을 수 있었고, 스캔트론의 『포괄역사』(Comprehensive History)에 적혀 있는 역사 기록들은 거의 멀쩡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수정 사항을 하술하겠다.
스캔트론의 글에는 변칙적 활동을 예방하는 데 특벼한 이해가 있었던 13개의 세계구급 조직들이 1824년에 합병되어 재단이 설립되었다고 적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은 부자연현상 확보격리재단(the Foundation of the Secure Containment of the Unnatural), 데반에 자두이흐(Devan-e Jaaduyih), 미해결문제부 기지연합(the Unified Sites of the Department of Unexplained Affairs), 다섯 감독관 평의회(the Council of Five Overseers), 초상윤리학위원회(Commitee of Paranormal Ethics)였다. 스캔트론은 이 조직들의 합병과 재단 설립이 SCP-001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며, 초기 재단은 그 변칙존재의 격리에 매우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계속 쓰고 있다.
하지만 내가 수집한 문서들을 보면 상당히 다른 그림이 나온다. 우선 재단은 SCP-001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 아니다. 또한 나는 현재의 SCP-001이 1826년 이전에 존재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여기에 따르면 재단이 설립된 것은 SCP-173이 뉴욕 한복판에 나타나 다수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것이 재단 설립의 최초 추동력이었다. 내 생각에는 아직까지도 그 전모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1854년의 SCP-173 탈출 사건이 기록을 변조할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스캔트론으로서는 난처
문서 6: 이하 표는 몬톡 박사가 정리한 것으로서, SCP-001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거나 또는 확실히 관련되어 있는 사건들에 관해 O5 평의회가 투표한 내역들이다.
투표 일자 | 설명 | 관련 사건 |
---|---|---|
09/07/1844 | SCP 재단의 모든 문서를 공식 표준화 건 투표. 가 13, 부 0으로 가결. | 제001기지 밖에서 SCP-001을 찬양하는 송가들이 들렸다. |
01/02/1857 | SCP-001의 격리 절차를 표준화 건 투표. 가 12, 부 1로 가결. | 모든 O5 평의원들이 신원미상의 남아시아계 남성이 흐느끼는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
09/11/1895 | 요원 드 보부아르의 살처분의 건 투표. 가 6, 부 5, 기권 2로 가결. | 모든 O5 평의원 숙소의 침대 시트들에 "SCP-001"이라는 글자가 피로 쓰이고, 피를 흩뿌린 종이쪽들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추후 검사 결과 피는 요원 드 보부아르와 정체불명의 조류의 피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
10/10/1902 | 기지 시스템의 실행에 관한 건 투표. 가 10, 부 2, 기권 1로 가결. | 북아메리카에 갑작스럽게 원인 불명의 산불이 발생했다. 지역 주민들은 “용들이 불을 질렀다”거나, 밤하늘에서 “뿔 달린 관”을 보았다거나 하는 목격담을 보고했다. 2007년, 이 때의 산불이 시작된 착화점이 현재의 제19기지 위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
23/01/1922 | SCP-2317의 격리에 관한 건 투표. 가 4, 부 3, 기권 6으로 가결. | 제179격리구역 근처의 땅이 여러 군데 갈라졌다. 갈라진 각 틈새들에서 7분간 붉은색 연기가 솟아나오더니, 갑자기 틈새들이 메워졌다. |
08/02/2011 | SCP-001, SCP-231, SCP-2317의 기획범위를 통합하는 건 투표. 가 10, 부 2, 기권 1로 가결. | 제001기지 밖에서 SCP-001을 찬양하는 송가들이 들렸고, 산발적으로 웃음소리도 들렸다.. |
31/03/2018 | SCP-2317의 객체 등급 재지정 건 투표 . 가 9, 부 4로 가결. | 제179격리구역 밖에 여러 개의 차원간 단층이 발생. 이 단층들은 카파-에리케시 우주로 가는 통로였다가 정체불명의 차원으로 통하는 통로이기를 번갈아가며 전환했다. 이 정체불명의 차원은 붉은색 연기가 매우 많으며, 그 안에서 수효를 가늠할 수 없는 인간의 목소리들이 비명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
문서 7: 이하 내용은 1972년 주홍왕의 아이들 신도 아리아드네 카트라이트Ariadne Cartwright가 작성한 정치적 문건이다. 제목은 『옛 질서를 위한 성명문』(Manifesto for Old Order)이다. 카트라이트의 이 글은 출판된 적은 없으며, SCP-001과 관련된 변칙적 조직, 단체들 사이에서 사본이 돌고 있다. 몬톡 박사는 조사 진행 중에 본 파편을 회수하게 되었다.
근대성의 죄악을 필히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전근대를 찬양하는 것도 아니다. 고통은 실존하며 그것도 매우 컸다. 우리는 과거를 아름다운 아르카디아의 연속, 기둥 주변을 뱅뱅 따라 도는 5월제, 쾌적한 무정부 상태의 양치기 같은 것들로 이해하는 허방다리에 빠져서는 아니된다.
과거는 폭력적이었으나, 동시에 진짜였다. 실로 그것은 "전근대"조차도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역사학자들이 그렇게 정의한 것일 뿐이다. 근대화 이론에 집착하는 역사학자들에게는 현대 서방세계라는 단일한 정답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발전이며, 그 이외의 발전이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들에게 다른 방식의 삶이란 시간선의 앞 부분 어딘가에 처박혀 굳어 있는 그런 것이다. 그야말로 허튼소리 아닌가. 과거의 사람들 역시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았다. 왕의 군대에 들어온 우리 모두는 그 진실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사는 세계에는 무언가 아주, 아주 잘못된 것이 있다는 진실을. 우리의 건물들은 석회질 실체로 만들어졌고, 그 껍질은 나날이 벗겨져 나가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일과 생명은 자기들이 사는 그 체제를 유지보수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살 길은 없다.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생디칼리슴 — 이것들은 체계적인 몽상에 다름 아니며, 열등한 인간들이 자기들의 뒤떨어진 편견을 자기 주변 세계에까지 강요하려는 허약한 사고방식이다. 이러하니 대안적인 삶의 방식은 오로지 하나 뿐. 실체의 법칙을 내던지고, 피의 법칙을 들어올리는 것이다..
우리는 배워야 한다.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노예화되기 위해서. 동정심도 죄책감도 없는 주인들에게 진정으로 무자비하게 노예화되기 위해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단일한 목적을 향해 끌려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는 아무 능력도 없다는 것을 알고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신들과 암흑의 세계를 주시해야 한다. 우리는 신들과 암흑의 세계, 폭풍우에 찢긴 광대의 종족의 찌꺼기에 의존해야 한다. 우리는 근대성, 전근대성, 그 모든 분석들과 냉소적인 관찰들을 죽여야 한다. 법칙은 오로지 하나, 혼돈의 법칙만 남을 것이니. 인류를 위하여! 생명을 위하여! 주홍왕을 위하여!
제3단계: '우짖음'
문서 8: 이하 내용은 로버트 몬톡 박사와 PoI-3172의 면담 녹취록이다.]
일자: 29/04/2018.
면담자: 로버트 몬톡 박사
피면담자: PoI-3172
면담장소: 제713기지 제2면담실
<녹취록 시작>
몬톡 박사: 안녕하신가, 디페쉬.
PoI-3172: 안녕하신가, 몬톡 박사. 거, 우리 마지막에 만났을 때 말야…?
몬톡 박사: 전문가답지 못한 행동을 한 점 미안하네. 자네가… 민감한 주제를 건드렸어.
PoI-3172: 물론이지. 향후에는 그런 일 삼가도록 노력해 보겠네.
몬톡 박사: 시작해 볼까?
PoI-3172: 이번에는, 박사. 내가 자네에게 질문이 있는데.
몬톡 박사: 그러신가? 무슨 질문이던 저번 그 질문보다야 낫겠지.
PoI-3172: 흠. 주홍왕의 기원에 관해 아는 게 뭔가?
몬톡 박사: 많은 이론들이 있지. 무저갱에서 올라온 괴물이라거나, 꿈틀거리는 고대의 무엇이라거나, 알라가다 공민이라거나…
PoI-3172: 거 참 하나같이… 난 거짓말은 하지 않을 걸세. 다만 텍스트가 바뀌면, 지식도 바뀌는 법. 과거는 그 과거 다음에 일어날 일로 인해 바뀔 수 있는 거라네.
몬톡 박사: 왕이 자기 과거를 바꾸었다는 건가?
PoI-3172: 아니, 그분을 위해 그분의 과거를 바꾸었다고 하는 게 맞겠지. 이번엔 자네가 내게 뭘 던져줄 차례야. 기본적으로 기브 앤 테이크가 되어야 할 것 아닌가.
몬톡 박사: 이건 그런 게 아니-
PoI-3172: 자네 왜 몬톡 절차를 승인했나?
몬톡 박사가 PoI-3172를 빤히 쳐다보는 사이 몇 초간 침묵.
PoI-3172: 기분 상했다면 유감이군.
몬톡 박사: 이건 자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 분명히 말했던 것 같다만.
PoI-3172: 여봐, 내가 지금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야 한단 말야. 재단이 하는 식으로 해서는-
몬톡 박사: 그건 지금 대화 주제가 아닐세.
PoI-3172: 제이컵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지, 박사? 자네 동생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몬톡 박사: 오늘 면담은 이걸로-
PoI-3172: 아, 알았어, 알았어. 미안하다고. 자네에게 상처를 주려는 게 아니야. 난 그냥 이해하고 싶을 뿐이라고. 그건 진짜- 그건 작동이 안 되어야 맞아. 아이가 태어나야 맞는 거라고.
몇 초간 침묵.
몬톡 박사: 화가… 좀 많이 나 있었지. 그걸 작성할 때. 그건 전문가답지 못한 일이었어.
PoI-3172: 우리가 제이컵을 어떻게 했다고 생각했던 건가?
몬톡 박사: 글쎄, 그럼 염병 무슨 생각을 해야 한단 말인가? 난 자네 패거리를 찾아다녔고, 발견 또 발견을 하고, 그런데 갑자기 그 애가 사라져- 이봐, 이건 지금 대화와 아무 상관이 없어.
PoI-3172: 좋아, 좋아. 물어봐서 미안허이. 하지만 그게 과학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 둘 다 합의에 이른 것 맞지? 과학이 아니라 분노, 격노, 증오로써 내린 결정이었지?
몬톡 박사: 그게- 그 여자애는, 나는 그럴 의도가-
PoI-3172: 하지만 자네는 했잖나, 박사. 여봐, 나도 미안해. 이 오래된 상처를 굳이 후벼파는 이유는 자네를-
몬톡 박사: 그럼 무슨 이유인가?
PoI-3172: 그냥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지. 그리고 아무래도 이제 난 이해를 하게 된 것 같군.
몬톡 박사: 어떻게?
PoI-3172: 자네… 이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걸. 뒤로 돌아가 보세. 요 몇 개월간 자네 부서는 그다지 일을 많이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거 왜 손이 문을 열려고 시도했던 이후로 말이야. 맞지? 자네의 절차로 인해 그 여자애는 계속 출산을 하지 못하고, 유목민들은 끝이 없는 전쟁을 벌이고, 창들은 분서꾼들의 손에 들어가 안전금고에 처박혀 버렸지. 그리고 걸신아귀- 음, 지금 댁네들이 걸신아귀를 가지고 뭘 어떻게 해 볼만한 여지는 없는 거지, 안 그런가?
몬톡 박사: SCP-2317은 SCP-001이 아닐세.
PoI-3172: SCP-001이 아니었지. 하지만 지금은 맞잖아. 자네가 모두에게 그렇다고 떠들었잖나. 정확히 말하자면, 자네는 그렇다고 생각만 했을 뿐이지. 내가 재단 직급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자네는 고작해야 4등급에 지나지 않지 않는가.
몬톡 박사: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PoI-3172: 모든 문화권에서, 모든 도시와 부족과 문명에서, 자네는 주홍왕의 개념을 마주쳤지. 모두 똑같아. 붉은색의 제왕. 불타는 관을 쓰고 있고, 여성의 성(性)에 관한 어떤 밀의적 공포에 뿌리를 둔 에토스를 가지고 있지. 그분은 언제나 같으시다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공포의 괴물인데, 왜인지 이렇게 이해하기가 쉬워. 어둠 속에 도사린 크가 나쁜 무언가, 강간과 화염, 고대의 혈의식. 그 두 눈 너머에 있는 것이 고작 이거라고 생각해 오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 적이 한 번도 없었나? 자네가 스스로 말해주었다시피, 자네는 이런 것보다 더욱 웅장하고 더욱 미묘한 괴물들을 마주해왔지. 하지만 언제나, 언제나 잔류하는 이 씻어지지 않는 공포. 그리고 그 공포 뒤에는 무언가 감춰진 지식이지만 아이구 이해가 이렇게나 쉬운 것이 숨어 있었구나.
몬톡 박사: 내가 그 점을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자네도 알고 있겠지. 무엇보다 내가 직접 얘기해 줬잖나. 하지만 나는 우리 세상을 말이 되게 설명하기를 오래 전에 그만두었다네. 변칙성이란 인간의 법칙을 따라 놀아주지 않으니까. 우주를 재정의하는 짓거리를 시작하기엔 난 너무 늙어서 그 짓은 못 한다네.
PoI-3172: 하지만 자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또는 알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유일한 과거가 아니라는 걸세. 주홍왕은 이것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였어. 군주도 아니었고, 항상 붉은색이었던 것도 아니라네. 그분은 농민들이 일할 때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속삭임이었고, 그러면 농민들은 그분의 정당한 기아를 두려워하며 우러러 보았지. 그분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우리의 존재도 넘어선 신들과 악마들의 세계의 내재된 지식이었다네. 그분은 운율도 없고 이유도 없는 기아의 차가운 배고픔으로, 다만 우리 너머 초자연에 관한 차가운 무관심만 있었지. 그리고 충분한 믿음을 주면, 그분은 걸신아귀가 될 수도 있지. 그분은 진실의 생물이니까.
몬톡 박사: 그러니까- 왕이 변신을 했다고? 한 유형의 신이었다가 또 다른 유형으로?
PoI-3172: 주홍왕은 신이 아니라네, 박사. 주홍왕이란 관념이야.
몬톡 박사: 뭐- 뭐라고? 하지만 그는 실존- 물리적으로 실존하잖나! 우리가 본-
PoI-3172: 더 이상 이야기해줄 수는 없을 것 같군. 아직은 아니야. 실체의 법칙에 관해 뭐 찾은 것 있으신가?
몬톡 박사: …아니. 그다지 없네. 다만 왕의 추종자들의 활동과 우리 평의회의 몇몇 결정사항들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매우 찜찜하군.
PoI-3172: 그렇구먼.
몬톡 박사: 하지만 그 외에는 정말 별 것 없었네. 추적을 하다 보니 사라졌던 문서 몇 개를 찾아내긴 했지만, 그것들도 결국은 모두 막다른 길이더군. 재단의 기원에 관한 문건 하나하고, 웬 늙은 주홍왕의 아이 한 명이 근대성에 관해 고래고래 저주를 퍼붓는 글 하나하고.
PoI-3172: 카트라이트의 글이구먼? 그럼 말이 되지.
몬톡 박사: 자네 정말 미칠 듯이 짜증나는 인종인 거 알고 있나. 왜 그냥 처음부터 다 말해주면 어디 덧나는가?
PoI-3172: 나는 자네의 포로야. 자네는 내 필생의 과업을 파괴했어. 내가 왜 자네를 도와 줘야 하나?
몬톡 박사: 지겹지 않나. 자네 사실 이 모든 것이 어찌 되든 좋다고 생각하잖나. 그리고 자네는 내게 고통을 주는 걸 아주 그냥 사랑하니까.
PoI-3172: 그런 취미는 없다네.
몬톡 박사: 주홍왕이 관념이라고 했나? 아니 그게 도대체 무슨 지랄 염병하는 소리란 말인가?
PoI-3172: 거의 다 왔어, 박사. 진실이 가깝다네. 이제 자네 안에도 그게 보이는군. 자네도 이해하게 될 게야. 그럼 자네는 나도 이해하게 되겠지. 왜 내가 그런 짓들을 했는지. 왜 내가 주홍왕의 아이인 - 아니, 였는지. 나는 안다네, 자네가 궁금해 한다는 것을.
몬톡 박사: 자네는 일개 악마숭배자 주제에 참 별날 정도로 정서가 안정되어 있군.
PoI-3172: 조심하게, 박사. 우짖는 법칙이 자네를 박살낼 지도 몰라.
몬톡 박사: 또 그놈의 수수께끼인가, 스피박. 좋아. 다음에나 또 보세.
PoI-3172: 잘 가시게, 박사.
<녹취록 끝>
문서 9: 이하 내용은 1953년 벵골어로 쓰인 『붉은 왕』(Lāla Rājā)의 발췌 번역문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소실되어 있다가, 몬톡 박사의 조사 과정에서 재발굴되었다.
그리고 영국의 지배가 계속되던 중, 무언가가 조각조각 나뉘어 그들과 함께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림자였다. 붉은 그림자.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조각조차 아니었다. 그것은 한 조각씩 한 조각씩 서서히 기어오는 무언가였다. 그것이 우리 나라의 그림자들과 만나자, 생쥐들이 논밭에서 피를 흘리고, 그것이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음이랄 것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그것은 현실의 무엇이 되기에 불충분했으나 곧 그렇게 될 것이었다. 그것은 고대 힌두 법사가 의식으로 불러낸 기독교의 악마의 심장에서 꺼낸 것 같은 핓빛 붉은색 걸쭉한 피부였다. 그리고 그것이 분류되고, 쓰여지고, 정밀한 과학적 용어로 기술되었다. 그것은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본디 한 데 뭉쳐서는 안 되는 마술, 기술, 제국이 만나자 세계의 본성을 왜곡시키기 시작했다.
더 많은 유럽인들이 오고 또 오면서 우리는 "문명화"되는 법을 배웠고, 우리의 종교도 변화했다. 아난타세샤는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한 변덕스러운 고대신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학적으로 비정상적인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기억소거물질을[3] 생산하는 것이 특징인, 인식재해 효과가 있는 곰치 한 마리일 뿐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힌두인이고 언제나 힌두인이었으며, 우리의 다양한 종교들은 모두 동일한 이상의 다양한 모습일 뿐임을 알았다. 영국인들이란 나비를 핀으로 꿰뚫어 판에 꽂는 것처럼, 분류하고, 설명하고, 죽이는 것 이외의 다른 삶의 방식은 불편해하는 인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분노가 자랐다. 갈수록 점점 저들의 언어와 저들의 분류에 따라 우리 자신을 표현하게 되는 상황, 심지어 저들에게 저항할 때마저 그렇게 되는 상황에서도, 진정성과 현실성을 구하는 외침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문학 속에 있었다. 타고르Tagore나 다른 이들의 작품 속에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아다[4] 사환 따위 우리가 맡고 있는 하찮은 일들 속에 있었다. 옛 것과 새 것, 전근대성과 근대성 사이의 끊임없는 투쟁과 긴장. 그리고 그 모든 단층선에서, 그 분노와 격노의 외침 속에서, 옛 것을 증오하고 새 것도 증오하는 가운데서, 우짖는 법칙 외에 아무것도 따르지 않는 혼종이 일어섰다. 붉은 왕이 일어섰다.
그가 잊혀진 시대를 위한 울부짖음 그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붉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영국인 농민이었다. 벵골인 과부의 흐느낌과 삭발한 머리였다. 사람 심장을 끄집어내는 아스텍의 사제였다. 그는 근대성이 모든 것을 변화시킴에 따라 변화해 버린 그 모든 것들, 근대성의 자기파괴 그것이다. 그는 현존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저항이요, 격노요, 증오다.
우리 안에는 선과 악과 그 외 잡다한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행복감, 세상의 미, 투쟁심과 속병, 그 모든 실체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기계에 잃어버리고 오로지 분노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것은 그것뿐이다. 그렇기에 왕이 나타나는 것이다. 파괴되고 잊혀지고 억압받은 것들의 우짖음. 그의 목적은 오롯이 파괴하고, 강간하고, 불구로 만들고, 노예로 만들고, 미소짓는 것이다. 그 미소란 눈물 흘리는 적들의 앞에 서서 머금는 왕의 미소인 것이다.
그는 근대성이 부재한 곳에는 존재할 수 없다. 그의 모든 목적은 근대성에 의해 그에게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피의 신이요, 가시의 신이요, 뼈의 신이요, 힘줄의 신이니, 이 세계의 공민들이여 그것이 좋지 못함을 명심하라. 그것은 잔혹하고 증오에 차 있으며 그것은 좋은 것이며, 옳은 것이다. 근대성은 죄이고 왕은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니,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금 춥고, 배고프고, 굶주리고, 그리고 아주, 아주 겁에 질린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문서 10: 이하 내용은 몬톡 박사의 개인 생활동에서 발견된 것이다. 몬톡 박사가 『붉은 왕』을 발견한 직후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SCP-001은 근대와 전근대의 경계에서 만들어지는 개념적 존재다.
주홍왕은 피와 뼈와 힘줄로 되어 있다. 그의 지배는 정의로우며, 그 정의는 어둠의 정의다.SCP-001은 관념적으로 출현하는
생물황제물리적 존재로
그는 공포를 몰고 분노와 불길의 방울이 떨어지는 칼을 들고 오신다SCP-001 은 고대 튀르크메니스탄에서 유래했다. 그것은 원래 스키타이의 신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들은 천둥 같은 말발굽 소리를 내며, 등에 활을 메고 달려와, 사람을 죽이며 웃었다은 과학적 현상이다. 그것은 분류될 것이다. 그것은 격리될 설명될 것이다. 그것은 다른 변칙존재들과 마찬가지로 변칙존재로서 이해될 것
하지만 그는 틈새 속에, 단층 속에 존재한다. 그는 설명을 먹고 산다. 그는 과학을, 객관작 원칙과 수량화를 먹고 산다. 일곱 개의 사슬! 일곱 명의 신부! 일곱 개의 봉인이 주홍나는 SCP-001 관련 기획 총책인 4등급 연구원 로버트 몬톡이다. 나는 연구원이다. 나는 나의 견고하고 기계론적인 의지를 관철할 것이다. 내게는 그럴 능력이 있다. 능력이 있다.
나는 어둡고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전능하신 신을 두려워하며 덜덜 떠는 미물이다. 나는 자유다. 나는 묶였다 나는 박사다 나는 아이
문서 10: 2018년 5월 22일, PoI-3172의 격리실 벽에 커다란 틈이 출현했다. 틈은 어딘가 다른 차원으로 통했고, 대량의 붉은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또 틈 안쪽에서 그 수효를 알 수 없는 인간들이 비명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재단 직원들은 PoI-3172의 격리실에 진입할 수 없었다. PoI-3172는 몬톡 박사만을 자기 방에 들일 것이며, 몬톡 박사 외에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왔다. 얼마간의 논의 이후 몬톡 박사가 격리실에 진입해 PoI-3172와 면담을 수행했다. 이하 내용은 그 녹취록이다.
일자: 2018년 5월 22일
면담자: 로버트 몬톡 박사
피면담자: PoI-3172
면담장소: 제713기지 인간형격리실 77호실.
<녹취록 시작>
몬톡 박사가 격리실에 들어가 PoI-3172를 향해 접근한다. PoI-3172는 반대쪽 벽에 돋쳐나온 가시투성이 틈을 바라보고 서 있다. 틈에서 붉은 빛과 연기가 나오는 것이 보인다.
몬톡 박사: 여 안녕하신가, 디페쉬.
PoI-3172: 안녕하신가, 박사.
몬톡 박사: 끝까지 예의는 차리시겠다, 그래? 그래서 내가 지금… 이게 뭔지 물어봐도 되겠나?
PoI-3172: 관심을 끌기 위한 애원이라네. 자네를 다시 보고 싶었는데 내 요청들이 죄다 거부당하지 뭔가. 이게 몇 주만이야, 박사.
몬톡 박사: 나는… 나는 자네에게 더 물을 게 없네.
PoI-3172: 그렇겠지. 진실에 도달했기 때문 아닌가?
몬톡 박사: 뭐 그렇달지.
틈이 살짝 꿈틀거린다.
몬톡 박사: 아니- 방금 저 저거-
PoI-3172: 상황에 따라 늘어났다가 쭈그러들었다가 한다네. 서로 다른 행동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고, 당연히 서로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지. 그 모든 것이 맥락에 의존적이야. 다른 아이들은 저걸 갖지 못했지- 아니, 그들은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네. 그들은 모두 우리가 진짜 악마숭배자라고 믿었으니까. 오로지 나만이 진실의 요점을 이해했다네.
몬톡 박사: 나도 이해하는 데 한참이 걸렸네.
PoI-3172: 그럴 줄은 몰랐는걸.
몬톡 박사: 말해주게- 절차가 소용이 있기는 한 건가? 우리가 하는 짓이 유의미하기는 한 건가?
PoI-3172: 탄생을 막기 위해서는, 무언가 끔찍하고 사악한 것이 고통과 분노와 격노로써 표현되어야 하지. 그래서 그 절차가 먹혔던 거라네. 자네가 한 일에는 과학적 절차를 수립하려는 시도 같은 건 정말 한톨도 없었어. 그건 그저 객관성의 베니어합판으로 포장된 순전하고 순수한 증오일 뿐이었지. 자네는 왕께서 자네의 동생을 데려갔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왕께 상처를 입히기로 한 게야. 하지만 물론 자네에게 그런 능력은 없었지. 그러니 자네가 그 불쌍한 계집아이에게 매일 저지르게 한 짓은 그저 잔학행위 그 이상이 아니었다네. 다만 효과적인 잔학행위기는 했지. 세부사항은 중요하지 않아. 다만 열정, 그것만이 중요하다네.
몬톡 박사: 그런… 그걸 멈춰야 해. 나는-
PoI-3172: 그래서 뭘 어쩔려고? 재단은 이해하지 못할 걸세. 저들은 우짖는 법칙을 절대 이해할 수 없어.
몬톡 박사: 내가 설명을 잘 하-
PoI-3172: 저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걸세. 저들의 현실감각 너머에 있는 것이거든. 그러니 말해보게, 박사. 자네는 주홍왕이 왜 존재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아는가?
몬톡 박사: 왜냐하면 근대성과 전근대-
PoI-3172: 틀렸어. SCP 재단이 존재하기 때문이 바로 그 이유라네. 근대성이 그분의 형상을 잡는 것을 돕고, 그분의 분노의 등고선을 정의했으나, 근대성이 그분의 왕국을 침범하기 시작한 것은 그분이 결정화되었을 그 때였다네. 바로 자네들의 형상을 한 근대성이 말이지. 자네 패거리가 가장 먼저 왔어. 그리고 계몽합리철학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것을 잡아 가두고, 분류하고, 속박했지. 모든 것은 이해되어야 하고, 맥락화되어야 하고, 요정과 신성은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논리와 질료의 덩어리들로 환원되어야 하니까. 혐오스럽기 그지없군. 그리고 그 짓은 영원히 지속되지도 못할 걸세. 무언가가 나설 테니까. 무언가가 반대 편에서 일어날 테니까.
몬톡 박사: …우리가 최초였다고? 진심인가? 물론 보부아르가- 정말 이 모든 것이 우리 잘못이었다고?
PoI-3172: 경우에 따라 다르지. 자네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줄 전혀 알지 못할 때, 그 무언가가 자네 잘못이었다고 할 수 있나?
몬톡 박사: 모르겠군.
PoI-3172: 나도 모르겠다네.
몬톡 박사: 그 의식들. 모든 의식들이 그 대비성을 가지고 있었지.
PoI-3172: 왕께서는 긴장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으시다네. 우리는 근대성의 표상들이 필요했지. 그 삭막한 회색 심상으로써, 첫째 단층을 만들려 했지. 완벽한 계획이었어.
몬톡 박사: 하지만 실패했군.
PoI-3172: 그랬지.
몇 초간 침묵.
몬톡 박사: 재단은 1820년대에 설립되었네. 세계를 어둠으로부터 구하려는 용감한 남자들과 여자들이 모여 만들었지. 화-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그것이 우리의 목적일세. 정상성에는 분명 미덕이 있네. 자네가 그것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는 않네만. 세계는 이해될 수 있네. 진실, 이성, 합리. 계몽. 그것이 우리의 기반암이며, 무엇이 객관적인지 우리가 판별할 수 있는 잣대가 되어 주는 것일세.
PoI-3172: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나?
몬톡 박사: 그래야만 하지.
PoI-3172: 자네는 과학자 아닌가. 과학의 어느 분야에도 객관적 진실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 텐데. 언제나 회의의 여지가 있고, 언제나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이 있지.
몬톡 박사: 하지만 그건 인간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실수지. 우리의 정신은 결함이 있고,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하고,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견고하고 실제일세. 그 모든 것, 그 법칙들, 기반암 아래에-
PoI-3172: 그 빈암은 숫자 일곱으로 정의되지. 일곱 개의 사슬, 일곱 명의 신부, 일곱 개의 봉인, 일곱, 일곱, 일곱… 내 전 인생이 그 숫자로 정의되었을 게야. 아주 날 고문하고 있어. 내 눈 앞에선 칠각형들이 끝없이 춤을 춘다네. 우리에게는 삶이 허락되지 않았어. 우리는 사람이 되기를 허락받지 않았어.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은 근대성의 사치지. 비록 그 근대성이 차갑고 갈라져 터진 상처로 가득하다 할지라도. 일곱. 일곱. 일곱. 일곱 소녀가 추위 속에 약탈자들에게 납치되고, 바람의 악령은 우짖고 우짖었다네. 그래서 주홍왕은 일곱 신부를 가져야만 했지
몬톡 박사: 근대성이 항상 차가운 건 아닐세. 최소한 노예제보다는 덜 잔인하지.
PoI-3172: 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잔인해지지 않는 것, 고작 그것이 유일한 목적이란 말인가? 평화를 위한 평화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 평화 끝에 남는 것이 결국 수십 년 뒤에 시체가 되어 빈 무덤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면? 자신의 유한성을 스스로 인정하다니.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네. 그런 짓을 한 적도 없고. 나는 노력하며 자랐네. 나도 저들처럼 되고 싶었어. 자네처럼 되고 싶었지. 하지만 이 계는 나를 깔아보며 멸시할 뿐이더군. 어쩌면 그것을 차가움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지 몰라, 박사. 차갑다는 말은 너무 객관적이야. 그렇게 설명할 수는 없지. 왜냐하면 객관성이라는 건 없으니까. 그저 비명과 광기와 목적의 필요성이 있을 뿐이지.
몬톡 박사: 자네 정말 진실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PoI-3172: 진실은 있지. 하지만 그건 절대… 끝이 아니라네. 궁극적 현실이라는 건 없다네, 박사. 세상이 굴러가는 방식에는 총체성이나 실체성 같은 것도 없어. 그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일 뿐이야. 우리가 점토를 직접 주물러서 조잡하게 만든 허섭스레기 같은 것이지.
몬톡 박사: 그 모든 성찰이…
벽의 틈이 커진다. 비명소리가 들린다.
몬톡 박사: 저 안에 누가 그와 함께 있는가?
PoI-3172: 누가 알겠나? 그분의 일곱 신부, 그분의 충성스러운 유목민들, 고대의 시종들, 현실과 현실 사이의 틈새가 만들어낸 더 많은 창조물들. 나도 잘 모르네. 모든 것이 종국에는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것만 알지. 이제 내게는 오로지 불길만 보인다네. 세계도, 신들도, 왕들도 보이지 않아. 화염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거기에 달리 무엇이 있는가? 이 물건? 질료와 물리란 모두 진부하고 모두 거짓이라네. 나는 내 왕의 미소만을 보지. 불타는 섬세한 물질로 벼려 만든 그 미소. 이건 참으로 아픈 광경이라네. 아주 아파. 눈이 아프다네. 불이 타고 불에 타는 그 모든 것이 절대, 절대 끝나지 않고 계속되지.
몬톡 박사: 그럼 그 숭배를 그냥 그만두지 그러나?
PoI-3172: 나는 허약한 미물이었다네. 추위와 암흑 속에서 태어났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손을 놀려 무얼 써 보려고도 했었어. 캘커타의 장터에서 이 손으로써 거래하고, 굶주리고, 생존했지. 자네 서방인들이 우리의 잃어버린 부 위에서 살쪄가는 동안, 다른 많은 이들처럼 나도 분투하고 분노를 키웠다네. 찢어지기 위해 태어난 나라에는 의미도 목적도 없어. 나는 신들에게 구걸했네. 하지만 신들은 조용했지. 그래서 이성과 무신론에 기대 보았네. 하지만 그것들은 공허하고 비현실적이었지. 왜냐하면 언제나 그럴 테니까. 왜냐하면-
몬톡 박사: 말하지 말게.
PoI-3172: 들어야 하네.
몬톡 박사: 난-듣고 싶지 않-
PoI-3172: 아니, 듣게, 로버트. 그냥 듣게. 자네는 이제 주홍왕이 무엇인지 알고 있네. 그분은 수많은 서로 다른 시간들의 변칙성들이 세계를 뒤덮고 소용돌이쳐서 만들어졌다네. 그분은 잃어버린 세계, 전근대 세계의 기억일지니, 우리의 매일이 매일이게 하는 모든 것들, 근대성, 새로운 것, 인본주의, 차가운 미소 같은 것들을 증오하는 형상으로 출현하셨지. 양립할 수 없는 변칙성들과 우리의 부서진 정신의 완벽한 균형에서 단조되셨다네. 그분은 이 압도적인, 피할 수 없는 긴장에 의해 만들어지셨으니. 차가운 회색 목적없는 신세계를 마주한 구세계의 우짖음일지라. 그분은 우리의 몰락한 과거의 복수이며, 그분은 이 세상이 격하하고 물신화한 고대의 관념이라네.
몬톡 박사: 그는 근대와 전근대의 긴장으로써 발생한 거라는 거군.
PoI-3172: 그렇지. 그 분은 두 개의 공약불가능한 세계 사이의 단층선이라네. 그리고 그 분은 오로지, 종국에,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만 하실 수 있다네. 그리고 그것은 옳은 게야.
다시 몇 초간 침묵.
몬톡 박사: 이제 우린 뭘 어째야 하나?
PoI-3172: 나를 사살하게. 내 시체를 저들에게 넘겨주고, 자네의 일상으로 돌아가시게. 뭐 그 일상도 그렇게 오래 유지되지는 못할 테지만. 왕께서 오심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네. 자네들이 그것을 멈추려고 무슨 노력이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통하지 않을 걸세. 재단은 잃을 것이 너무 많아. 그 에토스를 보존하는 데 너무 천착하고 있어. 저들이 세상을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어도 왕께서 재 속에서 일어나시면, 아이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될 걸세.
몬톡 박사: 나는 자네를 믿지 않아.
PoI-3172: 믿고 싶은 걸 믿으시게. 그럼, 박사. 시간이 된 것 같군.
몬톡 박사가 총기를 꺼내서 PoI-3172에게 겨눈다.
몬톡 박사: 단- 이보게, 단 하나만 더 말해줄 수 없겠나.제이컵을 데려간 게 자네들이었나?
PoI-3172: 아니. 우리는 그게 누군지 알지도 못했-
몬톡 박사가 PoI-3172를 살처분한다. 틈이 소멸한다.
<녹취록 끝>
문서 11: 이하 내용은 O5 평의회 제4985호 투표안 기록이다.
안건 제4985호는 2018년 5월 30일 O5-13이 제안했으며, 그 내용은 “SCP-001의 격리를 더욱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단의 운용 절차에 관해 로버트 몬톡 박사가 제출한 제안들을 승인할지 여부에 관한 건”이다.
가 | 부 | 기권 |
---|---|---|
O5-2 | O5-1 | O5-4 |
O5-6 | O5-3 | O5-5 |
O5-7 | O5-8 | |
O5-10 | O5-9 | |
O5-13 | O5-11 | |
O5-12 |
부결.
O5-1의 성명:몬톡 박사의 조사는 확실히 크게 참고가 된다. 이 조사들은 최근 몇 년간 재단의 활동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제안이 너무 나갔다고 생각한다.
재단의 에토스는 이해력(comprehension)이라고 할 수 있다. 객관적 보편 진실에 관한 오류성의 전근대적 지적은 이미 학계에서 널리 회자되는 바이나, 재단은 언제나 현실성을 최우선 사항으로 여겨 왔고, 경성과학과 의문의 여지가 없는 진실들을 우리의 초석으로 삼았다. 우리의 의도와 방식(modus operandi)을 변경하자는 것은 터무니없는 제안이다. 우리의 의무는 양지의 존재들을 보호하기 위해 음지에서 죽는 것이고, 언제나 그래 왔다. 무엇이 음이고 무엇이 양인지 구분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그 기준을 재정의한다면, 우리는 폭정으로의 수직추락, 지리멸렬, 우리 임무의 총체적 실패 같은 위험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그딴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재단의 본질이 무엇인지 재정의하는 일 따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몬톡 박사의 작업에 관해서는 감사를 표하는 바이며, 그 조사 결과에 따라 SCP-001의 등급을 안전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잠재적 위험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SCP-001의 격리는 더 이상 예전같이 어렵지 않다. 몬톡의 정보가 정확하다면, 재단은 SCP-001의 격리를 더욱 자유방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결론이 명백하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가장 오래된 변칙존재와 생산적 격리 관계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저ㅓㅓㅂ근 금---]
파일 발견되지 않음
나는 그들의 불도저가 굴러오는 것을 보았고, 숨었다. 그들이 말하기를, 일급 토지가 나무 때문에 엉망이로군. 이라고 했다. 그들은 나무들을 뽑아내고, 그 뿌리를 썰어내고, 탁자나 의자나 기타 재미없는 것을 만들러 가지고 가 버렸다. 이후 몇 주, 몇 달 뒤, 그들은 땅을 평평하게 다지고, 나머지 땅에 콘크리트를 부었다. 긁고 모양을 낸 콘크리트 바닥은 작고 깔끔한 네모들로 나뉘어, 질서정연하게 정확히 정렬했다.
벽들이 솟아올랐다. 거대한 콘크리트 벽들이 솟아올랐다. 창문들은 치수가 정확히 규정되었다. 표준화된 벽돌들 여러 개가 모여 다른 부속을 만들었다. 건설반과 인부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참으로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일했다. 세부사항을 채워넣고, 가구들과 추상적인 벽지들, 기타 모든 것을 갖추고 시설을 만들었다.
마침내 끝이 났다. 중앙 안뜰의 정 중앙에 어린 나무 단 한 그루가 심어졌다. 기발하거나 기쁜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최소한의 자연의 느낌, 또는 회색 한가운데에 박힌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이유는 없었다. 인간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정확히 편성된 예산이 배치되었다가, 단계적으로 삭감되더니 아예 없어졌다.
나는 그들-우리들-이 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생각했다. 그들이 원한 세계에 관해 생각했다. 그들의 등뼈 없음을 생각했다. 나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 것인지 알았는데, 그들 중 좋거나 나쁜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나는 짚을 엮어 만든 텅 빈 인간들이, 수천 가지 똑같은 방법으로 수백 개씩 대량생산되어 수천 곳의 똑같은 가게들로 팔려나가는 꼴을 생각했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우짖었다.
밤이 되었고, 기지의 아침이 밝아오기 전에, 나는 나무 씨앗들을 파냈다. 그리고 내가 만들어낸 종자를 대신 심었다. 그럼 이제 피와 뼈와 힘줄로 된 무엇이 제231기지에 서 있게 되리라. 곱드러진 나무가 음흉하게 웃으며 먹이를 줄 것이다. 나무는 이상한 불을 물방울처럼 떨어트릴 테고, 그 불은 불타는 만큼과 똑같은 정도로 따스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올려다보며 기회가 있었을 때 말을 들을 걸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 길이 글러먹었다는 것을 나도 안다. 하지만 적어도 길이기는 하잖은가.
사유하고 기도하는
주홍왕의 아이 로버트 몬톡Robert Montauk.
각주
해설
SCP-231에서 언급되는 주홍왕. 내용이 매우 길고 난해하기 그지없지만, 해석해 보자면 주홍왕은 근대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에 영향을 받아 활동을 시작하는 존재이며, 특히 재단같이 전근대적, 비이성적 존재를 억압하려는 시도에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글을 보면 주홍왕은 문명의 이기로 발전한 인간 생활, 인권, 민주주의같은 여러 이념과 같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을 증오하고 그것을 파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몬톡 박사가 주홍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각에 충돌이 생기고, 주홍왕의 추종자와 유사한 사고 방식이 생기는 것을 보아 주홍왕을 이해하려면 이성적인 생각을 잃어버려야 하는 듯 하다.
주홍왕은 세 가지 법칙인 '피', '실체', '우짖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다. 댓글의 해석에 따르면 피는 가족 등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고통들을 의미하는 것 같고, 실체는 주홍왕이 실존한다는 믿음, 우짖음은 절망이나 슬픔의 표현인 듯하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지 않으며, 작가는 여러 해석을 허용한다고 했다.
마지막 부분의 펑의회 투표의 제안은 무엇인지 나타나 있지 않은데, O5-1의 성명에 비춰 보면 재단의 활동 방침 자체를 바꾸는 것인 듯하다. 1표 차이로 부결된 걸 보면 완전히 말이 안 되는 제안은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