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

Sugungsaurus56 (토론 | 기여)님의 2023년 4월 28일 (금) 00:04 판 (→‎생태)
하마
[[파일:
영국 휩스네이드 동물원에서 촬영한 하마
|300px]]
학명
Hippopotamus amphibius
Linnaeus, 1758
생물 분류
동물계(Animalia)
척삭동물문(Chordata)
포유강(Mammalia)
경우제목(Cetartiodactyla)
하마과(Hippopotamidae)
하마속(Hippopotamus)
하마(H. amphibius)
보전 상태
멸종위기등급 취약.png
Portrait Hippopotamus in the water.jpg

하마(河馬, Hippopotamus)는 소목 하마과 하마속에 속하는 반수생 포유류로, 하마과에 속한 동물 중 피그미하마와 더불어 유이하게 현존하는 종이다. 하마는 크게 지리적 분포, 두개골을 비롯한 형태적 이형성을 기준으로 분류하여 모식아종인 하마(H. a. amphibius)를 포함하여 동아프리카하마(H. a. kiboko), 남아프리카하마(H. a. capensis), 차드하마(H. a. tschadensis), 콩고하마(H. a. constrictus) 등 5종의 아종으로 나뉜다.

아프리카코끼리, 기린, 얼룩말, 톰슨가젤 등과 함께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초식동물 중 하나이다.

외형적으로 넓직한 입에다가 큰 이빨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둥글고 뚱뚱한 몸체에 굵고 땅딸막한 다리와 짧은 꼬리, 물갈퀴와 같은 피막, 없다시피할 정도로 짧은 털 등 반수생 생활에 특화된 외형을 가지고 있다. 마치 돼지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지만 유전학적으로는 같은 범경요치류에 속하는 고래에 더 가깝다.

평균적인 하마의 크기는 몸길이 3.7~4.6m, 어깨높이는 1.5~1.8m에 몸무게는 수컷이 1,500kg, 암컷이 1,300kg으로 수컷에 비해 암컷이 다소 작으며, 육상동물 중 코끼리흰코뿔소 다음으로 덩치가 크다.

어원 및 언어적 요소

다국어 표기
한국어 하마, 물뚱뚱이, 물말(문화어)
영어 Hippopotamus, Hippo
중국어 河马
일본어 カバ

특이하게도 과거에는 하마를 과 관련이 깊은 동물로 보았는데, 이는 하마를 옆에서 본 모습에서 마치 다리가 짧고 뚱뚱한 말을 연상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그런데 솔찍히 지금 와서 보면 뭔가 말보다는 코뿔소나 돼지 같다 당장 하마(河馬)라는 이름도 '강()에서 사는 말()'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것이다.

영어권 및 라틴어로 하마를 칭하는 히포포타머스(Hippopotamus)라는 단어는 고대 그리스어인 히포포타모스( ἱπποπόταμος)에서 따 왔는데, 이 단어들 역시 "강(πόταμος)의 말(ἱππο)"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하마는 말이 속해있는 기제목(말목)이 아닌 소와 가까운 우제목에 속해 있다.[1]

그나마 말과 관련이 없는 이름을 고르자면 우리나라에서 현재는 거의 사어가 된 속된 표현으로 '물속에 있는 뚱뚱한 동물이라는 뜻'의 물뚱뚱이, 아프리카의 요루바족 말로 '물코끼리'라는 뜻이 담긴 에린미(erinmi)가 있다.

분류 및 진화

하마와 고래의 유전적 관계를 나타낸 도표

하마와 고래는 약 6,000만 년 전 우제류에서 떨어져나온 메소닉스속의 반수생 동물을 공통 조상으로 두었을 것으로 보이며, 이 공통 조상이 5,400만 년 전 다시 두 갈래로 쪼개져서 각각 하마의 조상뻘인 안트라코테리움(Anthracotheres)과 동물들과 고래의 조상뻘인 고대고래아목으로 진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시 하마라고 볼 수 있는 안트라코테리움과 동물들은 현대의 하마와는 달리 앞뒤로 늘씬한 체형에 말처럼 머리와 턱, 주둥이가 비교적 협소하여 하마보다는 마치 주둥이 긴 멧돼지나 맥을 연상시키는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이 가운데 몇몇 종이 하마과로 분화되어, 플리오세를 거쳐 안트라코테리움과 동물들을 대신하여 유라시아 및 아프리카에서 통틀어 번성하게 된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 하마과 동물은 약 1,500-900만 년 전 케냐에서 서식한 케냐포타무스(Kenyapotamus)다. 현대 하마의 직계 조상으로 강력히 추정되는 생물은 약 750-180만 년 전에 중동과 아프리카 지방에 살았던 아르카이오포타무스(Archaeopotamus)로, 이후 플라이스토세 중기 끝무렵에 이르러 현생 하마가 나타나게 된다.

하마는 현재 하마속에 속한 동물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종으로, 상위 분류군인 하마과로 범위를 넓혀봐도 피그미하마와 더불어 유이하게 현존하는 종이다.

생물학적 특징

수면 위로 윗얼굴을 내밀고 있는 하마

외형적으로는 돼지를 연상시키는 포동포동하고 길쭉한 원통형 몸체을 띄고 있으며 피부에는 주둥이나 꼬리를 제외하면 털이 거의 없다. 몸 빛깔은 대체로 탁한 분홍색이나 회색을 머금은 보라색을 띄고 있으며 배와 귀, 눈 쪽으로 갈수록 살구색에 가까워진다. 다리는 땅딸막하고 굵직하며 발굽이 달린 4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있고, 그 사이에는 물갈퀴와 비슷한 작은 피막이 있다. 그리고 끄트머리에 억센 털이 자라나 있는 짤막한 꼬리를 갖고 있다.

머리는 마치 두꺼운 모래시계처럼 중간이 조금 오목하고 위아래가 넓은 모양으로, 주둥이는 말처럼 길쭉하며 그 상단에 넓직한 콧구멍을 가지고 있다. 얼굴 크기에 비해 눈과 귀는 비교적 작지만, 반수생 생활에 적응한 동물답게 윗얼굴에 눈과 귀, 콧구멍이 자리잡고 있어서 몸뚱이가 물 속에 잠긴 상태에서도 이 부위들은 모두 수면 위에 뜬 상태로 있을 수 있다.

하마 두개골

하마의 턱은 거의 150°에 달하는 각도로 벌어지며 그 힘은 1t에 달해 하이에나(450kg)와 고릴라(700kg)를 꺾고 포유류 중 가장 치악력이 강한 축에 속한다.[2] 아래턱의 앞니와 송곳니는 먹이를 먹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지키는 무기에 알맞은 형태로, 그 길이는 40~50cm, 길게는 60cm에 달하기도 한다.[3]

하마는 반수생 생물이지만 의외로 헤엄을 잘 치지 못한다. 겉보기와는 달리 몸의 부력이 낮기 때문에 물 속으로 들어가면 그대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마의 수중 생활은 정확히 말해서 헤엄을 친다기보다는 물 속에서 밑바닥을 짚고 성큼성큼 걷는 것에 가까우며, 자칫하면 익사할 수 있기 때문에 깊은 물까지 들어가는 일은 잘 없다. 대신 하마는 물 속에서 반사적으로 귀와 코를 닫고 최대 5분 동안 숨을 참을 수 있으며, 수중 도약 능력도 뛰어나 수면 밑바닥에서 헤엄치고 있더라도 단숨에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그럼에도 하마가 물 속에서 사는 이유는 워낙 몸집이 무거운 탓에 물 속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편한 것도 있지만, 친척인 고래와 마찬가지로 피부가 자외선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하마 피부의 표피는 무척 얇아 등 쪽으로는 그 두께가 1mm밖에 달하지 않는 지점도 있으며, 신경이 대량 분포해 있어 자극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하마의 피부는 덤불이나 잔가시와 같은 자연물에 상처를 받기 쉬우며, 특히 햇빛에 장기간 노출되면 자외선으로 인해 큰 상처가 생겨 악화되거나 심지어 2~3일 내에 죽는 경우도 생긴다. 다만 이와는 정 반대로 하마의 진피는 두께가 60mm에 달할 정도로 두툼하며, 여기에 두꺼운 지방층까지 더해져 사자의 이빨로도 단번에 뚫리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방어 무기가 된다.

피부에는 마치 피가 흘러내리는 듯한 붉은색의 땀 같은 물질이 흘러나오는데, 이는 피도 땀도 아닌 붉은색을 띄는 히포수도르산과 주황색을 띄는 노르히포수도르산이라는 강신상 색소가 혼합된, 일종의 분비물이다. 이 분비물은 일종의 살균 성분이 든 천연 자외선 차단제로 박테리아 따위의 병원균의 감염을 억제하고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하며 빛을 흡수해 자외선을 차단한다.

물 속에서 주로 생활하는 까닭에 다른 육상동물들과 비교하여 다리가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의외로 보기보다 빠른 동물로 육상에서 순간적으로 시속 30km에 달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다. 비록 오랜 기간 동안 달릴 수 없으며 몸무게 탓에 뜀뛰기는 할 수 없지만, 가파른 강기슭 따위를 맞닥뜨렸을 때 기어 올라갈 정도는 된다.

생태

하마의 분포 지역

야생에서 하마의 서식지는 현재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탄자니아, 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총 29개국에 분포되어 있으며, 서아프리카보다는 비교적 정치적 안정도가 높은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 더 많은 개체 수가 남아 있다. 히포포타무스 고르곱스와 같은 하마과에 속한 친척들은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유럽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하고 있었으나, 이들은 모두 기후 변화로 인해 멸종되었다.

서식지는 주로 큰 강이나 하천, 호수, 늪, 맹그로브 습지 등 초원과 사바나에서 몸을 담글 수 있을 만큼 물이 풍족한 공간을 거처로 삼으며 매우 드물게 열대 우림에 서식하기도 한다. 대체로 유속이 천천히 흐르거나 정체되어 있는 물가를 좋아하지만 일부 수컷은 드물게 암석이 많고 급류가 생겨나는 상류나 계곡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대부분 담수에서 살지만 강어귀처럼 약하게 염분을 머금고 있는 수질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하마는 박명박모성 및 야행성 동물로 황혼과 밤에 주로 활동한다. 낮 동안 하마는 하루 종일 낮잠을 자거나 물가에서 휴식하며 지내며, 12시간이 넘도록 쉬기도 한다. 휴식 장소로는 수심이 1.3-1.5m 정도 되는 호수나 강가를 선호한다. 늦은 오후에서부터 해가 차츰 지기 시작할 때까지, 즉 오후 4-7시 사이에는 주로 수중 활동이 일어난다. 근방이 어둑해지면 육상으로 올라와서 먹이가 있을 법한 녹지를 찾아 6시간 동안 헤매고 다니면서 식사를 한다.

하루 18시간을 물속에서 지내며, 밤이 되면 풀을 먹으러 물 밖으로 나온다.

하마의 수명은 대개 40-50년이다.

하마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사회적 생물으로, 영어로 하마 무리를 포드(pod)라고 일컫는다. 우간다의 퀸 엘리자베스 국립공원·케냐의 마사이마라·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에서 하마 무리의 사회적 구조가 많이 연구되었다. 그 중에서 마사이마라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하마 2,800마리 가운데 8%가 장성한 수컷, 36%가 장성한 암컷이며 어린 개체들이 56%로 태반을 차지했다. 즉 절반은 성숙한 개체, 절반은 미성숙한 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셈이다. 하마는 단독으로 있기도 하지만 여러 개체가 함께 모여 무리를 구성할 때는 평균 12마리 정도로 구성되지만, 종종 100마리 이상으로 이루어진 중대규모 무리를 짓기도 한다.[81] 성적 이형성이 낮아 암수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하마 수컷과 암컷이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특히 아직 성장기인 수컷과 다 자란 암컷을 현장에서 구분하기란 어렵다.[82] 평상시에는 조밀하게 붙어서 지내지만 성체 하마 사이의 사회적인 유대감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수컷은 수계를 기준으로 자기 영역을 꾸리며, 호수에서는 250-500m, 강에서는 50-100m 가량의 범위를 갖는다. 이 영역은 철저히 물에서만 생겨나서, 물이 말라붙어 육지로 변하면 사라진다. 수컷은 자기 영역 안에 사는 암컷들과 내키는 대로 교미를 할 수 있으며, 어린 수컷들은 우두머리 수컷을 따른다면 무리에 머무를 수 있지만, 도전하여 지도자의 권좌를 빼앗을 수도 있다. 또한, 무리 안에는 성별과 능력에 따라서 서열이 나뉘어져 있으며, 덜 자란 수컷들은 동류의 수컷들끼리 자주 어울리며 암컷들은 암컷들끼리, 그리고 지도자 수컷은 딱히 어울리는 개체 없이 지내는 것으로 관찰된다. 단, 먹이를 먹을 때는 제각기 따로 먹는다.[8]:4–5, 49–50

하마는 배변할 때 꼬리를 탈탈 치면서 대변을 멀리까지 흩뿌리는 배변 행동을 취한다. 이 행동을 하는 원인이나 기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지상에서든 수중에서든 이 행동을 볼 수 있다. 하마는 육상에서 텃세를 부리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영역표시일 가능성은 적으며, 먹이를 먹는 경로를 나타내려는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는 추측이 유력하다.[8]:5, 51–52 입을 벌려 크게 하품을 하는 행동은 위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37] 싸울 때는 이빨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송곳니는 무기로서, 앞니는 상대의 잇질을 튕겨내는 방어구로서 효과적이다.[41]:259–260 무리가 너무 많아지거나 서식 환경이 좁아지면 수컷은 새끼를 죽이기도 하지만 상궤의 행동 양상은 아니다.[83]

하마가 가장 자주 내는 울음소리는 낮게 꾹꾹거리는 소리로, 먼 거리에서도 잘 들린다.[84] 처음 발성할 때는 높은음을 내고, 그 이후로는 낮게 울리는 꾹꾹 소리로 바꾼다.[8]:5 이 울음소리로 하마들은 서로를 분간할 수 있다. 꾹꾹 소리는 친밀한 관계보다는 낯선 존재와 맞닥뜨렸을 때 구사 빈도가 더 높다.[84] 위협이나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깜짝 놀라서 불안할 때는 거친 날숨 소리를 내며,[37] 싸움하는 수컷들은 목청껏 으르렁거린다.[8]:5 물 속에서는 꼴딱꼴딱 하는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이것은 반향 위치 측정의 역할을 하는 소리로 추측된다.[85] 머리를 반쯤 내밀고 공기 중과 수중 양처에서 울려퍼지는 울음소리를 내는 재주를 갖고 있으며, 물 속에서나 지상에서나 응답이 이루어진다.[86]

식단

하마는 먹이를 먹어야 할 때는 늦저녁 무렵에만 물 밖으로 나와서 풀을 뜯는다.[37] 초식동물들이 대개 그렇듯이 사육되고 있는 하마는 다양한 먹이를 먹지만 야생에서는 가끔씩 물 속에서 자라나는 수초를 뜯어먹는 것을 빼고서는 거의 풀 종류만 섭취한다.[87] 종류에 관계없이 다양한 풀을 먹는데, 이를테면 관찰이 이루어진 에티오피아 보예 습지에서 하마 개체군이 가장 많이 섭취한 먹이는 나도개피속(학명: Eriochloa) 식물들로 전체 먹이의 12%에 이르렀으며, 그 밖에 부들(9%)·피속 식물(9%)·우산잔디속 식물(8%)을 즐겨 먹는 것으로 조사되었다.[80] 한편, 마사이사라에서는 솔새속·쥐꼬리새풀속·나도솔새속·참새그령속을 비롯하여 약 12종에 이르는 각색의 풀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88] 퀸 엘리자베스 국립공원의 개체들은 먹이로 삼는 풀 종류가 30가지에 달했다. 때때로 애기색비름속 식물처럼 초본식물을 섭취하기도 하며, 소시지나무의 열매나 물상추 등을 먹기도 한다.[89] 남아프리카에서는 수련·줄말·가래 등을 먹는 것도 확인되었다.

밤에는 약 3-5km 정도 거리를 이동하면서 변두리에 자라는 풀을 식사 한 번에 약 40kg씩 뜯고, 새벽 시간에 다시 물 속으로 복귀한다.[37] 하지만 이따금 떠밀려 온 부육을 섭취하기도 하는 모습도 기록할 수 있고 육식을 하는 모습도 보이며, 심지어 적극적으로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을 사냥해 포식 행위를 하거나 동족포식을 하는 경우도 기록되었다.[90] 위장이 고기를 소화하기에 적합한 구조가 아니라서 이와 같은 행동은 영양소가 부족해서 고기로 보충하려는 것이거나, 일탈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8]:82–84

번식

사다니 국립공원의 하마 무리

암컷 하마는 6세에, 수컷은 7세 반 정도에 성숙해진다. 수컷 하마는 일 년 내내 왕성히 교미할 수 있지만 대체로 넓은 영역을 가진 수컷일수록 짝을 찾을 가능성이 높으며, 교미와 출산 모두 먹을 것이 풍부한 우기에 이루어진다. 수컷 하마는 냄새를 통해 짝짓기를 허락할 암컷을 감지한 다음, 그 암컷에게 짝짓기를 허락해줄 때까지 울음소리를 낸다. 하마는 물 속에서 짝짓기를 하며, 이 때 암컷은 물 속에 머무르면서 숨쉬러 나갈 때만 올라온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10~14일 동안 무리에서 종적을 감췄다가 돌아온다. 임신한 암컷 하마는 이후 17개월 동안 추가적인 배란을 하지 않는다.

8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친 암컷 하마는 육상이나 얕은 물 속에서 한 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이렇게 태어난 새끼는 처음으로 숨을 쉬기 위해 수면 밖으로 머리를 내민다. 갓 낳은 새끼는 몸길이 127cm, 몸무게 50kg 정도에 달한다.

새끼는 무리 내에서 최소 1마리 이상의 성체 하마들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새끼끼리도 서로 놀면서 자란다. 어미 하마는 양육 기간 동안 새끼 곁에 머무르며 이를 노리는 천적이나 다른 수컷 하마가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깊은 물에서는 새끼를 등에 태우고 물을 건넌다. 새끼는 태어나서 얼마 동안은 젖을 먹고 자라지만 생후 1살이 되면 젖을 떼게 되며, 5살에서 7살이 되면 혈연관계가 있는 하마와 떨어져 살기 위해 자기 영역을 찾아 어미를 떠난다.

타 동물과의 관계

하마는 살고 있는 곳에서 다양한 포식자들과 공존하고 있으며, 여기엔 나일악어·사자·점박이하이에나 등이 속한다. 이들은 새끼 하마를 노리고 사냥을 하기도 한다.[37] 다 자란 하마는 몹시 난폭하고 덩치가 크기 때문에 대개는 포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규모 사자 무리가 있는 곳에선 사자들이 하마를 잡아먹은 사례가 보고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흔치 않다.[94] 이따금 고롱고사 국립공원의 사자가 성체를, 비룽가 국립공원에서는 새끼를 사냥해 포식한다.[95] 악어는 하마의 공격성에 휘말려서 죽임을 당하거나 쫓겨나는 일이 잦으며, 그 까닭은 아마 같은 하안지대를 거처로 하여 영역이 겹치기 때문일 것이다.[96] 반대로 덩치 큰 나일악어는 종종 아성체와 다 자란 암컷 하마까지 사냥해서 잡아먹는 경우도 관찰된다. 어떤 악어 무리가 짝짓기 대결을 하다가 다친 어른 수컷 하마를 사냥해 잡아먹는 것 역시 관찰되었다.[97][98]

하마는 이따금 몸에 붙어 사는 기생충을 떼어내기 위해 특정 종류의 물고기가 서식하는 물가를 찾아가기도 하며, 입을 벌리는 신호로 준비하기까지 한다. 이는 하마는 기생충을 떼어내고 물고기는 먹이를 챙기는 공생 관계이다.[99] 또, 하마의 배변 활동은 강바닥을 따라 다양한 생체물질들이 침출하게끔 하며, 환경적으로는 아직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지진 않았다.[87] 2015년에는 하마 배설물이 수생동물들한테 육상에서 얻는 풍부한 영양소를 운반해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한편,[100] 2018년에는 그 배설물이 수중의 용존 산소를 흡수해 수중 생물들에게 독극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101][102]

비대한 몸집과 특정 노선을 따라 걸으면서 풀을 먹어치우는 식습관 때문에 하마가 다니는 길은 하마의 섭식 행위 그 자체에 큰 영향을 받아서 우거진 초목이 사라지고 지면이 평탄해지는 등 식생이 바뀌기도 한다. 몇 세대에 걸쳐서 서식지에 터를 잡고 있는 하마들은 먹이를 먹는 노선을 따라 늪의 물길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104] 또한 물 속에서 배변하는 것으로 내장 속에 살던 미생물을 분출해 생태계의 영양 순환을 일궈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105]

인간과의 관계

하마와 인간이 접촉한 기록과 사료를 통틀어 가장 이른 것은 에티오피아의 아와시강 유역의 보우리 유적지에서 출토된 하마 뼈로, 도살 과정에서 생긴 듯한 생채기가 나 있었다. 4,000-5,000년 전에 사하라 사막 중부 자네트 인근 타실리나제르 산맥 지역에서 하마 사냥이 이뤄졌단 것을 암시하는 예술품들 역시 남아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하마를 나일강에 현현한 공포로 여겼던 한편, 능묘에 기록된 내용으로 하마 사냥도 성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마는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에서도 알려져 있었으며 그리스 역사가인 헤로도토스가 역사에 하마를 기록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지에서도 항목을 찾을 수 있었다. 로마의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는 헤로도토스를 인용하여 박물지에 하마를 수록했으며, 하마가 흘리는 붉은 분비물에 대해서도 기록했다. 또한 하마는 고대 로마에 성행했던 검투사 경기에서 등장하기도 했는데, 황제 네로나 안토니누스 피우스 대에 원형 경기장에 하마를 데려와 결투용 짐승으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로마의 역사가 디오 카시우스에 의하면 콤모두스 황제는 검투 경기에 출전해 하마 여섯 마리를 쓰러뜨렸다고 한다. 4세기경을 거쳐 이집트에 점점 하마가 드물어지면서 하마가 나오는 검투경기는 모습을 점차 감추었다.

위협 및 보존

하마는 현재는 밀렵과 내전 등으로 인해 국립공원이나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고 있다. IUCN 적색 목록으로는 취약종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현재 약 115,000-130,000마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하마는 급격히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비룽가 국립공원의 하마들이 1970년대 중반에는 29,000마리로 크게 번성했던 반면, 제2차 콩고 전쟁으로 서식지 파괴의 진통을 겪은 뒤 2005년에 이르러서는 800-900마리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또한, 지역 군벌이나 반란군의 밀렵으로도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밀렵은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일어나기도 하는 한편, 지역 사회에 해로운 동물이라는 인식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2016년에 이르러 현지 어부와 협업하는 국립공원 관리인력이 늘어나는 등 인적 환경이 개선되어 비룽가 국립공원의 하마 개체 수는 다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마로부터 얻은 고기를 판매하는 건 위법행위이지만, 암시장에서는 관리국의 눈을 피해 거래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아프리카 지역 곳곳에서는 하마고기에 높은 값어치를 매기며 이빨은 코끼리 상아 대용품으로 사용될 수 있다.

동물원

1852년 런던 동물원에서 촬영한 오바쉬의 모습.

하마는 사자나 코끼리처럼 동물원에서 많은 인기를 끄는 동물 중 하나로, 기원전 3500년 이집트의 히에라콘폴리스에서도 하마를 길렀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현대의 동물원에서 하마를 키우려면 또 수조에서 하마 배설물을 걸러 줄 정교한 정수설비, 유리 두께를 9cm로 해서 31kPa에 달하는 수압을 견딜 수 있게 만든 수중 관람 구역 등이 필요하다.

근대 유럽 동물원에 처음으로 들어온 하마는 오바쉬(Obaysch)라고 하는 수컷 하마로서, 런던 동물원에 1850년 5월 25일 처음 도착한 이래 매일 10,000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들였으며 "하마 폴카"라는 유행가까지 만들어졌다.

우리에 갇힌 상태에서도 하마는 잘 적응하며 번식행위 역시 곧잘 일어난다. 야생에 비해서는 번식률이 낮지만, 이는 하마가 유지비가 많이 나가므로 동물원에서 번식을 제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신시내티 동물원은 7,300만 달러를 지출해 성체 하마 3마리가 살 수 있는 하마 우리를 개설했다. 이 우리에 부설된 수조의 용량은 약 250,000L에 달한다. 한편 스페인의 톨레도 동물원은 세계 최초로 사육중인 하마가 물 속에서 새끼를 낳는 모습을 목격했다. 훗날 이 하마 우리는 톨레도 동물원의 대표 동물을 하마로 지정시킬 정도로 유명해졌다.

국내에서 하마를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서울대공원의 제2아프리카관, 전주동물원, 광주 우치공원, 사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이 있다.

문화적 묘사

하마 얼굴을 묘사한 이조족 전통 공예가면

하마와 공존한 지역권에서 하마는 예로부터 악마의 화신으로서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자, 동시에 숭배의 대상으로 취급되었다. 이집트 신화에서 사악한 신 세트는 호루스와 이집트 땅의 패권을 놓고 싸울 때 커다랗고 붉은 하마로 변신하기도 했으며, 망자의 심장을 먹어치우는 지옥의 괴수 암무트의 모습은 하마와 마찬가지로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진 악어, 사자와 합쳐진 모습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하마 머리를 한 임신부의 모습을 한 여신 타와레트는 무궁한 모성의 여신으로 여겨진다.

기독교 문화에서도 성경의 구약성서 욥기에 언급되는 괴수 베헤모스가 하마로 번역되기도 했다.

나이저강 삼각주의 토착민인 이조족은 하마와 같은 수서동물들의 가면을 쓰고 물의 정령을 숭앙하는 의식에 참석했으며, 체와족 역시 하마 가면을 냐우라는 장례식에서 사용했다. 또한 요루바족은 하마의 이빨을 점술 의식에 사용하기도 했다. 로버트 베이든파월 남작에 의하면, 줄루족은 전쟁 노래에서 전사들을 하마에 빗대고는 한다고 하였다.

하마는 다양한 아프리카 민족 구전설화에서 모습을 비춘다. 산족의 설화에는 하마가 어떻게 물에서 살게 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4] 또한, 은데벨레족 설화에서 하마는 원래 길고 아름다운 털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질투한 토끼 때문에 몸에 불이 붙어 버렸고, 근처 연못으로 뛰어들어 불은 껐지만 아름다운 털을 잃어버려 물에서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얘기하고 있다.그러니까 토끼 때문에 하마 성격이 개차반이 되었...

대중매체

"하마 폴카"의 포스터

반면에 유럽권에서 하마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서 마땅한 표본이 부족했던 탓에 워낙 생소한 동물이었지만, 런던 동물원에 오바쉬가 들어오고 유행가 "하마 폴카"가 유행한 이후로 하마는 특유의 우스꽝스런 생김새로 인지도를 얻어 서구 문화에서도 유명한 동물이 되었다.

비슷한 포지션에 위치한 코끼리나 코뿔소, 들소 등과는 달리 대중매체에서 하마는 초대형 동물임에도 그 우스꽝스러운 외형 탓인지 실제 하마처럼 강력하거나 포악한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은 거의 없고, 대체로 온순하고 포근포근한 이미지를 가진 모습으로 나온다. 물론 작은 하마 이야기와 같이 하마의 포악함을 제대로 드러내는 작품도 없지는 않다.

  • 디즈니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 《환타지아》에서는 라 조콘다의 선율을 따라 발레를 추는 하마 발레리나가 등장했다.
  • 주 타이쿤이나 플래닛 주처럼 동물원 운영 게임에서도 등장. 플래닛 주에서는 게임 상 덤불멧돼지와 합사하면 합사 보너스를 얻는다. 뜬금없이 1.5 업데이트 이후로 '하마속'(...)이라고 오역을 저지른 것은 덤.
  • Rodeo Stampede에서는 정글 지역에서 탑승할 수 있는 동물로 등장한다. 게임 상에서는 화가 났을 때 플레이어를 엉덩이로 깔아뭉개 게임 오버시키는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물에 들어감으로서 분노를 진정시킬 수 있다.

캐릭터

기타

  • 콜롬비아에는 1993년 메데인 카르텔의 두령인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사살된 후, 그가 사육하고 있던 하마들이 탈출해 자연번식한 개체들이 존재한다. 2020년에는 이 무리가 100마리까지 불어났고, 번식 주기가 비상히 빨라 개체수 구제가 필요한 골칫거리가 되었다. 너무 빠르게 불어나고 있기 때문에 인간 사회와 생태계 양쪽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도살과 불임수술 등을 단행하는 등 개체 수를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관련 항목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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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재미있게도 코뿔소는 하마와는 반대로 코 위에 뿔이 달려있는 소라는 의미로 '코뿔소'라는 이름이 붙어졌지만, 말이 속해있는 우제목(소목)이 아닌 기제목에 속해 있다.
  2. 다만 체중 대비 치악력은 자기 체중의 절반 정도로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3. 이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송곳니보다 2배 정도 긴 수치다. 하지만 하마의 송곳니를 노린 밀렵이 계속된 탓에 현재는 40cm대의 송곳니를 가진 하마도 상당히 큰 편으로 취급받는다.
  4. 이야기에 따르면 조물주가 동물들에게 저마다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정해줄 때, 하마는 물에서 살고 싶어했지만 조물주는 하마가 물고기를 다 먹어치울 것을 우려해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빌고 빈 끝에 하마는 물고기 대신 풀을 먹을 것과, 식사를 하고 난 후 똥을 흩뿌려 물고기 뼈가 있는지 확인할 것을 조건으로 물 속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5. 무민트롤을 비롯한 무민족의 실제 모티브는 하마가 아니라 트롤이며, 작중에서 이들을 하마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건 실례라고 반박하는 장면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