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Moonchaser (토론 | 기여)님의 2015년 4월 29일 (수) 19:16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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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는 열역학적 함수의 하나로, 열역학 제 2법칙과 관련되는 개념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얼음을 손에 올려 놓으면 저절로 녹아 물이 되는데, 녹은 물이 저절로 차가워지며 다시 얼지는 않는다' 는 것을 알고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의 방향성' 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엔트로피이다.

고전열역학적 정의

[math]\displaystyle{ dS = \frac{\delta Q_\text{rev}}T }[/math] 카르노, 클라우지우스 등의 과학자들이 정립한 것으로서, 엔트로피의 변화는 어떤 상태가 다른 상태로 가역적[1]으로 변화할 때 일어나는 열전달과 열이 전달되는 곳의 온도와 관계된다. 엔트로피는 열전달을 받으면 증가하고, 열을 방출하면 감소한다. 그리고 같은 열을 주고받을 때 온도가 낮은 곳의 엔트로피가 더 크게 변하고, 온도가 높은 곳의 엔트로피가 더 적게 변한다. 얼음이 녹을 때 얼음은 주위와 열을 주고받는데, 얼음과 주위가 주고받는 열의 크기는 같지만 얼음이 주위보다 온도가 낮으므로 얼음이 열을 받으면서 증가하는 엔트로피가 주위가 열을 주면서 감소하는 엔트로피보다 크기 때문에 전체적인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열역학 제 2법칙은 [math]\displaystyle{ dS \ge \frac{\delta Q}{T} \,\! }[/math] 로 서술된다. 등호는 가역 과정일 때 성립한다. 가역 과정일 경우 엔트로피 변화는 앞서의 정의대로 δQ/T 와 같은데, 비가역 과정에서는 엔트로피 변화가 δQ/T 보다 커진다. 즉 그만큼의 엔트로피가 비가역적 과정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이다. 외부와의 열 교환이 없는 고립계는 δQ = 0 이므로 ΔS ≥ 0 이 된다. 우주 전체도 일종의 고립계로 볼 수 있으므로, 이는 즉 '우주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와 같은 말이다.

예를 들어 에어컨을 생각해 보자. 이 에어컨은 W 만큼의 전기적 일을 받아서, 18°C (절대 온도로 약 291K) 의 방에서 Q 만큼의 열을 흡수한다. 그리고 이렇게 얻어진 Q+W 만큼의 에너지를 열의 형태로 30°C (303K) 의 바깥으로 방출한다. 이 때 방의 엔트로피는 ΔSr = -Q/291K 만큼 감소하며, 바깥의 엔트로피는 ΔSe = (Q+W)/303K 만큼 증가한다. 방과 방 바깥을 합하여 하나의 고립계로 생각하면, 이 과정이 일어나는 동안의 총 엔트로피 변화는 ΔSr + ΔSe = (Q+W)/303K - Q/291K ≥ 0 이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에어컨이 전기 없이도 작동된다면, W = 0 이 되어 Q/303K - Q/291K ≥ 0 , Q/303K ≥ Q/291K 이 되는데, Q/303K 의 분모가 더 크므로 이는 모순이 된다. 즉 에어컨이 전기 없이 작동하여 '방이 저절로 차가워질 수는 없다' 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2]

열역학 제 2법칙을 통하여 2종 영구 기관도 부정된다. 2종 영구 기관은 열의 형태로 주위로부터 에너지를 스스로 흡수하여 일로 바꾸는 기관인데, 이 때 전체 엔트로피는 ΔS = - Q/T 만큼 감소하므로 제 2법칙을 위반하기 때문이다.[3]

화학 반응에서

화학 반응이 진행될 때 엔트로피는 증가하며, 주어진 조건에서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엔트로피에 도달했을 때가 화학 평형 상태이다. 건조한 방 안에 물을 한 바가지 떠 놓으면, 물이 주위의 열을 흡수하며 증발하다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방 안에 수증기가 충분히 많아져 더 이상 증발이 일어나지 않는 평형 상태가 되는 것과 같다.

화학 반응에서도 열역학 제 2법칙 [math]\displaystyle{ dS \ge \frac{\delta Q}{T} \,\! }[/math] 는 성립하므로, 이 법칙을 만족하는지를 봄으로써 반응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엔트로피 항은 반응물의 상태로부터 계산할 수 있는데, 열전달은 경로함수이므로 반응의 경로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측정에 애로사항이 꽃핀다. 따라서 반응물의 상태만으로 반응의 방향성을 알아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열역학 제 1법칙에서 내부에너지와 열, 일의 관계는 [math]\displaystyle{ dU = \delta Q - \delta W }[/math] [math]\displaystyle{ \delta Q = dU + \delta W }[/math] 한편 [math]\displaystyle{ TdS \ge \delta Q }[/math] [math]\displaystyle{ \delta W = PdV }[/math] 대입하면 [math]\displaystyle{ TdS \ge dU + PdV }[/math] [math]\displaystyle{ dU + PdV -TdS \le 0 }[/math] 한편 엔탈피와 깁스 에너지의 정의는 [math]\displaystyle{ H = U + PV }[/math] [math]\displaystyle{ G = H - TS = U + PV - TS }[/math] 온도와 압력이 일정할 때[4] 깁스 에너지의 변화량은 [math]\displaystyle{ dG = d(U + PV - TS) = dU + PdV - TdS }[/math] 따라서 [math]\displaystyle{ dG \le 0 }[/math] 이 된다. 즉 화학 반응은 깁스 에너지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며, 평형 상태에 이르면 ΔG = 0 이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온도와 부피가 일정할 경우에는 헬름홀츠 에너지에 대하여 [math]\displaystyle{ A = U - TS }[/math] [math]\displaystyle{ dA \le 0 }[/math] 임을 보일 수 있다.

가용에너지

위의 제 2법칙 식을 [math]\displaystyle{ dS = \frac{\delta Q}{T} \,\! + \delta S_{gen} }[/math] 으로 쓸 수도 있다. 여기서 Sgen 은 비가역성으로 인한 엔트로피 생성을 나타내며, 비가역 과정에서 Sgen > 0, 가역 과정에서 Sgen = 0 이 된다.

그리고 일을 생산하는 기계에 대하여, 일 W 는 [math]\displaystyle{ W = W_{rev} - T_{0} S_{gen} }[/math] 이 된다. Wrev 는 기계가 가역적일 때 생산하는 일이며, T0 는 주위 온도이다. 그런데 Sgen 은 0보다 크거나 같으므로, 최대의 일은 기계가 가역적으로 작동하여 Sgen = 0 일 때의 값인 Wrev가 되고, 반면 기계가 비가역적일 경우엔 T0Sgen 만큼의 일이 줄어들게 된다. 즉 기계의 비가역성 때문에, 기계가 이상적인 가역 과정으로 작동되었다면 얻을 수 있었을 T0Sgen 만큼의 일을 얻지 못하고 날려 버린 것이다. 따라서 비가역성을 줄여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과학자와 공학자 들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강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면서 민물과 짠물이 섞이는 것도 비가역적 과정이다. 섞인 물이 저절로 민물과 짠물로 분리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섞이는 과정을 적절히 조절하여 가역 과정에 가깝게 만든다면 그만큼 일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착안한 것이 농도차 발전이다.

통계역학적 정의

루트비히 볼츠만의 무덤. 흉상 위에 공식이 새겨져 있다.

[math]\displaystyle{ S = k_{\mathrm{B}} \ln \Omega. }[/math] 여기서 k 는 볼츠만 상수, Ω 는 미시상태의 수이다.

예를 들어 5명의 초딩들이 방 10개짜리 집에 놀러 왔다고 해 보자. 이 애들이 한 방에 얌전히 모여 있는 상태의 가짓수는 총 10가지인데, 집 구석구석을 쑤시고 다니며 10개의 방 전체에 무질서하게 고루 흩어져 있는 상태의 가짓수는 10^5 = 100000가지가 된다. 즉 아이들이 한 곳에 모여 있을 때의 엔트로피보다 사방팔방 흩어져 돌아다닐 때의 엔트로피가 높다.

앞의 고전열역학적 엔트로피의 정의와, 이 통계역학적 엔트로피의 정의는 서로 동등하다. 자세한 증명은 여백이 부족하여 적지 않는다.

우주의 열적 죽음


  1. 쉽게 설명하면,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변화가 진행되어 거꾸로 되돌릴 수 있는 이상적인 과정을 말한다. 반대로 비가역적인 과정은 거꾸로 되돌릴 수 없는 과정, 예를 들어 얼음이 녹거나 기체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과정이다.
  2. 이와 같이 고립계 전체의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되지만, 예에서 방의 엔트로피가 감소했듯이, 계의 일부분의 엔트로피는 감소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3. 이 때 기관이 열을 받으니 기관의 엔트로피 증가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날카로운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 기관은 반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하여 일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상태가 일정하므로 상태에 의해 결정되는 엔트로피도 변하지 않기에 기관의 ΔS = 0 이다.
  4. 예컨대 상온, 대기압 하에서 반응이 일어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