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독:개조된 문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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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된 문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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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한다는 것의 의미[원본 편집]

뇌과학의 입장에서 '이해한다는 것'은 '다름'을 파악하는 행위이다. 뭔가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려면, 전에 활성화되지 않았던 뉴런들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뉴런들은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어떻게 구분할까.

지금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면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들이 공존한다. 익숙한 것은 우리 뇌에 저장된 기억과 일치하는 개념이며 새로운 것은 기억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의 뇌는 이 기억을 이용해 세계에 관한 모든 것을 끊임 없이 예측한다. 그러니까 내가 경험하기 이전에 경험하리라고 예상되는 것을 미리 예측을 하는데 물론 이 행위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에 어긋나는 패턴이 들어오면 즉시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순차적이 아닌 병렬식으로 처리된다. 이 말은 뭔가 예측과 다른 패턴, 즉 오류가 발생하면 그 즉시 알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뭔가 다른 것이 천 가지라면 그 천 가지를 동시에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상세한 차이점을 알려면 의식적인 사고를 통해 분석을 해야하지만 확실히 뇌리에 박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뭔가 잘못됐어."라고 반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뭐가 잘못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잘못된 것을 알려면 이 단계보다 더 나아가야 된다. 앞서 말했다시피 의식적인 사고를 동반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지각한다는 것은 외부의 정보와 내부, 그러니까 뇌의 기억에서 파생한 예측을 조합하여 만들어진다.

개조된 문 실험[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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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실험이 하나 있다. 사고실험이라고 해도 되고 실제로 친구를 대상으로 실험해보아도 된다. 물론 실제로 이 실험을 할 경우, 문을 개조하는데 드는 비용과 그 결과는 책임지지 않는다.

이 실험은 저자가 자체 개발한 실험이며 세간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실험의 출발점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매일 집에 돌아오며 열쇠로, 혹은 비밀번호를 쳐서 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온다. 이 과정은 매우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며 우리는 이것을 습관이라고 부른다. 실험은 이 다음부터 시작된다.

당신이 외출한 동안 어떤 사람이 몰래 당신의 집 문에 어떤 개수작을 벌여놨다고 하자. 문을 어떻게 하든 상관은 없다. 원래의 문 대신 「어디든지 문」으로 바꿔 달아도 되고 소박하게 손잡이를 몇 cm 위로 올릴 수도 있다. 손잡이의 모양을 바꿔도 되고 문의 무게를 바꿀 수도 있다. 문의 경첩의 강도를 바꿔 뻑뻑하게, 혹은 느슨하게 만들어도 된다. 문 틈을 넓히거나 좁혀도 되고 문 색을 바꾸거나, 창문을 달 수도 있다. 요는 문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저자는 천 가지 수작을 부릴 수 있다고 썼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실험을 실제로 할 경우에는 등짝 스매싱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집에 돌아오고 당신의 문을 본다면 뭔가 잘못되어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문의 외형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도 문을 열려고 할 때 인지하게 될 것이다. 문의 손잡이가 조금만 위로 올려져 있어도 바로 알아차릴 것이며 문의 무게가 바뀌어도, 창문이 달려 있어도, 예쁜 분홍색 문을 열었는데 남극이 펼쳐져 있고 폥귄이 당신을 쳐다보아도, 아주 짧은 시간에 천 가지 변화 중에 어떠한 것이라도 금방 알아채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게 들리지만 뇌의 입장에서 보면 꽤 신기한 현상이다. 이것은 인공지능을 만들면서 겪는 어려움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공지능에게 문의 변화를 파악하라는 과제를 준다면 인공지능은 문의 모든 특성을 목록으로 만들고 현재 카메라 앞에 있는 문과 일일이 비교하는 식으로 과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물론 이 속도는 인간의 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빠르게 해결할 수는 있지만 최초의 문의 특성을 나열할 때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문의 '모든' 특성을 데이터 베이스에 넣는 식으로 시작하게 될텐데 '고작 문 하나'에 해당하는 데이터는 그야말로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 더군다나 실제로 우리가 이러한 전략을 사용한다면 우리 세계의 모든 목록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불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하다. 그리고 뉴런의 속도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기 때문에 문 하나의 변화를 파악하는데 목록형 데이터 베이스를 사용한다면 20분은 걸려야 그 변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실험의 의의 및 결론[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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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을 만지지 않아도 우리는 항상 예측을 하고 있다.

실험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것을 말해준다.

1. 인공지능의 해결법과 뇌의 해결법은 다르다.

2. 목록형과 순서형의 데이터 베이스로는 뇌의 '이해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

3. 하지만 뇌는 어쨌든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

개조된 문을 대했을 때 당신의 반응을 해석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당신의 뇌가 매순간 어떠한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겠지 하고 낮은 수준에서 감각적 예측들을 하며, 그런 것들이 병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뇌, 구체적으로 신피질1의 모든 영역들은 각자 동시에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려고 시도한다. 시각 영역은 모서리, 형태, 대상, 위치, 운동 등을 예측한다. 청각 영역은 어조, 소리의 방향, 소리의 양상 등을 예측한다. 체성감각 영역은 촉감, 결, 윤곽, 온도 등을 예측한다.

'예측은 문을 감지하는 뉴런들이 실제로 감각 입력을 받기에 앞서 미리 활성을 띤다는 것을 뜻한다. 그 뒤 감각입력이 들어오면, 그 입력은 예측과 비교된다. 당신이 문으로 다가갈 때, 당신의 피질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예측들을 한다. 당신이 손을 뻗을 때, 피질은 손가락이 문에 닿을 때 어떤 느낌이 들지, 실제로 문을 만졌을 때 관절들이 어떤 각도를 이루고 있을지 예측한다. 문을 밀기 시작할 때, 피질은 문의 저항이 어느 정도가 될지, 어떤 소리가 날지 예측한다. 예측이 모두 들어맞으면, 당신은 예측들이 검증 되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은 채 문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면, 그 오류는 당신의 주위를 끌게된다.

우리는 어느 감각 할 것 없이 병렬적으로 끊임없이 낮은 수준의 예측들을 하고 있다. 예측은 신피질의 주된 기능이며 지능의 토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