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독:할머니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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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가설

grandmother hypothesis

할머니의 존재에 대한 가설.

"노인들은 자손의 번식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할머니의 존재[원본 편집]

진화론에 대해 알아보다보면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진화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그 중 하나가 '노년'의 존재이다. 유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생식능력이 없는 개체는 그다지 쓸모가 없으므로 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인간을 제외한 많은 생물들이 자손을 낳음과 동시에 죽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수개미는 교미 직후 사망하고, 사마귀의 경우는 교미 중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기도 하며, 연어의 경우에는 알을 뿌리고 얼마 있지 않아 그 수명을 다한다.

허나 인간은 생식능력이 없어도, 즉 폐경이 와도 여전히 이상없이 살아간다. 많은 경우에 손자손녀들을 보거나 심할 경우에는 증손까지 보는 경우가 있다. 이에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할머니 가설'이란 것을 내놓았다. 물론 윤리적으로는 '왜 저 노인들은 죽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했다가 맞아죽어도 할 말 없지만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충분히 가질만한 의문인 것이다.

할머니 가설[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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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설이 할아버지가 아니라 할머니 가설인데는 이유가 있다. 남성의 경우에는 폐경이란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남성의 생식 능력은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사라지게 되어 오래 살면 살수록 자손을 퍼뜨리기에 유리한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물론 테스토스테론의 존재로 인해 여성보다 평균 수명이 짧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할머니 가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노인들이 간접적으로 자손 번식에 도움을 준다."이다. 할머니의 입장에서 보면 손자 손녀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25%정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비록 생식 능력을 잃었지만 손주들을 돌보는 방법으로 자신의 유전자의 생존확률을 높여가는 것이다. 여기엔 몇가지 조건이 붙는데, 나이가 들수록 출산율은 감소하지만 체력 등의 신체적 조건에서는 노화가 늦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여자들이 폐경 후에도 한동안 활동력을 유지하는 실제 관찰 결과와도 잘 일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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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Christopher Williams (1926.5.12 – 2010.9.8)

할머니 가설을 처음으로 주장한 사람은 조지 C. 윌리엄스이다. 그는 어느 시점에서 여성이 새로운 자손을 낳기보다는 기존의 자손에 좀더 노력과 에너지를 붓는 것이 더 유리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산부인과가 없었던 예전에는 자식을 낳다가 죽는 산모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또한 밑의 그래프가 할머니 가설에 대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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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성인 수명의 함수로서 여성 생식 생산량. 할머니가 있거나없는 모집단의 순 성장률 ( r ) 대 예상 성인 수명 ( L )이다.

이 그래프는 최적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L = 18.2이고, 인구는 연간 0.7 % 미만의 비율로 증가한다. 또한 할머니가 없다면 성장률은 L = 18.2를 넘어 서서 0이 될 때까지 줄어들며 인구는 스스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할머니가 있다면 L = 22.5에서 37로 점진적으로 증가 하고 어머니는 부양 가족을 할머니 케어로 이관하여 출산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L 60정도로 유지된다.

할머니 가설의 한계[원본 편집]

과학에서는 법칙과 가설을 엄격히 구분하는데 할머니 가설이 뉴턴의 그것과 같은 '법칙'이 아니라 '가설'이라고 불리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할머니 가설을 주장하는 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역사에서 처음 '노년'이란 것이 나타난 것이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한 200만년 전이라고 본다. 두뇌와 몸의 크기로 측정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뿐으로 화석자료만으로 그렇게 단정짓기는 매우 어려웠던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화석은 많지 않은데다가 성체의 나이를 추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도 한몫했다.

이렇듯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 할머니 가설의 큰 한계로 지적되어 왔는데, 마침 미국의 센트럴 미시간 대학의 레이첼 카스파리(Rachel Caspari)교수와, 캘리포니아 대학의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의 이상화교수가 이를 검증하면서 할머니 가설에 더욱 큰 허점이 발견되었다.

방법은 고인류 화석을 단순히 '청년기'와 '노년기'로 나눠서 청년수/노년수의 비율, 즉 OY비율을 측정한 결과 이 비율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400만 년 전) 이후 계속해서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 결과 호모 에렉투스 시절부터 노년기의 삶이 보편화됐다는 할머니 가설의 구멍이 발견되었다. OY비율은 일단 예상대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40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200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약 20만 년 전)으로 갈수록 점점 높아져 노년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나 급격한 증가가 일어난 때는 현생 인류가 등장한 시기로 비율이 2로 늘어나 노년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진화적으로 '노년'이 나타난 것이 아닌 것이다. '노년'이 나타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이상화 교수는 이를 두고 '문화 예술이 꽃 핀 시기에 나타난 노년'이라고 표현한다.1

할머니가 진화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에 허점이 발견된 가운데, 또다른 주장도 할머니 가설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난소 낭포 활동을 상실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한다. 폐경기 이후에도 에스트로겐은 여전히 합성되어 골다공증, 골관절염, 알츠하이머 등의 질병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폐경기에 대한 교차 문화 연구는 폐경기 증상이 다른 인구 집단간에 상당히 가변적이며 여성의 일부가 폐경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며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노년을 살아가는 개체가 타 여성들과의 경쟁으로부터 제거하기위한 일종의 '도태'로서의 폐경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