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해석

※ 본 하위 문서는 이상의 오감도를 현대어로 풀이한 것을 기반으로 하여,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추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오감도라는 작품의 명확한 해석은 여전히 국문학계 내에서도 논의 중에 있기 때문에, 본 문서는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음을 이와 같이 사전에 고지하며, 수정 참여시에도 이를 참조하자.

※ 또한 본 문서는 가독성을 우선시하기 위해, 원문의 내용을 일부 축약하거나 개행 여부 등도 많이 가공하였으므로 참조하자.

시제1호[편집 | 원본 편집]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십삼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 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 현대어 문장 고침

13명의 아이들이 도로를 질주한다네. (길은 막다른 골목 정도였지.) 그 중에 첫 번째 아이가 무섭다고 하고,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 그렇게 13번째 아이도 무섭다고 그러네. 무서운 아이와 무서워하는 아이, 그렇게 13명이 모여있을 뿐이었지. (다른 사정은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겠군.)

그 아이들 중 하나가 무서운 아이라도 좋아. 또 그 중에 아이 둘이가 무서운 아이라도 좋아. (아니면) 그 중에 2명의 아이가 무서워하는 아이라도 좋지. 그 중에 하나가 무서워하는 아이라도 좋아. (길은 뚫려있는 골목 정도여도 되겠어.)

13명의 아이가 도로를 질주하지 않아도 좋다네.

  • 해석

'오감도(烏瞰圖)'라는 제목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까마귀(烏)가 내려다보는(瞰) 그림(圖)으로, 일단 시점은 1인칭 관찰자 혹은 사실상 3인칭이라 봐도 무방하다. 즉, 본 시제1호의 표면적인 내용은 "13명의 아이들이 (막혀있는지 안 막혀있는지는 딱히 중요치는 않은) 골목을 달리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문장으로 옮겨놓은 정도로 볼 수 있다. 다만 먼 상공에서 바라보는 모습이므로 '아해(兒孩)'가 어휘 그대로 '미성년자인 아이'를 가리킨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넓게 해석하면 단순히 '움직이는 사람', 어쩌면 교통수단(차량 등) 같은 '움직이는 물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질주한다(달린다)'라는 행위 자체에 있다.

13이라는 숫자보다는 '무섭다'라는 감정의 표현이 본 작의 키워드인데, 이유나 인과 등은 차치하고, '무섭다'라는 개념부터 단정을 짓고 있지 않다. 화자는 단지 '○○이는 무서워하는 것 같다'이거나, '○○이는 무서운 것 같다' 라고 표현하는데, 이마저도 주체(실제로 무서운 모습 혹은 성격인 쪽)와 피주체(무서운 것을 보고 겁먹는 쪽)를 구분하고 있지 않다. 작중에서 제 1, 제 2...로 세고 있긴 하지만, 이는 무작위로 섞이는 군체(群體)에서 누구를 특정하지 않고 하나 둘 하고 세었을 뿐이다.

여튼간 위 두 키워드를 조합하여 상황을 재해석하면, "어느 도로에 무섭게 쫓는 자와 무서워서 쫓기는 자들이 있었다" 라고 할 수 있으나, 처음에는 그 "막힌 방향으로 달린다"고 묘사했지만, 마지막엔 '(길이) 딱히 막혀 있지 않아도'로, 그 다음엔 아예 '내달리고 있지 않아도 마찬가지'로 바뀐다. 막다른 곳에 내몰리거나 달리는 행위 또한 중요한 키워드가 아니었으며, 따라서 내용을 더욱 압축한다면 "모든 '아해'는 '무서움'에 시달린다. 그러나 그 '무서움'은 모든 '아해'에게도 있다."가 된다. 그 '무서움'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보여주지 않으며, 독자 각자의 해석의 여지로 남겨두었는데, ①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점 (=단정하기 어려움), ②교차하여 나타날 수도 있는 점, ③상황을 가리지 않는 점을 근거로 하여, 미지(未知) 혹은 예측불능(불안함)에서 발현되는, 특히 개인의 단위에서는 사전에 대응할 수 없는 어려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시제2호[편집 | 원본 편집]

나의 아버지1가 나의 곁에서 조을 적에, 나는 나의 아버지1가 되고,
또 나는 나의 아버지1의 아버지2가 되고,
그런데도 나의 아버지1는 나의 아버지1대로 나의 아버지1인데
어쩌자고 나는 자꾸 나의 아버지1의 아버지2의 아버지3의...... 아버지가 되니
나는 왜 나의 아버지1를 껑충 뛰어넘어야 하는지,
나는 왜 드디어 나와 나의 아버지1와 /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2와 /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3 - 노릇을 한꺼번에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냐.

  • 현대어 문장 고침 (※어휘 혼돈 방지를 위해, "'나'의 아버지(1)" 한정으로 "아빠"로 치환함.)

우리 아빠가 내 곁에서 잠 잘 때, 난 우리 아빠가 되고, 또 난 할아버지(=아빠의 아버지)가 되기도 하지.
그런데도 우리 아빠는 나름 우리 아빠가 맞는데, (대체 뭘) 어쩌라고 난 우리 아빠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주 선조(先祖) 아버지가 되버리니까,
내가 왜 우리 아빠를 뛰어넘어야 하나,
내가 왜 기어코 '나'이면서도 우리 아빠이면서도 할아버지, 그리고 아주 선조급까지의 노릇을 다 해가며 살아야 할 노릇인지 원.

  • 해석

시제3호[편집 | 원본 편집]

싸움하는 사람은 즉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고
또 싸움하는 사람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었기도 하니까
싸움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고 싶거든,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 싸움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 싸움이나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지 아니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하였으면 그만이다.

  • 현대어 문장 고침

싸우는 사람(정의(定義))이란 싸움 안 하던 사람이고,
싸우는 사람(행위 주체)싸움 안 하는 사람이기도 하니,

싸우는 사람이 싸움 구경을 하려거든─
싸움 안 하 사람(정의(定義))이 싸우는 걸 구경하든지
싸움 안 하 사람(행위 주체)이 싸움 구경을 하든지
싸움 안 하 사람(정의(定義))이 싸우거나
싸움 안 하 사람(행위 주체)이 안 싸우는 걸 구경하든지
─하면 될 뿐이다.

  • 해석

시제4호[편집 | 원본 편집]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

진단 0・1
26・10・1931
以上(이상) 책임의사 이 상(인명)
  • 현대어 문장 고침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

※ 1타입 ※ 2타입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111111111 ・ 
 222222222 ・ 
 33333333 ・ 22
 4444444 ・ 333
 555555 ・ 4444
 66666 ・ 55555
 7777 ・ 666666
 888 ・ 7777777
 99 ・ 88888888
 0 ・ 999999999
  ・ 0000000000
진단 0・1
1931년 10월 26일
이상, 담당의사 이 상 (이 작성하였음)
  • 해석

시제5호[편집 | 원본 편집]

모후좌우를 제하는 유일의 흔적에 있어서
익은불서 목불대도
반왜소형의 신의 안전에 아전낙상한 고사를 유함.

장부라는 것은 침수된 축사와 구별될 수 있을는가.

  • 현대어 문장 고침

어떤 일 다음(某後)으로 좌우(左右)를 없(除)애는 유일(唯一)한 흔적(痕跡)에 있어,
날개가 커도 날지 못하는(翼殷不逝) 눈(目)은 폭 넓게 볼 수 없는(不大覩),
반만 왜소(矮小)한(-形) 신(神)의 눈(眼) 앞(前)에 내 앞(我前)에서 넘어져 다친(落傷) 전례(故事)가 있음.

내장(臟腑)이라는 것은 침수(浸水)된 축사(畜舍)와 구별(區別)될 수 있으려나.

  • 해석

시제6호[편집 | 원본 편집]

앵무 ※ 두 마리
두 마리
※ 앵무는 포유류에 속하느니라.
내가 이필을 아아는 것은 내가 이필을 아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물론 나는 희망할 것이니라.

앵무   두 마리

『이 소저는 신사 이상의 부인이냐』 『그렇다』
나는 거기서 앵무가 노한 것을 보았느니라.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었겠느니라.
앵무 ※ 두 마리
두 마리
물론 나는 추방당하였느니라. 추방당할 것까지도 없이 자퇴하였느니라. 나의 체구는 중축을 상실하고 또 상당히 창랑하여 그랫든지 나는 미미하게 체읍하였느니라.
『저기가 저기지』『나』『나의-아-너와나』
『나』
sCANDAL이라는 것은 무엇이냐.『너』『너구나』
『너지』『너다』『아니다 너로구나』나는 함뿍 젖어서 그래서 수류처럼 도망하였느니라. 물론 그것을 아아는 사람은 혹은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러나 과연 그럴는지 그것조차 그럴는지.

시제7호[편집 | 원본 편집]

구원적거의 지의 일지 · 일지에 피는 현화 · 특이한 4월의 화초 · 30륜 · 30륜에 전후되는 양측의 명경 · 맹아와 같이 희희하는 지평을 향하여 금시금시 낙백하는 만월·청간의 기 가운데 만신창이의 만월이의 형당하여 혼륜하는· 적거의 지를 관류하는 일봉가신· 나는 근근히 차대하였더라· 몽몽한 월아·정밀을 개엄하는 대기권의 요원· 거대한 곤비 가운데의 일년 사월의 공동 · 반산 전도하는 성좌와 성좌의 천열된 사호동을 포도하는 거대한 풍설·강매·혈홍으로 염색된 암염의 분쇄· 나의 뇌를 피뢰침삼아 침하반과되는 광채임리한 망해·나는 탑배하는 독사와 같이 지평에 식수되어 다시는 기동할 수 없었더라 · 천량이 올 때까지

시제8호[편집 | 원본 편집]

제1부시험 수술대 1
수은도말평면경 1
기압 2배의 평균기압
온도 개무

위선마취된 정면으로부터 입체와 입체를 위한 입체가 구비된 전부를 평면경에 영상시킴. 평면경에 수은을 현재와 반대측면에 도말이전함. (광선침입방지에 주의하여)서서히 마취를 해독함. 일축철필과 일장백지를 지급함. (시험담임인은 피시험인과 포옹함을 절대기피할것) 순차수술실로부터 피시험인을 해방함. 익일. 평면경의 종축을 통과하여 평면경을 2편에 절단함. 수은도말 2회. ETC 아직도 만족한 결과를 수득치 못하였음.

제2부시험 직립한 평면경 1
조수 수명

야외의 진실을 선택함. 위선마취된 상지의 첨단을 경면에 부착시킴. 평면경의 수은을 박락함. 평면경을 후퇴시킴. (이때 영상된 상지는 반드시 초자를 무사통과 하겠다는 것으로 가설함) 상지의 종단까지. 다음 수은도말. (재래면에)이순간 공전과 자전으로부터 그 진공을 강차시킴. 완전히 2개의 상지를 접수하기까지. 익일. 초자를 전진시킴. 연하여 수은주를 재래면에 도말함(상지의 처분) (혹은 멸형)기타. 수은도말면의 변경과 전진후퇴의 중복등. ETC 이하 미상

시제9호[편집 | 원본 편집]

총구(銃口)

매일같이열풍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닿는다.황홀한지문골짜기로내땀내가스며드자마자쏘아라.쏘으리로다.나는내소화기관에묵직한총신을느끼고내다물은입에매끈매끈한총구를느낀다.그러더니나는총쏘으드키눈을감으며한방총탄대신에나는참나의입으로무엇을내어배앝었더냐.

시제10호[편집 | 원본 편집]

나비

찢어진벽지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그것은유계(幽界)에낙역되는비밀한통화구다.어느날거울가운데의수염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날개축처어진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한이슬을먹는다.통화구를손바닥으로꼭막으면서내가죽으면앉았다일어서드키나비도날라가리라.이런말이결코밖으로새어나가지는않게한다.

시제11호[편집 | 원본 편집]

그사기컵은내해골과흡사하다.내가그컵을손으로꼭쥐었을 때내팔에서는난데없는팔하나가접목처럼돋히더니그팔에달린손은그사기컵을번쩍들어마룻바닥에메어부딪는다.내팔은그사기컵을사수하고 있으니산산이깨어진것은그럼그사기컵과흡사한내해골이다.가지났던팔은배암과같이내팔로 기어들기전에내팔이혹움직였던들홍수를막은백지는찢어졌으리라.그러나내팔은여전히그사기컵을사수한다.

시제12호[편집 | 원본 편집]

때묻은빨래조각이한뭉덩이공중으로날라떨어진다.그것은흰비둘기의떼다.이손바닥만한한조각하늘저편에전쟁이끝나고평화가왔다는선전이다.한무더기비둘기의떼가깃에묻은때를씻는다.이 손바닥만한하늘이편에방망이로흰비둘기의떼를때려죽이는불결한전쟁이시작된다.공기에숯검정이가지저분하게묻으면흰비둘기의떼는또한번손바닥만한하늘저편으로날아간다.

시제13호[편집 | 원본 편집]

내팔이면도칼을든채로끊어져떨어졌다.자세히보면무엇에몹시위협당하는것처럼새파랗다.이렇게하여읽어버린내두개팔을나는촉(燭)대세움으로내방안에장식하여놓았다.팔은죽어서도오히려나에게겁을내이는것만같다.나는이런얇다란예의를화초분보다도사랑스레여긴다.

시제14호[편집 | 원본 편집]

고성앞풀밭이있고풀밭위에나는내모자를벗어놓았다.성위에서나는내기억에꽤무거운돌을매어달아서는내힘과거리껏팔매질쳤다.포물선을역행하는역사의슬픈울음소리.문득성밑내모자곁에한 사람의걸인이장승과같이서있는것을내려다보았다.걸인은성밑에서오히려내위에있다.혹은종합된역사의망령인가.공중을향하여놓인내모자의깊이는절박한하늘을부른다.별안간걸인은표표한 풍채를허리굽혀한개의돌을내모자속에치뜨려넣는다.나는벌써기절하였다.심장이두개골속으로 옮겨가는지도가보인다.싸늘한손이내이마에닿는다.내이마에는싸늘한속자국이낙인되어언제까지지워지지않는다.

시제15호[편집 | 원본 편집]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 있다.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2

죄를품고식은침상에서잤다.확실한내꿈에나는결석하였고의족을담은군용장화가내꿈의백지를더렵혀놓았다.

3

나는거울있는실내로몰래들어간다.나는거울에서해방하려고.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한얼굴로 동시에꼭들어온다.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한뜻을전한다.내가그때문에영어되어 있드키그도나때문에영어되어떨고 있다.

4

내가결석한나의꿈.내위조가등장하지않는내거울.무능이라도좋은나의고독의갈망자다.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나는그에게시야도없는들창을가리키었다.그들창은자살만을위한들창이다.그러나내가자살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할수없음을그는네게가리친다.거울속의나는불사조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의위치를방탄금속으로엄폐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을발사하였다.탄환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하였으나그의심장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내가지각한내꿈에서나는극형을받았다.내꿈을지배하는자는내가아니다.악수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한거대한죄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