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쿠니 시게코

히가시쿠니 시게코 東久邇成子
인물 정보
다른이름	데루노미야 시게코(결혼 전)
출생	1925년 12월 6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이궁
사망	1961년 7월 23일(향년 35세) 도쿄 치요다구 궁내청병원
국적	일본
학력	여자가쿠슈인
직업	왕족(공주) → 일반인
종교	신토
배우자	히가시쿠니 모리히로
가족	아버지 쇼와(히로히토) 일왕, 어머니 고준왕후(나가코) 숙부 지치부노미야 야스히토 왕자, 다카마츠노미야 노부히토 왕자, 미카사노미야 다카히토 왕자 숙모 세츠코 비, 키쿠코 비, 유리코 비 형제: 여동생 히사노미야 사치코 공주, 다카츠카사 가즈코, 이케다 아츠코, 남동생 쓰구노미야 아키히토 왕자, 요시노미야 마사히토 왕자, 여동생 시마즈 다카코 사촌동생 고노에 야스코, 토모히토 왕자, 가츠라노미야 요시히토 왕자, 센 마사코,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 왕자 자녀: 장남 히가시쿠니 노부히코, 장녀 다카기 후미코, 차남 미부 모토히로, 3남 히가시쿠니 나오히코, 차녀 히가시 유코
활동기간	1943년 결혼 1947년 신적강하로 왕족 신분 상실

일본의 前 왕족(공주). 쇼와 일왕(히로히토)과 고준왕후(나가코)의 2남 5녀 중 장녀. 아키히토 상왕의 큰누나. 나루히토 일왕의 큰고모.

출생과 유년기

1925년 12월 6일, 히로히토 왕세자와 나가코 왕세자비의 첫째로 태어났다. 다이쇼 일왕에게는 생전에 본 유일한 손주이기도 하다. 때문에 딸이지만 많은 사랑을 받으며 태어나 자랐다. 어칭호는 데루노미야(照宮), 이름은 시게코(成子), 오시루시는 홍매화(紅梅花)로 정해졌다.

나가코 왕세자비는 유모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가능한 한 자신이 직접 모유 수유를 했는데, 이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또한 왕세자 내외는 왕실의 오랜 전통을 깨고, 데루노미야 시게코 공주를 자신들의 곁에 두고 돌보았다. 하지만 공주가 조금 자라자 결국 관례대로 부모와 따로 떨어진 거처에 두고 키우게 된다. 공주의 거처는 ‘구레타케료(烏竹寮)’라는 곳이었고, 이후 태어난 여동생들도 큰언니와 함께 구레타케료에서 담당 시종들에 의해 양육된다.

학업

1932년부터 일본 왕족과 화족(귀족)의 딸들이 다니는 학교인 여자가쿠슈인에 입학하여 공부를 시작했다. 학창 시절 시게코 공주가 좋아한 과목은 작문과 과학이었고, 수영에도 특기가 있었다. 그녀의 성적은 우수했고, 때문에 왕실과 학교에서는 ‘시게코 공주가 남자아이였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12살이 되던 해인 1937년부터는, 일본의 여러 지방들을 다니며 단독 공무를 수행했다. 성장하면서 시게코 공주는 차츰 자신의 특수한 신분을 자각하며 고민하였고, 그러한 마음을 담은 글을 쓰기도 했다.

“

나는 어떠한 인연으로 고귀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나는 끊임없는 세상의 시선 속에 있다. 언제 어디서나 나는 훌륭해야 한다. 나는 왕실을 짊어지고 있다. 나의 언동은 즉시 왕실에 영향을 끼친다. 높은 나무는 바람을 맞기 쉽다. 그런데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많은 약점을 가진 나 자신을 볼 때, 나에게 이 지위를 가질 자격이 있는지 두려워진다.

“

결혼

시게코 공주는 아버지 히로히토 일왕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 진학해서 생물학을 더욱 깊이 공부하여 연구소에서 근무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당시의 여자로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대신 그녀는 어른들이 정해주는 대로 시집을 가야 했다.

16세가 되던 해인 1941년, 시게코 공주의 결혼이 정해졌다. 상대는 방계 왕족이자 군인인 히가시쿠니노미야 나루히코(東久邇宮稔彦)의 4남 중 장남인 모리히로(盛厚)였다. 나루히코는 공주의 어머니인 나가코 왕비의 작은아버지이자, 공주의 아버지인 히로히토 일왕의 고모부이다. 모리히로의 어머니 야스노미야 도시코(泰宮聰子) 공주는 메이지 일왕의 9녀로, 히로히토 일왕의 고모이기 때문이다. 즉 모리히로는 메이지 일왕의 외손자이며 시게코 공주는 메이지 일왕의 증손녀로, 두 사람은 5촌이라는 가까운 친족이 된다.

1943년 3월, 시게코 공주는 여자가쿠슈인 중등과를 졸업했다. 그녀의 성적은 우수했지만 고등과에는 진학하지 못했고, 대신 어른들의 뜻에 따라 신부수업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몇 달 후의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꽃꽂이, 요리, 피아노, 바이올린, 와카(和歌), 예법 등의 교양교육을 받았고, 18세 생일을 2달 앞두고 있던 동년 10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때 시게코 공주는 나가코 왕비가 1924년 결혼식 때 입었던 쥬니히토에(十二單)를 입었는데, 그녀의 체격은 어머니의 결혼 당시 체격과 정확히 일치했다고 한다.

개혼(開婚)인 만큼, 태평양전쟁 와중임에도 대규모의 화려한 혼수들이 준비되었다. 1941년 결혼이 결정되자마자 오오쿠라도원(大倉陶園)이라는 도자기회사에 의뢰하여 시게코 공주가 시집갈 때 가져갈 도자기 세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2년 동안 683개(36인분)의 도자기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도자기에는 계절마다 피어나는 다양한 꽃들을 그렸는데, 도자기마다 꽃무늬를 전부 다르게 그렸다. 테두리에는 금박을 입혔고, 가장자리에는 시게코 공주의 오시루시인 홍매화를 그렸다. 도자기만 해도 이렇게 어마어마하니, 전체 혼수의 규모는 얼마나 엄청날지 짐작되지도 않는다. 관련 글

하지만 결혼 당시의 소감에 대하여 시게코는 “슬프기도 했고, 싫기도 했고, 행복한 마음은 전혀 없었다.”라고 회고했다. 남편 모리히로는 시게코보다 8년이나 연상(1917년생)이었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결혼이었기 때문에, 신혼생활은 어려웠다. 하지만 모리히로가 성실하고 괜찮은 사람이었기에, 시게코는 차츰 그에게 정을 붙이고 살게 되었다. 참고로 시게코가 신혼 시절 겪었던 어려움을 교훈삼아, 이후 왕실에서는 시게코의 여동생들을 시집보내기 전에 (형식적으로나마) 맞선과 데이트 등을 거치도록 했다. 5녀 시마즈 다카코는 행복하게 살았지만, 3녀 다카츠카사 가즈코와 4녀 이케다 아츠코는 오히려 맏언니 시게코보다 더 어렵고 평탄치 못한 결혼생활을 했다.

1945년 3월, 시게코는 도쿄에서 첫째(장남) 노부히코(信彦)를 낳았다. 히로히토 일왕 내외에게는 첫 손주가 된다. 당시 도쿄에는 공습이 한창이어서 방공호에 숨어 지내다가 출산했으며, 군인(육군)이었던 모리히로는 치바현에서 근무하고 있었기에 아내의 곁을 지키지 못했다. 친정어머니 나가코 왕비는 직접 방문하는 대신 시녀들을 보내어 위문했다. 이듬해에는 둘째(장녀) 후미코(文子)를 낳았다.

평민으로 강등되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패하여 패전국이자 전범국이 되었다. 일본은 많은 변화와 혼란을 겪었고, 그것은 왕실도 마찬가지였다. ‘살아있는 신’으로 숭배되던 일왕은 ‘인간선언’을 했고, 왕실은 권력을 잃고 상징적인 존재(입헌군주제)로 격하되었다.

1947년에는 메이지유신 때 시작되었던 화족 제도도 폐지되었고, 왕실의 범위 또한 대폭 줄어들었다. 다이쇼 일왕의 직계손, 그러니까 히로히토 일왕 일가와 그의 남동생 일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방계 왕족들은 모두 평민이 되었다. (신적강하) 직계 공주였던 시게코는 방계 왕족에게 시집가서 결혼 후로도 왕족 신분을 유지했지만, 1947년의 신적강하로 인해 시게코와 히가시쿠니노미야 일가는 왕족 신분을 잃고 평민이 되었다. 이후 궁호에서 ‘~노미야’를 제외한 ‘히가시쿠니’를 성씨로 사용하게 된다.

군인이었던 모리히로는 직장인이 되었고, 시게코는 가정주부가 되었다. 그녀는 직접 집안일과 아이들을 돌보고, 장을 보며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점을 찾아다니고, 가계를 돕기 위해 집에서 부업을 하는 등등의 고생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어린 시절 타의로 그만두어야 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활력을 되찾기도 했다. 시게코의 자녀들은 어머니가 열심히 공부하던 모습을 회상하곤 했다. 생물학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여, 뉴트리아의 양식을 독학으로 공부하여 성공시키기도 했다.

평민 출신 큰올케

1959년 4월, 남동생 아키히토 왕세자가 평민 재벌의 딸인 쇼다 미치코와 결혼했다. 미치코가 평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나가코 왕비를 비롯한 여러 왕족들과 (옛) 화족들이 반발하며 미치코를 괴롭혔지만, 시누이인 시게코는 남동생 부부를 지지하고 응원했다. 또한 친정 부모와 남동생 부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시게코는 미치코가 시집온 지 불과 2년 만에 죽었고, 가뜩이나 얼마 되지 않는 지지자를 잃은 미치코 왕세자비는 (2000년에 시어머니가 노환으로 사망할 때까지) 장장 40여년의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는다.

병과 사망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었나 싶을 무렵, 시게코는 병으로 앓아누웠다. 병원에 가보니 이미 말기 암이라서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태였다. 히로히토 일왕과 나가코 왕비는 시게코를 궁내청병원으로 옮겼고, 거의 매일같이 문병하며 걱정했다. 심지어 나가코 왕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디선가 소개받은 주술사까지 데려왔지만, 주술로 병을 고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1961년 7월 23일, 시게코는 어린 3남 2녀를 남겨둔 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만 3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도쿄도 미나토구 아오야마(靑山)에서 장례식이 거행되었고, 유해는 분쿄구 도시마가오카(豊島岡) 묘지에 안장되었다. 나가코 왕비는 묘지에 시게코의 공주 시절 오시루시였던 홍매화를 심었다. 일왕 내외는 1928년에 차녀 사치코 공주를 잃은 데 이어 2번째로 자식을 앞세우고 몹시 충격을 받았지만, 1년 5개월 전에 태어난 장손 히로노미야 나루히토 왕자를 위안삼아 이겨냈다고 한다.

이후 남편 모리히로는 데라오 요시코(寺尾佳子)라는 여성과 재혼했다. 1966년에 4남 아츠히코(厚彦)를, 1967년에 5남 모리히코(盛彦)를 낳았지만, 모리히로 또한 후처와 5남 2녀를 남겨두고 1969년에 세상을 떠났다.

시게코의 사망 40주년인 2001년 7월 23일과 50주년인 2011년 7월 23일, 남동생 내외인 아키히토 당시 일왕과 미치코 왕비가 묘지에 참배했다.

자녀와 후손들

• 장남 노부히코(1945-2019): 게이오기주쿠대학을 졸업하고 평민 시마다 요시코(島田吉子)와 결혼하여 1남을 두었다. 첫 손주의 결혼 상대에 대해, 외할아버지인 히로히토 당시 일왕은 “양친이 모두 계신 건전한 가정의 딸이고, 노부히코 본인이 좋아하는 여성이면 된다.”라며 관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 장남 마사히코(征彦、1973-):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2010년생 장남과 2014년생 차남을 두고 있다.

• 장녀 다카기 후미코(高木文子、1946-): 오오무라 카즈토시(大村和敏)와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다카기 요요키치(高木代々吉)와 재혼했다.

• 차남 미부 모토히로(壬生基博、1949-): 본명은 히가시쿠니 히데히코(東久邇秀彦)였으나, 미부 모토야스(壬生基泰)의 양자로 입적되면서 개명했다. 아키히토 상왕의 막내인 구로다 사야코가 일했던 야마시나(山階) 조류연구소의 이사장이다. 제일호텔 회장 츠지야 가즈오(土屋計雄)의 차녀인 사치코(幸子)와 결혼하여 2남을 낳았고, 두 아들 역시 각자 아들을 하나씩 두고 있다.
  • 장남 모토나리(基成、1979-): 1남(2008년생)
  • 차남 모토아츠(基敦、1980-): 1남(2010년생)

• 3남 나오히코(眞彦、1953-): 아내 가즈코(賀鶴子)와의 사이에서 2남을 낳았고, 두 아들 역시 각자 아들을 하나씩 두고 있다.
  • 장남 데루히코(照彦、1979-): 1남(2004년생)
  • 차남 무츠히코(睦彦、1982-): 1남(2012년 이후 출생)

• 차녀 히가시 유코(東優子、1954-): 히가시 삿코(東作興)와 결혼했다.

시게코에게는 남자 후손들이 많은데, 이들은 아키히토 상왕의 셋째 손녀이자 나루히토 일왕의 무남독녀인 도시노미야 아이코 공주의 신랑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항목 참조.

여담

• 아키히토 상왕의 둘째 손녀인 카코 공주의 어린 시절 모습이, 고모할머니인 시게코의 어린 시절 모습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