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독:수비 시프트

수비 시프트는 야수가 전략적인 이유로 통상적인 수비 위치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매우 극단적인 위치 변경이 있는 경우를 일컫는다. 가장 많이 이뤄지는 것은 내야수의 위치 변경(테드 윌리엄스 시프트)으로 이것을 수비 시프트라고 칭할 때가 많다.

역사[원본 편집]

최초의 수비 시프트 전략이 언제 사용됐는지는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다. 널리 알려진 최초의 기록은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로 유명한 테드 윌리엄스에게 사용된 수비 시프트다. 이는 1940년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선수 겸 감독이던 루 보드로(Lou Boudreau)가 고안한 것으로, 좌타자 윌리엄스가 당겨치기에만 집중하는 것에 착안하여 대부분의 내야수를 2루 베이스 우측(우익수 방면)으로 옮긴 것이다. 이를 계기로 유격수와 2루수가 1루-2루 사이를 틀어막는 식으로 내야수를 내야 한쪽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시프트를 '보드로 시프트' 혹은 '테드 윌리엄스 시프트'라고 부르게 됐다.

왜 할까?[원본 편집]

시프트는 타자의 타구 방향을 예상하여 대비하는 전략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예상과 다른 양상이 펼쳐지는 경우 실패에 따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타구 분포가 극단적으로 편중되어 있는 타자를 상대로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확률을 갖고 거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서 90%의 타구를 당겨치는 타자가 있다면 10%의 밀어치는 타구에 대비해 평범한 수비 위치를 선택하기보다, 극단적인 시프트 전략을 매번 거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단순한 계산이 가능하다.

현대 야구에서 수비 시프트 작전의 대상이 된 대표적인 타자는 데이비드 오티즈(은퇴)다. 오티즈는 커리어 내내 잡아당기는 타격을 고수하는 좌타자로 유명했으며, 이에 그를 상대하는 팀들은 너나할 것 없이 3루수와 유격수를 1루-2루 사이에 배치했다. 그러나 설명한대로 생각치도 못한 상황이 나오면 시프트 전략은 무용지물이 되거나 독이 되기도 한다. 다음 영상이 그런 사례다.

시프트의 종류[원본 편집]

테드 윌리엄스 시프트[원본 편집]

보통 수비 시프트라 하면 이것을 일컫는다. 테드 윌리엄스 시프트는 가장 널리 알려진 내야 수비 시프트 작전이다. 이 작전은 보통 좌타자를 상대로 사용되며, 내야수를 다음과 같이 배치하는 것을 얼개로 한다.

  • 1루수: 통상의 위치에 서거나 1루 파울라인에 바짝 붙는다.
  • 2루수 & 유격수: 한명은 평소의 2루수처럼 1루-2루 사이를 커버하고, 다른 한명은 옆에 서서 수비 범위를 좁히거나 외야 쪽으로 나가서 더 강한 타구가 날아올 경우에 대비한다.
  • 3루수: 2루 베이스 옆(3루측)에 붙어 2루에서 3루까지 이어지는 넓은 범위를 커버한다.

이 밖에 추가적으로 좌익수가 전진해 3유간을 빠지는 땅볼 타구에 대비하거나 하는 등의 변경도 있으나, 요점은 내야수의 비대칭적인 배치에 있다. 파일:/api/File/Real/5a5d9f1cae9e757411fb301f

최초의 테드 윌리엄스 시프트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1946년 7월 14일의 내야 수비 배치도는 대략 위와 같았다. (다른 이미지 링크)

왜 좌타자에게만 많이 쓰는가[원본 편집]

테드 윌리엄스 시프트는 보통 당겨치기를 즐겨하는(즉, 1-2루 사이로 타구를 많이 보내는) 좌타자를 상대로만 많이 쓰인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잘 쓰이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좌타자를 상대로 할 때는 3루를 비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대로 1루수는 1루를 비울 수 없다. 따라서 4명을 우타자가 당겨치는 방향으로 배치하기가 어렵다.
  • 1루수를 남기고 3명만 옮기는 것은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다. 당장 위에 묘사된 그림에서 1루수(1B)를 지우고, 유격수(SS)를 1루수 자리로 보내고, 2루수(2B)를 유격수 자리로 배치해보자. 베이스 사이 공간이 매우 넓어져 타구가 빠져나갈 공간이 크게 늘어난다.
  • 좌타자가 당겨친 타구를 잡았을 때는 1루까지 송구 거리가 짧다. 그러나 우타자가 당겨친 타구를 잡았을 때는 상당히 먼 거리를 송구해야 한다. 최소 유격수 혹은 3루수를 볼 수 있는 강한 어깨가 필요하다. 그런데 2루수 중에는 유격수/3루수를 하다 어깨가 약해서 2루로 옮긴 선수들이 있다. 즉 시프트가 성공해도 송구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기 때문에 작전 효율이 떨어진다.

기타 시프트[원본 편집]

내야 시프트 밖에도 외야 전진 수비 등 사소한 시프트는 많다. 다만 테드 윌리엄스 시프트만큼 극단적인 수비 위치 변경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수비 시프트'라고 부르지 않는다.

  • 외야 전진 수비: 장타 위험이 없는 타자를 상대로 짧은 타구를 수월하게 잡기 위한 선택.
  • 외야 후진 수비: 반대로 장타가 많이 나오는 타자를 상대할 때.
  • 내야 전진 수비: 3루에 주자가 있을 때 주로 사용. 느린 땅볼 타구, 혹은 번트가 나오면 빠르게 잡아서 3루 주자를 잡거나 득점을 막기 위해서 선택한다.
  • 내야 5인 배치: 테드 윌리엄스 시프트의 한층 극단적인 경우. 희생플라이만 나와도 경기가 끝나는 경우, 외야수를 내야에 배치한다. 뜬공에 대한 수비를 희생하는 대신 내야에 더욱 촘촘한 그물망 수비를 펼치기 위함이다.

팬그래프의 분류[원본 편집]

메이저리그를 다루는 팬그래프(Fangraphs)에서는 수비 시프트를 '전통적인 시프트(Traditional shift)'와 '그 밖의 종류(Non-traditional shift)'로 나눈다. 여기서 '전통적 시프트'는 다음의 3가지를 의미한다.

  1. 온전한 테드 윌리엄스 쉬프트(Full Ted Williams Shift) : 내야의 한 쪽에 수비수 3명이 쏠려 있는 경우.

예시) 좌타자를 상대로 1-2루 간을 1루수-유격수-2루수가 수비.

  1. 부분적 테드 윌리엄스 쉬프트(Partial Ted Williams Shift) 1 : 수비수 2명이 통상적인 수비 위치를 크게 벗어난 경우.

주의) 외야수의 쉬프트도 여기 포함된다.

  1. 부분적 테드 윌리엄스 쉬프트(Partial Ted Williams Shift) 2 : 내야수 1명이 외야 방면으로 깊이 들어가서 서있는 경우. 주로 2루수가 10피트(3m) 이상 우익수 방향으로 이동한 경우가 많음.

주의) 2루수가 외야 쪽으로 몇 발만 이동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밖의 독창적인(?) 시프트는 모두 '그 밖의 종류'로 분류된다.

효율성에 대한 논쟁[원본 편집]

내야 수비 시프트는 실패할 경우 평소보다 큰 위험이 따를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좌타자를 상대로 시프트를 걸었는데 느린 땅볼을 밀어쳐서, 평소같으면 단타가 됐을 것이 2루타로 둔갑한다던가. 때문에 '굳이 리스크를 수반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항상 있어왔다.

그러나 항상 이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 수비 시프트로 안타 몇 개를 막아내는지, 반대로 내준 안타는 몇 개인지 정확하게 세서 공개하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타율이나 안타 개수처럼 명확하게 기록지에 남는 숫자가 아니라 직접 눈으로 봐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개인의 힘으로 측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설령 구단 별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더라도 공개된 자료가 없으니 정확한 효과를 논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스포츠 인포 솔루션(Sports Info Solutions, 과거 베이스볼 인포 솔루션Baseball Info Solutions)이라는 회사에서 이런 시프트에 관한 자료를 직접 수집해서 팬그래프를 통해 부분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시프트가 걸렸을 때와 아닐 때의 타율, 안타 개수, 장타율 같은 데이터를 팬그래프에서 검색해볼 수 있다.

다만 부분적인 자료라 정확한 득점 가치 산정은 어렵다. 예를 들어서 시프트가 걸렸을 때와 안 걸렸을 때의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은 거의 차이가 없다. 이것만 보면 '시프트 효과가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주자나 득점 상황에 따라 작전의 효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한 타율 비교만으로는 정확한 효과를 알 수 없다.

스포츠 인포 솔루션 사에서는 자체적인 계산 결과 시프트가 확실하게 득점 억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 몇년간 메이저리그에서는 시프트 사용 횟수가 연간 30000회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추세를 보면 구단 자체적으로도 시프트가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프트가 투수의 투구수 증가 등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링크). 한편 메이저리그의 시프트 횟수는 2016시즌을 기점으로 정체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시프트가 좋기는 좋은데, 정확하게 얼마나 좋은지 다시 계산기를 돌려보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결국 정확한 효용성 수치가 공개되려면 몇 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KBO리그의 경우 2017시즌 SK 와이번스가 트레이 힐만 감독을 필두로 대대적으로 내야 수비 시프트 확대를 천명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는 시프트 작전에 대한 언급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리 시프트 합니다'라고 말해봤자 동어반복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안 한 걸 수도 있지만, 시프트 작전 구사 횟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확한 사실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미스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