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 운동/대통령 기념사

김대중 대통령[편집 | 원본 편집]

2000년[편집 | 원본 편집]

존경하고 사랑하는 광주시민과 국민 여러분!

5.18 유가족과 부상자,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빈 여러분!

저는 오늘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감회 속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년전 오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불사른 민주영령 앞에 이제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서 있습니다.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저미는 충장로와 금남로, 그리고 전라남도 도청에서 빛도 없이 쓰러져간 수많은 민주주의의 영웅들을 생각할 때마다 저는 한없는 슬픔과 감동, 그리고 새로운 각오를 갖게 됩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제가 광주의 비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5.18 항쟁이 일어난 지 40여일이 지나서 였습니다.

5.18 하루 전 군사정권에 연행되어 40여일 동안 모진 박해를 받던 중 당시 군부의 실력자 한사람이 전해준 묵은 신문을 보고서야 비로소 광주에서 있었던 천인공노할 참상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으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후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속에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저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러한 제 처지보다 가신 임들과 그 유가족이나 광주시민들을 위해서 지금 당장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더욱 괴롭게 했습니다.

저는 그 때 결심했습니다. 가신 임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분들의 뒤를 따라 정의롭게 죽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만이 민주영령과 국민, 그리고 역사 앞에 영원히 사는 길이라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들에게 협력하기만 하면 대통령을 빼놓고는 어떠한 직책이라도 주겠다는 군부의 제의를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사형선고의 확정판결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후 20년이 지났습니다. 가신 임들의 고귀한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임들이 스스로의 몸으로 불살랐던 민주화의 불꽃은 그 후 암흑같은 독재의 치하에서도 꺼지지 않고 불타올랐습니다. 줄기찬 민주화의 불길은 87년 6월 전국적인 시민항쟁으로 번져나갔고, 마침내 97년 12월 헌정사상 최초의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루는 민주주의의 커다란 성취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위대한 광주의 정신이 살아서 승리한 것입니다.

그에 따라 '폭도'로 몰렸던 그날의 광주시민은 이제 민주주의의 위대한 수호자로서 전 세계인의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무도한 총칼 아래 짓밟혔던 광주는 이제 민주주의의 성지로서 역사 속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오늘 5.18 민주화운동 20주년을 맞아 저는 이 나라 민주제단에 몸을 던져 산화하신 임들의 고귀한 영전에 다시한번 뜨거운 추모를 올리면서 삼가 명복을 빌어마지 않습니다.

또한 오늘 이 순간까지 그날의 상처로 슬픔과 고통을 겪고 계신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에게도 충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광주시민 여러분에게 다시한번 큰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바입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

5.18의 광주는 우리에게 위대한 교훈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날의 광주는 세계의 모든 시민에게 자유와 평화, 인권과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드높은 표상이 되고 있습니다.

5.18에서 우리가 보았던 첫 번째 정신은 인권정신이었습니다. 불의한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서 광주는 인간의 소중한 권리를 지키고자 싸웠습니다. 인권이 침해되고 고귀한 생명이 짓밟히는 것을 보면서 광주시민은 하나로 일어나 분노하고 저항했습니다. 자유와 민주, 그리고 인권을 수호하려는 거룩한 뜻이 거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둘째는 비폭력의 정신이었습니다. 광주시민은 맨손으로 잔혹한 총칼에 맞섰습니다. 자유와 정의와 민주주의의 깃발 아래 온몸을 던져 자신을 희생했던 것입니다. 무기를 손에 넣고도 결코 이를 사용해서 누구에게도 살상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한 비폭력의 정신이었던 것입니다.

셋째는 성숙한 시민정신이었습니다. 공권력의 공백 속에서도 광주에는 단 한건의 약탈이나 방화도 없었습니다. 그 어떤 혼란이나 무질서도 없었습니다. 시민 모두가 동지애와 높은 질서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보살피고 치안을 지켰습니다. 이것은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입니다.

넷째는 평화의 정신이었습니다. 시민자치가 이루어진 열흘동안 어떠한 보복도 없었으며, 광주시민들은 진압군 측과 대화를 시도하는 등 항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이러한 광주의 위대한 정신은 우리만의 자랑이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믿고 숭상하는 전 세계인의 자랑인 것입니다. 광주시민의 행동이야말로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도 얼마나 위대한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인간승리의 대서사시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5.18 광주항쟁이 구현한 고귀한 뜻과 정신이 영원히 살아 숨쉬도록 해야 합니다.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언제나 현재로서 뜨겁게 불타오르도록 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가 더욱 확고히 지켜지고 발전돼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힘겨운 투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5.18의 광주가 그러한 의로운 투쟁에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는 힘찬 격려의 함성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광주시민과 5.18 기념행사위원회가 다양한 국제적 교류를 통해 5.18의 역사적 의의와 공헌을 재조명하고, 전 세계 민주시민과의 연대와 협력을 다지고 있는 것을 매우 뜻깊고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정부는 5.18 항쟁의 고귀한 정신과 값진 헌신이 역사 속에 영원히 기억되고 크게 선양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겠습니다. 그에 따라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상을 받았거나 앞으로 받게될 모든 5.18 희생자들을 '민주화 유공자'로 예우하고, 5.18 묘역을 국립묘지로 승격시킬 것입니다.

이와 함께 각종 기념사업을 실시하여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분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고, 5.18의 숭고한 정신을 길이 계승,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광주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내빈 여러분!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가 그날의 광주에 빚지지 않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제는 우리가 살아남은 사람들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광주항쟁의 정신을 받들어 인권을 더욱 신장시키고 민주주의를 완성하는데 노력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국민의 정부'는 여성과 노동자의 권익을 크게 향상시키는 등 인권 신장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집회, 시위, 파업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습니다. 시민운동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부는『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인권위원회를 설치하여 세계에서 모범이 되는 인권 선진국가를 건설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국정에 참여하는 참여 민주주의를 더욱 내실있게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살기좋은 나라를 염원하던 5.18 광주시민의 뜻을 받들어 경제적 번영과 21세기를 향한 도약을 이룩해야 합니다. 경제개혁을 철저하게 추진해서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앞서갈 수 있는 정보강국을 건설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생산적 복지를 강화해서 모든 국민이 공동체적 연대 속에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정의롭고 복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화해와 대화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가신 임들의 고귀한 뜻을 받드는 길입니다. 5.18 광주정신을 완성하는 길인 것입니다.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이 되는 오늘을 기해서 이제 지역간, 계층간의 모든 분열과 대립을 종식시켜야 하겠습니다. 특히 망국적인 지역감정의 사슬을 단호히 끊고 화합과 협력의 새 시대로 힘차게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나아가서 우리는 남북이 평화의 토대 위에서 서로 협력하고 공존공영하는 민족의 대화합을 이룩해야 합니다. 이제 불과 20여일 후면 분단 55년만에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됩니다. 불신과 적대로 점철됐던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를 생각할 때 남북 정상간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획기적인 역사의 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번 회담이 민족사의 물줄기를 신뢰와 화합으로 돌려놓는 커다란 분수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민족의 장래를 크게 열어가는 이 일에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5.18 민주영령들의 값진 희생에 보답하고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조상이 되는 길이라는 것을 저는 확신해 마지 않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빈 여러분!

5.18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민주주의의 앞길을 밝히는 불멸의 횃불이 될 것입니다. 또한 민족을 번영과 통일로 이끄는 선도자가 될 것입니다.

오늘의 이 뜻깊은 기념식이 우리 모두에게 엄숙한 결의와 다짐의 장이 되도록 합시다. 민주주의 발전과 국가의 도약, 그리고 국민과 민족의 대화합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출발점이 되도록 합시다. 저는 그 대열의 선두에서 여러분과 함께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5.18 민주영령들의 명복을 빌면서 유가족과 부상자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그리고 모든 광주시민에게 영광과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노무현 대통령[편집 | 원본 편집]

2003년[편집 | 원본 편집]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오늘 광주민주화운동 23주년을 맞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5·18영령들 앞에 머리 숙여 감사드리면서 삼가 명복을 빕니다.

그날의 아픈 상처로 지금까지도 슬픔과 고통을 겪고 계시는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큰 아픔을 딛고 일어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어 오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 존경의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은 우리 역사, 아니 세계의 민주주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무엇보다‘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남겨 주었습니다. 1980년 당시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던 광주의 함성은 정부와 언론에 의해 불순분자의 난동으로 왜곡되기도 했습니다. 자유와 정의, 인권을 부르짖은 시민들은 폭도로 매도되었습니다. 정의와 양심의 분노가 군부의 총칼 앞에 무참히 짓밟혔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5·18광주는‘승리의 역사’로 부활되어 있습니다. 5·18광주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뜨거운 열기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져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토대가 되었고, 마침내 오늘의 참여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참여정부는 바로 5·18광주의 숭고한 희생이 만들어낸 정부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참여정부는 5·18광주의 위대한 정신을 계승할 것입니다. 그리하여‘개혁과 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것입니다. 참여정부의 국정목표인‘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실현함으로써 광주민주화운동을 최종적으로 완성시켜 나갈 것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수많은 개혁과제들이 있습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원칙과 신뢰를 바로 세우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뿌리내려야 합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는 것도 숙제입니다. 무엇보다도 국민이 진정한 주인으로 대접받는 정치와 행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직하게 땀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한데 모아야 할 때입니다. 내부 분열로 시간과 국력을 낭비해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대립과 투쟁에서 대화와 협력으로, 집중과 통제에서 분권과 자율로, 소외와 차별에서 참여와 공존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참여정부의 국정원리인‘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자율과 분권’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바로 국민통합입니다. 국민통합은 참여정부가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할 역사적 소명입니다.

우리 함께 손잡고 나아갑시다. 개혁과 통합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희망찬 시대를 열어 갑시다. 이곳 5·18 국립묘지에 잠들어 계신 애국영령들이 우리를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편집 | 원본 편집]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우리는 오늘 5∙18민주화운동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그리고 이 나라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치신 5∙18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날의 상처로 지금 이 순간까지 고통받고 계신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분노와 슬픔을 승화시켜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고 계신 위대한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5∙18은 승리의 역사입니다. 군부독재의 무자비한 폭력도 민주주의를 향한 광주시민들의 열정만은 꺾지 못했습니다. 광주의 용기와 희생은 민주화의 불꽃이되어 1987년 6월항쟁으로 타올랐고, 마침내 군부독재를 무너뜨렸습니다. 시민의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은 목숨이 오가는 극한 상황에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부상자를 치료하고 어려움을 나누었습니다. 약탈도, 방화도, 보복도 없는, 그야말로 민주질서를 유지했습니다.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대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것은 세계 역사를 봐도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우리가 세계에 손색이 없는 당당한 민주주의를 하게 된 토대에 바로 광주가 있었음을 우리 국민은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의 성장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시민사회가 국정을 이끌어 가는 핵심적인 주체로 등장했고, 우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시민사회를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 위상에 걸맞게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해 가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인 참여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합의 수준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반대를 용납하지 않고 폭력과 공작으로 경쟁을 무력화시켰던 독재의 역사는결코 되풀이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상대를 존중하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고 규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결과에는 반드시 승복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감정적 대립을 뛰어넘어 합리적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야합니다. 이것이 사회적 갈등을 효율적으로 극복하고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길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5∙18의 숭고한 뜻을 오늘에 되살려 냅시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선진한국을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런 역사를 물려 줍시다.

5∙18 영령들이 우리의 앞길을 밝혀 주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편집 | 원본 편집]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스물일곱 돌이 되었습니다. 먼저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치신 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고 삼가 명복을 빕니다.

고문과 투옥, 부상의 후유증으로 지금 이 순간까지 고통 받고 계신 피해자 여러분,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고 통한의 세월을 살아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충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역사의 고비마다 시대적 사명을 앞장서 실천해 오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5.18은 역사에 많은 의미를 남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80년 광주에서 타오른 민주화의 불꽃은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되어 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군부독재를 무너뜨렸습니다. 군부와 언론에 의해 폭도로 매도되어 무참히 짓밟혔던 5.18 광주는 민주주의의 성지로 부활했습니다.

5.18 그 날의 광주는 목숨이 오가는 극한상황에서도 놀라운 용기와 절제력으로 민주주의 시민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너와 내가 따로 없이 부상자를 치료하고 주먹밥을 나누었습니다. 시민들의 자치로 완벽한 민주질서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세계 시민항쟁의 역사에 유례가 없는 민주시민의 모범을 남겼습니다.

이제 이 같은 비극은 없을 것입니다. 불의한 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는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의 큰 물줄기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며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방향으로 흐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어느 누구도 이 도도한 진보의 흐름을 가로막거나 되돌리지 못할 것입니다.

4.19혁명, 10.16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의 역사가 우리들의 가슴에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걱정스러운 일도 없지는 않습니다.

요즈음 다시 민주주의의 역사를 냉소하고 비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민주세력이 무능하다거나 실패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민주세력임을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참으로 민망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무능하다는 말입니까? 언제와 비교해서 실패했다는 말입니까? 군사독재가 유능하고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까?

민주세력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안보, 모든 면에서 87년 이전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역사의 진보를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독재 정권을 퇴장시키고 민주주의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선거를 통해 여야 간 정권교체를 이루고, 독재체제에서 구축된 특권과 반칙, 권위주의 문화를 청산했습니다. 정경유착과 권력형 부패의 고리를 끊어냈습니다. 권력기관은 제자리로 돌려 보내고, 권력과 언론의 관계도 다시 정리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유착은 없을 것입니다. 과거사 정리로 역사의 대의를 바로 잡고 있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자유와 인권을 누리고 창의를 꽃피우고 있습니다. 진정한 국민주권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일이 무엇입니까?

군사정권의 경제성과를 굳이 부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군사정권의 업적은 부당하게 남의 기회를 박탈하여 이룬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업적이 독재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업적이었다는 논리는 증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논리는 우리 국민의 역량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87년 민주화 이후부터 우리 경제는 체질을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IMF 위기는 개발독재의 획일주의와 유착경제의 잔재를 신속하게 청산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는 신속하고 과감한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이후 우리 경제는 인재중심의 지식기반 경제, 혁신주도의 경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개방을 통해 세계적 흐름에도 한 걸음 앞서가고 있습니다. 경제규모, 과학기술, 산업경쟁력, 환경, 문화 분야 모두 그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습니다.

수출 4천억 달러,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너도 나도 의심 없이 3만 달러 시대를 공약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창의가 꽃피는 사회,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라야 의욕 넘치는 시장, 혁신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민주정부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고 전국민 국민연금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복지투자를 사회투자 전략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는 더불어 잘 사는 균형사회를 만들자는 전략입니다. ‘함께 가는 희망한국 비전 2030’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또한 민주정부가 하는 일입니다.

평화주의를 확실한 대세로 굳혀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오랜 냉전의 굴레에서 벗어나 화해협력의 길로 확실한 방향을 잡았습니다. 핵심적인 군사요충지였던 개성공단이 한반도 경제협력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반세기 이상 끊어졌던 남북한의 철길도 어제 다시 열렸습니다. 이렇게 가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더욱 굳어지고 한국경제에 새로운 기회도 열릴 것입니다.

또한 한미관계가 일방적인 의존관계에서 상호 존중의 협력관계로 바뀌고 있습니다. 자주국방도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여전히 공고합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달라진 것입니다.

이 모두가 민주정부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민주세력이 이룬 성취입니다. 민주세력이야말로 한국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오신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러나 아직 아쉬운 일이 있습니다. 아직 남은 일이 있습니다. 아직도 지역주의가 살아 있습니다. 우리 정치에 살아 있습니다.

5년 전 이 곳 광주시민들은 참으로 훌륭한 결단을 해 주셨습니다. 영남 사람인 저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결단에 보답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이제 국정 운영과 정부 인사에서 지역 차별을 한다는 비판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영남도 화답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와 그 이후의 선거에서는 영남에서도 30% 내외의 국민이 지역 당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기대를 걸어볼만한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선거제도가 합리적인 제도였더라면 상당한 당선자를 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여기에서 다시 후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역주의는 어느 지역 국민에게도 이롭지 않습니다. 오로지 일부 정치인들에게만 이로울 뿐입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정책과 논리로 경쟁하는 정치,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가는 정치, 정치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 그런 수준 높은 정치를 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욕설과 몸싸움, 태업과 공전을 일삼는 국회, 공천헌금과 정치부패를 반복하는 정치가 없어지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공천헌금 비리가 118건에 이르렀습니다. 이대로 가면 부패정치가 되살아 날 것입니다.

여러분이 제게 대통령의 중책을 맡긴 것은 제가 일관되게 지역주의에 맞서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 저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끝까지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게 더 남은 힘이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깊은 헤아림이 필요한 때입니다.

국민 여러분, 문제가 있고 어려움이 있어도 역사는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역사를 멀리 내다보고,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바른 역사, 정의로운 역사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5·18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깁시다. 마음과 힘을 모아 성숙한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선진한국의 밝은 미래를 열어나갑시다.

이곳에 계신 5·18 영령께서 우리를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명박 대통령[편집 | 원본 편집]

2008년[편집 | 원본 편집]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오늘 민주화의 성지, 빛고을 광주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 곳을 찾았지만,오늘 저는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서게 되니 특별한 각별한 감회를 갖습니다.

28년 전 오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숨져간 민주 영령들 앞에 온 국민과 함께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

그 날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시는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들께도 충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역사의 고비마다 정의와 진실을 위해 앞장서 온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을 저는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크나큰 아픔으로 남았지만,우리가 지금과 같은 민주화사회를 이루는 데 큰 초석이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지혜로웠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과거의 사건으로 묻어두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동력으로 승화시켜, 위대한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루어 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여러분,

이제 5.18 정신은 그 자체로 이미 귀중한 자산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민주화로 활짝 피어난 5.18 을 선진일류국가를 건설하는 정신적 지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역사는 지금 우리에게 산업화ㆍ민주화를 거쳐 선진화를 이뤄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계에는 선진국 문턱에 다가섰다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주저앉은 나라들이 많습니다.그들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서 우리는 선진국의 꿈을 반드시 실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창의와 실용으로 우리는 변화해야 합니다.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통합과 상생의 길로 나서야 합니다.
선진국으로 성큼 들어서기 위해서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물론 변화의 과정에는 다소간의 어려움이나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념과 지역주의와 같은 낡은 가치에 사로잡혀서는 결코 우리는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할 수가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당면한 어려움과 과제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 각오를 새롭게 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지금 국내외 경제 환경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위기라고 할 때 오히려 우리는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체질을 튼튼하게 다져나간다면 여건이 좋아졌을 때 누구보다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한 관계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북한이 변화에 나선다면 우리가 앞장서서 도울 것입니다.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북한을 대하고 있으며, 언제든 만나 당면한 문제를 풀어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지난해 대선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비가 오는 중에도 저의 유세를 들으며 박수를 보내주시던 여러분의 모습을 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 때, 여러분의 성원에 큰 용기를 얻었고,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그 때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를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을 드렸습니다. 낡은 시대의 차별과 지역 갈등을 근원적으로 없애고,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광주 전남 지역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힘쓰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다시한번 드립니다.

또한 재임기간 중에 광주가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입니다. 2013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를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5ㆍ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국민 통합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일에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우리 모두 하나 되는 대동의 광장에서 미래를 향해 힘을 모아 나아갑시다. 선진화의 새 역사를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 나갑시다.

박근혜 대통령[편집 | 원본 편집]

2013년[편집 | 원본 편집]

5.18 광주 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이하여 민주주의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33년의 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의 슬픔을 지우지 못하고 계신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광주시민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가족을 잃고 벗을 떠나보낸 그 아픈 심정은 어떤 말로도 온전하게 치유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매번 5.18 국립묘지를 방문할 때마다 가족들과 광주의 아픔을 느낍니다.

영령들께서 남기신 뜻을 받들어 보다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이 그 희생과 아픔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우리나라를 더욱 자랑스러운 국가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시민 여러분, 산업화와 민주화의 고비를 넘어선 우리 앞에 지금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계가 놀란 경제성장으로 국가는 크게 발전했지만 국민의 삶은 그만큼 행복하지 못합니다.민주주의의 큰 진전을 이뤄냈지만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갈등의 골은 메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새로운 국가발전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정치사회 영역에 머물렀던 민주화를 경제 분야로 더욱 확장시켜서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그것이 우리 앞에 밀려오는 도전을 극복하는 길입니다. 그런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지역을 넘어, 아픔을 넘어,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발전을 위해 다같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저는 이제 5.18 정신이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으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행복이고,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는 것입니다.

앞으로 정부는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각계각층의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서 국가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것입니다.

그 길에 민주화를 위해 고귀한 희생과 아픔을 겪으신 여러분께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국민행복의 새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의 날에 다시 한 번 민주영령 앞에 깊은 추모의 마음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편집 | 원본 편집]

2017년[편집 | 원본 편집]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오늘 5.18민주화운동 37주년을 맞아, 5.18묘역에 서니 감회가 매우 깊습니다.

37년 전 그날의 광주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먼저 80년 오월의 광주시민들을 떠올립니다.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습니다. 평범한 시민이었고 학생이었습니다. 그들은 인권과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광주 영령들 앞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오월 광주가 남긴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채 오늘을 살고 계시는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1980년 오월 광주는 지금도 살아있는 현실입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 비극의 역사를 딛고 섰습니다. 광주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버티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월 광주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께 각별한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5.18은 불의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선 시민들의 항쟁이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진실은 오랜 시간 은폐되고, 왜곡되고, 탄압 받았습니다. 그러나 서슬퍼런 독재의 어둠 속에서도 국민들은 광주의 불빛을 따라 한걸음씩 나아갔습니다.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일이 민주화운동이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 자신도 5.18때 구속된 일이 있었지만 제가 겪은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광주의 진실은 저에게 외면할 수 없는 분노였고,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었습니다. 그 부채감이 민주화운동에 나설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것이 저를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준 힘이 됐습니다.

마침내 오월 광주는 지난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습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분노와 정의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인하는 함성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는 치열한 열정과 하나 된 마음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있습니다. 1987년 6월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다짐합니다.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입니다.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 꽃을 피워낼 것입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오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된 이 땅의 민주주의의 역사에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헬기사격까지 포함하여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5.18 관련 자료의 폐기와 역사왜곡을 막겠습니다. 전남도청 복원 문제는 광주시와 협의하고 협력하겠습니다.

완전한 진상규명은 결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식과 정의의 문제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가꾸어야할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존하는 일입니다.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저의 공약도 지키겠습니다.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은 비로소 온 국민이 기억하고 배우는 자랑스러운 역사로 자리매김 될 것입니다.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어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닙니다. 오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입니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입니다.

오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그동안 상처받은 광주정신을 다시 살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2년 전, 진도 팽목항에 5.18의 엄마가 4.16의 엄마에게 보낸 펼침막이 있었습니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짓밟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를 통렬히 꾸짖는 외침이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원통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습니다. 저는 그것이 국가의 존재가치라고 믿습니다.

저는 오늘, 오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도 함께 기리고 싶습니다.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광주진상규명을 위해 40일 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스물아홉 살, 전남대생 박관현. 1987년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노동자 표정두. 1988년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물네 살, 서울대생 조성만.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

수많은 젊음들이 5월 영령의 넋을 위로하며 자신을 던졌습니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을 때, 마땅히 밝히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위해 자신을 바쳤습니다. 진실을 밝히려던 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도 강제해직되고 투옥 당했습니다.

저는 오월의 영령들과 함께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고 더 이상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없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참이 거짓을 이기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광주시민들께도 부탁드립니다. 광주정신으로 희생하며 평생을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함께 기억해주십시오. 이제 차별과 배제, 총칼의 상흔이 남긴 아픔을 딛고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주십시오.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오월 광주의 시민들이 나눈 ‘주먹밥과 헌혈’이야말로 우리의 자존의 역사입니다. 민주주의의 참 모습입니다. 목숨이 오가는 극한 상황에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정신은 그대로 촛불광장에서 부활했습니다.

촛불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위에서 국민주권시대를 열었습니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선언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부가 될 것임을 광주 영령들 앞에 천명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한민국입니다. 상식과 정의 앞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숭고한 5.18정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가치로 완성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삼가 5.18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