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해선

시해선(尸解仙)은 도교 전설에 나오는 선인의 일종이다.

설명[편집 | 원본 편집]

갈홍이 지은 도교 문헌 《포박자》에 따르면, 선인은 천선(天仙) · 지선(地仙) · 시해선의 세 등급으로 나뉘며 이중에서 시해선이 제일 낮은 위치에 속한다. 천선은 살아있는 채로 하늘로 승천한 신선이며, 지선은 단약을 복용해 우화한 신선이고, 시해선은 한 번 죽고 나서 허물을 벗듯이 육체를 벗어던진 신선이다.

시해선이 되려면 일단 죽은 뒤에 자기 자신의 주검을 시해(尸解)하여 지워버려야 한다. 이렇게 자기 자신의 주검을 지운 자는 시해선이 되는 것이다. 《포박자》에 따르면 소위 선골(仙骨)이라고 부르는 선천적인 선인의 자질이 없는 자는 반드시 시해를 해야 등선할 수 있다. 선택 받은 존재가 아닌 이상 한 번 죽어야지 선인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이런 시해선의 개념은 실상 《포박자》 이전부터 있었다. 옛 사람들은 죽을 날이 가까워지고 신비롭게 종적을 감추어 주검을 찾을 수 없는 이들을 두고 '선인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포박자》의 저자이자 그 본인도 시해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남은 갈홍은 살아있는 채로 하늘에 올라 신선이 되면 천선, 단약을 복용해 신선이 되면 지선이라는 등 선인의 계급에 차등을 두었지만, 사실 시해선이야말로 선인의 원류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시해선은 무엇을 남기는가?[편집 | 원본 편집]

전해지는 시해선 설화의 기본적인 얼개는, "덕이 있는 누군가가 죽어서 장사를 지내고 나니, 소지품만 남겨두고 주검이 사라졌다." …라는 것이다. 이때 어떤 방식으로 주검을 지웠는지, 무엇을 남겼는지에 따라 시해의 종류가 갈린다.

  1. 약해(藥解) : 단약을 복용해 시해하는 것
  2. 화해(火解) : 육신을 불로 태워 없애는 것
  3. 검해(劍解) : 칼을 남긴 채 육신은 사라지는 것
  4. 장해(杖解) : 칼이 아니라 대나무 지팡이를 남기는 것
  5. 병해(兵解) : 병장기에 몸이 상해서 죽는 것

이 중에서 최상의 시해법은 도(刀) 또는 (劍)을 남기는 검해다.[1] 도교 문헌 《운급칠첨》에서는 검해법에 관한 구체적인 묘사도 나왔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곡신비정(曲晨飛精)이라는 단약으로 글씨를 쓴 검을 안고 드러눕는다. 그리고 곡신비정에 침을 섞은 환약을 복용한 다음, 바른 주문을 외운다. 주문을 다 외우면 눈을 감고 숨을 들이키기를 구십 번. 거기서 눈을 뜨면 바로 태일(太一)의 신이 천마를 타고 마중하러 오는 게 보인다고 한다.

이렇듯 《포박자》·《운급칠첨》 등에서 제시하는 시해법은 일단 죽고, 시체를 속세에 남기지 않는 것이 골자다. 남기더라도 육체 대신이 되는 대나무나 검을 남기는 정도다. 하지만 시해선의 육체가 속세에 남는 것으로도 전해지는데, 이런 인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불확실하다. 한국의 전설에선 '매월당 김시습의 시신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사람들이 이를 두고 시해선이 되었다고 말했다'는 것이 있는데, 이를 보면 시해선의 시체가 남는다는 믿음은 제법 오래된 걸로 보인다.

전설 속의 시해선[편집 | 원본 편집]

대중문화 속의 시해선[편집 | 원본 편집]

  • 슈팅 게임 《동방신령묘》의 등장인물 모노노베노 후토토요사토미미노 미코는 시해선이다.
    • 같은 작품에 나오는 곽청아는 명시는 없지만, 선인이 될 때의 일화가 시해선이 되는 방법 중 장해(杖解)에서 유래했다. 덧,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는 검을 남기는 검해(劍解)를 통해 등선했다.
    • 신령묘 패밀리인 소가노 토지코는 마찬가지로 시해선이 되려 했으나, 모노노베의 방해공작으로 육체(의 그릇)가 소실되어서 망령이 되고 말았다.
  • 전기 소설 《퇴마록》의 등장인물 한빈거사는 극중에서 시신만을 남긴 시해선이 된다.
  • SRPG 《제2차 슈퍼로봇대전 OG》에서는 전 인류를 강제로 선인으로 승화시키는 『총인시해계획』(総人尸解計画)이 나온다.

각주

  1. 운급칠첨》 84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