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독:로봇 속의 호문쿨루스 - 누가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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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속의 호문쿨루스

Homunculus in Robot

로봇 시야[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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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1편 오프닝을 장식한 블랙아웃의 시야. 로봇생명체라는 설정을 십분 반영하고 있다.

영화를 보다보면 로봇이 보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 가끔씩 등장한다. 정식명칭은 아니지만 일명 'Terminator Vision'이라고 불리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로봇 시야'는 여러 영화에서 등장하는데,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T-101과 더불어 로보캅, 아이로봇, 트랜스포머, Wall-E, 아이언맨(?) 등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몇가지 로봇 시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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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캅의 시야. 다른 시야에 비해 매우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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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시야. 이 아저씨는 곧 옷과 오토바이를 빼앗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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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의 시야. 마크2를 만든 뒤 시험비행을 앞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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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의 포스가 넘쳐흐르는 영화, 『endhiran:로봇』에 나오는 치티의 시야. 꽤 진보된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간단한 시야를 가지고 있다. 그게 문제가 아닌것 같은데.

흔하게 보는 장면들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떠한 의문점이 떠오르게 된다. 아이언맨은 안에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다치고 터미네이터같은 순수한 로봇의 시야는 대체 누가 보고 있는것인가?

아이언맨의 시야 vs 터미네이터의 시야[원본 편집]

앞서 언급했다시피 아이언맨은 사람이 슈트를 입고 있는 형태이다. 자비스&프라이데이가 보여주는 정보는 토니 스타크가 필요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로보캅도 인간의 뇌를 가진 사이보그라서 정보가 포함된 AR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오토봇과 디셉티콘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나오는 T시리즈 로봇들은 말그대로 로봇이다. 그들에게 저런 시야를 제공해봤자 대체 누가 저 글자들을 읽으며 정보를 해석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점이 남는다. 물론 여기서 단순히 영화적 연출이라고 하여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숨겨져 있는 난제는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오랜 수수께끼 중 하나였다. 바로 '나'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물음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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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로봇의 무엇이 존 코너를 존 코너로 인식하는가? 그를 지키기 위해서는 일단 '존 코너'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일이 우선이다.

사실 이 문서의 제목인 로봇 속의 호문쿨루스는 "뇌 속의 호문쿨루스"란 오래된 명제를 살짝 비튼 것이다. 그리고 아이언맨의 시야는 호문쿨루스논증을 살펴보는데 유용하며 터미네이터의 시야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식의 문제를 논하는데 유용하게 작용한다.

호문쿨루스 논증[원본 편집]

호문쿨루스[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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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만화 및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로 인해 호문쿨루스라는 개념이 서브컬쳐 전반에 퍼졌다.

호문쿨루스

Homunculus

호문쿨루스는 라틴어로 '작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16세기의 연금술과 19세기의 소설들에서 대중화된 이 개념은 뇌에 대해서 연구하기 전, 의식의 비밀을 설명하는데 널리 쓰였었다. 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는 우리의 뇌에는 호문쿨루스라는 작은 인간이 있어서 그 호문쿨루스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던 것이다. 또한 배아발생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남자의 정자 속에도 호문쿨루스가 존재하여 완벽한 하나의 인간으로 자라난다는 믿음이 퍼져있었다.

뇌 속의 호문쿨루스[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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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의 호문쿨루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호문쿨루스의 뇌 속에도 또다른 호문쿨루스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이언맨의 경우, 자비스 및 프라이데이가 표시해주는 정보는 슈트 속의 토니 스타크가 보게 된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토니 스타크의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누가 보게 되는가? 이런 시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것에 대해선 조금 문제가 발생한다.

이 혼란한 개념은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하는 마크 44 - 베로니카(헐크 버스터)가 잘 표현하고 있다. 마크44의 조립이 끝나고 가동준비 완료가 된 상태를 보면 토니 스타크 - 마크 43 - 마크 44 순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뇌 속의 호문쿨루스"를 적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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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44의 시야

마크 43의 시야

토니 스타크의 시야

토니 스타크 뇌 속의 호문쿨루스의 시야

그 호문쿨루스 속의 호문쿨루스의 시야

또 그 속의 호문쿨루스의...

등으로 끝없이 이어지게 된다.

물론 이러한 논증은 더 이상 진행하기가 곤란하므로 폐기처분의 운명을 맞게 된다. 그리고 현재는 수많은 뇌과학자의 노력으로 '나란 곧 커넥톰이다' 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커넥톰[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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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톰

Connectome

뇌의 배선도.

뇌의 작동방식을 어느정도 익힌 뇌과학자들은 뇌 속 뉴런들의 연결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는 2005년 생겨난 신조어이며 인디애나 대학의 Olaf Sporns 박사와 로잔 대학 병원의 Patric Hagmann 박사가 동시에, 그리고 독립적으로 두뇌 내의 신경 연결지도를 나타내는 말로 커넥톰이라는 용어를 제안했던 것이다. 이 연결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을 연결체학(Connectomics)라고 하며 이 연구의 목표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와 같이 인간 뇌의 모든 연결망을 샅샅이 밝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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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톰은 신경망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2011년, 예쁜꼬마선충의 커넥톰을 해독하는데에 성공하였다. 예쁜꼬마선충은 길이 1mm정도의 매우 작은 선형동물로써 체세포 약 1,000개를 가지고 신경세포 302개를 가지고 있어서 커넥톰을 해독하기에 매우 편리했던 것이다. 현재까지 커넥톰이 모두 분석된 동물은 예쁜꼬마선충이 유일하다.

이 커넥톰의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이 신경망으로 로봇을 만들어 테스트하면서 드러났다. 예쁜꼬마선충의 커넥톰 그대로 로봇에 입력하자 동영상과 같이 벽이 있으면 돌아서 가는 등의 생물과 비슷한 로봇이 탄생하였던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로봇 생명체'의 탄생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커넥톰은 한국계 미국인 세바스찬 승의 『I am my connectome』이라는 테드 강의와 동명의 책으로 인해 널리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로봇의 무엇이 정보를 인식하는가하는 문제는 명확히 답할 수가 없지만 이 커넥톰이라는 개념은 철학과 과학을 통틀어서 의식에 관해 접근한 시도 중 가장 정답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개념은 터미네이터의 시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현대 인공지능은 프로그래머들의 코딩으로 제작되기보다는 딥러닝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인공지능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 터미네이터와 같은 최첨단 로봇은 역시 일반적인 코딩보다는 딥러닝 방식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곧 커넥톰이라는 개념과 연결된다.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실제 생물의 커넥톰을 입력한 로봇이 탄생한 것과 같이 언젠가 인간의 커넥톰 전부를 로봇에 이식할 수 있다면 트랜스포머나 터미네이터와 같은 로봇을 만드는 것도 꿈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