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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서 시리즈}} | {{안내서 시리즈}} | ||
{{글쓰기에 입문하려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
= 시나리오 = | = 시나리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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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나리오의 세계로 오신걸 환영합니다. 이 곳에 발을 들여놓으신 이유는 다양할 겁니다. 심심해서 왔을 수도 있고 아니면 부푼 기대감을 안은 채 찾아오신 분들도 있겠죠. 만약 당신이 후자의 경우라면 | 안녕하세요. 시나리오의 세계로 오신걸 환영합니다. 이 곳에 발을 들여놓으신 이유는 다양할 겁니다. 심심해서 왔을 수도 있고 아니면 부푼 기대감을 안은 채 찾아오신 분들도 있겠죠. 만약 당신이 후자의 경우라면 한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 ||
{{인용문|'''왜 시나리오를 쓰려고 하는 가?'''}} | {{인용문|'''왜 시나리오를 쓰려고 하는 가?'''}} | ||
시나리오는 사실 여러분들께 그닥 추천할만한 글쓰기는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여러분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싶다면 소설을 권하고 싶습니다. 모든 글쓰기가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시나리오라는 글은 당신에게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것은 다반사. 작품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에 막혀 끙끙대기를 수십번. 자신이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투자자에게 막혀 결국엔 이상한 괴작으로 전락하기 일수. 만약 "시나리오는 감정묘사도 없고 행동하고 대사만 필요하니 쉽게 쓸 수 있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돌아가시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 시나리오는 사실 여러분들께 그닥 추천할만한 글쓰기는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여러분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싶다면 소설을 권하고 싶습니다. 모든 글쓰기가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시나리오라는 글은 당신에게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것은 다반사. 작품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에 막혀 끙끙대기를 수십번. 자신이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투자자에게 막혀 결국엔 이상한 괴작으로 전락하기 일수. 만약 "시나리오는 감정묘사도 없고 행동하고 대사만 필요하니 쉽게 쓸 수 있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돌아가시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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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식의 문제 === | === 방식의 문제 === | ||
역으로 생각해 봅시다. 왜 항상 영화 기획사 한편에는 | 역으로 생각해 봅시다. 왜 항상 영화 기획사 한편에는 불쏘시게로 전락한 시나리오들이 산처럼 쌓여있을 가요? 한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의 작업을 살펴보도록 하죠. | ||
{{인용문2| 오늘 김아무개씨는 길을 걷다가 문득 엄청난 소재가 떠오릅니다. 그는 곧장 책상으로 달려가 컴퓨터를 킵니다. | {{인용문2| 오늘 김아무개씨는 길을 걷다가 문득 엄청난 소재가 떠오릅니다. 그는 곧장 책상으로 달려가 컴퓨터를 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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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행동) 대사, 대사, 대사, 대사 | B: (행동) 대사, 대사, 대사, 대사 | ||
묘사, 묘사, 묘사, 묘사}} | 묘사, 묘사, 묘사, 묘사}} | ||
김아무개씨는 계속 쓰고 고민하고를 반복하다가 한 중반부가 끝날 때쯤 쓰기를 멈춥니다. 그리고 문득 불안해집니다. '이거 재밌나? 내가 보기에는 완벽한데...' 결국 고민하던 김아무개씨는 핸드폰을 꺼냅니다. | 김아무개씨는 계속 쓰고 고민하고를 반복하다가 한 중반부가 끝날 때쯤 쓰기를 멈춥니다. 그리고 문득 불안해집니다. '이거 재밌나? 내가 보기에는 완벽한데...' 결국 고민하던 김아무개씨는 핸드폰을 꺼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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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주 뒤, 제작사로부터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 그리고 2주 뒤, 제작사로부터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 ||
{{인용문| | {{인용문|귀화의 시나리오는 박수를 쳐줄만합니다. 재치도 있고 대사도 매우 훌륭합니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부분은 역시 장면묘사입니다. 특히 어퍼컷 장면은 정말로 속이 시원하더군요. 설정에도 오류는 없었습니다.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 쓴게 매우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귀화의 시나리오는 저희 제작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군요.}} | ||
아무래도 김아무개씨의 시나리오가 퇴짜를 맞은 것 같습니다. 김아무개씨는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럴만 하죠. 자신이 공들인 1년이 순식간에 날아가버렸으니... | 아무래도 김아무개씨의 시나리오가 퇴짜를 맞은 것 같습니다. 김아무개씨는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럴만 하죠. 자신이 공들인 1년이 순식간에 날아가버렸으니... | ||
그러나 김아무개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영화계는 인맥이 없으면 | 그러나 김아무개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영화계는 인맥이 없으면 안돼는 것이 분명합니다. 어쩔수 없습니다.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수 밖에요.}} | ||
여러분들이 이 김아무개씨의 이야기를 보고 뭔가 문제점을 느끼셨을 겁니다. 아마 '''장면에 집착했다'''는 부분일텐데요. 장면에만 집착하다보니 스토리가 개판이었던 겁니다. 친구가 이상한 걸 느낀 것도, 제작사가 거절을 한 이유도 분명 이런 스토리 때문입니다. 너무 충동적으로 글을 썼던 것이 문제였죠. | 여러분들이 이 김아무개씨의 이야기를 보고 뭔가 문제점을 느끼셨을 겁니다. 아마 '''장면에 집착했다'''는 부분일텐데요. 장면에만 집착하다보니 스토리가 개판이었던 겁니다. 친구가 이상한 걸 느낀 것도, 제작사가 거절을 한 이유도 분명 이런 스토리 때문입니다. 너무 충동적으로 글을 썼던 것이 문제였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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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뒤, 이아무개씨는 글을 한줄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가 하는 거라고는 오직 메모카드에 뭔가를 끄적 | 8개월 뒤, 이아무개씨는 글을 한줄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가 하는 거라고는 오직 메모카드에 뭔가를 끄적 거리는것 뿐입니다.}} | ||
지금 이 아무개씨가 쓰고 있는 것은 '''단계별 개요'''입니다. 단계별 계요는 이야기를 단계별로 구성한 겁니다. 메모 한 장에 한 장면씩, 약 한 줄에서 두 줄 정도로 그 장면의 내용을 간단하게 적습니다. 예를 들면, | 지금 이 아무개씨가 쓰고 있는 것은 '''단계별 개요'''입니다. 단계별 계요는 이야기를 단계별로 구성한 겁니다. 메모 한 장에 한 장면씩, 약 한 줄에서 두 줄 정도로 그 장면의 내용을 간단하게 적습니다. 예를 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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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부실 | * 내용부실 | ||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 혹은 지식들만을 통해 사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작가도 별반 다르지 않아 자신이 아는 것만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 |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 혹은 지식들만을 통해 사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작가도 별반 다르지 않아 자신이 아는 것만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연예경험이 없는 모태솔로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과연 로맨스장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물론 수박 겉핣기식으로 자신이 지금껏 봐왔던 연애들을 가지고 흉내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쓸 수있는 연애 얘기는 정말 흉내내기에 그칠 뿐입니다. 물론, 만약 프리랜서 작가라면 내가 아는 것만 가지고서 쓸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만약 회사에 소속된 작가라면 어떻게 될까요? 가상의 상황을 한번 만들어봅시다. | ||
{{인용문2|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시나리오 팀에서 근무하는 최아무개씨. 그는 축구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 {{인용문2|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시나리오 팀에서 근무하는 최아무개씨. 그는 축구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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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날 한 프로야구팀에서 홍보 애니메이션 제작문의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상층부에서 최아무개씨에게 시나리오 작업을 맡겼습니다. 작품 소재는 바로 "외팔이 투수의 일화"였습니다. 최씨는 이 기획서를 보자마자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는 축구만 알지 야구의 '야'자도 모릅니다. 물론 이 시나리오를 안쓸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의 책상도 치워야할 것이 분명합니다. | 그런데 어느날 한 프로야구팀에서 홍보 애니메이션 제작문의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상층부에서 최아무개씨에게 시나리오 작업을 맡겼습니다. 작품 소재는 바로 "외팔이 투수의 일화"였습니다. 최씨는 이 기획서를 보자마자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는 축구만 알지 야구의 '야'자도 모릅니다. 물론 이 시나리오를 안쓸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의 책상도 치워야할 것이 분명합니다. | ||
어쩔 수 없이 최아무개씨는 야구에 관한책을 붙들고 밤새 공부하고 있습니다. 야구의 규칙 정도는 알아 둘 걸 그랬습니다.}} | 어쩔 수 없이 최아무개씨는 야구에 관한책을 붙들고 밤새 공부하고 있습니다. 야구의 규칙 정도는 알아 둘 걸 그랬습니다.}} | ||
회사에 소속된 작가의 경우, 이런 최아무개씨의 일이 빈번합니다. 특히나 메인 시나리오 작가가 아닌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 회사에 소속된 작가의 경우, 이런 최아무개씨의 일이 빈번합니다. 특히나 메인 시나리오 작가가 아닌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 ||
248번째 줄: | 251번째 줄: | ||
* 분업 작업에 대한 이해부족 | * 분업 작업에 대한 이해부족 | ||
사실 이건 필수보다는 일종의 | 사실 이건 필수보다는 일종의 팁입니다만... 알아두는 편이 좋겠죠. 자, 영화 혹은 에니메이션등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작업이 총 3단계로 나누어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제작-전(Pre-Production), 제작(Production), 제작-후(Post-Production)'''로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 분야별로(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으로)또 단계가 세분화 됩니다. 예를들어 애니메이션의 경우 대부분 이런 식으로 세분화 될 것입니다. | ||
{| class="wikitable" | {| class="wikitabl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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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만약 여러분이 시나리오 작가라면 어디 부분에서 작업을 할지는 뻔합니다. 아마 시놉시스 부터 배경설정까지겠죠. 그런데 캐릭터보드는 뭐고 [[스토리보드]]는 또 뭔지 잘 모르실 수 있습니다. 캐릭터보드는 캐릭터들을 구현하는 작업이고 스토리보드는 스토리를 일종의 콘티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물론 콘티와는 매우 다릅니다. 일단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그림을 세밀하게 그려야 할뿐만 아니라 컷안에 모든 [[미장센]]을 그려내야 합니다. 심지어는 모든 씬의 장면을 다 그려야합니다. 여튼 이 스토리보드가 이후 원,동화등 모든 제작단계를 결정짓기 때문에 | 만약 여러분이 시나리오 작가라면 어디 부분에서 작업을 할지는 뻔합니다. 아마 시놉시스 부터 배경설정까지겠죠. 그런데 캐릭터보드는 뭐고 [[스토리보드]]는 또 뭔지 잘 모르실 수 있습니다. 캐릭터보드는 캐릭터들을 구현하는 작업이고 스토리보드는 스토리를 일종의 콘티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물론 콘티와는 매우 다릅니다. 일단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그림을 세밀하게 그려야 할뿐만 아니라 컷안에 모든 [[미장센]]을 그려내야 합니다. 심지어는 모든 씬의 장면을 다 그려야합니다. 여튼 이 스토리보드가 이후 원,동화등 모든 제작단계를 결정짓기 때문에 에니메이션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그래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 ||
이렇게 중요한 스토리보드도 결국에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 스토리보드 아티스트와 좋던 싫던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럴때 여러분이 다른 작업의 방식이나 용어를 모르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잘 알아두고 있다면 서로 피드백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힐수도 있죠. 예를 한번 볼까요? | 이렇게 중요한 스토리보드도 결국에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 스토리보드 아티스트와 좋던 싫던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럴때 여러분이 다른 작업의 방식이나 용어를 모르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잘 알아두고 있다면 서로 피드백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힐수도 있죠. 예를 한번 볼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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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 네, 송작가님도 쉬세요.}} | '''김작가''': 네, 송작가님도 쉬세요.}} | ||
영화같은 경우, 극본가는 콘티라이터와 이런 대화를 주고 받게 됩니다. ....물론 이런 훈훈한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 영화같은 경우, 극본가는 콘티라이터와 이런 대화를 주고 받게 됩니다. ....물론 이런 훈훈한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ㅊ|극본가: 애초에 시나리오 대로만 그려줘도 싸울일이 없는데 왜 항상 지맘대로 바리에이션을 집어넣는거야.}} {{ㅊ|콘티라이터: 이걸 스토리라고 짠거야...? 이대로라면 망할건 뻔한데... 아 진짜. 왜 내가 똥을 치워야하냐고.}} {{ㅊ|의 반복}} 여튼, 여러분이 싸우던 피드백을 하건 서로의 작업용어나 방식을 알아두는 편이 좋습니다.<ref>위 예시 같은 경우, 기본적인 용어들만 있습니다. 혹시, 위 용어를 전혀 모르겠는 지망생 위키러 분들은 한 번쯤 공부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애초에 영상용어를 모르면 시나리오 쓰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ref>이렇듯 다른 팀원들과 계속 소통하는 것이 더 효율이 좋고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더 관철시키는데 유리합니다. 그리고 밑 항목에서 서술되었지만 시나리오는 분업 중 하나일 뿐입니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히고 싶다면 여러분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가공되어가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 편이 좋습니다. | ||
=== 현실적인 문제 === | === 현실적인 문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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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작업' = 제 2의 조별과제 ==== | ==== '공동작업' = 제 2의 조별과제 ==== | ||
시나리오가 모든 글쓰기와 차이점을 두는 가장 큰 부분이 무엇일까요? 바로 목적입니다. 소설이건 시건 논문이건 그 글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시나리오는 영상으로 재창조되기 위해 만들어진 글입니다. 따라서 시나리오 자체만 가지고는 대중에게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결국에 시나리오는 영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일부분일 뿐, 시나리오 완성이 곧 작품의 완성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모든 작업을 작가 혼자할 수도 없고 작가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만들게 됩니다. 심지어 시나리오 하나를 만드는데 여러 명이 달라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사이드 아웃 (2015년 | 시나리오가 모든 글쓰기와 차이점을 두는 가장 큰 부분이 무엇일까요? 바로 목적입니다. 소설이건 시건 논문이건 그 글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시나리오는 영상으로 재창조되기 위해 만들어진 글입니다. 따라서 시나리오 자체만 가지고는 대중에게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결국에 시나리오는 영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일부분일 뿐, 시나리오 완성이 곧 작품의 완성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모든 작업을 작가 혼자할 수도 없고 작가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만들게 됩니다. 심지어 시나리오 하나를 만드는데 여러 명이 달라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사이드 아웃 (2015년)|인사이드 아웃]] 같은 경우 스토리팀에만 17명이 있습니다. | ||
그러나 여러분이 조별과제를 단 한 번만이라도 해봤다면 공동작업이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인지 아실겁니다. 게다가 그 모인 사람들이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물론 예술하는 사람들이 다 괴팍하고 독립적이라는 건 편견일지도 모릅니다만... 적어도 자신만의 예술관이 철저하다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일이 정말로 빈번합니다. 특히 이런 문제가 가장 두드러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독이 자기 소신이 너무나도 뚜렷할 때입니다. 실제 한국 애니계에서 꽤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혹시 국산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를 아시나요? 2006년에 개봉한 이 애니는 [[이성강]]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한국 애니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 작품이자, 연예인 더빙의 문제점을 만천하에 공개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 재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단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스핑크스 노래를 모르실리가 없습니다. | 그러나 여러분이 조별과제를 단 한 번만이라도 해봤다면 공동작업이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인지 아실겁니다. 게다가 그 모인 사람들이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물론 예술하는 사람들이 다 괴팍하고 독립적이라는 건 편견일지도 모릅니다만... 적어도 자신만의 예술관이 철저하다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일이 정말로 빈번합니다. 특히 이런 문제가 가장 두드러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독이 자기 소신이 너무나도 뚜렷할 때입니다. 실제 한국 애니계에서 꽤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혹시 국산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를 아시나요? 2006년에 개봉한 이 애니는 [[이성강]]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한국 애니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 작품이자, 연예인 더빙의 문제점을 만천하에 공개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 재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단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스핑크스 노래를 모르실리가 없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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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재미있는 이집트 여행 오 신비로운 사막을 찾아 오 환상적인 오 영화같은 오 신비로운 이집트 여행|천년여우 여우비 中|이성강 감독 作}} | 오 재미있는 이집트 여행 오 신비로운 사막을 찾아 오 환상적인 오 영화같은 오 신비로운 이집트 여행|천년여우 여우비 中|이성강 감독 作}} | ||
대부분의 평론가와 관객들이 저 노래가 왜 들어갔는지 의문을 가졌습니다.<ref>여담이지만, 저 노래가 나올 때 영화관을 가득 매우던 한숨소리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ref> 다른 OST인 '기억해요'에 비하면 너무나 터무니 없는 노래가 뜬금포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 씬은 이성강 감독이 어떻게 해서든 집어넣으려고 했던 장면입니다. 감독은 저 장면이 100% 성공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나리오 팀에서 들고 일어난 겁니다. 시나리오 팀은 노래의 완성도를 떠나 도대체 왜 이 장면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저 장면은 절대 넣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나 이성강 감독도 물러서지 않고 저 씬을 넣자고 계속해서 설득했습니다. 결국에 시나리오 팀이 '''투자자를 불러 회의를 열었습니다.''' 정말 말도 | 대부분의 평론가와 관객들이 저 노래가 왜 들어갔는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ref>여담이지만, 저 노래가 나올 때 영화관을 가득 매우던 한숨소리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ref> 다른 OST인 '기억해요'에 비하면 너무나 터무니 없는 노래가 뜬금포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 씬은 이성강 감독이 어떻게 해서든 집어넣으려고 했던 장면입니다. 감독은 저 장면이 100% 성공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나리오 팀에서 들고 일어난 겁니다. 시나리오 팀은 노래의 완성도를 떠나 도대체 왜 이 장면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저 장면은 절대 넣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나 이성강 감독도 물러서지 않고 저 씬을 넣자고 계속해서 설득했습니다. 결국에 시나리오 팀이 '''투자자를 불러 회의를 열었습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사건입니다. 투자자의 간섭을 받는 걸 제일 실어하는 제작팀은 어떤 수를 써서든 투자자와 만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정말 필요할 때(투자를 받을 때)나 같이 만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투자자를 불렀다는 건 어떤 수를 써서든 저 노래를 집어넣지 않겠다는 최후의 수를 쓴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이성강 감독은 투자자에게 저 노래를 넣어야한다고 설득했고 '''그것이 성공했습니다!''' 결국에 저 노래가 시나리오에 들어가게 됐죠. | ||
물론 저 노래가 비판 받은 이유가 감독 때문이라고 확답을 할 수는 없습니다. {{ㅊ|원래 이성강 감독이 미학적인 부분을 잘 살리는 감독으로 유명한지라(...)}} 다른 부서의 문제일 수도 있고 노래를 못살린 성우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여튼간 이 일화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치더라도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는 작가가 쓰는 거지만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글 쓰는 입장에서 자신이 계획한대로 스토리를 전개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끔찍한 경험입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는 그 경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 물론 저 노래가 비판 받은 이유가 감독 때문이라고 확답을 할 수는 없습니다. {{ㅊ|원래 이성강 감독이 미학적인 부분을 잘 살리는 감독으로 유명한지라(...)}} 다른 부서의 문제일 수도 있고 노래를 못살린 성우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여튼간 이 일화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치더라도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는 작가가 쓰는 거지만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글 쓰는 입장에서 자신이 계획한대로 스토리를 전개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끔찍한 경험입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는 그 경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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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궁창같은 대우 ==== | ==== 시궁창같은 대우 ==== | ||
시나리오 라이터. 혹은 극본가나 각본가. 아니면 스토리 작가. 각 분야마다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을 다르게 부릅니다. 그들은 분야는 다르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시나리오를 쓴다는 점. 둘째는 '''천한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인용문| 글? 나라도 쓰겠다 시나리오 쓰는 게 어렵냐?}} {{인용문|구조조정은 저기 기획팀부터 해. 쟤네 여러명 두는 거 돈낭비야.}} {{인용문| 감독할 능력은 안 돼, 근데 영화는 만들고 싶으니까 글쓰는 거 아냐?}} {{인용문| 너가 뭘 알아? 할 줄아는 건 글밖에 못쓰는 글나부랭이 주제에... 꼬우면 | 시나리오 라이터. 혹은 극본가나 각본가. 아니면 스토리 작가. 각 분야마다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을 다르게 부릅니다. 그들은 분야는 다르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시나리오를 쓴다는 점. 둘째는 '''천한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인용문| 글? 나라도 쓰겠다 시나리오 쓰는 게 어렵냐?}} {{인용문|구조조정은 저기 기획팀부터 해. 쟤네 여러명 두는 거 돈낭비야.}} {{인용문| 감독할 능력은 안 돼, 근데 영화는 만들고 싶으니까 글쓰는 거 아냐?}} {{인용문| 너가 뭘 알아? 할 줄아는 건 글밖에 못쓰는 글나부랭이 주제에... 꼬우면 감독하던가.}} |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맡은 무능력자. 가장 먼저 모가지가 날라가는 곳. 그게 바로 여러분이 꿈꾸고 있는 직업입니다. 세간은 시나리오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부수적인 일."''' 시나리오를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쓴 사람이라면 이 말도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맡은 무능력자. 가장 먼저 모가지가 날라가는 곳. 그게 바로 여러분이 꿈꾸고 있는 직업입니다. 세간은 시나리오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부수적인 일."''' 시나리오를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쓴 사람이라면 이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쓰지 않은 사람에겐 글이나 끄적이는 것이고, 그걸 직업으로 삼은 사람은 글이나 끄적이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것이 일반 대중이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지만 같이 작업하는 동료와 상사들에게서도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ref>시나리오는 글을 별로 쓰지 않는다는 오해와 시나리오에 대한 몰이해가 합처진 결과입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소설의 하위장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희곡과 비스무리한 것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나 시나리오는 전혀 다른 분야입니다. 또한 성공한 소설 작가라고 해서 반드시 시나리오에서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ref> 받는 임금도 최저 수준. 촬영장에 나가면 허드렛일이나 하는 감독 비서로 전락하고, 글쟁이라고 얕잡아보여 무시당하고 얼차려받기도 합니다. 설사 중견급 작가일지라도 대우가 별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의욕은 사라지고 자괴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시나리오에 손을 땐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 ||
이런 탓에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모두 직업을 바꾸고 있습니다.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는 게임 기획자로,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 각본가는 감독이 되려고 노력하죠. 이처럼 여러분이 낮은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시나리오를 부차적인 것으로 돌려야 합니다. | 이런 탓에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모두 직업을 바꾸고 있습니다.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는 게임 기획자로,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 각본가는 감독이 되려고 노력하죠. 이처럼 여러분이 낮은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시나리오를 부차적인 것으로 돌려야 합니다. | ||
그러나 다행스러운 점은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깨우친 몇몇 나라들이 시나리오 작가의 대우를 높여주고 열정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천대받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에런 소킨]]<ref>[[어 퓨 굿 맨]], [[머니볼]]등 집필</ref>, [[ | 그러나 다행스러운 점은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깨우친 몇몇 나라들이 시나리오 작가의 대우를 높여주고 열정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천대받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에런 소킨]]<ref>[[어 퓨 굿 맨]], [[머니볼]]등 집필</ref>, [[조나단 놀란]]<ref>[[크리스토퍼 놀란]]의 동생으로 유명. [[인터스텔라]]를 집필.</ref>,[[우로부치 겐]]<ref>대표작으로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PSYCHO-PASS]]등이 있다. [[Fate/Zero]] 관한 내용은 후술.</ref> 같은 유명 시나리오 라이터들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어떻냐고요? ......그 얘기는 조금 있다가 말씀드리도록 하죠... | ||
==== 돈, 환경, 장르의 제약 ==== | ==== 돈, 환경, 장르의 제약 ==== | ||
==== 스포트라이트로부터 외면 ==== | |||
==== 한국에서 ==== | ==== 한국에서 ==== | ||
== 용어와 전략 == | == 용어와 전략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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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구성 === | === 이야기의 구성 === | ||
==== 구조 ==== | ==== 구조 ==== | ||
==== 사건 ==== | ==== 사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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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 ==== | ==== 기 ==== | ||
이야기의 시작에서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 이야기의 시작에서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두가지입니다. | ||
# 처음부터 큰 사건을 벌이던가 | # 처음부터 큰 사건을 벌이던가 | ||
# 작은 | #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한 작은 사건들로 시작하던가 | ||
장점과 단점도 소설과 같이, 전자의 경우 처음부터 집중도를 높일 수 있지만 아무 일 없이 다짜고짜 터지는 일이기 때문에 선택을 잘 해야 됩니다. 이런 종류로는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반대로 이목을 확 끌지는 않지만 위험부담이 상당히 적은 편이라는게 장점입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괴물을 들 수가 있겠군요. | 장점과 단점도 소설과 같이, 전자의 경우 처음부터 집중도를 높일 수 있지만 아무 일 없이 다짜고짜 터지는 일이기 때문에 선택을 잘 해야 됩니다. 이런 종류로는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반대로 이목을 확 끌지는 않지만 위험부담이 상당히 적은 편이라는게 장점입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괴물을 들 수가 있겠군요. | ||
'기'가 잘못 잡히면 전반적인 스토리는 흐트러질 | '기'가 잘못 잡히면 전반적인 스토리는 흐트러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의 시작을 정할 때 주의하셔야 합니다. | ||
==== 승 ==== | ==== 승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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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 {{각주}} | ||
{{리브레 시리즈}} | {{리브레 시리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