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조형기술

(3차원 인쇄에서 넘어옴)

쾌속조형기술 또는 신속조형기술(rapid prototyping; RP)이란 컴퓨터를 이용해 설계(CAD)된 3차원 도면으로부터 직접 고형화된 물리적 모델을 제작하는 공정을 말한다.[1] 영어 명칭이 'prototyping'인 데서도 알 수 있듯 시제품(prototype)을 신속하게 제작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198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시제품 제작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량생산 기술로의 적용이 모색되는 등 그 응용 분야가 넓어지면서 '3D 프린터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되게 되었다. 최근의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기술을 응용하여 주조 공정에 직접 쓰이는 모형이나 주형, 금형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 경우 신속금형기술이라고 불린다.[1]

세부 분야[편집 | 원본 편집]

쾌속조형기술이라 하면 대체로 적층가공(addictive manufacturing; AM)을 말한다. 이외에도 공제가공(subtractive process)과 가상시작공정(virtual prototyping)을 넓은 의미에서 쾌속조형기술의 분야로 포함시키기도 하나, 공제가공은 사실상 컴퓨터제어 기계가공작업, 즉 CNC를 말하며, 가상시작공정은 실제로 물리적 제품을 만들지 않고 컴퓨터 그래픽 상으로만 분석하는 것을 말하므로 일반적으로는 별도로 분류한다.

따라서 사실상 쾌속조형기술(RP), 적층가공(AM), 3D 프린팅은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적층가공'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이들 기술이 얇은 층을 가공한 뒤 그 위에 다시 얇은 층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3차원 형상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스테레오리소그래피(stereolithography; STL)[편집 | 원본 편집]

액상 광폴리머 용액에 레이저 빔을 쬐어 굳힌 뒤 쌓아올리는 방식이다. 우선 광폴리머 용액이 담긴 수조의 수면 가까이에 제품이 놓일 플랫폼을 위치시킨다. 광폴리머에 레이저를 쏘아 폴리머가 굳으면 고체가 된 부분은 플랫폼 위에 살며시 얹히게 되는데, 그러면 플랫폼을 약간 더 깊은 곳으로 하강시켜 고체가 된 부분 위로 다시 광폴리머 용액이 덮이도록 한다. 이같은 과정을 반복하여 경화된 폴리머가 한 층 한 층 쌓이게 되면 최종적으로 3차원 형상의 제품이 완성되게 된다.

STL 공정에서는 3차원 성형 공정이 끝난 뒤 제품을 꺼내어 남은 광폴리머 용액을 제거하고 세척한 뒤, 제품에 자외선을 몇 시간 쬐어 완전히 경화시키는 최종 단계를 거쳐야 한다. STL 공정의 단점을 보완하여, 각 층이 적층되자마자 자외선을 쬐어 곧바로 경화시키는 폴리젯 공정이 개발되었다. 폴리젯 공정은 STL보다 경화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훨씬 짧고, 각각의 폴리머 층의 두께가 얇아 해상도가 우수하여 더 정교한 형상을 제작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DLP라는 방식이 있는데, STL 방식이 레이저 빔으로 한 번에 한 점을 경화시키는 것에 비해, DLP 방식은 마치 빔 프로젝터나 영사기처럼 한 층의 출력면을 한꺼번에 경화시킴으로써 총 공정 시간을 줄인 방식이다.

STL 공정의 아이디어는 1981년 일본의 히데오 코다마가 처음 착안했으나 구체화되지 못한 발상에만 머물러 있다가, 미국의 척 헐이 1983년 이 아이디어를 연구하기 시작하여 1986년 특허 출원한다. 같은 해 척 헐은 3D시스템즈 사를 창업하였으며 1988년에는 세계 최초의 3D 프린터인 SLA-1을 출시하였다.[2]

융해용착모델링(fused deposition modeling; FDM)[편집 | 원본 편집]

Schematic representation of Fused Filament Fabrication 01.png

FDM 방식은 오늘날 3D 프린터라고 할 때 흔히 떠올리는 방식으로서 가장 널리 보급 및 상용화되어 있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열가소성 플라스틱 재질의 필라멘트를 녹였다가 노즐로 뿜어내서 형상을 한 층씩 그려 쌓는 방식이다. 노즐은 수평면 상에서 앞, 뒤, 양옆으로만 운동하며, 제품이 놓이는 테이블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면서 형상을 쌓아올리게 된다. 다른 방법에 비해 작업 시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FDM 방식은 미국의 스콧 크룸에 의해 1989년 특허 출원되었다. 크룸은 딸에게 글루건으로 장난감을 만들어 주다가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2]

레이저 선별소결(selective laser sintering; SLS)[편집 | 원본 편집]

SLS 방식은 폴리머나 금속으로 만들어진 분말(가루)에 레이저를 쏘아 '소결'시켜서, 즉 알갱이끼리 녹아 붙어 굳게 만들어서 3차원 형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실린더 위에 분말층을 얇게 덮은 뒤 레이저를 쏘아 필요한 부분을 소결시키고, 그 위에 다시 분말층을 덮는 과정을 반복하여 형상을 만들게 된다.

분말 재료로는 폴리머가 가장 저렴하고 레이저를 조금만 쏘아도 굳기 때문에 가장 많이 이용되지만, 필요시 금속이나 세라믹을 이용할 수도 있다. 금속이나 세라믹을 이용할 경우에는 레이저만으로는 알갱이가 잘 굳지 않기 때문에, 우선 폴리머 결합제를 섞어서 대강 형상을 만든 뒤 소결로에서 다시 단단하게 굳히는 과정을 거친다.

SLS 방식은 미국 텍사스 대학에서 1994년 특허 출원했다.[2]

SLS와 유사한 공정으로 전자 빔 융용(electron-beam melting;EBM) 방식이 있다. 레이저 대신 전자 빔을 쏘아서 티타늄이나 코발트크롬 분말을 녹여 금속 제품을 만드는 방법으로, 스테인리스강이나 알루마늄 합금 등에도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삼차원인쇄(3DP)[편집 | 원본 편집]

'3D 프린트'라는 용어는 원래 지금처럼 적층가공 기술 전반을 통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특정한 하나의 적층가공 기술을 지칭하는 이름이었다. 좁은 의미의 3DP 방식은 금속 혹은 비금속으로 된 분말 재료를 얇게 깔아둔 뒤 레이저가 아닌 무기질 결합제를 뿌려 분말을 굳히고 그 위에 다시 분말을 덮어 쌓아올리는 방식을 말한다.

3DP 방식은 어떤 분말재료나 결합제를 사용할지에 대해 선택의 폭이 넓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한 기계에 여러 개의 프린트헤드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마치 잉크젯 프린터처럼 3원색의 결합제를 조합하여 천연색의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단점으로는 제품의 강도가 약하다는 점이 있는데, 분말재료가 금속인 경우에는 추가 소결 과정을 거침으로써 강도를 더 강화할 수 있다.

박판적층법 (Laminated Object Manufacturing;LOM)[편집 | 원본 편집]

종이나 금속으로 된 박판(얇은 판)을 깔고, 레이저로 필요한 부분만 잘라낸 다음, 그 위에 다시 박판을 올려 아래 층과 접합시킨 뒤 다시 레이저로 잘라내는 것을 반복함으로써 성형하는 방식이다. 박판이 종이인 경우에는 접착제를 적용하며, 금속인 경우에는 고온의 롤러로 녹여서 접합한다.

A4용지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제작 가능하며, 제작 후 따로 후처리 과정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3]

각주

  1. 1.0 1.1 Serope Kalpakjian, Steven R. Schmid, 『공업재료가공학』 (제5판), 김낙수 역, 도서출판 영
  2. 2.0 2.1 2.2 IT동아 '김영준의 3D프린터의 세계 (6) 3D프린팅 역사 제대로 알기'
  3. LOM이란 특이한 방식의 3D 프린터에 대한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