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렬

방렬(放列, Laying)은 포병의 무기인 화포를 하달된 사격명령에 따라 사격대형으로 정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흔히 방열이라는 용어로 쓰이지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방렬이 올바른 표기로 되어있다.

견인포[편집 | 원본 편집]

155 mm 견인포 방렬

  1. 포 정렬
    정찰반이 먼저 들어와서 측각수와 포반별 5번 포수들이 각 포 위치를 미리 맞춰둔다. 이후 본대가 들어와서 방렬 명령이 떨어지면 화포 자리에 견인트럭으로 포를 밀어넣고, 자리를 잡으면 포를 분리 후 전포인원들이 포다리를 잡고 포를 지상에 거치시킨다.
  2. 가신 고정
    이후 사격시 반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하여 포다리 끝에 설치된 가신을 단단히 고정시켜야 하는데, 통상적인 훈련 상황에서는 포병의 꽃이라 불리는 곡괭이질을 열심히 하여 약 1미터 깊이의 구멍을 파고 가신을 고정시킨 후, 다시 흙을 덮어서 단단하게 다진다. 겨울철에는 땅이 얼어서 곡괭이를 내려치면 땅에서 불꽃이 튄다거나 곡괭이가 튕겨나오는 등 고충이 발생한다. 물론 1분 1초가 급박한 실전상황이라면 땅을 팔 여유가 없을 수 있으므로 두꺼운 통나무를 가신 뒤에 받치고 커다란 못을 박아 고정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가신 고정을 위해 땅을 파는데 곡괭이질 하는 곳마다 커다란 돌맹이가 박혀 있는 운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자동화 개량이 진행되지 않은 구형 K-55 자주곡사포 역시 가신과 유사한 반동흡수 장치인 스페이드를 땅에 박아넣는 절차가 진행된다. 사실 K-55 구형 모델은 견인포를 장갑차에 결합시켜 기동 능력을 부여한 물건에 가깝고, 스스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견인포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게 함정.
  3. 발사판 설치
    가신이 고정되면 이후에는 포를 지상에서 띄우기 위해서 발사판을 끼우고 자키를 뜨는데, 혼자서 하거나 2인 1조로 한다. 견인포가 허리분쇄기라는 악명을 듣는 이유가 바로 이 자키를 뜨는 과정에서 엄청난 완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며, 2인 1조로 한다고 해도 호흡이 맞지 않으면 혼자서 하는 것보다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105mm는 자키를 뜨지 않지만, 155mm는 자키를 떠야하고, 대한민국 육군의 상비사단 견인포는 모두 155mm(...).
  4. 방위각 조정
    이렇게 각을 맞춰도 사람 손으로 하는 일이 다 그렇듯 1~2 단위의 오차가 있다. 이런 미세한 오차는 막대기를 땅에 박고 화포를 지랫대의 원리로 밀어내어 조정한다. 뭔가 오차 단위가 크다면 방렬부터가 잘못된 것이므로 땅을 다시 까야 한다.
    사수의 경우 전포가 열심히 땀흘리면서 방렬하는동안 상대적으로 몸은 편하나 각도를 계산하여 포의 정확한 위치와 방향을 잡아줘야 하므로 수학 능력이 요구된다. 보통 전포에서 닳고닳은 고참급 인원이 자연스럽게 사수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지만, 사수의 소프트웨어가 뛰어나지 못하면(...) 처음부터 총명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신병을 사수로 육성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5. B/L 준비
    사격명령이 내려오면 빠른 시간 내에 첫탄이 뜨도록 포탄, 장약, 신관, 기타 사격기자재들을 포차에서 내려 화포 옆에 정리한다. 이후에는 상부의 지시가 있을경우 포 위장막 설치가 추가될 수 있다.

또한 사격지휘를 담당하는 FDC 인원의 소프트웨어도 매우 중요하다. 방렬 절차에 있어서 사격지휘가 제대로 된 사격제원을 만들지 못하면 엉뚱한 곳에 포탄을 날리는 결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자주포[편집 | 원본 편집]

대한민국 육군의 K-9 자주곡사포는 위에서 언급한 견인포나 구형 K-55 자주포의 방렬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과정을 작정하고 자동화시키는 것에 많은 투자를 기울였으므로 방렬부터 초탄까지 자동으로 진행된다. 자주포 자체도 GPS를 통해 위치를 잡게되며, 사격명령이 하달되면 상부에서 내려온 사격제원 입력 후 모든 과정이 알아서 진행된다. 심지어 반동제어를 위한 별도의 스페이드도 필요하지 않으며 최적의 조건이라면 주행 중 긴급방렬이 하달되더라도 약 1분 가량의 시간이면 사격준비가 완료될 수 있다. 이는 현대 포병전에 있어서 대포병사격으로 인한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사격과 신속한 진지변환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며, K-9은 이러한 포병교리에 최적화된 자주포로 볼 수 있다. K-55 자주곡사포도 K-9에 적용된 자동화 시스템을 접목하여 구형보다 월등한 신속방렬 능력을 갖춘 업그레이드 모델인 K-55A1 사양으로 개량되고 있다.

박격포[편집 | 원본 편집]

81mm 박격포 소개영상(1분 50초부터 방렬 비교영상)

기계화보병 81mm 박격포 방렬

차량화된 박격포(자주박격포 등)는 장갑차에 거치된 상태이므로 겨냥대만 제대로 설치하면 비교적 방렬이 간단한 편이나, 일반 보병부대의 박격포는 박격포반 인원들이 각자 분해된 박격포 구성요소들을 사이좋게 나눠서 들고 다니다가 사격명령이 떨어지면 신속하게 박격포를 설치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보통 보병대대 지원화기인 81mm 기준 포판, 포신, 포다리로 3단 분리되는데 무엇 하나 가벼운게 없다(...).

그리고 포를 설치한 이후 겨냥대를 활용하여 박격포의 정확한 위치를 잡아야 하므로, 짬이 안 되는 인원은 겨냥대를 들고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정해진 위치에 겨냥대를 박아야한다. 또한 사수로부터 겨냥틀의 정확한 위치를 하달받아 전후좌우로 조금씩 움직여야하는데 경험이 부족한 신병은 이 과정 자체가 악몽일 수 있다. 포병숫자와 수신호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면 겨냥틀 설치에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게된다. 보통 박격포 1문당 3인 1조로 운용되는 81mm 특성상 사수는 조준경을 들여다보면서 겨냥대 위치를 수신호와 구두로 지시하고, 부사수와 탄약수가 겨냥대 2개를 근거리와 원거리에 박아서 기준점(보통 2,800밀)을 설정한다. 지형이 고르지 못하다거나 기타 전장상황이 여의치않아 겨냥대 설치가 어려운 경우 주변의 지형지물중 특징적인 것을 기준삼아 겨냥점을 설정하기도 한다.

보병중대 지원화기인 60mm 박격포는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워서 1인 도수운반이 가능한 수준이어서 81mm 보다는 조금 낫지만, 반대로 1인 운반이 가능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아서 완전군장에 박격포를 올려서 행군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보병연대 지원화기인 4.2인치는 무게가 워낙 크고 아름답기 때문에 보통은 차량에 상차시킨 형태로 운용하지만, 간혹 훈련 상황에 따라서는 분해하여 도수 운반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통제관을 잘 만나길 빌자. 국방개혁이 진행되면서 남아도는 105mm 포탄이 아까워서 기존 105mm 견인포를 차량위에 올린 K105A1 차륜형 자주포가 양산되어 보병연대의 4.2인치를 대체할 예정이며, 밀어내기 식으로 보병대대에 4.2인치가 내려가고, 보병중대에 81mm가 내려가는 식으로 보병부대의 화력이 더욱 강력해진다.

보통 보병부대에서는 이러한 박격포의 방렬과정을 차려포라고 표현한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