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독:파스칼의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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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내기(Pascal's wager)

신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내기를 한다면 '신은 있다'에 거는 편이 언제나 유리하다.

개요[원본 편집]

흔히 '파스칼의 내기', 또는 조금 어려운 말로 '파스칼의 기독교 변증론'이라고 한다. 술자리에서 신의 존재 증명에 대한 내기를 한다면, 대체 왜? 파스칼의 내기를 기억하고 반드시 신이 있다는 쪽으로 걸자.

이 내기는 프랑스의 수학자인 파스칼의 저서 팡세<원제: 종교 및 기타 주제에 대한 파스칼의 ' 생각> 제 3부에 나오는 것으로, 파스칼은 아주 간단한 논리를 이용해 아주 깔끔하게 이것을 정리하였다.

상세[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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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내기는 3X3 표로 아주 간단하게 나타낼 수 있다. 파스칼이 수학자임을 기억하자. 이과의 마인드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글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 신을 믿었는데, 실제로 신이 있을 경우

'

이 경우에는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죽은 뒤에 천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논증에서 가장 좋은 형태다.

  • 신을 믿었는데, 실제로 신이 없을 경우

'

이 경우에는 약간의 (세속적인) 손해가 따른다. 신에게 예배하는 시간이나 헌금하는 금전적인 부분이 포함된다.

  • 신을 믿지 않았는데, 실제로 신이 있을 경우

이 경우에는 모든 것을 잃는다! 당신은 죽은 뒤에 지옥으로 떨어져 영원한 고통을 받는다. 이 논증에서 가장 최악의 형태이다.

  • 신을 믿지 않았는데, 실제로 신이 없을 경우

'

이 경우에는 이득도, 손해도 없다.

이상의 4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는 세속적인 손해를 감수한다고 봤을 때) 무조건 신이 있다고 주장하는 편이 그 기댓값이 높다는 것이다.

파스칼이 활동했던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신의 존재는 영원한 난제로 손꼽힌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이러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신이 없다고 주장하기엔 그 대가가 너무 끔찍하다. 그러므로 신이 있다는 쪽에 베팅하는 쪽이 자신의 사후 세계를 위해 좋다고 볼 수 있다.

논란[원본 편집]

빠져나갈 구멍이 안 보이는 논리같겠지만 여러가지 논란과 반론들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일신 사상의 충돌[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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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당신은 기독교의 신을 믿고 있다. 그런데 막상 저승에 가보니 알라가 당신을 노려보고 있다!

또는, 반대로 이슬람의 신을 믿고 있는데, 저승에 가보니 예수가 당신을 노려보고 있다!

그리고 당신을 마주한 신은 자신을 믿지 않고 엉뚱한 잡신(?)을 믿었으니 무신론자와 다를 바 없다며 지옥으로 던져버린다.

이는 유일신 사상을 가진 종교들의 충돌로 인한 문제이다. 물론 각 종교의 신자들은 각자 자신의 신만을 유일신으로 생각하며 독실하고 경건한 신앙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서로 유일신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진짜 신은 대체 누구인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기독교신자는 그들대로, 이슬람신자는 또 그들대로 자신의 신을 진정한 신이라고 여기기에 이것은 결코 풀 수 없는 문제를 낳는다. 현재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가장 크고 알려져 있는 종교이기에 예를 든 것일뿐, 유일신을 주장하는 종교는 이것 말고도 많이 있다.

즉, 파스칼의 내기에 대한 반론으로 이 문제를 축약하면

"신을 믿는 것은 좋은데, 어떤 신을 믿어야 하는가?"

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파스칼은 기독교 신자였으므로 그에게 물어봤자 당연히 예수라고 대답하겠지만...

이과의 감성[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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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이과의 감성.twt

애초에 종교라는 신성하고 경건한 대상을 한낱 수학적인 내기의 대상으로 치부하는데에 대한 논란도 있다. 더군다나 파스칼의 논증을 따르자면 믿음의 문제가 단순히 손익을 따지는 문제가 되어버린다. 진정으로 자신의 종교의 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파스칼의 내기를 들이대며 "난 지옥 가기 싫으니까 (어쩔 수 없이) 믿을래요." 했다간 상당히 골치 아파진다.

이것은 모두 파스칼이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라는 이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벌어진 일로 보인다. 그리고 '전지전능'하신 신께서는 이런 얄팍한(?)수를 써서 자신을 믿는다는 사람이 그다지 달갑진 않을 것 같다. 명심하라! 신은 당신의 잔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 있다.

기독교 중심의 논증[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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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논증은 철저히 기독교의 중심에 맞춰져 있다. 애초에 안 믿으면 지옥행이라는 개념은 기독교의 가르침이다. 거기에 앞서 말한 유일신 사상의 충돌과 합쳐져 안 믿더라도 지옥에 보내지 않는 신이 있다면 굳이 믿을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신의 존재 증명에 대한 문제[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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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란은 파스칼의 내기 자체에 의문을 품는다. 이것으로는 단순히 믿고 말고의 문제일 뿐, 신의 존재 증명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해[원본 편집]

위에서 살펴본 많은 반론은 파스칼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것은 파스칼은 어찌됐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으므로 신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즉 파스칼은 기독교의 신앙의 가치를 확립하는 색다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고, 이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잘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파스칼의 논증만 봐서는 믿어서 손해될 것은 거의 없었으니까 당시의 무신론자들도 이러한 멋진 논리에 사람들이 이쪽으로(?) 넘어왔을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파스칼의 책에 보면,

어떤 사람이 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거부할 때에는, 그 현실을 받아 들이고 그 자유주의자의 반응을 받아 들여야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중략-

신에 대한 믿음은 합리적인 증거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증거에 의존한다.

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니까 파스칼은 좋게 말하면 무신론자들에게도 구원의 길을 제시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포교활동의 일종(...)으로 이 내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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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내기에 대한 결론은 1962년부터 1965년까지 가톨릭이 주최한 회의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나왔다.

이 공의회는 역사적으로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공의회로 평가되는데, 여기서 나온 회의 결과 중에 파스칼의 내기와 관련있는 것이 나왔다.

탓 없이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이, 선하게 살 경우의 구원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즉, 파스칼의 내기의 기댓값과 달리 신을 믿지 않아도 구원을 받아 천국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 이유에 대해서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왜냐하면 선한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고,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그 은총을 간직하려고 노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남이 보기에는, 심지어 자신이 느끼기에도 무신론자일지언정 하느님의 눈으로 본다면 그리스도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무신론자의 눈에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이겠지만 이 정도로 타협하고 혹시나 모를 천국을 위해서라도 착하게 사는 것이 답이라는 것이다. 다만 탓 없이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므로 어느 정도 논란의 여지는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