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독:폭스 강연 실험 - 권위와 헛소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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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과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대학생을 상대로 강연을 시켰는데 말도 안되지만 그럴듯한 헛소리만 반복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그 강의실의 누군가가 아인슈타인에게 '개소리하지 말라'고 지적할까? 아니면 강의가 끝난 뒤에 훌륭한 강연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까?

이것에 대한 실험이 있었다. 일명 폭스 효과라고 불리는 개념을 낳은 '폭스 강연 실험'이라고 한다. 물론 아인슈타인은 출연하지 않는다. 다만 이 교수역을 연기한 배우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에서 왔다고 소개되었을 뿐이다.

개요[원본 편집]

이 실험은 1970년 남부 캘리포니아 의과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School of Medicine에서 일어났다. 존 웨어, 도널드 내프털린, 프랭크 도널리가 기획한 일종의 사기극(?)으로 연구 목적은 훌륭한 강연 기술로 전문가 집단을 완전히 속여넘겨서 강연 내용이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연기를 위해 캐스팅된 배우는 마이클 J. 폭스라는 사람이다. 이 이름이 익숙한 사람아재이 있을텐데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타임머신 영화 백 투 더 퓨쳐를 기억하는지? 영화의 주인공인 마티 맥플라이를 연기한 배우...가 아니다. 단순한 동명이인(...)이다. 이 점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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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당시의 마이클 J. 폭스의 모습.

아무튼 이들은 학생들을 속이기 위해 이 영화배우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에서 온 미이런 L. 폭스(Dr. Myron L. Fox)라고 소개했다. (아인슈타인과 의과대학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이 의대는 미국에 실제하는 대학이며 현재 꽤 상위권의 대학이다.) 이 사람은 학생들에게 완전히 헛소리로 강연하기 위해 만발의 준비를 갖췄다. 그리고...

실험 과정 및 결과[원본 편집]

이 사람이 준비해 온 강연은 「의사 양성을 위한 수학적 게임이론의 응용」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붙은 '개소리'였다. 물론 이 배우는 게임이론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으며 단순히 강연내용을 암기했을 뿐이다. 거기에 적절한 유머와 제멋대로 지어낸 용어들로 강의노트를 가득 채웠다. 폭스는 이를 위해 강의 내용에 알맹이가 하나도 남지 않을때까지 강연 내용을 수정하고 논리적인 말을 지워나갔다. 실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폭스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라고 하니...

실제 그의 강연은 다음 동영상에서 볼 수 있다. 38분 50초나 되며 흑백에다가 자막도 없다. 그럼 누가 보라고? 알아서 보자.

강의에 모순적인 내용이 있었음에도 학생들은 그의 '개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멍청해서 그렇다고 하지 말자. 이 사람들은 모두다 '의과대학'에 다니는 의대생들이다. 폭스는 강연 시작전만 해도 금방 들통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다시피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은 기다렸다는듯이 질문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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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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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을 하는 마이런 교수.

마이런 교수는 기가 막힌 화법을 이용하여 질문을 뱅뱅 돌리고 꼬아서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다. 재밌는건 아무도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 이 교수의 행동에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

더 가관인 것은 이 강의가 모두 끝나고 강연을 평가해달라는 설문지를 돌렸을 때였다. 강의를 들은 사람들 중 열 명 정도가 자신의 사고에 좋은 자극이 되었다고 대답했으며 아홉 명은 폭스가 아주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했고, 다양한 예를 들어 재미있게 설명했다고 평가했던 것이다.

웨어와 그 일당들은 한 번의 실험에 만족하지 않고 이 강연 비디오(위의 비디오)를 다른 두 집단에게도 틀어주었다. 역시나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으며 어떤 사람은 이미 전문지에서 마이런 폭스의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고(?!) 기억하기까지 했다. 학생이 아니라 교육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점점 더 많은 청중을 놓고 실험해봤지만 그때마다 결과는 비슷했다.

웨어와 동료는 이 실험 결과를 놓고 강의 평가가 정말 쓸모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학생들의 강의 평가가 실은 그 강의가 그들에게 '뭔가 배운 것 같다는 환상'을 얼마나 심어주었는가 말고는 별로 보여주는 게 없을수도 있다는 말이다...로 끝난 줄 았알는데...

가장 충격적인 일은 이 다음에 일어났다. 웨어는 실험이 완전히 끝난 후 사람들에게 사실을 공개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폭스박사에게 그 주제와 관련하여 추가로 읽어야할 자료들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강의의 내용이 개소리었을지언정 폭스의 화려한 말빨에 끌린 사람들이 그 주제 '자체'에 이끌렸던 것이다.

이에 따라 웨어는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차라리 교수들이 강의 하지말고 강의를 대신해줄 배우들을 구하라"라는 것으로 수면제에 가까운 일부 교수들의 교수법보다는 배우들의 화려한 언변이 주제에 대한 관심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아직까지 배우를 고용한 교수는 없다.

실험 이후[원본 편집]

이 현상은 폭스 효과(Fox Effect)라고 명명되어 청중이 강연의 내용보다는 강의의 스타일에 더 잘 속아 넘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것은 특히 정치권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유세를 할때 말하는 스타일에 대중들이 많이 좌우된다는 사실이 바로 이 폭스 효과를 이용한 것.

또한 한 저널리스트가 'LA 타임즈'에 썼던 글에 '이 연구에는 저자들조차 알아채지 못한 것이 함축되어 있다. 배우가 더 훌륭한 교사라면, 그들이 더 훌륭한 정치가, 아니 더 훌륭한 대통령이 못 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거짓말 처럼 이 실험으로부터 10년 후에 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미래에서 온 살인로봇 하나가 캘리포니아의 주지사로 당선된 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