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론

실재론(實在論, 영어: Realism)은 철학의 용어 중 하나다. 현실주의를 뜻하는 리얼리즘과는 다르다.

개요[편집 | 원본 편집]

철학에서 말하는 실재론 혹은 형이상학적 실재론이란 "세계자연 따위가 주관의 인식 작용과는 독립하여 외부에 실체로서 존재하며, 우리는 외부의 세계에 관해 말할 수 있고 또한 탐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리킨다.

유물론은 실재론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견해 가운데 하나다. 유물론은 '세계가 외부에 실체로서 존재하며, 그 세계는 전부 물질로 이루어져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관념론 또한 결코 실재론과 배치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조지 버클리 같은 관념론자는 우리 외부에 실체가 있다는 것을 명백히 옹호하며, 단지 그런 외부의 실체가 물질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주장하는 것일 따름이다. 같은 맥락에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이데아물질보다 더 실재적이다"고 해석되는 시점에서 명백한 실재론자다.

과학적 실재론[편집 | 원본 편집]

과학철학에서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과학적 실재론"과 "과학적 반실재론(anti-realism)"과의 대립이 있다. 과학적 반실재론자는 경험적 예측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 한 명제들 간에는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의 해석에 관련하여 반실재론자는 각 해석들이 양자역학의 예측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한 모두 어느 하나가 옳고 그른 것이 없다고 본다. 왜냐면 "양자 차원의 물리학에 관하여 우리의 경험을 뛰어넘는 사물 자체가 있다"고 볼 근거도, 그럴 필요성도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서양 철학사에서 반실재론을 처음으로 세련된 형태로 제시한 것은 이마누엘 칸트라고 간주되며, 이렇듯 물자체를 거부하는 칸트의 과학철학은 앙리 푸앵카레의 과학철학적 입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더불어 토머스 쿤은 과학적 반실재론에 대한 강력한 논증을 제공한 것으로 이해된다.

반면 실재론자는 그 해석들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는 현재로는 알 수 없지만, 양자 역학에서 다루는 현상에 관한 어떤 참된 이론이 있으며 그렇지 않은 다른 이론들은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만약 드브로이-보옴 해석이 참이라면, 코펜하겐 해석은 거짓이다. 이 두 해석 모두 동등하게 양자역학의 예측을 보장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냐면 양자역학에 관한 실재론자는 단순히 경험적 예측력을 넘어서 "양자 차원의 물리학에 관하여 주관과 독립적인 실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실재론자는 최신 과학 이론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세계의 실제 모습'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과학적 실재론은 대개 일반인과학자들의 상식에 부합하는 견해라고 여겨진다. 현대 철학자 중에는 힐러리 퍼트남이 실재론에 대한 강력한 논증을 제공한 인물 중 하나다[1]

보편자 실재론[편집 | 원본 편집]

보편 논쟁의 맥락에서는 "실재론"이란 "보편자 실재론"을 가리킨다. 즉 "빨강" 같은 술어에 대응하는 속성이 추상적 존재자로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서양 철학사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보편자 실재론의 시초라고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보편자 실재론에 반대되는 입장은 "유명론(nominalism)"이라고 불린다.

각주

  1. 다만 이른바 '후기 퍼트남'은 이런 철학적 입장을 철회했다는 해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