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독:세 명의 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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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특별하다.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 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세 명이라면. 거기에다가 세 명 모두 자신을 예수라고 굳게 믿고 있다면? 이 흥미로운 상황은 1959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며 한 심리학자의 주최(?)로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개요[원본 편집]

이 문제의 예수들(?)은 1959년 7월 1일에 미국의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근처에 있는 입실랜티 주립정신병원 D-23병동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주최자는 심리학자인 밀턴 로키치였고 그는 각기 다른 곳에서 살던 이들은 한데 모았던 것이다. 사실 꼭 예수가 아니라도 상관은 없었다. 밀턴이 알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마주칠 수 있는 상황 가운데 가장 모순적인 상황인 '자신과 똑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과 만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것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운이 좋게도 자신이 예수라고 믿는 사람을 세 명이나 섭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2년간 같은 정신병원에서 지내며 토론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자신이 진짜 예수라고 주장하는 등의 상황이 펼쳐졌다.

실험 과정 및 결과[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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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한데 모아 세기의 실험을 진행한 밀턴 로키치 박사

로키치 박사는 이런 상황이 오기 훨씬 전부터 인간의 정체성이 자신의 내적 신념체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리하여 그는 그의 아이들에게 아주 간단한 실험도 해보았다. 바로 자신의 두 딸의 이름을 바꿔불렀을 때, 두 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던 두 딸들은 계속해서 바뀐 이름으로 불리자 불안해하며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로키치는 이를 자신의 정체성을 공격받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이러한 실험은 당연히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로키치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떠오른 생각이 자신이 특정한 어떤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정신병 환자들이었다. 만약에 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놓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이런 드문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다. 로키치가 이런 사례에 대해 언급한 심리학 문헌 두 개를 찾아냈던 것이다. 17세기에 자신을 그리스도라고 믿는 남자 둘이 우연히 같은 정신병자 수용소에서 마주쳤고, 그로부터 300년 후에는 두 명의 성모 마리아가 한 정신병자 요양원에서 만났다. 두 경우 모두, 그 만남은 부분적으로나마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로키치는 이러한 일이 있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환자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미시간 주에 있는 다섯 곳의 정신병원에 문의해본 결과 자기가 하나님이라고 믿는 여자 하나와 백설공주가 한 명 있었으며 예수 그리스도는 무려 열 명이 넘게 있었다. 실험에 알맞다고 판단된 두 명의 환자는 이미 입실랜티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세 번째 남자는 실험을 위해 이곳으로 이송되어 왔다.

이제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되었다.

세 남자의 이름은 각각 레온 가보, 클라이든 벤슨, 조지프 카셀이었다.

레온 가보는 디트로이트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광신도였고, 아버지는 집을 나가버렸다. 어머니는 아이들만 집에 놔둔 채 날마다 교회에서 기도하며 지냈다. 가보는 잠시 신학교에 다니다가 군대에 들어갔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간 그는 어머니에게 철저하게 순종했다. 나이 서른두 살이던 1953년, 그에게 자기가 예수라고 알려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1년 후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실험이 시작되었을 때는 38세였다.

클라이든 벤슨은 미시간 주의 시골에서 성장했다. 42세 때, 아내와 장인 그리고 부모가 모두 죽었다. 큰딸은 결혼하여 멀리 떠났다. 벤슨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재혼했으며,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말아먹었고, 폭력을 휘두르다가, 결국엔 감옥에 갇혔다. 감옥에서 그는 예수 그리스도라고 주장했다. 53세이던 1942년에 그는 정신병원으로 들어갔다. 실험이 시작되었을 때는 70세였다.

조지프 카셀은 캐나다 퀘벡 지방에서 태어났다. 그는 붙임성이 없었고, 책 속에 파묻혀 살았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책 쓰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어야 했다. ㄱ는 가족을 거느리고 처가로 들어갔다. 처가에서 그는 줄곧 자신이 독살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가 이 환각증상 때문에 입실랜티에 실려온 것은 1939년의 일로, 그의 나이 38세였다. 10년 후, 그는 자신이 하나님이자 예수이며 성령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실험이 시작되었을 때는 58세였다.

몇 번 만나지 않아서, 세 사람 모두 다른 두 사람이 스스로를 예수라고 주장한다는 설명을 들었따. 그러자 벤슨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정말로 살아 있는 게 아니예요. 기계가 그 사람들 속에서 말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 기계만 꺼내면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카셀 역시 자신만이 예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가보와 벤슨은 예수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신병원의 환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가보는 또 그들은 단지 명성을 얻고 싶어서 예수인 척하는 것이라는 식의 설명을 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두 사람이 GOD이 아닌 god(소문자로 된 신)정도 되는 위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데까지는 어느정도 타협했다.

세 남자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서, 로키치는 매일 만날 때마다 새로운 주제를 내놓았다. 그들은 가족, 어린 시절, 아내,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토론했다. 날마다 격론이 벌어졌고, 3주 후에는 처음으로 폭력이 등장했다. 아담이 흑인이었다고 주장하는 가보에게 벤슨이 한 방 날렸던 것이다. 벤슨과 카셀이, 그리고 카셀과 가보가 한 판씩 하고 나서야 세 명의 예수는 나머지 실험에 평화롭게 임했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확고했다. 오직 가보만이 아담이 흑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바꾸었을 뿐이다.

두 달 후부터, 로키치는 세 사람이 알아서 토론을 진행하도록 했다. 셋은 차례로 날마다 열리는 모임을 진행하고, 토론주제를 선정했다. 주제는 영화, 공산주의, 종교 등으로 넓어졌지만, 그들은 두 번 다시 자신들의 정체성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 어쩌다가 한 사람이 자신이 하나님이라는 얘기를 꺼내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은근슬쩍 화제를 돌렸다

그렇지만, 세 사람 모두 자신이 진짜 그리스도라는 확신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가보는 병원 직원들에게 자신이 직접 손으로 쓴 명함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거기에는 "Dr. Domino dominorum er Rex rexarum, Simplis Christianus Puer Mentalis(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재성육신)"이라고 써져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첫 만남에서 여섯 달쯤 지난 뒤인 1960년 1월에 가보는 자신의 이름을 바꾸었다. 바뀐 명함은 이랬다. "Dr. Righteous Idealed Dung Sir Simplis Christianus Puer Mentalis Dokor(진짜로 완결무결한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똥 경)"

로키치가 그를 어떻게 불렀으면 좋겠냐고 하자 그는 자신을 똥박사라고 부를 수 있는 특권을 주겠다고 근엄하게 말했다. 그런데 간호사들이 환자를 똥이라고 부르기를 꺼렸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이름에는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보는 수간호사와 합의하에 Righteous Idealed의 약자인 R.I라고 불리게 되었다.

로키치는 자신의 이름을 바꾼 가보가 정체성이 바뀐 것은 아닐까하고 추측해보았지만 가보는 그렇게 하면서 더 이상의 대립을 피하고자 했던 것 뿐이었다. 아직 그의 정체성은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로키치는 이런저런 상황에 교묘하게 개입하여 무엇이 그들의 언행을 그렇게 마들고 있는지를 알아내려고 애썼다. 예를 들어, 그는 그들이 주장한 각자의 정체성을 받아들여서 카셀은 "미스터 하나님", 벤슨은 "미스터 그리스도" 하는 식으로 다르게 부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들은 자기 자신 이외에는 누구도 자기가 예수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름을 바꾸는 것이 더 많은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병원을 나가고 싶어했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 그러니까 자신이 예수라는 사실을 포기하면 되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들은 결코 그 사실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번은 로키치가 이 실험이 실린 신문을 읽어주며 벤슨에게 이 사람들이 누군지 알 수 있겠냐고 하자 그는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 이름을 바꾼 사람(가보)에 대해 물어보자 예수가 되기 위해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벤슨은 기사에 나오는 세 사람은 분명히 정신병원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만난 지 2년이 지난 1961년 8월 15일, 입실랜티의 세 명의 예수들은 마지막으로 만났다. 로키치는 이들과 2년을 지내는 동안 이들이 보통 사람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 남자가 자신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믿으면서 그냥 평화롭게 사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실험 이후[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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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의 과정과 결론을 담은 책이다. 물론 밀튼 로키치 박사가 썼으며 2011년에 최신 개정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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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한국 번역판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하다.

수많은 정체성 가운데 하필 예수나 다른 신적 존재를 선택하여 굳게 믿는 이 증상은 현재 메시아 콤플렉스라고 알려져 있으며 이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 연구결과는 후일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 2016년 5월에 The Three Christs라는 영화를 제작하는데 리처드 기어가 이들을 치료하려는 의사역을 맡으면서 잠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영화의 베이스는 이 실험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