몫공간

정의[편집 | 원본 편집]

몫공간(Quotient Space)이란, 위상수학에서 어떤 위상 공간의 몫집합 위에 존재하는 공간을 말한다. 아무래도 위상수학에서 주로 쓰이다 보니 몫위상(Quotient Topology)이라 해도 의미는 같다. 수학적인 정의를 서술하기 전에, 일반인들도 알 수 있는 몫공간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일단 A4 용지 한 장을 준비한다. 위 모서리와 아래 모서리를 붙이면 A4 용지는 동그랗게 말리고, 원기둥이 된다. 즉, A4 용지에 두 모서리를 붙이는 작용을 해주면, A4 용지와 원기둥은 동일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 사실을 수학적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종이를 말면 원기둥이 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지만, 이를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표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 "말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또 "말린 종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바로 동치관계(Equivalence Relation)몫공간이다. 종이라는 위상 공간에 종이를 마는 작용이라는 동치관계를 적용하면 원기둥이 되고, 이 원기둥이 바로 종이의 몫공간이 되는 것이다. 앞서 종이와 원기둥이 동일한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는데, 둘은 엄밀히 따지면 서로 다른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상 기하학적으로 서로 동일한 성질을 공유하기 때문에 위상 기하학에서는 둘을 "같다"라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 이를 위상 동형(Homeomorphism)이라고 한다.[1]

다른 예시를 하나 더 들어보자. 역시 A4 용지를 준비한다. 일단 위 모서리와 아래 모서리를 붙여 원기둥을 만들자. 그리고 이제 원기둥의 윗둘레와 아랫둘레를 붙이면 도넛이 된다.[2] 즉 우리는 여기서 종이라는 위상 공간에, 두 쌍의 모서리를 이어붙이는 동치관계를 적용했고, 그 결과 도넛이라는 몫공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처럼 몫공간은 현실에서 생각할 수 있는 "도형의 변형"이라 이해하면 편하다. 물론 실제 의미는 많이 다르지만 몫공간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혔으면, 이제 수학적인 정의를 살펴보자.

[math]\displaystyle{ X }[/math]를 어떤 위상 공간, [math]\displaystyle{ Y }[/math]를 어떤 집합, 그리고 함수 [math]\displaystyle{ p:X\to Y }[/math]가 전사(onto)라고 하자. 이제 집합 [math]\displaystyle{ Y }[/math]위에 위상을 다음과 같이 준다.
  • [math]\displaystyle{ Y }[/math]의 부분집합 [math]\displaystyle{ U }[/math]에 대해, [math]\displaystyle{ p^{-1}\left(U\right) }[/math][math]\displaystyle{ X }[/math]에서 열린집합이면 [math]\displaystyle{ U }[/math][math]\displaystyle{ Y }[/math]에서 열린집합이다.
이 때, 이 함수 [math]\displaystyle{ p }[/math]몫사상(Quotient Map)이라 한다. 몫사상은 정의에 의해 연속 함수라는 사실에 주목하자.[3]
이제, 다시 [math]\displaystyle{ X }[/math]를 위상 공간, [math]\displaystyle{ Y }[/math]를 어떤 집합, 그리고 함수 [math]\displaystyle{ p:X\to Y }[/math]가 전사 함수라고 하자. 그럼 [math]\displaystyle{ p }[/math]가 몫사상이 되는 위상이 [math]\displaystyle{ Y }[/math]위에서 유일하게 결정되는데, 이 위상을 몫위상이라 부른다.

이제 직관적으로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동치관계를 이용해서 다시 정의해보자. [math]\displaystyle{ X }[/math]를 어떤 위상 공간이라 하자. 여기에 적당한 동치관계 [math]\displaystyle{ \sim }[/math]를 줘서 생기는 새 공간 [math]\displaystyle{ Y=X/\sim=\left\{\left[x\right]\mid x\in X\right\} }[/math]가 바로 [math]\displaystyle{ X }[/math]의 몫공간이다. 이 때, 정규 함수(Canonical Map) [math]\displaystyle{ p:X\to Y=X/\sim }[/math]가 몫사상이 된다.

성질[편집 | 원본 편집]

많은 성질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성질은 Universal Property of Quotient Topology라 불리는, 위상 공간과 몫공간을 잇는 함수의 연속성에 관한 성질이다. 원래는 존재성도 포함하지만, 자주 쓰이는 특별한 경우만을 증명한다.

[math]\displaystyle{ X, Y }[/math]를 위상 공간, [math]\displaystyle{ X/\sim }[/math][math]\displaystyle{ X }[/math]의 몫공간, 정규 함수 [math]\displaystyle{ p:X\to X/\sim }[/math]를 몫사상이라 하자. 이제, 함수 [math]\displaystyle{ f:X/\sim\to Y }[/math]가 연속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합성함수 [math]\displaystyle{ f\circ p:X\to Y }[/math]가 연속인 것이다.

증명

몫사상 [math]\displaystyle{ p }[/math]는 정의에 의해 연속이다. 만약 [math]\displaystyle{ f }[/math]가 연속이면, 합성함수 [math]\displaystyle{ f\circ p }[/math]역시 연속이다. 이제 역으로, [math]\displaystyle{ f\circ p }[/math]가 연속이라 가정하자. [math]\displaystyle{ f }[/math]가 연속임을 보이려면 [math]\displaystyle{ Y }[/math]위의 열린집합 [math]\displaystyle{ U }[/math]에 대해 [math]\displaystyle{ f^{-1}\left(U\right) }[/math]가 열린집합임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math]\displaystyle{ f\circ p }[/math]가 연속이므로, [math]\displaystyle{ \left(f\circ p\right)^{-1}\left(U\right)=p^{-1}\left(f^{-1}\left(U\right)\right) }[/math]는 열린집합이며, 몫사상 [math]\displaystyle{ p }[/math]의 정의에 의해 [math]\displaystyle{ f^{-1}\left(U\right) }[/math]는 열린집합이다. 따라서, [math]\displaystyle{ f }[/math] 역시 연속이다.

위상 동형에서의 활용[편집 | 원본 편집]

몫공간은 주로 어떤 위상 공간을 변형하는데 주로 쓰인다. 위에서 예시로 든 직사각형이 원기둥으로 변하는 것도 그 일부. 문제는 직사각형의 몫공간과 원기둥이 위상 동형임을 보이는 과정일 것이다. 일단 위상 동형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두 위상 공간 [math]\displaystyle{ X, Y }[/math]와 함수 [math]\displaystyle{ f:X\to Y }[/math]에 대해, [math]\displaystyle{ f }[/math]연속이고, 전단사이며, 역함수 [math]\displaystyle{ f^{-1} }[/math]연속이면 [math]\displaystyle{ f }[/math]위상 동형 사상이라 부른다. 이 때, 두 공간 [math]\displaystyle{ X, Y }[/math]는 위상 동형이라 부른다.

이제 직사각형의 몫공간과 원기둥이 위상 동형임을 보여보자. 우선은 직사각형과 그 몫공간부터 정의해야 한다. 일단, 편의상 직사각형 [math]\displaystyle{ X }[/math][math]\displaystyle{ \left[0,1\right]^{\;2} }[/math]로 정의하자. 그리고 이 위에 동치관계 [math]\displaystyle{ \sim }[/math]를 다음과 같이 주자.

  • [math]\displaystyle{ \forall x\in\left[0,1\right], \left[0,x\right]\sim\left[1,x\right] }[/math]

직접 그려보면 알겠지만, 이 동치관계는 왼쪽 모서리와 오른쪽 모서리를 잇는 것이다. 이제, 위상 동형 사상 [math]\displaystyle{ f:\mathbb{R}^2\to\mathbb{R}^3 }[/math]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math]\displaystyle{ f:\left(x,y\right)\mapsto\left(\cos\left(2\pi x\right),\sin\left(2\pi x\right), y\right) }[/math]

그럼, [math]\displaystyle{ f }[/math]는 정사각형 [math]\displaystyle{ X }[/math]을 원기둥 [math]\displaystyle{ C=x^2+y^2=1, 0\leq z\leq1 }[/math]로 변환시킨다. 그럼, component-wise continuity에 의해 [math]\displaystyle{ f }[/math]는 연속이고, 여기에 정의역과 공역을 각각 제한한 [math]\displaystyle{ \tilde{f}:X\to C }[/math]역시 연속이다.[4] 이제, [math]\displaystyle{ p:X\to X/\sim }[/math]을 정규 함수라 하면, 위 universal property of quotient topology에 의해 함수 [math]\displaystyle{ g:X/\sim\to C }[/math]가 존재하고, 연속이다. 한편, 동치관계의 정의에 의해 함수 [math]\displaystyle{ g }[/math]가 전단사 함수임을 쉽게 보일 수 있다.

이 때, [math]\displaystyle{ g }[/math]는 정사각형의 몫공간과 원기둥 사이의 사상이며, 이 사상이 위상 동형이면 증명이 끝난다. 그런데 벌써 [math]\displaystyle{ g }[/math]가 연속이고 전단사임을 보였으므로, [math]\displaystyle{ g^{-1} }[/math]가 연속임을 보이면 되는데, 무슨 수로 [math]\displaystyle{ g }[/math]의 역함수를 찾는단 말인가? 만약 [math]\displaystyle{ g }[/math][math]\displaystyle{ \mathbb{R} }[/math]에서 [math]\displaystyle{ \mathbb{R} }[/math]으로 가는 함수라면 역함수를 찾는게 그나마 나을테지만, 일반적인 사상에서 역함수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그 역함수가 연속이라는 사실까지 보이려면... 하지만 다행히도 역함수를 찾지 않고도 위상 동형임을 보일 수 있는 정리가 존재한다. 여기선 증명없이 명제만 소개한다.

  • 보조 정리 1: [math]\displaystyle{ X }[/math]가 컴팩트한 위상 공간이고, 부분집합 [math]\displaystyle{ A\subseteq X }[/math]가 닫혀있으면, [math]\displaystyle{ A }[/math]는 컴팩트하다.
  • 보조 정리 2: [math]\displaystyle{ X }[/math]가 컴팩트한 위상 공간이고, [math]\displaystyle{ f:X\to Y }[/math]가 연속이면, [math]\displaystyle{ f\left(X\right) }[/math] 역시 컴팩트하다.
  • 보조 정리 3: [math]\displaystyle{ X }[/math]가 하우스도르프 공간이고, 부분집합 [math]\displaystyle{ A\subseteq X }[/math]가 컴팩트하면, [math]\displaystyle{ A }[/math]는 닫혀있다.
  • 보조 정리 4: 거리 공간에서 컴팩트한 것과 닫혀있고 유계인 것은 동치이다.
  • 정리: [math]\displaystyle{ X }[/math]가 컴팩트한 위상 공간이고, [math]\displaystyle{ Y }[/math]가 하우스도르프 공간이라 하자. 함수 [math]\displaystyle{ f:X\to Y }[/math]가 연속이고 전단사이면, [math]\displaystyle{ f }[/math]는 위상 동형 사상이다.[5]

이제 원래 문제로 다시 돌아오자. 정사각형 [math]\displaystyle{ X=\left[0,1\right]^{\;2} }[/math]는 거리 공간에서 정의되어 있으며, 닫혀있고 유계이므로 보조 정리 4에 의해 컴팩트하다. 몫사상 [math]\displaystyle{ p }[/math]는 연속이므로, 보조 정리 2에 의해 [math]\displaystyle{ X/\sim }[/math] 역시 컴팩트하다. 한편, [math]\displaystyle{ \mathbb{R}^3 }[/math]는 하우스도르프 공간이고, 원기둥 [math]\displaystyle{ C }[/math]는 그 부분공간이므로, [math]\displaystyle{ C }[/math] 역시 하우스도르프 공간이다. 따라서, 정리에 의해 [math]\displaystyle{ g:X/\sim\to C }[/math]는 위상 동형 사상이고, 이는 곧 정사각형의 몫공간과 원기둥이 위상 동형임을 보인다. 평범한 언어로 설명하면, 정사각형을 말아 올린 것이 원기둥과 동형임을 보인 것이다.

뭔가 거창한 과정을 거쳤지만, 기억해야할 것은 위 보조정리 1~4와 그 아래 정리 뿐이다. 아래는 몫공간을 이용한 위상 동형의 더 많은 예시. 증명은 자신있으면 직접 해보자.

  • 선분 양 끝을 이으면 원이 된다.
  • 정사각형의 위아래와 좌우를 각각 이으면 도넛이 된다.[6]
  • 원기둥의 윗면을 한 점으로 압축시키면 원뿔이 된다.
  • 두 원의 원주를 이으면 구가 된다.[7]
  • 닫혀있는 평면은 삼각형들을 이어붙여 만들 수 있다.[8]

각주

  1. 방송 매체에서 흔히 "머그컵과 도넛은 사실 같다!"는 소리를 하는데, 정확히는 저 둘이 위상 동형이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은 알아 듣기 힘들기 때문에 그냥 같다고 하는 것.
  2. 고등학교에서 토러스라 부르는 그것 맞다.
  3. 위상 수학에서 연속 함수는 일반적인 엡실론-델타 정의가 아니라 열린집합을 이용해 정의한다. 거리 공간에서는 두 정의가 서로 동치이지만, 일반적인 위상 공간에서는 아니기 때문 (엡실론-델타 정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4. 공역을 제한한 함수가 연속이라는 사실은 universal property of subspace topology에 따른다.
  5. 증명은 [math]\displaystyle{ X }[/math]의 닫힌 부분집합에 대해 그 상 역시 닫혀있음을 보이면 된다. 보조 정리 1, 2, 3을 순서대로 사용만하면 끝.
  6. 위상수학에서 토러스는 흔히들 알고 있을 3차원 도넛이 아닌 [math]\displaystyle{ S^1\times S^1 }[/math]의 4차원 도형으로 정의한다. 물론 이 4차원 도형과 3차원 도넛은 위상 동형이다.
  7. 두 원이 찰싹 달라붙어 그냥 원이 되는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두 원을 위아래로 떨어트려 놓고, 각 원을 3차원에서 잡아당겨 반구 모양으로 만든 뒤 이어붙인다고 생각하자.
  8. 3D 모델링 할 때 폴리곤들이 삼각형으로 되어 있을 수 있는 이유. 학부 레벨을 아득히 넘어서므로 알아만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