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독:펭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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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딜레마.

누가 처음으로 도전할 것인가?

펭귄의 딜레마[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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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좋아하는 귀여운 펭귄에게는 매일의 딜레마가 있다. '누가 처음으로 물에 들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펭귄들의 주식은 물고기이며 육지에서는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밥을 먹으려면 반드시 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물 속엔 밥도 있지만 펭귄을 밥으로 생각하는 범고래도 있어 호시탐탐 펭귄이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펭귄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물 속에 범고래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가 직접 물에 뛰어들어 알아보아야 한다는 골치아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도 뛰어들지 않으면 그날은 쫄쫄 굶는 수 밖에 없다.

쉽게 얘기하면 펭귄의 딜레마란

1. 물 속에는 밥도 있지만 범고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이 밥이 될 가능성이 있다.

2. 그래서 누구도 처음으로 뛰어들기를 원하지 않는다.

3. 하지만 아무도 뛰어들지 않으면 펭귄 무리 전체가 굶게 된다.

라는 것으로 펭귄들은 매일매일 이 딜레마와 싸우고 있다.

대다수의 펭귄은 오랜시간 인내심을 갖고 누군가가 뛰어들기를 기다리며, 심지어는 다른 펭귄에게 (좋지 않은 방법으로) 먼저 뛰어들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다른 펭귄을 밀든지 그저 참을성 없는 펭귄이 스스로 뛰어들든지, 하여간 한 마리가 뛰어들어서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그제서야 모든 펭귄들은 일제히 뛰어들어 그날은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된다. 물론 범고래가 있는 날은 물 위로 벌건 핏물이 떠오르게 되고 이런 날은 펭귄들 중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그래도 먼저 뛰어든 사람을 영웅으로 대접하거나 혹은 추모하거나 하는 행위를 하겠지만 펭귄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어떠한 명예도 남지 않아 개죽음 당하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이 딜레마는 커진다.

펭귄의 딜레마를 일반화 시켜보면 "누가 불이익의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내는가?"라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 딜레마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생각을 가진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을 모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보의 부족으로 생기는 현상으로 어떠한 것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펭귄이 정보의 부족으로 다른 펭귄들처럼 그저 기다리는 것처럼.

가장 대표적으로 타지에서 식당을 찾을 때 발생하는 딜레마가 있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횡한 식당은 왠지 가기가 꺼려진다. 대부분의 경우, "저 식당은 맛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하기 마련이라서 결국에는 처음으로 용감하게 그 식당에 도전할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펭귄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그 결과도 펭귄이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맛집탐방에 대성공할 수도 있고, 최악의 식당 리스트에 올릴 수도 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사람과 펭귄은 그리 다르지 않다.'

애쉬 적합성 실험[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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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적합성 실험

Asch conformity experiments

이러한 모방심리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 하나가 있다. 이 실험이 실제로 있었고 이 결과를 말해주어도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는 희안한 실험이다. 1952년, 필라델피아 근처에 있는 스워스모어 대학의 사회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가 만든 실험으로 현재까지도 다양한 변형을 만들어내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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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의 내용은 아주 단순했는데 먼저 왼쪽의 그림을 보여준다. 그리고 A, B, C의 선이 그려져 있는 카드를 보여주면서 어떤 것이 먼저번의 선과 길이가 같은지 묻는 실험이다. 답은 볼 것도 없이 C이지만 여기에 약간의 함정이 있다.

이 실험은 총 8명의 그룹으로 묶어서 진행되었다. 실제 피실험자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험관계자였는데, 이들은 틀린 답을 말하기로 되어 있는 상태였다. 즉 C가 아닌 A나 B가 답이라고 주장한 것인데,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모두가 NO라고 대답할 때 나 혼자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확실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아주 명백히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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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의 실험, 펭귄의 딜레마. 결국은 "모두가 NO라고 할 때 혼자 YES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실험의 공정성과 비교를 위해 대조군과 실험군으로 나누었는데 물론 어떠한 조작도 가해지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99% 맞는 답이 나왔지만 실험군에서는 틀린답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겸연쩍게 웃거나, 주저하였지만 결국에는 다수의 의견을 따라 틀린 답을 말한 것이다.

수치로 표현하면 총 50명, 대조군 37명 중에서 63.2%의 사람은 C라고 말함으로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나머지 36.8%의 사람들은 대세를 따라 틀린 답을 외쳤던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개인차가 아주 뚜렷했는데 5% 정도는 항상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25% 정도는 완벽한 마이웨이 정신을 보여주었으며 나머지의 사람은 그때그때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전반적으로 참가자의 75%는 총 12번의 실험 중에 한 번 이상의 오답을 말했다고 한다.

실험의 책임자인 애쉬는 이 결과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미래가 불확성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도 아니고 명백한 답이 주어져 있는데도 다른 사람을 따라간다는 이 현상은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언제든 틀린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애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순응하려는 경향이 이렇게 강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선량하고 지적인 젊은이들이 상황에 따라서는 흑백도 뒤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문제이다. 우리가 얻은 결과는 현재의 교육 방법이나 우리 행동의 지침이 되고 있는 가치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애쉬가 살았던 시기는 냉전이 한창이던 무렵이었고, 미국의 교육방침은 당연히 반공사상을 기반으로 두고 있었다. 이에 자연스레 그는 이러한 실험의 결과를 교육과 가치관의 문제로 돌렸다. 하지만 2005년에 시행된 한층 업그레이드된 애쉬의 실험으로 이러한 경향은 뿌리깊은 생물학적 영향으로 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본 펭귄의 딜레마[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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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번즈. 애틀랜타, 에모리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이 사람이 2005년에 시행한 실험은 애쉬의 실험에 그 뿌리를 두고 좀 더 과학적인 현상을 관찰했다. MRI를 이용하여 비슷한 상황에서의 지원자의 뇌를 관측한 것으로 이 실험의 결과 또한 놀라운 것을 보여주었다.

이번엔 선이 아니라 모양이 다른 도형을 보여주고는 이 도형들이 다른 도형인지 아니면 같은 도형을 다른 각도에서 본 것인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이 아니라 비교적 복잡한 도형 회전 문제를 낸 이유는 뇌의 활동을 좀 더 명확히 관찰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애쉬의 실험에서처럼 짜고치는 고스톱을 발동시켜 관계자들에게는 틀린 답을 말하게 시켰다.

결과는 역시 혼자서 문제를 풀게 했을때는 거의 100% 맞는 답을 말했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 옵션이 들어갔을 때는 40% 정도가 틀린답을 말했다. 이는 역시 애쉬의 실험과 비슷한 (36.8%) 결과이다. 이 결과는 예상 가능한 것이었으나 흥미로운 것은 피실험자가 다른 사람과의 의견에 반해 혼자 다른 답을 외쳤을 때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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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러한 수학적인 계산이 들어가는 문제는 일반적으로 계획과 문제해결 영역이 있는 전두엽의 혈류량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 홀로 YES라고 외칠 때는 공간 지각에 관한 두정엽 중간고랑(intraparietal sulcus)에서 뇌 활동이 가장 많았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피실험자가 이 도형을 제대로 알아보았지만 물체의 인지 자체를 다르게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말이 그들이 보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번즈는 이 현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회적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또한 연구진들은 사람들이 집단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정확하게 판단할 때는, 뇌 활동이 주로 감정에 관여된 곳에서 크게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집단에서 벗어나면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 처럼 말이다.

이 실험이 말해주는 결과는 모방 행동의 근원이 어떠한 경우에는 매우 원초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사람들이 모두 모방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애쉬의 실험과 번즈의 실험 모두에서 명백히 옳은 답에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던 마이웨이로 답한 사람의 비율이 대략 2/3정도로 훨씬 높았다. 이것이 말해주는 바는 판단을 내릴 때 정확한 정보가 있다면 충분히 나의 판단을 믿어도 된다는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