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독:고물야적장에 폭풍이 지나가 보잉 747이 조립될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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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nce that higher life forms might have emerged in this way is comparable to the chance that a tornado sweeping through a junkyard might assemble a Boeing 747 from the materials therein.

'진화를 통해 우연히 생물이 등장할 확률은, 고물 야적장에 토네이도가 불어서 흩날린 부품들이 조립되어 보잉 747 항공기가 등장할 확률과 같다'

by Fred Hoyle.


프레드 호일의 흑역사[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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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 Hoyle (1915.6.24 ~ 2001.8.20)

이 논증은 프레드 호일이라는 과학자가 진화론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한 말에서 유래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말은 완전히 틀렸으며 호일의 흑역사로 남게되었다. 프레드 호일은 꽤 반골기질이 강한 사람이라 자신이 생각하기에 말도 안되는 것들을 저런식으로 신랄하게 조롱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실 프레드 호일은 아주 괴짜의 기질만 있는것은 아니고 천체물리학쪽에 상당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였다. 주기율표에서 철 이후로 존재하는 여러 원소들이 초신성이 폭발할 때 합성된 것임을 밝혀내어 우주의 모든 원소들의 기원을 밝혀낸 대단한 인물이다. 또한 '빅뱅이론'이라는 천체물리학에서 블랙홀 다음으로 유명한 용어를 만들어낸 사람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빅뱅이론' 또한 이 이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라는 것이다. 당시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론이 있었는데 하나가 우주는 계속해서 같은 모습이었다는 '정상우주론'과 아직 공식적인 이름이 없어 대충 태초의 화염구(primitive fireball)라고 불리는, 우주에도 시작이 있었다는 이론이 맞붙고 있었다. 프레드 호일은 '정상우주론' 쪽이었고 상대 이론을 조롱하기 위해 "그래, 우주가 콰쾅!(BANG!) 하고 생겨났단 말이오?"한 말에서 유래되었다. 이 재미있는 이름 덕분에 빅뱅이론이 일반대중에게도 널리 퍼진 그의 공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긴하다.

이런 아무말 대잔치를 좋아하는 그의 최고의 흑역사는 역시 고물야적장 폭풍(Junkyard Tornado)라고 불리는 진화론에 대한 공격시도였다. 더군다나 이 논증은 진화론 자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하고 내뱉은 조롱이라 그에게 강력한 이불킥을 선사해주었다. 창조론 vs 진화론 논쟁의 최전선에 서있는 리처드 도킨스도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어떤 분야에 전문적이라고 다른 분야에도 꼭 뛰어날 리는 없다."라고 직접 호일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다윈의 진화론이 막 태동했을 무렵, 창조론 vs 진화론의 논쟁때 있었던 흑역사와 비슷한 수준의 발언이다. 당시 다윈의 불독이라고 불렸던 토머스 헉슬리(Thomas Huxely)와 창조론자 대표인 새뮤얼 윌버포스(Samuel Wilberforce)가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헉슬리의 발표가 끝나자 새뮤얼은 그를 조롱하며 이렇게 물었다.

"당신의 주장대로 사람이 원숭이 선조로부터 진화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당신은 원숭이의 조상 중 부계쪽인가, 모계쪽인가?"

물론 이 질문에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관객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헉슬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한 위대한 선물인 지성을 이런 식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데 잘못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나는 인간 대신 원숭이 조상을 가진 것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라고 대답했다는 것은 진화론 vs 창조론 논쟁의 전설처럼 남아 있다.

프레드 호일이나 새뮤얼 윌버포스나 둘 다 진화론을 완전히 잘 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자 두 사람 모두의 흑역사로 역사 속에 남게 되었다.

진화론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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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이 이렇게 쉽습니다. 여러분.

프레드 호일이나 윌버포스와 같은 경우가 자꾸 발생하는 이유는 진화론에 대한 그릇된 이해나 이 이론에 대한 오해로 인한 경우이다. 이에 우리는 '진화'라는 말을 가장 널리 퍼뜨리면서 가장 큰 오해를 함께 퍼뜨린 포켓몬스터를 탓할 수 있다.

실제 포켓몬스터의 진화를 믿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애니메이션에서 내재된 가장 큰 문제점은 일단 포켓몬들이 진화를 하고 나면 대부분이 크기가 커지거나, 새로운 기술이 생기거나, 좀 더 강력해져서 말그대로 '좀더 나아진다'는 것이다. 귀여움을 잃어버리지만 그건 그렇다고 치자.

실제로 작동하는 진화는 '나아지는 것'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오히려 나아지기 보다는 그 환경에 적응한다고 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두더지처럼 눈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흔히 '퇴화'라고 표현하지만 '진화'라는 말 속에 '퇴화'도 포함되는 말이라 이것도 '진화'라고 할 수 있다. 두더지의 입장에선 필요없는 '눈'을 없애버림으로써 '눈'에 들어가던 에너지를 다른 곳에 더 집중할 수 있으므로 이것도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눈이 있는 두더지보다 눈이 없는 두더지가 조금이라도 더 생존에 유리하게 되므로 두더지는 자연히 눈이 없는 쪽으로 진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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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진화론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가 바로 이 그림이다. '진화론'과 관련된 거의 모든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 그림은 정확하게 말하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이렇게 꾸준히 진화하지 않았으며 굉장히 다사다난한 진화과정을 거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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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현대 과학이 밝혀낸 'human evolution tree'라고 하는 인류계통도이다. 크게 나눠보면 맨 왼쪽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그룹, 맨 아래의 '아르디피테쿠스' 그룹, 오른쪽의 '파란트로푸스'그룹이 있고 맨 위에 '호모'그룹으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를 포함해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켄시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등이 있다. 요약하면 인류라는 좁은 그룹에서 조차 진화는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왔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고물야적장에 폭풍이 지나가 보잉 747을 조립될 확률에 대해[원본 편집]

'진화를 통해 우연히 생물이 등장할 확률은, 고물 야적장에 토네이도가 불어서 흩날린 부품들이 조립되어 보잉 747 항공기가 등장할 확률과 같다'


이 논증은 먼저 첫번째부터 틀렸다. '진화론'은 일단 생명이 탄생한 이후에 종이 다양해진 이유를 찾는 이론으로 생명의 탄생과는 무관한 이론이다. 진화론은 생명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대전제 또한 잘못되어 있는데 진화는 '확률론'이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한 놈은 살아남아 자손을 퍼뜨리고 그렇지 않은 놈은 죽거나 성선택을 받지 못해 도태된 다는 이론으로 '자연선택'과 '성선택' 두 가지로 지탱되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논증이 '무한 원숭이 논증'이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무한 원숭이 논증이란 무한한 원숭이가 무한한 시간동안 무한한 타자기를 두들기다보면 언젠가 한 원숭이가 '햄릿'을 써낼 것이라는 흥미로운 논증으로 이것은 단순한 확률에 의존하고 있다. 진화란 이렇게 한 방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꾸준히 이어져 온 것으로 점진적인 개념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햄릿의 유명한 대사 "To be or not to be"를 완성한다고 가정해보면 무한히 많은 원숭이들이 타자를 칠때 맞게 쓴 문장은 남겨둔다. "Ta bg so dfs tw sw"가 나왔다 치면 맨 앞의 T, 다음 b, 그 다음의 t는 맞게 나왔으므로 이것을 남겨두고 다시 원숭이들에게 타자기를 치게 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언젠가 햄릿을 모두 쳐내는 것도 꿈은 아니다. 물론 여기에도 함정이 있는데 진화는 '완성'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To be or not to be"라는 완성된 문장을 두고 생각해본 논증이지만 진화는 아무렇게나 일어난다. 마치 아무말 대잔치중에 상황에 적절한 드립만이 살아남는 것처럼.

어쨌든 이러한 논증을 실제로 구현한 사람도 있었는데 1980년대에 리처드 하디슨이라는 사람이 이러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었다. 무작위로 키보드를 눌러 아무렇게나 문장을 만들어내지만 햄릿의 문장과 비슷한 것을 임의로 선택하여 남겨두고 다시 프로그램은 돌아간다. 글자들을 남겨두지 않을 때는 to be or not to be라는 간단한 문장을 만는데 1초에 글자 하나씩 쳐서 78,800년이 걸리던 것이 글자를 남겨두자 336번 반복하여 90초만에 이 문장을 완성해 내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햄릿 전체를 4일 반 만에 완성했다. 굳이 따지자면 글자는 '확률', 프로그램이 글자를 남겨두는 행위는 자연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프레디 호일이 했다는 저 말은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개소리'로 판명되었다. 혹시 지금도 이 철지난 논증으로 진화론을 공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자연선택'에 대해 설명을 해주자. 분자생명학이 발달한 지금은 진화론은 더 굳건해졌고 여러 오해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