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포세리아)

후지(フーズィー)는 TRPG 시스템 《크리스타니아 RPG》의 무대가 되는 세계 포세리아에 나오는 가공의 신격이다. 순백의 대백조라고 불린다. 국내에 출간된 몇몇 매체에서는 프지라는 이름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1 설명[편집]

자애와 비애, 영혼을 맡는 신수. 사자의 넋을 달래 가야할 곳으로 바르게 인도하는 여신으로, '혼을 옮기는 손'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권속은 노블 스완.

등장 자체는 그리 많지 않지만 주기와 관련된 일련의 소동을 최초로 야기한 존재라는 점에서, 그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사실상 '크리스타니아 사가'를 있게 한 장본인.

2 신화 시대[편집]

중립신 중 하나로, 암흑신의 명을 받은 드래곤 로드(용왕)들을 피해 크리스타니아로 달아났고, 그들의 눈에서 벗어나고자 본래의 육체를 버리고 동물, 대백조의 몸을 취해 신수가 된다.

여기까지는 다른 신수들과 별 차이 없었으나….

3 주기의 이탈자[편집]

신화 시대 이래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후지였지만, 주기 종료로부터 약 700년 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일약 신수들 전체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사건이란 바로 주기의 이탈로,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신수 회합에서 다음 주기에 그녀를 섬기는 신수 민족인 '대백조 부족'에 괴멸적인 재해가 예정됐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후지가 자신의 지배지역, '다낭'을 크리스타니아와 바깥 세계를 분리하는 대절벽, '신의 성벽' 아래로 하강시켜 버린 것이다.

자애의 신답게 자비심 깊던 그녀로서는 차마 자신이 수호하는 이들이 겪을 위기와 아픔을 외면할 수 없었고, 주기에 의해 그러한 운명을 맞이해야 한다면 차라리 아예 예상할 수 없는 혼돈에 그들을 맡기겠노라 결단한 것이었는데, 주기를 그 주체인 신수가 정면에서 거스른 것은 일찍이 전례 없는 일이었기에 충격이 대단했다. 기존의 페네스 중심의 주기 체제에 불만을 품고 있던 '지배의 신수왕' 바르바스가 이를 빌미로 일부 신수들을 규합해 차기 회합에서 전면적인 주기의 개정을 요구했을 정도.[1]

다만 후지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대백조 부족은 바다에서 올라온 혼돈에 의해 다낭이 분리된지 불과 3세기만에 절멸하고 만다.

4 다낭에 로도스의 유민을 들이다[편집]

대백조 부족의 멸망에 크게 상심한 그녀는 주기에 복귀하지도 않은 채 장장 200년 간 홀로 다낭에 머문다. 그런데 어느 날 시름에 잠겨있던 후지의 귀로, 누군가의 간절한 음성이 들린다. 소리의 진원지를 쫓던 중 그녀는 일단의 무리가 먼 바다에서 육지를 찾아 항해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들은 조국을 잃어 안주할 곳을 구하던 '해방된 섬' 로도스의 유민으로, 오랜 항해로 지쳐있던 차에 그 지도자였던 망국 왕녀[2][3]의 기도가 그녀에게 닿았던 것이다. 상황을 알게된 후지는 이를 가여히 여겨 백조로 화해 나타나 그들을 다낭 땅으로 이끄니[4], 이들이 훗날 '신민족'의 조상이 된다.

그러나 그렇듯 큰 은혜를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일절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고[5], 이방인들이 자신의 땅에 나라를 세워 번성해 가는 것을 말없이 지켜본다.

5 회합에 참가하다[편집]

그로부터 다시 200년이 지나, 다낭은 이주민과 그 자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번영을 구가하고 있었으나, 크리스타니아 본토는 전란으로 한창 얼룩져 있었다. 과거 후지가 주기를 이탈한 뒤, 한 차례 그 욕심을 드러낸 바 있던 야심가 바르바스가 모종의 방법으로 강대한 힘을 손에 넣어 절대자로 군림하고자 전쟁을 일으킨 것이었는데, 그가 일으킨 거대한 이적의 영향으로 다낭과 크리스타니아 사이를 가로막던 신의 성벽이 일부 무너지게 된다. 그 여파로 다낭의 끝단에 위치해 신의 성벽을 마주하던 마을 '하크'에 크리스타니아로의 통로가 열린다. 이에 하크 영주의 아들이자 평소부터 모험을 갈망하던 청년, 레일즈는 동료들을 모아 길 너머 새로운 세계로 탐험을 떠난다. 그리고 도중 페네스를 섬기는 '은늑대 부족'과 조우하고, 그들의 지도자인 은발의 소녀 마리스로부터 다낭을 비롯한 크리스타니아의 진실과 현재 신의 성벽 위에 불어닥친 전쟁에 관해 듣게 된다. 그런데 그때 때마침 바르바스의 군세가 마을을 급습하고, 그 공격으로 은늑대 부족은 극심한 피해를 입는다. 점점 더 가열되는 바르바스의 침략과 속절없이 무너져만 가는 주기에, 마리스는 머지않아 열릴 신수 회합에서 페네스에게 답을 구하고자 신수들의 회합 장소, '시작의 땅'으로 떠날 것을 결의하고, 그녀에게 마음이 이끌린 레일즈는 그 여정에 동참한다.

한편, 다낭에서 크리스타니아를 살피던 후지는, 조만간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을 예측해 오랜 불응 끝에 마침내 회합에 참가할 마음을 먹는다. 다만, 동료들을 등질 만큼 자신의 백성을 사랑했고, 그 자유의지 또한 존중하던 그녀는, 더 이상 피조물들이 주기에 속박되지 않길 바랬고, 그들에게 그럴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다른 신수들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그런 후지에게 낯선 땅에서 갖은 위난에 휩쓸리고도 이를 용감하게 극복하고, 질서를 긍정하면서도 주기가 가진 억압성과 숙명주의를 배척하던 레일즈는 그야말로 자신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한 존재였다. 레일즈를 주목하던 그녀는, 마리스를 도와 가까스로 힘들게 시작의 땅의 경계에 도달했음에도, 자격이 없어 들어가지 못하던 그의 앞에 나타나 스스로의 정체를 밝히고 회합에 입회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회합의 때, 과연 레일즈를 신수들에게 데려간 것이 효과가 있어, 바르바스의 폭거로 인해 주기의 유지에 어려움을 느끼던 그들은 결국 피조물이 주체적으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후지의 권고를 받아들여 주기를 포기한다. 신수 중 최초로 주기에서 벗어나, 예기치 않게 많은 분란을 야기했던 그녀가 기어이 주기를 종결지은 것이다. 주기가 시작된지 어언 5000년만의 일이었다.

6 각주

  1. 바르바스 일파는 단순한 의견 개진에 그치지 않고 실력 행사로써 자신들의 업무를 방폐했다. 주기라는 절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선 신수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인데 그 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고자 일종의 파업 활동을 벌인 것. 이 사건을 '불평의 대주기'라고 하는데, 주기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던 페네스의 거부로 끝내 실패로 돌아간다.
  2. 나중에 '건국여제' 메네아라 불리는, 다낭 왕국의 시조.
  3. 원래 '뮤트'라는 이름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봉인전설 크리스타니아》에서 '메네아'로 표기가 변경된다.
  4.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후지가 길잡이가 돼 주지 않았다면 바다를 감시하는 신수, 오르긴이 대번에 그들을 알아채고 크리스타니아로 접근하지 못 하도록 했을 것이다.
  5. 백조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아무도 후지의 실체를 몰랐다. 역사에서도 그저 어떤 백조가 나타나 선조들을 신천지로 인도했다고만 전해질 뿐. 다만, 그녀와 교감한 메네아 여왕과 그 후손, 즉 다낭 왕가만은 은밀히 후지를 신봉했다고 한다.